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우리 철수는…….”원철수의 어머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아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은 조금 안정이 되었지만, 원청현의 시체라는 말을 듣고 그녀의 심장은 견딜 수 없게 되었다.“진작에 사람을 보내서 찾고 있어. 소식이 있으면 너희에게 가장 먼저 알려줄게.” 원청현은 앉아서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고, 고개를 들어 그들이 모두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뭘 봐! 소식이 있으면 알려 주겠다고 했잖아!”“청현아, 고마워!”원청경은 감동하여 말했다.“나는 네가 우리 철수가 죽는 것을 눈 뜨고 보고만 있지 않을 거란걸 알고 있었어!”“둘째 삼촌, 정말 감사합니다!”원상철 역시 감격에 겨워 말했다.원청현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됐다, 됐어. 나한테 이런 수작 부리지 마.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 다행이야. 이렇게 울고불고하는 꼴을 볼 수 없어서 그런 것뿐이지. 그리고 너! 이 나이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뭘 들볶는 거야! 만약 정말 여기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 탓 하려고 그러는 거야?”“그 일에 대해서는 나도 다 생각이 있어!”원청경은 뿌듯해하며 말했다.“허튼 말 그만하고, 다음에 다시 오면 문 열어주지 않은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짜증 나, 짜증 나!”말을 마치고 원청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원청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자, 그럼 우리는 이만 가지. 소식이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빨리 우리에게 알려줘.”“알았어, 알았어, 잔소리도 많아!”원철수의 가족들은 긍정적인 대답을 받았다.비록 아직 원철수의 소식은 없지만, 원청현이 기꺼이 나서서 도와준다고 했고 게다가 이렇게 확실히 그들에게 아들이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니 안심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떠난 후, 원청현은 또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이번 일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원철수가 정말 이 일에 연루되었다면 빠져나오기 어렵다.이 조직은 얽히고설킨 세력이 방대하
다시 한번 악몽에서 깨어난 원철수는 눈을 멍하니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밤낮으로 반복하니, 그저 괴롭지도 않았다.사실 그는 지금 잠에 들었는지 악몽인지 아니면 깨어났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쩌면, 깨어나야 현실일지도 모른다!결국 잠이 들면 꿈이라는 것을 알고, 깨어날 희망도 있지만 눈을 뜨면 끝없는 고문이 기다리고 있다.원철수는 임상언이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다만 되풀이하여 생각만 했을 뿐, 여전히 그를 믿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이틀을 기다렸는데도 이곳을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원철수는 설마 또 자기를 놀리는 것이 아닐지 하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놀리면 그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 걸까?왜 자기를 먹잇감처럼 놀리는 것일까?원철수가 깊은 생각에 잠겼을 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평소와는 달리 이번에는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얼굴은 여전히 무감각했지만, 눈꺼풀은 움직였다.원철수에게 이 목소리는 가장 무서운 목소리였다.“원 신의.”여자의 목소리는 맑고 듣기 좋았으나 마치 지옥에서 온 것 같았다.원철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왜? 설마 약의 작용으로 귀가 먹었나? 아니면 신경이 마비되어 사람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건가?”주효영은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원철수를 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조롱하며 말했다.“…….”“도망가지 못하게 꼭 묶어서 출발해!”주효영은 얼굴을 비스듬하게 밖을 쳐다보며 누군가에게 말했다.순간 원철수의 귀가 움직였고 마침내 약간의 반응을 보였다.그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출발? 출발!’‘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것인가? 임상언이 내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 정말 떠나는 거야? 그렇다면 내게 도망칠 기회가 있다는 거야!’흔들리는 마음은 누를 수 없었다. 원철수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표정을 통제했다.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도록 노력했다.그러나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곧 뛰쳐나올 것처럼 쿵쾅
이것이 주효영이 반복해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끊임없이 약을 조절하는 이유였다.그런데도 약효에 대한 확신이 100%에 달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내가 당신에게 먹인 게 무슨 약인지 알아?”그녀는 조금 앞으로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원철수는 입을 열지 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주효영은 입술을 그의 귀에 대고 둘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바로, 독약이야!”붉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떼니 기괴한 미소가 주효영의 얼굴에 어려 있었다.그러나, 이 몇 글자에도 원철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멍청하게 묶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마치 생명을 잃은 인형 같았다.원철수가 반응이 없자 주효영은 재미가 없어서 혀를 찼다.“하지만 안심해, 이 독은 치명적이지 않아. 이건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거야. 당신이 이 독을 버텨낸다면 앞으로 그 어떤 독에도 중독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정말 신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원철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나를 바보로 보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주효영은 웃으며 말했다.