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요!”주현철이 모른다고 말하려던 순간 주효영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이상하게도 그녀를 보자 조증에 걸린 듯했던 진정기는 갑자기 진정되었고 그의 눈에는 짜증과 불안이 사라졌다.“주효영…….”“고모부, 연구소에 대해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주효영이 이렇게 말하더니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진정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주현철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따라가려고 했지만, 주효영이 호된 목소리로 그를 멈춰 세웠다.“기밀 사항이라 고모부에게만 말할 수 있어요!”“…….”주현철은 조금 화가 났다.‘내가 네 아비인데, 그까짓게 뭐라고 못 듣는다는 거야? 앞으로 내가 백신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될 텐데 말이야!’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마음속으로만 말했지 감히 주효영의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그는 요즘 진정기가 주효영의 말만 듣는다는 걸 잘 알았다. 이 계집애가 그에게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유익하기만 하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그까짓 기밀 사항은 안 들어도 그만이다.하지만 진가연은 달랐다. 원래 그녀는 옆에서 천천히 밥을 먹으며 구경하고 있었다.요즘 진가연은 자기의 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뭐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의 아버지는 예전과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며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딸에게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 차가워졌다.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진가연이 괜찮냐고 물으면 항상 괜찮다고 대답했다.지금과 같은 광기다운 모습은 가끔 있었지만, 그저 아빠가 변했다고만 생각했다. 전에 한소은이 자기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고 말했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기처럼 아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효영이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가연의 아버지는 마치 눈에 빛이 들어온 것 같았고 주효영의 말에 순종했다.두 사람이 서재로
서재 문이 닫혀 있었지만, 진가연은 포기할 수 없어 빠르게 서재로 달려갔다. 그녀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고 싶었다.서재 문에 다다랐을 때 안쪽에 문이 열렸다.주효영이 가슴에 팔을 감싸고 서서 진가연에게 말했다.“너, 왜 충고를 듣지 않는 거야?”그녀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진가연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진정기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고모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나가!”진정기는 굳은 얼굴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진가연에게 호통을 쳤다.“아빠, 혹시 언니가 아빠를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전 가연이에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딸 가연이라고요!”진가연은 눈앞에 있는 아버지를 보며 주효영이 자기의 아버지를 홀린 거라고만 생각했다.‘이대로 두면 안 돼. 아빠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해!’주효영은 그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돌아서서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난 급하지 않아요!”그녀의 말에 진정기는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앞으로 나아가 진가연의 손을 잡아당기고 돌아서서 그녀를 바깥쪽으로 힘껏 끌고 나갔다.진가연의 몸매가 뚱뚱하고 무거워 끌고 가기가 어려웠지만 진정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강한 체격에 있는 힘껏 그녀를 서재에서 게스트실까지 끌고 가 손을 탁 놓았다. “아…….”거대하고 강한 힘에 끌려 관성에 의해 격렬하게 던져진 진가연은 걷잡을 수 없이 앞으로 돌진했고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아파!”진가연은 넘어지는 곳마다 몸이 아파서 눈물이 쏟아졌다.지난번 낙상으로 인한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넘어지니 더욱 힘들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진정기에게 땅에 던져져 몸이 아팠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더 아팠다.진가연이 바닥에서 일어서기 전에 진정기가 게스트실 문을 쾅 닫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아빠, 아빠…….”딸이 애타게 외쳤지만, 진정기는 딸에게 관심을 조금도 주지 않고 밖에 있는 하인들에게 말했다.“내 명령 없이는 누구도 문
“나는 진정기입니다.”진정기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럼 저는 누구죠?”주효영은 자기 코를 가리키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몇 초 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진정기는 멈칫하다 대답했다.“주인님입니다.”“아니, 나를 주효영이라고 불러야 해요, 알겠죠? 내가 당신의 주인이니까 내 말을 들어야 해요. 그러니 밖에서는 날 주효영이라고 불러야 해요, 알았죠?”진정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주효영이 강조했다.그러자 진정기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좋아!”주효영은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아까 시킨 지령을 진정기 앞에서 다시 한번 반복하여 기억을 더 깊게 했다.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서재에서 나갔다.주현철은 밖에서 오래 기다리다 결국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고 코를 골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주현철!’이라는 외침이 들렸다.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깜짝 놀란 주현철은 소파에서 뒹굴며 일어나 진정기임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묻은 침을 닦으며 반사적으로 대답했다.“매형!”주현철은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프로젝트 기지로 가서 준비하라고 해. 효영이와 연구팀이 곧 입주할 거야. 프로젝트는 한시가 급해. 