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멍해졌다.자신이 이 옷을 입고 아버지 집에 나타난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가벼운 기침 소리와 함께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사실......사부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할아버지:"???"그는 단지 아웃사이더와 추천인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이 양쪽은 모두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잠시 후에 그가 조용히 안정되지 않도록 했다."어?" 고 주임은 담담하게 읊조렸다.한소은은 말했다."사부님이 최근 바깥의 역병이 매우 심하다고 말씀하셨어요. 비록 국내에는 아직 아무런 상황이 없지만 전염의 속도가 아주 빠르고 또 무증상이 있어요. 제가 온 이상 좀 조심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그러므로 사실 이 역병을 이해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사부님의 어르신이에요. 나도 사부님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은 당신이 책임을 면할 수 없어요!"할아버지 "???"옆에 있던 어떤 의사는 찬성하여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원 어르신, 당신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우리 부서와 협력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심하세요, 만약 중의학 측이 먼저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사실을 숨기지 않을 것이고 공로를 빼앗을 것이며 반드시 세상 사람들이 밝힌 것처럼 될 것입니다!"“......”“......”그는 언제 공로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고 또 언제 이런 말을 했는가.한소은의 눈에서 교활한 눈빛을 보고 곧 이 계집애가 그의 허락도 맡지 않고 먼저 그녀의 신분을 공개하고 또 그녀를 남 앞에 밀어붙이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계집애도 너무 뒤끝이 있었다.두 젊은 젊은이의 핍박에 어르신은 몸을 똑바로 펴고 기침을 두 번 하며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도와주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말......콜록......"그는 두 번 기침을 하면 말했다."도저히 나이가 많아서 안되겠어! 특히 이번 전염병에 관한 뉴스를 보았고 동료들과도
"그런데......"모 의사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다시 고 주임에게 가로막혔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강요하지 않을게요. 이것은 자원적인 것이고 저도 원 어르신의 안목과 의견을 존중해요. 한소은 씨가 우리와 즐겁게 협력할 수 있다고 믿을게요!"그는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이는 초청을 보낸 것이다.한소은도 마찬가지로 그를 보고 몇 초 동안 읊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앞으로 모두가 즐겁게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주임님......"의사는 여전히 원 어르신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분명히 고 주임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비밀 유지 계약서를 꺼내서 한소은 씨에게 보여주자.""........."의사는 내키지 않았지만 명령대로 비밀 유지 계약서를 꺼내 건네주었다.한소은은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받아 고 주임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다른 뜻은 없어요. X부문에 들어가면 모두 이런 협의를 체결해야 해요. 사업 특성상 이해 바랍니다.”대충 힐끗 쳐다보았지만 한소은은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아주 상세하고 명확하면서도 간단한 협의였다. 그는 펜을 들고 재빨리 자신의 이름에 서명하고 다시 건네주었다."오늘 저녁 8시에 한소은 씨가 부서에 와서 보도해야 하는데 괜찮죠?" 고 주임이 이어서 물었다."오늘 밤이요?!"한소은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서 놀랬다.옆에 있던 할아버지도 놀랬다."그렇지...너무 빠르지?""사실, 느린편이에요." 그들의 말을 바로잡자 고 주임은 이렇게 말했다."프로젝트가 매우 긴급하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어요. 만약 저희가 한소은 씨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좀 더 준비할 시간을 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만 저희는 한소은 씨가 지금 우리와 함께 돌아갈 수 있기를 더 바래요.한소은은 사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특수한 상황이라서 연구해야 할거면 빠를수록 좋다. 하루라도 더 방법을 연구하면 희망의 확률을 볼 수 있다.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그녀는 확실하게 알고 있어서
“알아. 우리 귀여운 제자는 스승인 내 말을 잘 듣는다는 거!”원 어르신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걱정이 가득한 한소은의 얼굴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네 그 바보 같은 남편은 상황이 좀 어때?”“상태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며칠 동안 발생했던 일, 김서진의 맥을 짚어본 결과와 그의 상태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피검사 결과에 대해 원 어르신에게 하나하나 설명했다.가장 재미가 있는 건 피검사 결과 김서진의 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저 맥을 짚었을 때에만 내장이 바이러스에 침투된 것을 알 수 있다.그렇다는 건 과학적인 기계로는 이 바이러스를 찾아낼수 없다는 것이다.“들어보니 재미가 있네!”옆에서 진지하게 한소은의 말을 듣던 원 어르신이 고민하다 말했다.이렇게 말하고 나서 말이 헛나왔다는 걸 깨달은 듯 한소은을 힐긋 보며 말했다.“난 그런 뜻이 아니라…… 네 말을 들어보니 이 바이러스는 과학적인 기계를 대비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바이러스 같다는 말이야. 아니면, 혹시 하늘이 인간을 멸망시키려 새로운 병을 만들어 낸 건가?”“이건 인위적인 거예요. 하늘이 만들어 냈을 리가 없잖아요.”한소은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의학을 배워왔으니, 이게 하늘의 뜻인지 인간의 죄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인류에게 이렇게 큰 위협이 될 바이러스를 아직 어떤 바이러스인지 알아내지 못했고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니 한소은은 머리가 아팠다.“그럼 더욱 재미가 있는 거지! 인위적으로 이런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그 사람이 인류를 해치려 하는 사람이었어도 원 어르신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 쓸데없는 말 좀 그만 해요! 스승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한소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을 하는 스승님이 조금 얄밉기도 했다.하지만 원 어르신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었다.“네가 말한것으로 볼 때, 네 남편