“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 한의학의 책도 내가 다 확인했었어. 아주 오래된 고서적에 백독불침의 방법이 기록된 적이 있어. 왜? 한 번도 그 방법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거야? 아니면 당신도 그걸 믿지 않는 건가?”“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마음이지. 어쨌든 당신은 나의 수많은 실험 품 중 하나일 뿐이니, 나갈 수도, 도망갈 수도 없어. 평생, 이 실험실에서 살아야 할 운명이야.”주효영은 소독용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한 가닥씩 닦으며 천천히 말했다.“하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잖아? 당신도 실험실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었나? 이제 당신 소원대로 평생 이 안에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그때 원철수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러나 살짝 움직였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주효영을 깊게 바라보았고, 이어서 그녀에게 한 마디도 더 말하기 귀찮은 듯
원철수는 묵묵히 그 사람들에게 끌려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마음속으로 발밑의 길과 주변의 소리를 기억하기 시작했다.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면서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갔다.‘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걸 보면 내가 있던 곳이 위층이라는 얘기겠지?’그러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층수가 그리 높지 않았다.끌려 나온 후, 원철수는 정신을 집중하여 소리를 들었다.하이힐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곁에서 그를 끌어당기고 있는 두 사람 말고는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주효영이 따라오지 않은 걸까?’원철수는 차에 올라탈 때까지 마음속으로 묵묵히 분석하고 판단했다.차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그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임상언의 말에 의하면, 차가 출발한 후 약 20분 정도의 거리…….그는 볼 수도 없고 시계도 없지만,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시간을 재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거기에 갇혀 있는 밤낮을 모두 스스로 시간을 세며 견디고 있었다.그는 이미 시간을 볼 필요도 없이 대략적인 시간을 계산해 낼 수 있었다.더구나 지금은 생사의 갈림길이기 때문에 계산을 잘못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원철수의 손은 뒤로 묶여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매듭을 더듬었다.이상하게도 이번 매듭은 예전처럼 풀수록 조여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매듭은 풀기 쉬울 뿐 아니라 약간 느슨한 느낌마저 들었다.몇 번 시도하니 금방 풀렸다.순간 원철수는 이 모든 것이 너무 순조롭다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내게 끈을 묶어준 사람이 임상언이 진작에 준비한 사람이었나? 아니면 이것이 또 하나의 함정일까?’머릿속에는 일순간의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의 흔들림을 느끼며 마음속으로는 묵묵히 시간을 재었다.시간이 1분 1초 지나갔다. 차 안에서는 조용하다 못해 몇 명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는 숨소리를 근거로 운전자를 포함해 차 안에 세 명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만약 임
쿵!차가 큰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원철수의 몸도 균형을 잃고 덩달아 차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그의 눈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지만, 귓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그는 약간 머리가 멍했다.얼마 지났는지 원철수는 누군가에 의해 차에서 끌려 나왔고, 그 순간 자기 정수리가 뜨겁다고 느껴졌다.마치 무엇이 머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앞은 희미해졌다.옆에는 불이 나고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귓가에서는 고함과 구급차, 경찰차 소리가 뒤엉켰다.마치 많은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무것도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기도 했다.그러고 나서,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방금 끓인 탕약을 잘 나누어 놓고, 한소은이 손을 닦고 막 나가려는데, 곧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곧이어 모반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소은 선생, 소희에게 변화가 생겼어요.”그의 표정이 엄숙한 것을 보자, 한소은의 마음도 긴장하기 시작했다.“무슨 변화인데요?”“우선 가요. 가면서 말할 게요.”모반은 그녀에게 방호복을 건네며 말했다.한소은은 재빨리 착용을 마치고 모반을 따라 병동 쪽으로 갔다.두 사람은 걸으면서 상황을 주고받았다.모반의 말투는 매우 빨랐다. 그러나 아주 분명했다.“소은 선생이 소희에게 수액을 맞히지 말라고 말한 후 약 3시간이 지나자, 소희의 상황이 많이 안정되었어요. 심박수도 점차 안정되고 고열도 내렸어요. 모든 것이 당신이 예측한 것처럼 흘러가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 전에 갑자기 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헛소리도 하고 있고. 손발도 뜨거워요. 지금 소희는 의식을 잃은 상태예요…… 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거 같아요.”마지막 이 몇 글자를 듣자, 한소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모반을 바라보았는데, 자기 귀를 믿지 못하는 듯했다.‘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니! 그럴 리가!’“지금 소희 쪽으로 갈 수 있는 의사들은 다 도착했어요. 고지호 교수도 갔으니, 마음의
