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모 의사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다시 고 주임에게 가로막혔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강요하지 않을게요. 이것은 자원적인 것이고 저도 원 어르신의 안목과 의견을 존중해요. 한소은 씨가 우리와 즐겁게 협력할 수 있다고 믿을게요!"그는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이는 초청을 보낸 것이다.한소은도 마찬가지로 그를 보고 몇 초 동안 읊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앞으로 모두가 즐겁게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주임님......"의사는 여전히 원 어르신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분명히 고 주임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비밀 유지 계약서를 꺼내서 한소은 씨에게 보여주자.""........."의사는 내키지 않았지만 명령대로 비밀 유지 계약서를 꺼내 건네주었다.한소은은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받아 고 주임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다른 뜻은 없어요. X부문에 들어가면 모두 이런 협의를 체결해야 해요. 사업 특성상 이해 바랍니다.”대충 힐끗 쳐다보았지만 한소은은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아주 상세하고 명확하면서도 간단한 협의였다. 그는 펜을 들고 재빨리 자신의 이름에 서명하고 다시 건네주었다."오늘 저녁 8시에 한소은 씨가 부서에 와서 보도해야 하는데 괜찮죠?" 고 주임이 이어서 물었다."오늘 밤이요?!"한소은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서 놀랬다.옆에 있던 할아버지도 놀랬다."그렇지...너무 빠르지?""사실, 느린편이에요." 그들의 말을 바로잡자 고 주임은 이렇게 말했다."프로젝트가 매우 긴급하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어요. 만약 저희가 한소은 씨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좀 더 준비할 시간을 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만 저희는 한소은 씨가 지금 우리와 함께 돌아갈 수 있기를 더 바래요.한소은은 사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특수한 상황이라서 연구해야 할거면 빠를수록 좋다. 하루라도 더 방법을 연구하면 희망의 확률을 볼 수 있다.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그녀는 확실하게 알고 있어서
“알아. 우리 귀여운 제자는 스승인 내 말을 잘 듣는다는 거!”원 어르신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걱정이 가득한 한소은의 얼굴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네 그 바보 같은 남편은 상황이 좀 어때?”“상태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며칠 동안 발생했던 일, 김서진의 맥을 짚어본 결과와 그의 상태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피검사 결과에 대해 원 어르신에게 하나하나 설명했다.가장 재미가 있는 건 피검사 결과 김서진의 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저 맥을 짚었을 때에만 내장이 바이러스에 침투된 것을 알 수 있다.그렇다는 건 과학적인 기계로는 이 바이러스를 찾아낼수 없다는 것이다.“들어보니 재미가 있네!”옆에서 진지하게 한소은의 말을 듣던 원 어르신이 고민하다 말했다.이렇게 말하고 나서 말이 헛나왔다는 걸 깨달은 듯 한소은을 힐긋 보며 말했다.“난 그런 뜻이 아니라…… 네 말을 들어보니 이 바이러스는 과학적인 기계를 대비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바이러스 같다는 말이야. 아니면, 혹시 하늘이 인간을 멸망시키려 새로운 병을 만들어 낸 건가?”“이건 인위적인 거예요. 하늘이 만들어 냈을 리가 없잖아요.”한소은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의학을 배워왔으니, 이게 하늘의 뜻인지 인간의 죄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인류에게 이렇게 큰 위협이 될 바이러스를 아직 어떤 바이러스인지 알아내지 못했고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니 한소은은 머리가 아팠다.“그럼 더욱 재미가 있는 거지! 인위적으로 이런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그 사람이 인류를 해치려 하는 사람이었어도 원 어르신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 쓸데없는 말 좀 그만 해요! 스승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한소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을 하는 스승님이 조금 얄밉기도 했다.하지만 원 어르신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었다.“네가 말한것으로 볼 때, 네 남편
“이 부서는 신비롭다고 말하면 또 그렇게 신비로운 것도 아니고, 신비롭지 않다고 말하면 또 신비롭기도 해!”원 어르신은 에둘러 말하기 시작했다.한소은은 그를 한번 노려보았다. 그러자 원 어르신이 말을 이어갔다.“사실, 너도 알아들었을 거야. 이 부서는 전염병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야.”“기이한 문제?!”원 어르신의 말에 한소은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의사들이 기이한 일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한 원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니, 아니, 아니? 거기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있어. 건축가, 특수부대 등등 네가 생각해 내지 못한 사람들도 다 있는 부서야! 결론은 여러 가지 분야의 엘리트들이 모인 곳이라 생각하면 돼!”이렇게 말하면서 원 어르신은 미소를 지었다.“그러고 보면 너도 엘리트지.”한소은은 그에게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네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헤헤헤…….”원 어르신은 그녀가 괴상한 말투로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이 부서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 아마 내가 40대일 때이었나?? 날 그 부서로 들이고 싶어 했어. 하지만 너도 내 성격을 잘 알잖니. 하루 종일 그 작은 연구실에 박혀있다면 질색해 죽고 말았을 거야! 그래서 거절했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날 찾아올 줄은 몰랐네.”“그래서 날 팔아먹은 거예요?”한소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가 나서 말했다.“그게 무슨 팔아먹은 거냐? 추천을 한 거잖아, 추천을! 재능 있는 사람을 좋은 시설에 보낸 거라고!”원 어르신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그래요. 스승님은 그 작은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연구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그러고 싶다는 거죠?”한소은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지 투덜거렸다.‘진작 말해줬으면 내가 이러지도 않지.’그러자 원 어르신은 두 손을 들어 올
