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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7화

정청 입구에서 원 어르신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서, 눈앞에서 곧 지려고 하였다. 저녁노을이 내려앉아 저택을 감싸면서 고풍스럽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였다.

한 손으로 아버지를 부축한 원상철은 걸음을 재촉하려다가도 노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애타게 보였다. 오히려 그의 아내는 걸음이 빨라 하이힐을 신고도 바람처럼 달려와 원 어르신 앞에 가서 인사를 드렸다.

“둘째 삼촌!”

이어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서!”

원 어르신이 호통을 치는 그 자리에 멈추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급히 철수를 가봐야 해서요, 무례한 점 사과드립니다!”

“지금 들어가면 안 돼!”

그리고 자기 앞으로 다가온 부자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너희 둘도 안 돼.”

“왜요?!”

원상철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전화하고 철수를 데려가라고 한 거 둘째 삼촌이잖아요, 근데 지금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상황이 달라졌어.”

원 어르신이 담담하게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그가 손뼉을 치자 하인이 다가와 마스크 몇 개와 장갑을 건넸다.

“이건…….”

손에 든 물건을 움켜쥐며 김채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즘 역병이 도는 거 몰라?”

원 어르신의 말을 들은 원상철은 비록 불만 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순순히 마스크와 장갑을 끼었다.

원청경도 착용하고 나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원 어르신이 다시 길을 막았다.

“또 왜요?”

원상철 마음이 급했다.

“자식 보러 가는데 이 타이밍에 우리를 괴롭혀야겠어요?”

급한 마음에 내뱉은 말이라 잘못 말한 걸 알지만 거둬드릴 수 없어 입을 벌리고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뭐, 괴롭혀?”

원 어르신이 어이없다는 듯 원상철을 쳐다보았다.

“니가 뭔데 내가 널 괴롭혀!”

옆에서 원청경이 급히 입을 열어 말렸다.

“상철이 성질 급한 거 너도 알잖아, 자식놈이 실종됐다가 돌아왔는데 급할 수도 있지.”

원청경 뒷짐을 지고 손가락은 살며시 손등을 쓰다듬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급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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