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부인은 자신을 칭찬하며 진가연 앞에서 모두 자기의 공로라고 표현하고 싶었다.만약 자신이 아니었다면 진가연이 오늘 이렇게 살이 빠지지도 못했고 얼굴에 혈색이 돌 만큼 건강해지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걸 알게 하고 싶었다.어쨌든 진정기는 그들에게 큰 신세를 졌다! 프로젝트 건에 대한 설명이 있을 때까지는 끝날 수 없다!"그 약을 꾸준히 먹었다면 지금 이런 모습이 아니었겠지."주효영은 진가연을 곁눈으로 흘겨보고 차갑게 미소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러자 진가연이 주 부인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곧게 펴더니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주효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지금의 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거야? 신의가 내게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효과가 어때야 하는 건지 언니가 어떻게 알아? 혹시 언니도 의술을 할 줄 아는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주 부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멈칫하더니 해명했다."그래도 네 언니는 오랫동안 의학 공부를 했잖니, 기억 안 나?”"언니가 배운 건 서양의학이잖아요."진가연이 주 부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하지만 언니가 언제 한의학을 배웠고 이렇게 대단한 의술을 가지게 된 거죠?”"넌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공부도 제대로 안 했는데 뭘 알겠어?"주효영은 진가연과 대화할 때 조금도 그녀의 체면을 봐주려 하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주효영은 진가연과 친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니 동생 하는 그런 애틋한 감정이 없었다. 진가연도 어렸을 때부터 주효영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왜 자기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때의 진가연은 지금처럼 살이 많이 쪄 몸매가 변한 상태는 아니었다. 어디를 가나 통통해서 귀엽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그 시절 그녀는 주효영과 놀고 싶었고 사촌 언니와 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주효영은 항상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말투도 차가웠다.주효영이 계속 차갑게 대하자 진가연도 더 이상 주동적으로 그녀에게 달갑게 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효영아
“그 말 못 들어 봤니? 새엄마가 있으면 새 아빠도 있다고! 전에 네 아빠가 널 얼마나 예뻐해도 새엄마가 들어오면 네가 편한 날이 있을 거 같아?”주 부인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진가연을 타일렀다.“게다가 그 여자가 무슨 심보로 너희 집에 들어오는지도 모르잖아! 분명 네 아빠의 권력과 돈을 보고 온 것일 거야! 네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한다면 앞으로 혼자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해!”"맞아!"옆에 있던 주현철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게다가 이렇게 신경도 안 쓰는 것처럼 말하면 죽은 네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우리 엄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어요. 엄마가 하늘나라에 계신다면 아빠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 말을 머뭇거리다 진가연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외숙모와 외삼촌, 우리 아빠의 개인적인 일에 너무 간섭하는 거 아닌가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제가 아니라 아빠한테 가서 얘기하는 게 더 맞는 거 같네요.""그게 ……"주씨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다 주 부인이 먼저 진가연의 팔을 잡아당겼다."바보 같은 계집애야. 네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네 아빠가 아직도 우리 말을 들을 거 같아? 우리는 너의 외숙모고, 외삼촌이야. 우리도 너를 위해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좋은 마음으로 말한 거 알아요. 그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전 이제 혼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컸어요."진가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주효영은 조바심이 났다.진정기가 다른 여자를 찾았는지. 진가연에게 새엄마가 생길지 아닌지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연필꽂이 안에 있는 것뿐이었다."진가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내 물건은 대체 어디 있어?"그녀는 눈썹을 한껏 찌푸리며 조급하게 말했다."방금도 말했었잖아. 난 언니의 연필꽂이를 본 적도 없고, 언니 방에 들어가 본 적도 없어."진가연은 주효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주효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번 켜고 말했다."그래, 네
"가연아!"그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더니 서류 가방을 소파에 버리고 몸을 숙인 채 긴장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진가연의 이마에 상처를 입어서 피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눈을 반쯤 뜨고 자기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아빠…….""말하지 마. 병원에 가자!"진정기는 긴장하면서도 안쓰러운 표정이었다."언니……."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계단 위에 있는 주효영을 쳐다보았다.주효영은 원래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진정기의 목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계단 위에 서 있던 주효영은 아주 갑작스럽게 진가연한테 호명되었다.진정기는 진가연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조카가 눈에 들어왔다.진정기의 눈빛에 주효영은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고모부.""흥!"진정기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자기 딸을 안아 들려고 했다.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그런지 그는 진가연을 안아 들지 못했다."