최대한 빨리 해야 해!”진정기는 소파에 앉아서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주현철은 멈칫하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네, 당장 사람을 시켜서 준비할게요!”그런 다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하지만 매형, 서류 작업은…….”“서류 작업은 내가 처리할 테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그의 말에 진정기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진정기가 이런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건 이미 주현철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네! 매형, 매형이 이렇게 말했으니, 안심되네요. 바로 가서 준비할 테니까 매형은 걱정하지 마세요. 꼭 완벽하게 준비할게요!”주현철은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하러 가려 했다. 주효영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효영아, 나랑 같이 갈 거야?”“아니요, 아직 고모
“뭘 인정해? 언니의 사악함, 비열함, 파렴치함을 인정하라는 거야?”진가연은 주효영을 등진 채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주효영의 잘난 척하는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 인정하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촌 언니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진가연의 비꼬는 말과 조롱에 대해 주효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네가 뭐라고 말하든 이 세상은 언제나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르고 있어. 아직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겠어? 능력이 강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직접 손에 쥐고 있는 것만이 진실한 거야!”“진실? 언니가 진실을 운운할 자격이 있긴 해?”진가연은 차갑게 웃었다.그녀의 눈물은 이미 말랐고 울음도 그쳤다.“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야. 고모부, 가연이는 최근 한소은이라는 여자에게 속아 넘어갔어요. 아주 말을 듣지 않고 있으니 잘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주효영은 진정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순간 진가연은 등골이 오싹했다.방금 자기의 아버지가 자신을 그렇게 대했다는 것에 마음이 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버지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정말 아빠는 주효영의 말을 듣는 걸까? 주효영의 말 한두 마디 때문에 정말 날 혼내려 할까?’“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진정기는 뜻밖에도 주효영에게 이렇게 물었다.“음…….”주효영은 곰곰이 생각했고, 진가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뒤돌아서서 바라보면서 아버지가 실제로 주효영에게 어떻게 순종하는지, 어떻게 자기를 가르칠 것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슬픔과 실망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는 진가연을 보며 주효영의 마음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했다.이것은 주효영이 보고 싶어 했던 것이었다. 주효영은 어렸을 때부터 진가연의 눈에서 빛이 나는 걸 보는 게 익숙했었다.처음에는 진가연은 예쁜 여자아이였다. 귀여운 외모에 예쁜 드레스를 입고 모든 사람의 눈에 작은 공주처럼 보였던 예쁜 어린 소녀였다.모두가 그녀를 사랑했고,
“아빠가 일을 마치면 바로 널 데리러 갈 거야. 너…….”임상언은 잠시 멈칫하며 말을 이어갔다.“아빠가 옆에 없어도 홀로 잘 챙기고. 넌 다 컸어, 알았지?”“알았어요!”임상언의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도 몸조심하세요!”이 말은 임상언이 눈물을 흘리게 할 뻔했다.임상언은 눈물을 겨우 참으며 마음속의 씁쓸함을 삼키고 또 삼켰다.“아들…….”그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도 전에 화면이 깜빡거리더니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아들! 아들!!!”임상언은 화면을 향해 달려갔지만, 화면은 이미 꺼졌고 아들의 귀여운 얼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임상언, 시간 다 되었어!”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있던 남자는 리모컨을 손에 쥐고 빛 아래로 걸어 나왔다.“약속한 대로 했으니, 당신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이 말을 뒤로하고 남자는 밖으로 나섰다.임상언은 하염없이 화면을 두드렸다. 이렇게 하면 아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렇게 하면 아들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하염없이 두드리기만 했다. “내 아들을 놔줘요! 그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크크크크크크…….”남자는 웃으며 소리쳤다.“날 바보로 생각하는 거야? 네 소중한 아들이 내 손에 없었다면 당신이 이렇게 순종할 수 있을까? 임상언,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 그런 쓸데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마.”“당신 아들은 내가 잘 돌보고 있어. 하지만 당신이 말을 잘 듣지 않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면 이 아이가 계속 이렇게 평화롭고 무사히 지낼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지!”남자가 협박하는 말에 임상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이전에 이 조직의 수단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남자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임상언의 검게 변한 얼굴을 본 남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상관없으니, 한소은을 데려와. 이 실험의 마지막
