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이 그만둔 후 실험실의 분위기는 더욱 답답해졌다.원철수는 워커홀릭으로서 밤새도록 실험실에서 끊임없이 실험을 했다. 반복적인 실험과 반복적인 실패를 반복하면서 그의 기분은 갈수록 나빠지고 실험실의 다른 사람들도 갈수록 눈치 보고 있었다.이미 성공한 이력이 있었고 이전의 데이터도 모두 회복되었지만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약초의 약성 추출은 그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향료와 융합하는 게 정말 큰 문제이다. 전에 그가 실험해 보았는데 약성을 낮추고 향료 성분을 높이면 냄새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약성이 더 이상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내리면 정말 조금도 쓸모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절하지 않으면 약초 자체의 냄새가 너무 강해서 냄새를 조금이라도 덮일 수가 없다.그는 점점 더 초조해지고 짜증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향료를 꼭 넣어야 하는데? 그냥 치료해도 되잖아! 약초 냄새를 못 맡겠다면 그냥 나가서 뒤져!’그러나 이런 말들은 그도 감히 이 교수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는 이 교수가 이 실험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이 교수가 이렇게 집착한 이유는 단지 자기의 생각이 맞다고 증명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또 실패했다. 원철수는 약간 초조하고 포기하고 싶었다.‘그만둘까? 나가서 쉬고 싶은데…….’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일어나서 손을 씻고 장갑과 외투를 벗고 밖으로 나가 베란다에 가서 바람을 쐬었다.베란다에는 가장자리에 기대어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여자 하나가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원철수를 보았다. 눈살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쓸어 넘기는 모습이 매우 매혹적이었다.‘이름이 주효영…… 였나?’원철수는 그녀를 다시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여자의 성격은 한소은과 아주 달라. 한소은은 철벽녀고 이 여자는 아주 엽기적이야.’지난번에 원철수가 주효영과 얘기했을 때도 주효영이 이야기의 주도권을 계속 잡았다.원철수는 아무 말하지 않고 앞
"?"주효영은 빨간 입술을 내밀며 마치 원철수에게 키스하려는 것 같았다. "……."원철수는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목도 약간 가늘은 것 같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밖을 내다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다.‘뭐 하는 거야, 여기에 사람이 없지만 공공구역이라서 갑자기 누가 들어올 수도 있잖아.’그녀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원철수는 물러서고 싶었지만 몸이 마치 굳어진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녀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원철수가 긴장하여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주효영이 갑자기 그에게 도넛 모양의 연기를 내뿜었다.원철수는 눈을 크게 떠서 연기를 피하지 못했다."콜록콜록……."기침을 하면서 원철수는 어이없었다.“풉."가볍게 웃으며 주효영은 또 뒤로 기대며 매우 자연스럽게 다시 담배를 피웠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우리 사촌 동생이랑 만났어요?"숨을 돌린 원철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화가 났다.‘감히 나를 놀리다니!’원철수는 여자에게 이렇게 놀림을 당한 적이 없었다. ‘나를 놀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다니!’‘진짜 별사람이 다 있네!’"흥!" 원철수는 대답하지 않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녀에게 또 주도권 잡히면 안 되니까.원철수가 막 가려고 했는데 주효영은 갑자기 말했다."그 처방전 소용없어요."원철수는 이 말을 듣고 가는 길을 멈추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주효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담배꽁초를 버리고 물을 마시며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원철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왜요?"