아무도 없어?"그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아빠, 저 괜찮아요!"진가연은 몸부림을 치며 일어서려고 했다. 몸과 머리가 좀 아픈 것 외에는 그녀는 심하기 불편한 데 없었다."가만있어! 움직이지 말고!"진정기는 낮은 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러자 도우미들이 달려와 그녀를 들고 밖에 있는 차에 태웠다.진정기가 차에 탔을 때, 기사는 아주 눈치 빠르게 이미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주 부인도 같이 차에 타려고 했다."형부,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하지만 진정기는 이미 손으로 차 문을 막으며 차갑게 말했다."됐어!"차 문이 쾅 하고 닫혔다. 진정기는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옆에 지키고 서 있는 도우미에게 말했다."손님을 내보내. 그리고 대문을 잘 닫아둬. 쓸데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들여보내지 말고!""네!"도우미는 바로 그 뜻을 이해하고 대답했다.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기사에게 말했다."출발해!"차에 타지 못한 주 부인은 그저 눈뜨고 차가 떠나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표
진가연은 병원에서 이미 상처를 치료받았다. 그녀는 바쁘게 돌아다니는 아버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아빠, 저 괜찮아요.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진정기는 침대 옆에 앉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알아.""아시면서 왜…….""넌 휴식이 필요해."진정기가 말했다."푹 쉬고 있어.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 일은 아빠가 처리해 줄게!""아빠……."그녀는 입을 움직이며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눈알을 몇 번 굴리더니 결국 하려던 말을 포기했다."왜?"진정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의 그는 그저 자상한 아버지였다. 밖에서 다들 무서워하는 그 매서운 진 부장이 아니었다."아니에요."진가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걱정하게 해서.""아빠한테 죄송할 필요 없어."그는 손을 들고 그녀에게 이불을 정리해 주었다.사실 진가연은 별문제가 없어서 입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진정기는 굳이 그녀더러 병원에서 좀 더 지켜보자고 고집했다.의사는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냥 동의했다."아빠, 어릴 적부터 제가 많이 신경 쓰게 했죠. 전에는 아빠가 저랑 같이 있어 주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원망했는데, 사실 아빠는 이미 절 위해서 많은 걸 해주셨어요. 죄송해요!"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아버지에 관한 소문을 그녀도 어느 정도 들었다. 오늘 외삼촌과 외숙모가 이 난리를 치자 그녀는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그녀는 늘 아버지가 곁에 없어서 외롭다고 했지만, 사실 아버지도 외로울 것이다.몇 년 동안 그는 계속 싱글이었고 다른 여자를 찾지 않았다.그건 아마 진가연 때문일 것이다.비록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진정기는 그녀에게 모든 사랑을 주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많은 걸 얻었다.외숙모의 말이 다 틀린 건 아니었다. 새엄마가 생기면 새아빠가 있는 법이었다. 그래서 진정기는 진가연이 억울함을 당할까 봐, 새엄마를 찾아주지 않았다.만약 아버지가 정말 여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여자를 찾았다면 그녀는 반대하면 안 되었다."넌 내
진정기는 그녀를 기억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가연이 보러 왔어요?”“네!”고개를 끄덕이며 한소은이 말했다.“가연이가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어서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소은 언니.”병상에 있는 진가연이 몸을 숙이고 일어나려고 하자 한소은은 얼른 다가가서 그녀를 눌렀다.“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잘 누워 있어!”“나는 괜찮아요!”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자신은 분명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중환자처럼 여겨져 억지로 여기에 눌러 쉬었다.“이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괜찮다고 할 수 있어!”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았다. 빨간약도 바르고, 이마에 거즈를 싸매고 있어 보기에 매우 심한 것 같았다. 한소은도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다쳤는지 잘 몰랐지만 이 모습을 보니 상처가 심한 것 같았다.“정말 괜찮아요. 그냥 살짝 긁힌 거예요. 아빠가…… 굳이 남아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고집해서요.”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자신의 아빠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다 너를 위해서야.”진짜 심각한 것 같지 않자 한소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된 거야? 잘 있다가 왜 이렇게 다쳤어?”“저…….”진가연는 잠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다.“뭐야?”한소은은 좀 궁금해서 그녀와 옆에 서 있는 진정기를 번갈아 보았다.진정기는 거기에 서서 이 화제에 대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그녀를 힐끗 보았다.“김서진 씨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한소은은 말문이 막혔다.그가 돌아온 일은 아직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직 자신도 만나보지 못했고, 무슨 상황인지 몰라 감히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곳의 정세가 좀 혼란스럽지만, 그는 원래 유능한 사람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진정기는 또 이어서 말했다.한소은은 더욱 놀랐다. 그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진정