“서진 씨 좀 어때요?”의사에게도 물어봤었지만 경씨가 계속 김서진의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묻는 게 가장 빨랐다.“한 번도 깨어나지 않으셨어요.”경씨의 대답은 언제나 그랬듯이 간단했다.깨어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태가 악화한 것은 아니다. 그저 깊은 잠에 빠져 눈을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한소은은 한 손의 장갑을 벗고 손을 들어 김서진의 맥을 짚었다.전보다 평온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적이 심했다. 아직도 그의 몸이 허약하고 불안정하다는 뜻이다.김서진의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도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를 계속 지켰다.이 독소는 실로 이상했다.이리저리 잘 숨는 건 물론이고 때론 맥을 짚을 때 단번에 나타나기도 한다.한소은도 처음에는 이런 상황인 것을 몰랐다.그녀는 단순히 김서진의 몸속에 독소가 다 빠져나가 맥을 짚어도 찾지 못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김서진이 다시 발작을 일으켰을 때야 바이러스가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 바이러스는 생명과 생각이 있는 것처럼 숨어서 면역 계통을 피하고 자신을 위장하였는데 능했다. 이렇게 사람들과 열심히 투쟁 중이다.손을 다시 거둔 한소은은 마음속에 짐작이 조금갔다. 소독약으로 손을 깨끗이 씻고 장갑을 다시 끼고서야 경씨에게 시선을 옮겼다.경씨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서진을 지키고 있었다.“안 피곤해요? 여긴 서진 씨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가서 쉬셔도 되는데.”“괜찮아요.”경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래도 쉴 땐 쉬어야죠.”한소은이 그를 타이르며 말했다.“서진 씨가 깨어나지 않았는데 당신까지 쓰러질까 봐 겁나요.”“산에서 살 때 사냥을 라면 삼일동안 잠을 자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경씨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전쟁할 때도…….”말이 입까지 나오다 다시 멈추었다. 얼핏 들은 한소은은 깜짝 놀랐다.“전쟁터에 나갔었어요?”그러자 경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래전 일이에요.”그가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자, 한소은
“미안한데, 그럴 시간이 없어요!”한소은은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X 부서로 가려고 했다.하지만 임상언은 그녀의 손목을 획 잡아당겼다.“심각한 문제에요.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해요.”고개를 숙여 당겨진 손목을 바라보던 한소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내가 무술을 할 줄 안다는 걸 알면서 이러는 건 일부러 내가 당신에게 손을 대게 만들려는 건 아니겠죠?”한소은의 눈을 바라보며 임상언은 천천히 손가락을 풀었고, 한소은은 즉시 돌아서서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연구소의 비밀을 알고 싶지 않으세요?”갑자기 임상언이 그녀의 뒤에서 물었다.발걸음을 멈춘 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예요?”“그럼 김서진이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도 알고 싶지 않은 거죠?”그의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한소은의 발목을 붙잡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김서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김서진이 이 병원으로 오면서까지 보안에 그렇게 신경을 썼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한소은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 아직 임상언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지만, 결국 그는 진실에 가까웠고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다만…… 그를 믿어야 할지 말지 조금 머뭇거렸다.정말 그가 진실을 말해줄지, 아니면 함정을 파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냥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가까운 곳,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요. 여기서 얘기하기는 불편하니까!”임상언은 한소은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봐 진심이라고 장담하듯히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은 무술을 할 줄 알잖아요. 내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거예요.”한소은은 생각해 보니 말이 되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가요.”마침 병원 근처에 식당이 있었다.너무 급한 나머지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던 지라 임상언과 얘기를 나누면서 뭐라도 조금 먹을 생각이었다.자리에 앉은 한소은은 무심코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
“이 연구소는 그냥 쪼개져 나온 분신일 뿐, 진짜 기지는 해외에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임상언은 빙 둘러 아주 미묘하게 말했다.정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한소은은 그 말을 알아들었다.“이곳에 있는 건 그중 한 지점에 불과하고 진짜 본체는 해외에 있다는 말인가요?”임상언이 고개를 신중하게 끄덕이며 말했다.“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보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해서 우리가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한소은 씨, 더 이상 조사하지 마요. 계속 조사하면 당신이 위험할 수 있어요.”“그럼 내가 그만 조사하게 하려고 이 모든 얘기를 내게 털어놓는 건가요?” 한소은은 웃으며 조롱하듯 말했다.“아니에요!”임상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어요.”“거래?”“연구실도 돌아가서 실험을 계속하세요. 이번에는 더 깊은 프로젝트에 접촉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실험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생각하지 말고 실험에만 집중해 줘요!”“그렇다면 대가는?”한소은은 궁금했다. 거래인 만큼 당연히 교환 조건이 있을 테니까.임상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김서진이 감염된 바이러스 샘플을 줄게요. 그것으로 김서진을 살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그의 말을 들은 한소은은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해독제도 아니고 고작 바이러스 샘플을 준다고요?”‘정말 말 같지도 않네!’그녀는 적어도 해독제를 조건으로 내걸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바이러스 샘플이라니! 그렇다는 건 스스로 해독제를 만들라는 말이다.만약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들과 상관이 없다고 잡아뗄 예정인가 보다.그렇게 되면 김서진을 살리지 못해도 계약으로 인해 계속 그들을 도와 실험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역시 비즈니스 하는 사람은 자기의 이익만 생각할 줄 아는구나!’잠시 침묵하던 임상언이 천천히 말했다. “사실 이 바이러스는 아직 해독제가 없어요.” “뭐라고요?!”너무 놀란 한소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테이블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