‘보아하니, 그 주 부인은 이미 주효영에게 진가연이 중독됐다는 것과 그 처방전을 다 알려줬네.’‘근데 왜 소용없다고 하는 거야!’‘저번에는 한소은이고 이번에는 주효영이고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냉소하며 원철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효영 씨는 의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왜 자기 동생을 치료해 주지 않았죠?”"당신의 알 바가 아니죠."그를 보면서 주효영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처방전은 소용없어요!"다시 한번 처방전이 소용없다는 말을 듣자 원철수는 약간 화가 났다."이런 말을 저한테 하지 말고 그쪽 어머님에게 하세요. 저도 원래 오기 싫었거든요."‘네 엄마가 아니었으면 오지도 않았어.’"오기 싫은 게 아니라 치료를 못 한 것 같은데요?"주효영은 약간 비웃는 듯 웃었다."제가 가지 말라고 말했잖아요. 이러다가 이미지가 다 깨지겠네요.""주영 씨는 사촌 동생이 완치되는 걸 원치 않나 봐요."몸을 숙이고 원철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은 매우 매혹적이다. 웃고 있을 때는 매우 신비로웠다.주효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녀가 완치되었는지 저랑 상관없어요. 그냥 철수 씨는 원 어르신의 제자로서 얼마나 대단한지 궁굼해요.""그럼 10점 만점에 몇점이라고 생각하세요?"원철수는 이 여자가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 궁금해했다.주효영은 그를 보면서 손가락 한 개를 내밀었다.원철수는 냉소하며 말했다."1점?"그러나 주효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흔들면서 말했다."1점도 안 돼요!"“!”"이 씨-""화났어요?" 주효영은 그를 바라보았다."의사로서 이런 것도 못 참아요?""저는 저 자신을 평가할 수 없지만 당신도 저를 평가할 자격 없어요!"원철수는 계속 말했다."지금 우리가 다 실험실에서 일하는데 비록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잖아요. 그럼 누가 연구를 잘하는지 한번 내기해 볼까요?""그래요."고개를 끄덕이자 주효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당신이 맡은 게 한소은이 하고 있던 것 같은데 듣자하니 그녀는 이미 성공했고 파괴된 실험 데이터도 이미 복구했다고 하던데 다른 사람의 성과로 내기하는 게 좀 아니지 않나요?""이것도 뭔 헛소리요!"원철수는 약
그녀는 원철수를 두 번이나 놀렸다.원철수는 원래 바람 쐬러 나왔는데 이제는 더욱 답답해졌다.——한소은은 요 며칠동안 계속 남아시아 쪽의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알아보기가 조금 힘들었다. 인터넷이나 뉴스만 보면 정확히 알지 못한다. 특히…… 김서진은 또 다시 소식이 없어졌다.‘그쪽 신호가 안 좋은 건 알지만 이 정도로 신호가 안 좋다고?’전염병에다가 전쟁까지…… 그녀는 그곳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상상할 수 없다.심지어 김서진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면 그에게 먼저 집에 돌아오라고 할 생각이 있었다. 어차피 이제 조사하고 배상하는 것만 남았다.조사하는 것은 현지의 책임자와 경찰에게 맡기면 된다.하지만 김서진의 소식이 없었다. 그녀는 오이연에게 물어보았지만 서한의 소식도 없었다고 들었다. 오이연도 매우 걱정했지만 한소은과 같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마음이 초조해서 그녀는 김준을 데리고 원 어르신의 집으로 달려갔다.김준은 놀이공원이나 백화점 같은 장소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르신의 정원을 매우 좋아한다. 엄마랑 매우 닮아서 그러는지 김준은 식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이전에는 아들이 의사가 되었다면 회사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소은은 또 임신했다. ‘첫째가 안되면 둘째에게 맡겨도 되잖아.’원 어르신은 이때 연극을 보고 있었는데 김준을 보아 매우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아이고야, 너는 왜 왔냐!"그는 몸을 돌려 사람을 불렀다."빨리 밥을 준비하고 장난감을 꺼내라, 바닥을 깔고 울타리를 둘러싸고 그리고 진귀한 화초들을 숨겨둬라!"그는 마치 누가 약탈하러 온 것처럼 당황했다.하인들은 얼른 화초를 옮겼다. 서로 부딪치는 사람이 왁자지껄하여 아주 시끄러워졌다,이 장면을 보고 한소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러실 필요 없잖아요?"‘당연히 필요 있지!’어르신은 말했다."너 오늘 어쩐 일로 이 새끼…… 아니 준이를 데리고 왔냐?"이때 김준은 원 어르신을 향해 달려갔다."할, 할아버지…… 염소 할아버지…….