신의를 언급하자 한소은은 또 원철수를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쯤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그럼…… 너희 아빠가 이 일을 조사하셨어?”한소은이 또 물었다.“모르겠어요.”고개를 저었다. 진가연도 잘 몰랐다.“아빠가 알게 되었을 때 매우 놀라고 화도 냈지만, 나중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아마도 내 몸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싶나봐요.”“…….”한소은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진정기는 자식을 많이 아끼는 사람이었다. 딸이 조금만 상처를 입었는데 병원에 남아 관찰하도록 하는데 이런 장기적인 만성 중독사건을 어떻게 조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가 말하지 않았을 뿐, 아마 암암리에 조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뭔가 큰 것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김서진의 인내심을 그녀는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있는 남자가 보복을 시작하면 매우 무섭다. 너무 고요해서 곧 터질 것 같은 화산 같았다.“어쨌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어요.”잠시 생각해 보던 진가연이 홀가분하게 말했다.“내가 다쳤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오늘 너를 보러 가려고 했었어. 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아서 집에 전화했더니 네가 다쳐서 병원에 있다고 하더라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한소은이 긴장해서 물었다.“집에서 어떻게 다쳤어? 또 어지러워, 불편해?”말하면서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알아보려고 했다.“괜찮아요.”그녀가 자신의 손을 잡도록 내버려 두며 진가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실수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을 뿐,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계단에서 굴렀다면서 어떻게 아무 일 없어? 어지럽고 불편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굴러떨어졌겠어?”한소은은 그녀를 핀잔하며 자세히 맥을 짚어보았다. 맥상이 평온하고 며칠 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았는데 며칠 더 지나면 체내의 여독이 깨끗이 배출될 것이다.그제야 안심하고 손을 놓았다.“말해봐, 왜 그래?”“그게…… 우리 사촌 언니.”잠시 뜸을 들였다. 그녀
“…….”갑작스러운 침묵이 이어졌다.이 녀석은 틀림없이 또 무슨 사고를 낸 게 분명하다!한숨을 쉬고 난 한소은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김준, 할아버지한테 좀 착하게 굴래?”“나는 아주 착해요!”아이가 곧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다.“김준, 또 어디 갔어? 야, 너 전화기 갖고 뭐해, 너…….”멀리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김준은 아마 어르신과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그러자 할아버지가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엄마는 무슨 엄마야, 너희 엄마는 바빠서 너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어! 너희 엄마가 네가 내 침대에 오줌을 쌌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너의 엉덩이를 때릴 거야, 그리고 너의 엄마는…….”“엄마…….”다시 한번 강조하는 목소리에 어르신은 그제야 반응했다.“뭐?!”이어서 한소은은 전화기 너머로 거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여보세요?!”“어르신…….”한소은이 소리쳤다.“너 남아시아 쪽에 도착했어? 신호가 괜찮네!”어르신은 그녀가 이미 도착해서 전화를 한 줄 알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니, 출국하지 않았어요. 저 아직 제성에 있어요.”한소은이 대답했다.곧 버럭 화내는 소리가 들려왔다.“뭐?! 너 출국 안 했어! 너 출국 안 했다고, 너 미쳤어? 아이를 나한테 버리고 혼자 유유자적하네. 빨리 와서 네 새끼 좀 데려가!”“할아버지, 저 안 가요…….”김준의 말랑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어 한소은은 어르신이 낮은 소리로 아이를 달래는 소리를 들었다.“안 가, 가지 않을 거야. 이 할아버지가 너의 엄마에게 겁주려고 한 말이야.”한소은은 어이없었다.‘겁줘서 고맙네!’“어르신, 긴히 할 말이 있어요.”그녀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무슨 일이야, 너의 아들의 일은 긴히 할 얘기가 없어?”할아버지는 목소리를 높였다.“너도 왜 일을 꾸물거리면서 해, 도대체 언제 갈 거야?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면 되지 뭘 꾸물거려!”“나는 당분간 가지 않을 거예요.
한소은은 자신의 핸드폰이 해킹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안티 해킹 시스템이 미리 다운로드 되어 있어 해킹을 시도하게 되면 알림이 떴다. 예전에 김서진이 그녀의 핸드폰에 이 시스템을 설치할 때만 해도 그녀는 그의 신중함을 비웃었었다.자신은 조향사일 뿐인데 누가 자신의 핸드폰을 해킹하겠냐며 당당하게 말했던 그녀는 이제야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화를 끊고 한소은은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이미 해킹이 되었다면, 어르신과의 대화, 김서진과의 대화까지도 이미 노출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 그녀는 우선 움직이기로 했다.차를 돌려 그녀는 새 핸드폰을 구매했고 전화번호도 바꾸었다. 그리고 새 번호로 김서진에게 걸려 온 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아마 낯선 번호라 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바로 실험실로 걸음을 옮겼다.정면승부를 해볼 생각이었다.‘밤에 몰래 침입할 수 없다면 낮에 당당하게 들어가면 되지.’‘실험실에 아무리 많은 비밀을 숨기고, 많은 함정을 숨겨놓았다고 해도, 이 대낮에 감히 제성에서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직진하기로 마음을 정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퇴로 확보도 잊지 않았다. 일단 어르신에게 자신이 실험실에 있다고 소식을 전했고, 일이 끝나면 저녁쯤 에는 돌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그 말은 바로, 저녁까지 연락이 없다면 자신에게 사고가 일어난 것이니 신고해달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어르신이 자기 말을 이해했으리라 생각했다.그리고서는 김서진의 다른 핸드폰에도 문자를 남겼다. 오늘 실험실에 볼 일이 남았다고, 일 처리하고 나면 내일쯤에야 돌아갈 것 같다고 문자를 남기고 나서야 그녀는 경호원과 함께 실험실 입구로 걸어갔다.실험실 입구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스산한 기운이 풍겨오는 문 앞에 선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매일 다녔던 실험실인데, 이제는 한번 들어가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니.’비밀번호는 이미 바뀌었을 테니 그녀는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