“이 부서는 신비롭다고 말하면 또 그렇게 신비로운 것도 아니고, 신비롭지 않다고 말하면 또 신비롭기도 해!”원 어르신은 에둘러 말하기 시작했다.한소은은 그를 한번 노려보았다. 그러자 원 어르신이 말을 이어갔다.“사실, 너도 알아들었을 거야. 이 부서는 전염병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야.”“기이한 문제?!”원 어르신의 말에 한소은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의사들이 기이한 일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한 원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니, 아니, 아니? 거기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있어. 건축가, 특수부대 등등 네가 생각해 내지 못한 사람들도 다 있는 부서야! 결론은 여러 가지 분야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라 생각하면 돼!”이렇게 말하면서 원 어르신은 미소를 지었다.“그러고 보면 너도 엘리트지.”한소은은 그에게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네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헤헤헤…….”원 어르신은 그녀가 괴상한 말투로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이 부서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 아마 내가 40대일 때이었나?? 날 그 부서로 들이고 싶어 했어. 하지만 너도 내 성격을 잘 알잖니. 하루 종일 그 작은 연구실에 박혀있다면 질색해 죽고 말았을 거야! 그래서 거절했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날 찾아올 줄은 몰랐네.”“그래서 날 팔아먹은 거예요?”한소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가 나서 말했다.“그게 무슨 팔아먹은 거냐? 추천을 한 거잖아, 추천을! 재능 있는 사람을 좋은 시설에 보낸 거라고!”원 어르신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그래요. 스승님은 그 작은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연구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그러고 싶다는 거죠?”한소은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지 투덜거렸다.‘진작 말해줬으면 내가 이러지도 않지.’그러자 원 어르신은 두 손을 들어 올
두 사람은 마주 섰지만, 한동안 말이 없었고 분위기는 조금 이상했다.“너…….”한소은은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오이연에게 물었다.“뭐 하는 거야?”“…….”“날 미행했어?”“…….”오이연은 여전히 답변이 없었다.고개를 숙이고 정신이 어딘가에 팔린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소은은 한숨을 푹 쉬고 다시 물었다.“서한 씨 때문에?”그제야 오이연은 고개를 들어 한소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김서진 씨가 돌아오셨잖아?”한소은은 오이연이 이런 걸 왜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서한 씨에 대해 묻지 않고 김서진에 관해 묻자, 한소은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응. 왜?”“내가 만나볼 수 있을까?”오이연은 계속해서 물었다.“안 돼!”이번에 한소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다른 이유는 아니었지만, 현재 김서진의 몸 상태로 봐서는 가능한 한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김서진의 할머니에게도 이 사실을 숨겼다.괜히 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하러 올까 봐서 걱정이었다. 나이도 많으신 분이 혹시라도 바이러스의 감염이라도 된다면 큰일이다.전염성이 있는 병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왜 안 돼? 그냥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오이연은 의외로 고집을 부렸다.“대답만 듣고 금방 갈게.”“지금 그이 몸 상태로는 네 물음에 대답할 수 없을 거야.” 한소은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오이연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어쨌든 서한 씨에 관한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할게!”한소은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녀가 여전히 서한이 걱정되어 김서진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짐작했다.한소은이 손을 들어 오이연의 어깨를 두드리려 했지만, 그녀는 피했다.오이연은 옆으로 몸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필요 없어.”그녀의 대답에 한소은은 어리둥절했다.“그게 무슨 말이야?”“아무것도 아니야. 내게 말하고 싶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숨길 필요 없어.”오이
“꼭 선택해야 한다면?!”오이연은 항상 상냥하기도 모든 일에 담담하게 대하는 성격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난데없이 고집을 부렸다.“만약 나와 김서진 씨가 서로 맞은편에 서서 서로의 적이 된다면…….”오이연은 말하면 할수록 불안해하고 화가 났다.“그럴 리가 없잖아!”한소은은 그녀를 가로막으며 말했다.“너희 두 사람이 적이 되게 두지 않을 거야!”“너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잖아. 서진 씨는 더욱 그런 사람이 아니야. 만약 두 사람이 무슨 모순이 생겼다면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 것일 거야.”“난 두 사람의 오해를 풀려고 노력할 거고! 두 사람 모두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야. 그런데 어떻게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 거야?”한소은은 한숨을 푹 쉬고 말을 이어갔다.“이연아, 요즘 서한 씨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거 잘 알아. 하지만 날 믿어줘. 