"내 수염이!"원 어르신은 매우 아팠다.김준은 여러 개의 수염을 뜯어냈다. 이 흰 수염은 김준이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다."빨리 장난감이랑 맛있는 것 가져와!” 원 어르신은 소리쳤다.그는 조심조심 일어났다.한소은은 가서 김준을 안고 그를 꾸짖었다."이러면 안 돼! 예의를 지켜야지!""예의? 그게 뭐야?"어르신은 하하 웃으며 일어나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됐어, 애가 아직 어린데 화낼 필요 없잖아. 하인들의 잘못이지. 미리 장난감을 꺼냈다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이때 하인들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간식 구역을 만들어 냈다.사실 원 어르신은 김준을 ‘새끼’라고 부르지만 이 꼬마를 매우 좋아한다.한소은이 김준을 꾸짖을 때마다 어르신은 김준 편을 들었다.그리고 김준이 수염을 좋아하는 것도 애초에 어르신이 먼저 자기 수염을 뜯어냈고 김준에게 주었기 때문이다.고개를 저으며 한소은이 말했다."뒷마당 약초밭을 좀 빌려 쓰겠습니다.""그냥 가서 쓰면 되지!"손을 흔들더니 어르신은 갑자기 또 무엇을 떠올랐고 얼른 말했다."근데 아기는……""잠깐 돌봐주세요."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수고하셨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떠났다.한소은의 집에도 약초밭이 있는데 여기보다 훨씬 작았다.뒷마당이라고 하지만 매우 크다. 뒤에는 산이 있고 기후와 지리 환경은 매우 좋았다. 키우기 어려운 화초들은 방에다 놓았다.여기에 화초가 매우 많고 아주 많은 종류가 있었다.그녀는 이미 진가연이 옮겨온 화초들을 다 연구해 보았다. 모든 약초의 종류와 약성을 기록하고 독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추측했다.다만 약초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독성이 좀 복잡했다. 해독제를 만들려면 여기로 올 수밖에 없다.그녀는 진가연과 약속했기 때문에 반드시 진가연을 치료해 줘야 한다. 게다가 한소은은 진가연이 괴로워하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매우 아팠다.그녀는 이 일을 해결하고나서 남아시아에 갈 예정이었다. 비록 자기가 지금 임신했고 김서진도 그녀에게
"……."어르신은 얼른 자기 턱을 가렸다."안 돼!""하하하……."대략 한 시간이 지나서 어르신은 조금 피곤해했지만 한소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의자에 누워 장난감 구역의 가장자리에 기대어 김준을 바라보며 졸았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고 졸음을 참았다. 잠들면 그의 화초들이 그의 수염처럼 망가질 수 있다. 이때 하인이 달려와 어르신에게 말했다."도련님이 오셨습니다.""무슨 도련님, 도련님이 여기에 있잖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는 벌떡 일어났다. ‘X발! 어디 갔지?’"원철수 도련님이 오셨습니다!"하인이 말했다.그러나 어르신은 신경 쓰지 않았다."일단 김준 그 X끼를…… 아니, 아이를 찾아라!"‘방금까지도 여기에 있었는데…… 내가 잠들었나? 아닌데…….’‘에이, 나이 먹어서 기억이 안 나!’어르신은 모든 하인과 함께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다들 원철수가 아직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것을 까먹었다.원철수는 입구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아마 둘째 할아버지가 아직도 화나신 것 같네.’원철수는 어르신에게 진가연이 걸린 독에 대해 물어보려고 찾아왔다.사실 그도 그 독이 매우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강한 독은 아니지만 너무나 복잡했다. ‘진가연은 어떻게 중독되었지?’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고 게다가 요즘 실험에 진전이 없어서 매우 답답해서 어르신에게 찾아왔다.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는 문을 보니 잠기지도 않았다.원철수는 문을 열리고 조심스럽게 들어갔다.앞마당에 아무도 없었다.‘평소에는 청소하는 사람과 경비원도 있을 텐데…… 너무 수상하네.’안마당으로 들어오자 드디어 사람이 보인다. 많은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도련님…… 도련님…….”"?""나 여기 있잖아!"
