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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3화

"어 어어, 그래 할아버지 탓이야, 할아버지 탓이야!"

원 어르신은 자신의 입을 가볍게 때리며 사람을 시켜 아이를 방 안의 침대 위에 눕히게 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작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아이가 몸을 뒤척이며 편안한 자세로 다시 단잠에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흔들어 모두 나가게 한 후 자기도 조심조심 방안을 빠져나왔다.

조심스럽게 까치발까지 하며 걸어 나왔지만 그가 신은 슬리퍼가 불편하여 아예 발로 차버리고 맨발로 걸어 나와 거실에 이르러서야 한숨을 돌렸다.

거실에 나와 유유자적하게 앉아 차를 마시는 한소은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해 봐, 너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스승님께 부탁을 좀 하려고요!"

한소은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내게 부탁을……"

한소은이 정중한 모습을 보이자 원 어르신은 방금까지 치밀었던 화가 사르르 녹았다.

그녀가 이렇게 정중하게 스승님이라 부르는 게 오랜만이라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헤헤, 헤헤헤……"

한소은은 어이가 없어서 원 어르신을 한번 쓱 보았다. 평소에 그를 웃어른으로 존경하고 모시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원 어르신이 기어코 친구처럼 지내자 하여 다른 사람이 보기엔 버릇없이 대한 것이었다.

원 어르신도 한소은이 스스럼없이 자기를 대하는 게 마음에 들어 했다.

지금 한소은이 정중하게 말하니, 그는 도리어 온몸이 불편해졌다.

"내가 뭘 도우면 되는 거야?"

원 어르신도 정중하게 물었다.

이 표정을 원철수가 보게 된다면 가슴이 아플 것이다.

원철수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무슨 방법을 다 동원해도 냉대를 받았었다. 원 어르신이 이렇게…… 당장이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표정을 절대로 본 적 없을 것이다.

한소은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당분간 준이를 돌봐주세요."

"돌봐달라니……"

원래 활짝 웃는 얼굴이었던 원 어르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검게 변하며 굳었다.

앞으로 살짝 기울였던 몸도 멈칫하다 뒤로 제치며 소파에 몸을 묻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뭘 돌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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