“모두 네 탓이야!”맹호군이 독하게 말했다.“네가 아니면 아이는 이렇게 크게 다치지 않을 거고 목숨이 위태롭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도 넌 아직도 소란을 피우고 있잖아!”“소란 피우는 거 아니에요. 아이의 맥을 짚어야 하니 비켜요!”그러자 한소은이 차갑게 말했다.“그만해! 말끝마다 맥을 짚는다고! 도대체 뭘 짚는 거야! 고작 손가락 몇 개가 전문적인 기기보다 더 쓸모가 있단 말이야?”“정말 뻔뻔하다니까! 한의학은 믿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지!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변명할 것이 있어?”그는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그 순간 자리에 있던 한의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누가 뻔뻔스럽다는 거예요? 한의학이 왜 믿음직스럽지 못해요?”“사실이에요!”“서양 의학이야말로 기기를 떠나면 쓸모없는 사람이잖아요. 수술하는 것외에 죽음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더 있어요?”“서양 의학이야말로…….”양측의 거센 다툼이 일어났다. 한의사들도 소은이 너무 젊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분야이니 힘을 합쳐 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아주 시끌벅적해졌다.지금은 시간이 생명과 같으니 소은은 말다툼할 여력이 없었고 그녀는 빨리 아이의 맥을 짚어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하지만 호군은 그녀의 옆에 서있다가 그녀가 손을 내밀던 순간 재빨리 뿌리쳤다.“쓸모없는 짓하지 마. 이제는 우리가 아이를 살릴 거야. 넌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지 마!”“주임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녀가 책임진다고 했어요. 모두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주임님은 이런 사사로운 일에 끼어들지 말아요!”“아이가 살아있는데 맥을 짚지 못하게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속셈이에요? 내가 책임진다고 했어요. 지금 아이는 살아있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길 바라는 거예요?”그가 자꾸 방해하니 소은도 너무 화가 나 분노하며 말했다.호군은 할 말을 잃었다.“아직도 변명을 늘어놓다니…….”“그만 해요!”고지호 교수은 버럭 소리 지르더니 들고 있던 두꺼운 서류를 바닥에 내치면서 둔
잠시 후 한소은은 일어나서 고지호 교수을 바라보았다.“할 말이 있어요.”“아이의 상태는 어때요?”그녀가 눈살을 찌푸리자 고지호 교수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잠시는 안정됐어요.”그녀는 진지하게 말하더니 허리를 숙이고 한 손을 아이의 뺨에 댄 채 다른 한 손으로 입에 무언가를 넣었다.그 행동이 너무 빠르고 갑작스러워 사람들은 순간 멍때리더니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뭘 먹인 거예요?”“고지호 교수님, 따로 할 말이 있어요.”소은은 몸을 돌려 그를 덤덤하게 바라보며 말했다.고지호 교수이 대답하기도 전에 맹호군이 차갑게 말했다.“여기서 말하면 안 돼? 꼭 따로 말해야 해? 우리는 동료잖아?”“방금 고지호 교수님도 말했어.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라고. 설마 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고지호 교수님, 방금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럼 사적인 얘기나 다른 사람이 들었다가 문제될 거는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거라도 있어요?”그가 말하고 주변을 힐끔 보자 눈치를 챈 다른 의사가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아이의 병에 대한 얘기라면 저희도 꼭 들어야 해요. 만약 아니라면…… 한소은 의사는 지금 병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죠?”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고지호 교수도 어쩔 수 없었다.“맞아요! 한소은 씨, 다른 건 말하지 말아요. 아이의 병은 어떻게 됐어요?”그는 어떤 예외도 없기를 바란다.비록 그는 한의학 전문가도 아니고 잘하지도 못하지만 공부한 적 있고 연구한 적 있다. 게다가 그는 직접 원씨 어르신의 실력을 본 적 있다.가끔은 서의학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병을 한의학의 불가사의한 수단으로 치유할 수 있다.결국 한의학의 놀라운 치료 수단을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은은 너무나 어리다. 비록 그가 소은을 믿고 그녀가 원씨 어르신이 제일 믿는 제자라고 할지라도 실수하지 않을 수 있을까?많은 사람이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소은은 주위를 한 번
두 사람의 의견이 서로 날카롭게 맞서 어느 쪽도 상대를 설득할 수 없었다. 각자의 주장이 모두 타당해 보여서, 옆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소은 선생, 그럼 당신이 보기에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여태껏 침묵하고 있던 모범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누구의 말이 맞다고 하지 않았고 누구의 책임이라고도 하지 않았으며 그녀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맞아요.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아니에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구하는 거예요.”다른 사람도 머리를 끄덕였다.“소은 선생, 방금 아이에게 뭘 먹인 거예요? 함부로 약을 먹이면 안 돼요.”“심장을 지키는 거예요.”한소은이 대답했다.“아이를 저에게 맡겼으니 저는 반드시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저는 제가 한 말은 지켜요.”모범이 눈살을 찌푸렸다.“지금은 책임지고 약속을 지키고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의 목숨이 달렸으니 절대 함부로 행동하면 안 돼요!”“알아요!”그녀는 모범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녀는 비록 세상을 구제할 마음은 없지만,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하물며 그녀는 되도록 많은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고 싶어 한다.모범은 침묵했고 다른 사람들도 침묵했다.“고지호 교수님, 결정해요.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죠?”그때 맹호군이 갑자기 고지호 교수을 바라보며 이 문제를 그에게 넘겼다.“지금 이런 상황에서 구해야 하나요, 구하지 말아야 하나요?”그는 말하면서 병상 쪽을 힐끔 보았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병상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 아이이니 몸집이 아주 작았다. 아이가 있는 의사들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살려요! 목숨인데 어떻게 살리지 않을 수가 있어요!”그때 한 사람이 말했다.“아이를 시험품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맞아요, 아이를 시험품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그때 고지호 교수이 머뭇거리며 말했다.“정상적인 절차에 따르면 수액을 맞아야 하고 치료해야 해요. 그리고 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