내가 꼭 도와줄 거니까!”그러나 오이연은 과거처럼 한소은의 말에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언니는 그러지 않을 거야. 예전에는 감정이 모든 걸 다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제 알겠더라.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은 다 이기적인 거야. 미안해, 소은 언니. 나도 이기적인 사람이야. 어떤 일에 대해서는 난 나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어. 미안해!”오이연은 이렇게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떨어졌다.한소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말을 알아듣기도 전에 오이연은 갑자기 돌아서서 다시 차에 올라타더니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소은은 혼란스러워했다.‘그래서 이 말을 하려고 날 미행하면서까지 여기서 기다렸다고?’‘아, 아니지. 서진 씨를 만나고 싶다고 했었지. 하지만 내가 거절했고. 그런데 이연이의 상태가 너무 이상해. 마치 서진 씨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거 같았어.’그녀를 쫓아가 다시 물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한소은은 서둘러 짐을 챙기고 다시 병원에 갔다가
“왔어요!”주현철이 모른다고 말하려던 순간 주효영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이상하게도 그녀를 보자 조증에 걸린 듯했던 진정기는 갑자기 진정되었고 그의 눈에는 짜증과 불안이 사라졌다.“주효영…….”“고모부, 연구소에 대해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주효영이 이렇게 말하더니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진정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주현철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따라가려고 했지만, 주효영이 호된 목소리로 그를 멈춰 세웠다.“기밀 사항이라 고모부에게만 말할 수 있어요!”“…….”주현철은 조금 화가 났다.‘내가 네 아비인데, 그까짓게 뭐라고 못 듣는다는 거야? 앞으로 내가 백신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될 텐데 말이야!’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마음속으로만 말했지 감히 주효영의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그는 요즘 진정기가 주효영의 말만 듣는다는 걸 잘 알았다. 이 계집애가 그에게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유익하기만 하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그까짓 기밀 사항은 안 들어도 그만이다.하지만 진가연은 달랐다. 원래 그녀는 옆에서 천천히 밥을 먹으며 구경하고 있었다.요즘 진가연은 자기의 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뭐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의 아버지는 예전과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며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딸에게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 차가워졌다.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진가연이 괜찮냐고 물으면 항상 괜찮다고 대답했다.지금과 같은 광기다운 모습은 가끔 있었지만, 그저 아빠가 변했다고만 생각했다. 전에 한소은이 자기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고 말했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기처럼 아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효영이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가연의 아버지는 마치 눈에 빛이 들어온 것 같았고 주효영의 말에 순종했다.두 사람이 서재로
서재 문이 닫혀 있었지만, 진가연은 포기할 수 없어 빠르게 서재로 달려갔다. 그녀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고 싶었다.서재 문에 다다랐을 때 안쪽에 문이 열렸다.주효영이 가슴에 팔을 감싸고 서서 진가연에게 말했다.“너, 왜 충고를 듣지 않는 거야?”그녀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진가연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진정기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고모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나가!”진정기는 굳은 얼굴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진가연에게 호통을 쳤다.“아빠, 혹시 언니가 아빠를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전 가연이에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딸 가연이라고요!”진가연은 눈앞에 있는 아버지를 보며 주효영이 자기의 아버지를 홀린 거라고만 생각했다.‘이대로 두면 안 돼. 아빠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해!’주효영은 그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돌아서서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난 급하지 않아요!”그녀의 말에 진정기는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앞으로 나아가 진가연의 손을 잡아당기고 돌아서서 그녀를 바깥쪽으로 힘껏 끌고 나갔다.진가연의 몸매가 뚱뚱하고 무거워 끌고 가기가 어려웠지만 진정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강한 체격에 있는 힘껏 그녀를 서재에서 게스트실까지 끌고 가 손을 탁 놓았다. “아…….”거대하고 강한 힘에 끌려 관성에 의해 격렬하게 던져진 진가연은 걷잡을 수 없이 앞으로 돌진했고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아파!”진가연은 넘어지는 곳마다 몸이 아파서 눈물이 쏟아졌다.지난번 낙상으로 인한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넘어지니 더욱 힘들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진정기에게 땅에 던져져 몸이 아팠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더 아팠다.진가연이 바닥에서 일어서기 전에 진정기가 게스트실 문을 쾅 닫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아빠, 아빠…….”딸이 애타게 외쳤지만, 진정기는 딸에게 관심을 조금도 주지 않고 밖에 있는 하인들에게 말했다.“내 명령 없이는 누구도 문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