두 사람은 마주 섰지만, 한동안 말이 없었고 분위기는 조금 이상했다.“너…….”한소은은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오이연에게 물었다.“뭐 하는 거야?”“…….”“날 미행했어?”“…….”오이연은 여전히 답변이 없었다.고개를 숙이고 정신이 어딘가에 팔린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한소은은 한숨을 푹 쉬고 다시 물었다.“서한 씨 때문에?”그제야 오이연은 고개를 들어 한소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 김서진 씨가 돌아오셨잖아?”한소은은 오이연이 이런 걸 왜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서한 씨에 대해 묻지 않고 김서진에 관해 묻자, 한소은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응. 왜?”“내가 만나볼 수 있을까?”오이연은 계속해서 물었다.“안 돼!”이번에 한소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다른 이유는 아니었지만, 현재 김서진의 몸 상태로 봐서는 가능한 한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김서진의 할머니에게도 이 사실을 숨겼다.괜히 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하러 올까 봐서 걱정이었다. 나이도 많으신 분이 혹시라도 바이러스의 감염이라도 된다면 큰일이다.전염성이 있는 병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왜 안 돼? 그냥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오이연은 의외로 고집을 부렸다.“대답만 듣고 금방 갈게.”“지금 그이 몸 상태로는 네 물음에 대답할 수 없을 거야.” 한소은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오이연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어쨌든 서한 씨에 관한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할게!”한소은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녀가 여전히 서한이 걱정되어 김서진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짐작했다.한소은이 손을 들어 오이연의 어깨를 두드리려 했지만, 그녀는 피했다.오이연은 옆으로 몸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필요 없어.”그녀의 대답에 한소은은 어리둥절했다.“그게 무슨 말이야?”“아무것도 아니야. 내게 말하고 싶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숨길 필요 없어.”오이
“꼭 선택해야 한다면?!”오이연은 항상 상냥하기도 모든 일에 담담하게 대하는 성격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난데없이 고집을 부렸다.“만약 나와 김서진 씨가 서로 맞은편에 서서 서로의 적이 된다면…….”오이연은 말하면 할수록 불안해하고 화가 났다.“그럴 리가 없잖아!”한소은은 그녀를 가로막으며 말했다.“너희 두 사람이 적이 되게 두지 않을 거야!”“너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잖아. 서진 씨는 더욱 그런 사람이 아니야. 만약 두 사람이 무슨 모순이 생겼다면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 것일 거야.”“난 두 사람의 오해를 풀려고 노력할 거고! 두 사람 모두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야. 그런데 어떻게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 거야?”한소은은 한숨을 푹 쉬고 말을 이어갔다.“이연아, 요즘 서한 씨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거 잘 알아. 하지만 날 믿어줘. 내가 꼭 도와줄 거니까!”그러나 오이연은 과거처럼 한소은의 말에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언니는 그러지 않을 거야. 예전에는 감정이 모든 걸 다 초월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제 알겠더라.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은 다 이기적인 거야. 미안해, 소은 언니. 나도 이기적인 사람이야. 어떤 일에 대해서는 난 나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어. 미안해!”오이연은 이렇게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떨어졌다.한소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말을 알아듣기도 전에 오이연은 갑자기 돌아서서 다시 차에 올라타더니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소은은 혼란스러워했다.‘그래서 이 말을 하려고 날 미행하면서까지 여기서 기다렸다고?’‘아, 아니지. 서진 씨를 만나고 싶다고 했었지. 하지만 내가 거절했고. 그런데 이연이의 상태가 너무 이상해. 마치 서진 씨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거 같았어.’그녀를 쫓아가 다시 물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한소은은 서둘러 짐을 챙기고 다시 병원에 갔다가
“왔어요!”주현철이 모른다고 말하려던 순간 주효영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이상하게도 그녀를 보자 조증에 걸린 듯했던 진정기는 갑자기 진정되었고 그의 눈에는 짜증과 불안이 사라졌다.“주효영…….”“고모부, 연구소에 대해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주효영이 이렇게 말하더니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진정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주현철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따라가려고 했지만, 주효영이 호된 목소리로 그를 멈춰 세웠다.“기밀 사항이라 고모부에게만 말할 수 있어요!”“…….”주현철은 조금 화가 났다.‘내가 네 아비인데, 그까짓게 뭐라고 못 듣는다는 거야? 앞으로 내가 백신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될 텐데 말이야!’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마음속으로만 말했지 감히 주효영의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그는 요즘 진정기가 주효영의 말만 듣는다는 걸 잘 알았다. 이 계집애가 그에게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유익하기만 하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그까짓 기밀 사항은 안 들어도 그만이다.