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갑작스러운 행동에 한소은은 어리둥절했지만 그녀를 막지 않고 조용히 그녀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도련님에게 안 좋은 걸 가르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도련님은 정말 똑똑합니다.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아이입니다. 사모님께서 이 일 때문에 제가 도련님을 돌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그만두고 떠나겠습니다.”눈꺼풀을 늘어뜨리고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은 정말 사죄하는 것처럼 보였다.“나는 너를 탓하지 않았어.” 한소은이 가볍게 말을 하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서 말했다.“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이거라고 생각해?”“그러면 사모님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그녀는 고개를 들고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한소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 두 눈은 진실되고 아득해 보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금도 그녀를 피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2분 동안 엇갈렸고 한소은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네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나도 더 묻지 않을게. 하지만 유나야, 우리의 관계도 여기까지야.”“사모님 정말 저를 해고하실 거예요?”그녀는 눈동자에서 아쉬움이 넘치듯 말했다.“제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약속할게요. 제가 꼭 도련님을 잘 돌볼게요!”“필요 없어.”한소은이 일어서며 말했다.“난 다른 사람을 찾아 준이를 돌보게 할 거야. 넌 너무 대단해서 내 밑에 있기엔 안 어울려. 이곳은 네가 있기엔 너무 보잘것없어.”“사모님, 사모님…….”장유나는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돌려 여전히 그곳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저는 그냥 보잘것없는 보모일 뿐이에요. 저는 사람을 돌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저는 여기서 일을 하는 게 정말 기뻐요. 그리고, 그리고…….”“남아시아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련님은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는 이미 돌봐주는
원철수는 맑은 하이힐 소리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지 알고 있었다.그는 눈을 떴지만 희미한 윤곽만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 다가와 천천히 차가운 한기를 뿜어냈다.주효영은 아주 가늘은 하이힐을 신고 굽이 바닥에 부딪혀 소리가 맑고 날카로웠다. 그녀는 손에 물 한 병과 빵 한 개를 들고 원철수 앞에 다가가서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말없이 한쪽 머리를 갸웃하고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다친 다리에 묶인 찢어진 천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네가 혼자 치료할 수 있다는 걸 내가 깜빡할 뻔했네. 왜 탄두를 꺼냈어?”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녀의 웃음소리는 그렇게 음산하고 무서워 보일 수가 없었다.“나도 대단한 명문 의과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학생이 이런 잔인한 실험을 할 줄은 몰랐어!”원철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비꼬며 말했다.“그래, 아직 욕할 힘이 남았다는 건 네가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다는 거네!”주효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를 내지 않고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흔들어 보였다.“보아하니, 내가 쓸데없는 일을 한 것 같네. 너도 이런 물건은 필요 없겠지!”“…….”원철수는 그녀의 손에 있는 빵과 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는 정말 배가 고팠다. 목은 더 마르고 물도 없이 사람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하지만 그가 이깟 음식을 위해 그녀에게 부탁하게 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그는 생리적 필요와 정신적 의지 사이에서 몸부림쳤고 눈빛은 뜨거웠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정신을 놓지 않았다.“좋아!” 주효영은 일어나서 그를 흘겨보았다.“네가 이렇게까지 배짱이 있을 줄은 몰랐어. 내가 너를 우습게 봤다 쳐! 네가 이렇게 잘 참는 이상 그냥 참아!”몸을 돌려 두 걸음 걷다가 다시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아, 맞다, 하마터면 너에게 말하는 걸 잊을 뻔했어. 사실 네가 한 그 개뿔 같은 실험들은 보스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단지 엄폐해서 위에 있는 놈들을 속이려는 것뿐이지. 우리의 실험은 이미 거의
“그래서 네 눈에는 네 사촌동생이 생쥐야?”원철수는 놀라서 의아해하며 물었다.주효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걔는 나의 생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영광으로 생각해야 해! 만약 걔한테 유능한 아빠가 있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아니야, 어떻게 나와 비교할 수 있겠어!”말로는 하찮게 말을 했지만 원철수는 의외의 느낌을 받았다…… 질투?질투의 느낌이 맞았다. 질투와 분노, 그녀가 평소에 비꼬고 가벼웠던 하찮음과 달리, 그녀의 이 몇 마디 말은 거의 어금니를 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 낸 것이다.그녀는 진가연을 증오한다!“너 사촌 동생을 질투하는 거야?!”원철수는 떠보며 물었고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튀어나왔다.“내가 걔를 질투한다고?!”주효영은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나갔다가 재빨리 그의 옆으로 다시 돌아와,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난 걔보다 공부도 잘하고, 더 예쁘고, 몸매도 더 좋고, 능력도 더 강해. 나의 모든 면이 걔보다 몇 배나 대단한지 모르는데 내가 걔한테 질투해야 할게 뭐가 있어? 너 미친 거 아니야!”“왜냐면 진가연은…….”그녀의 험상궂고 미친 모습을 보고 원철수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떠봤다.“진가연의 가정환경이 좀 더 낫기 때문이야?”진가연의 아버지는 임원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가 본 적이 있어서 아는데 가정 조건이 확실히 좋았다. 그도 왜 주효영이 진가연을 질투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질투가 아니라면 왜 이렇게 미친 듯이 화를 낼까, 왜 10년 넘게 자신의 사촌 동생에게 독을 내렸을까?“허!” 주효영은 차갑게 웃더니 손을 놓고 냉랭하게 말했다.“진가연은 어릴 때 엄마가 죽고 아빠는 일이 바빠서 어렸을 때 거의 우리 집에서 먹고 잤어. 가정환경이 좋다고?”“넌 아무것도 몰라! 넌 그냥 사기꾼이야. 신의 명의로 명예를 낚는 사기꾼!”주효영이 비꼬며 말했다.“네게 이런 말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너는 진정으로 위대한 의학이 어떤 것인지