그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았다.2초 후 다들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계속 무언가를 찾으면서 소리쳤다."도련님, 도련님…….""?"‘나 말고 또 다른 도련님이 있나?’그는 매우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고 방으로 들어갔다.이때 갑자기 누가 그의 다리를 잡았다.원철수는 고개를 숙여 한 꼬마가 그의 다리를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헤헤!"이 꼬마가 순진무구한 웃음을 지었다.원철수는 깜짝 놀랐다."누구야!"그는 다리를 흔들었지만 꼬마는 그의 다리를 꽉 안고 그의 발에 앉아서 마치 그네를 타는 것 같았다."하하…….""내려와, 내려오라고!" 원철수는 아이를 돌본 적이 없어서 당황했다."누구…… 누가 좀 와봐!"그의 고함치는 소리는 곧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는데 마침 이때 원 어르신이 방에서 나왔다.원 어르신은 이런 장면을 보고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움직이지 마!"원철수는 깜짝 놀라 감히 움직이지 못 했다.한쪽 발로만 서있어서 원철수는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둘…… 둘째 할아버지……." 그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착하지, 내 손자야……."어르신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서 안으려고 했다.원철수는 순간 가슴이 설레고 감동해서 울 뻔했다.그는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이렇게 다정하게 자기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네!’"할아버지……."원철수는 다정하게 할아버지를 불렀다.그러나 어르신은 허리를 굽혀 그 꼬마를 안았다."거기에 앉지 마, 더러우니까!"‘?!’이 꼬마는 여전히 원철수를 꽉 안고 있었다."놔라…… 아니면 할아버지의 수염을 갖고 놀래?"이 말을 듣자 김준은 곧 고개를 돌려 어르신의 수염을 잡았다."수염…….""맞아, 수염……."어르신은 아파서 울 뻔했지만 참았다."……."원철수는 매우 속상했다.‘나를 부른 게 아니었구나…….’평소에 그는 어르신에게 차 한 잔을 따르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꼬마가 어르신의 수염을 뜯어도 어르
‘방금 내가 더럽다고 하셨나?!’‘내가 뭐가 더러워!’그는 매번 외출할 때마다 신발을 매우 깨끗이 닦았다.원철수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멍 때렸다.한참 지나야 그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물었다."둘째 할아버지, 이 아이는…….""너네 도대체 뭐하냐?" 어르신은 갑자기 소리를 쳐서 원철수를 깜짝 놀라게 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이 한 명도 못 찾냐? 쓸모없는 것들!’“…….”하인들은 침묵했다."멍 때리지 말고 빨리 할 것이나 해! 아, 그리고 맛있는 것 좀 만들어라!" 그는 또 다시 소리쳤다.사실 원철수에게는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더 익숙했다.그러나 김준은 익숙하지 않았다.빙그레 웃었던 김준은 표정을 변했다."무서워……."그는 말하면서 입을 삐죽 내밀고 어르신의 수염을 힘껏 당겼다.‘?!’원철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마치 무슨 괴물을 본 것 같았다.그러나 어르신은 조금도 화가 내지 않았다. 심지어 목소리를 낮추며 친절하게 말했다."그래, 할아버지가 잘못했어 할아버지가 웃을게! 허허허……."그가 웃자 김준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하하……."원철수는 또 다시 충격 받았다."너 여기서 뭐 하냐!"이제야 어르신은 원철수를 보면서 짜증스럽게 말했다."그리고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진짜 왜 온 거야, 짜증 나네!’"…….""둘째 할아버지 저는 중요한 일 때문에 왔습니다." 그는 이 아이가 누구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잘못 말하면 쫓겨날까 봐 걱정했다."네가 무슨 중요한 일이 있겠어. 지난번에도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했잖아. 요즘 너무 심심하니? 외국 가서 공부할래?" 김준에게 말한 것과 전혀 다른 태도였다.원철수는 매우 속상했다.‘나한테 왜 이러시지?’‘내가 친손자인데 이 X끼는 도대체 누구야!’"둘째 할아버지, 이 아이는……."원철수는 망설이다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설마 할아버지의 아들은 아니겠지?!’‘아닐 거야! 할아버지 나이가 얼마신데…… 이 꼬마를 보니까 기껏해야 두 살 밖에 안 되잖아!’그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