하지만 진가연은 달랐다. 원래 그녀는 옆에서 천천히 밥을 먹으며 구경하고 있었다.요즘 진가연은 자기의 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뭐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의 아버지는 예전과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며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딸에게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더 차가워졌다.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진가연이 괜찮냐고 물으면 항상 괜찮다고 대답했다.지금과 같은 광기다운 모습은 가끔 있었지만, 그저 아빠가 변했다고만 생각했다. 전에 한소은이 자기에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고 말했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기처럼 아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효영이 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가연의 아버지는 마치 눈에 빛이 들어온 것 같았고 주효영의 말에 순종했다.두 사람이 서재로
서재 문이 닫혀 있었지만, 진가연은 포기할 수 없어 빠르게 서재로 달려갔다. 그녀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고 싶었다.서재 문에 다다랐을 때 안쪽에 문이 열렸다.주효영이 가슴에 팔을 감싸고 서서 진가연에게 말했다.“너, 왜 충고를 듣지 않는 거야?”그녀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진가연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진정기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고모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나가!”진정기는 굳은 얼굴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진가연에게 호통을 쳤다.“아빠, 혹시 언니가 아빠를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전 가연이에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딸 가연이라고요!”진가연은 눈앞에 있는 아버지를 보며 주효영이 자기의 아버지를 홀린 거라고만 생각했다.‘이대로 두면 안 돼. 아빠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해!’주효영은 그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돌아서서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난 급하지 않아요!”그녀의 말에 진정기는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 앞으로 나아가 진가연의 손을 잡아당기고 돌아서서 그녀를 바깥쪽으로 힘껏 끌고 나갔다.진가연의 몸매가 뚱뚱하고 무거워 끌고 가기가 어려웠지만 진정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강한 체격에 있는 힘껏 그녀를 서재에서 게스트실까지 끌고 가 손을 탁 놓았다. “아…….”거대하고 강한 힘에 끌려 관성에 의해 격렬하게 던져진 진가연은 걷잡을 수 없이 앞으로 돌진했고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아파!”진가연은 넘어지는 곳마다 몸이 아파서 눈물이 쏟아졌다.지난번 낙상으로 인한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넘어지니 더욱 힘들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진정기에게 땅에 던져져 몸이 아팠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더 아팠다.진가연이 바닥에서 일어서기 전에 진정기가 게스트실 문을 쾅 닫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아빠, 아빠…….”딸이 애타게 외쳤지만, 진정기는 딸에게 관심을 조금도 주지 않고 밖에 있는 하인들에게 말했다.“내 명령 없이는 누구도 문
“나는 진정기입니다.”진정기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럼 저는 누구죠?”주효영은 자기 코를 가리키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몇 초 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진정기는 멈칫하다 대답했다.“주인님입니다.”“아니, 나를 주효영이라고 불러야 해요, 알겠죠? 내가 당신의 주인이니까 내 말을 들어야 해요. 그러니 밖에서는 날 주효영이라고 불러야 해요, 알았죠?”진정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주효영이 강조했다.그러자 진정기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좋아!”주효영은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아까 시킨 지령을 진정기 앞에서 다시 한번 반복하여 기억을 더 깊게 했다.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서재에서 나갔다.주현철은 밖에서 오래 기다리다 결국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고 코를 골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주현철!’이라는 외침이 들렸다.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깜짝 놀란 주현철은 소파에서 뒹굴며 일어나 진정기임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묻은 침을 닦으며 반사적으로 대답했다.“매형!”주현철은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프로젝트 기지로 가서 준비하라고 해. 효영이와 연구팀이 곧 입주할 거야. 프로젝트는 한시가 급해. 최대한 빨리 해야 해!”진정기는 소파에 앉아서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주현철은 멈칫하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네, 당장 사람을 시켜서 준비할게요!”그런 다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하지만 매형, 서류 작업은…….”“서류 작업은 내가 처리할 테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그의 말에 진정기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진정기가 이런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건 이미 주현철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네! 매형, 매형이 이렇게 말했으니, 안심되네요. 바로 가서 준비할 테니까 매형은 걱정하지 마세요. 꼭 완벽하게 준비할게요!”주현철은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하러 가려 했다. 주효영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효영아, 나랑 같이 갈 거야?”“아니요, 아직 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