원철수는 고개를 들어 길게 탄식하며 웃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웃었고 자신의 천진함에 웃었고 또 자신의 잘난 척에 웃었다.잠시 웃다가 손가락으로 그 병을 쥐고 막힌 뚜껑을 열고 다가가 가볍게 냄새를 맡았다.가슴속에 스며드는 맛,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 조급하던 마음도 좀 안정된 것 같이 그렇게 초조하지 않다. 이것은 그의 실험 성과이지만 자신의 몸에 쓰일 줄은 몰랐다.심신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평온하게 하고 통증도 많이 나아졌지만 다른 작용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늘 이 오일을 물을 대신해서 마실 수 없었다!다시 뚜껑을 덮자 그의 눈속의 빛이 조금씩 암담해졌다.바로 이때 문이 다시 열렸지만, 하이힐 소리는 아니었다. 일부러 가벼운 발걸음을 하며 재빨리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원철수는 등을 벽에 바짝 붙이고 실눈을 떴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누구야?!”“쉿!” 빠른 걸음으로 그의 앞에 도착하자 원철수는 그제야 똑똑히 보았다.“이 교수님?” “철수야, 배고프지? 내가 너에게 먹을 것과 물을 좀 가져왔어. 너 먼저 좀 먹어.”이 교수는 낮은 소리로 말하면서 빵 한 조각과 물 한 병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교수님?”분명히 목이 말라죽을 지경인데, 지금은 감히 마시지 못하고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필경, 그도 그 사람들과도 한패이니 말이다.“저는…….”그의 염려를 알아차리고 이 교수는 어쩔 수 없는 한숨을 내쉬더니,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뚜껑을 열고 스스로 먼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그에게 건넸다.“자!”그의 의사 표현을 보고 원철수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정말 너무 갈증이 나서 병을 받아 들고 고개를 젖혀 꿀꺽꿀꺽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물 한 병이 바닥을 드러냈고, 그의 말라서 불이 날것 같던 목은 마침내 좀 좋아졌지만 여전히 갈증이 났다.하지만, 이 물 한 병으로 그의 불편함을 완화시켰고 몸도 약간의 힘을 되찾았다.“좀 먹어.” 또 그에게 빵 하나를 건넸고 원철수는 이번에는 더 이상 의심 없이 게걸스럽게 뜯어먹을
이 교수는 깜짝 놀라더니 겁에 질려 그를 보고 말했다.“아니 아니, 이건 안 돼!”그는 크게 놀란 듯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원철수눈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 그는 당연히 이 교수가 절대 그를 내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가 그때 도망가려고 할 때, 주효영과 다툴 때 항상 한쪽에서 조용히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이 교수가 어떻게 그를 내보낼 용기가 있을 수 있을까?게다가 그가 정말 이 문을 열었다고 해도 원철수는 밖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지 알기에, 지금 이 실험실을 떠나려 하는 것은 그야말로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 없었다.가소롭군!자신이 여기에 갇히다니, 이곳에 머물렀던 밤낮이 생각났고 여기서 노력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자신이 몇 번이나 생각났다. 그러나 이 빌딩에 얼마나 많은 어두운 무리들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자신은 정말 바보였다.애석하게도 그는 버젓한 남자로서 겨우 이런 빌딩 하나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만약 TV에 나오는 것처럼 쿵후가 있다면 만약 그가 하늘을 날고 벽을 탈 수 있다면 또는…….쿵후!갑자기 한소은이 지난번에 그의 혈을 눌러 움직일 수 없게 한 것이 생각났다. 맞아, 한소은이 쿵후를 할 줄 안다!눈이 반짝이더니 그는 문 쪽을 바라보며 몸을 곧게 펴고 말했다.“이 교수님, 저도 교수님의 난처함을 이해할 수 있고, 그들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교수님이 저를 내보내기를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저를 도와 말을 전해줄 수 있나요?”“무슨 말을…… 전해?”이 교수가 묻더니, 이어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아니, 난 할 수 없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너에게 먹고 마실 걸 주러 온 것도 이미 큰 모험이야! 나는 단지 네가 이렇게 빨리 여기서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 철수야, 미안해!”말하면서 그는 황급히 일어서서 가려고 했지만 발을 비틀거리며 또 당겨졌다.원철수는 재빨리 그의 옷자락을 잡고 힘을 주어 바로 그를 저지하고 뒤에서 손으
"그건……"이 교수는 조금 망설였다. 그러다 원철수가 말을 이어갔다."이 교수님 주변에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 교수님이 경찰서에 가면 도착하기도 전에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돼요.”“제 가족에게 말을 전해주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한소은, 그 여자는 원래부터 이 실험과 연관이 있던 사람이잖아요. 실험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데이터에 문제가 있어서 찾아간다고 하면 아무도 교수님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한소은은 무술을 할 줄 알고, 그녀의 남편은 김서진이예요. 김씨 가문은 제성에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녀만이 나를 도울 수 있고, 당신을 도울 수 있고, 우리를 도울 수 있어요!"이 순간 원철수의 머리는 차분했다. 빵과 물이 준 힘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차분히 자기의 생각을 이 교수에게 말했다.이 교수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팔을 풀더니 심각한 어조로 충고했다."이 교수님, 지금 그 실험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말할 수 없다는 거 아니까 묻지 않을게요! 하지만 이 실험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거예요. 그들이 당신의 가족으로 당신을 위협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정말로 성공한다면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에요. 그때가 되어서 당신의 가족이 안전할 거로 생각해요?"원철수의 이 말에 이 교수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나도……모르겠어, 하지만 난 널 도와줄 수 없어, 안돼!"이 교수는 거의 도망치듯 그곳에서 빠져나갔다. 이번에 원철수는 그를 막지 않았다.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고, 이 교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교수도 감히 쉽게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이 교수가 자기를 도와줄지는 정말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모두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한소은이 장유나를 해고한 다음 날, 그녀는 떠났다.월급은 바로 카드로 지급해 주었고 한 달 치 월급을 더 주었다. 그녀가 김준에게 해가 가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
차는 원 어르신의 저택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었다.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구간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도로는 매우 비어 있었다. 주변에는 차가 거의 없었고 사람은 더 적었다.그런 도로에서 한소은은 원래부터 느릿느릿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차 뒤로 한 대의 차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고는 걸 발견했다.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녀가 다른 길로 가거나 브레이크를 밟아도 그 차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했다. 그녀의 차를 추월하거나 다른 도로로 갈라지지도 않았고 일부러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미간을 찌푸린 한소은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단단히 묶고 베이비 카시트에 앉아 있는 아들을 다시 바라보았다."김준, 가만히 앉아 있어! 엄마 이제 속도를 높일 거야!"그녀는 아들이 긴장하고 겁먹게 만들고 싶지 않아 반쯤 농담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네!"김준은 작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작은 손으로 안전벨트를 꽉 붙잡았다.한소은은 아들을 한번 보고는 백미러에 비친 차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앞을 향해 질주했다.뒤따라오던 차도 역시 가속페달을 밟으며 맹렬히 추격했다.‘정말 내 차를 따라오는 거였어.!’솔직히 말해서, 한소은은 조금 긴장했다.차에 자신과 아들 둘만 있었고 이 길은 너무 외딴곳이어서 다른 사람이나 차가 없었다. 게다가 상대방이 누구인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긴장한 채로 운전하던 그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다행히 그쪽에서 전화를 빨리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원 어르신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뭐야? 내가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냐?""사부, 지금 김준을 태우고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현재 위치는 반동로 5백30미터쯤이에요."그녀는 헛소리하지 않고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또 온다고? 너……"원 어르신이 투덜거리기도 전에 한소은은 잔뜩 긴장한 말투로 말을 이어 갔다."미행당한 거 같아요. 지금 내 차 뒤로 검은 차가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그녀의 차 방향으로 돌진했다.그녀를 추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충돌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분명 좋은 뜻으로 쫓아오는 게 아니야!’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녀는 아들을 한번 볼 시간조차 없이 핸들을 꽉 잡았다."아들, 가만히 앉아 있어!"그녀는 끝까지 가속 페달을 밟았고, 차는 쏜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갔다.극도로 집중하며 조금의 흐트러짐도 허락하지 않았다. 한소은의 두 눈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김준은 차 창문으로 양쪽의 나무가 빠르게 휩쓸고 지나가는 걸 구경했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블루투스 전화에서 원 어르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뒤에 있는 차가 곧 충돌할 것 같아서 가속했어요!"한소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충돌?!!!"원 어르신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그게 어디 괜찮은 거야!"그러고는 다른 사람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직 도착하지 않은 거야? 왜 이렇게 느려! 빨리 가란 말이야!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희들도 죽을 줄 알아!”한소은은 원 어르신이 이렇게 분노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아무리 화가 나도 많아서 짜증 섞인 말로 욕을 하기만 했지, 이렇게 죽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진정하세요. 괜찮아요!"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핸들을 꺾으며 차를 다른 방향으로 획 돌렸다.다행히 그녀는 진작에 운전 면허를 땄고 평소에도 기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 홀로 운전했기에 차 운전하는 실력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정말 손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뒤따라오던 차가 집요하게 따라잡으려 하자 한소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들, 안전벨트 꽉 잡아!"그런 다음 핸들을 꺾자 귀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퀴가 바닥에 문지르며 차체가 아름답게 회전하며 쫓아오던 차와 한 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