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연은 처음부터 이런 의심을 가질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했다."넌 의심하는 게 마땅하고, 난 설명하는 게 마땅해."한소은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전에 네게 말하지 않은 건 확신이 들지 않아서야.""확신이 들지 않아서?"진가연이 호기심에 찬 말투로 물었다.그런 그녀를 보며 한소은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중독의 원인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서.” !!!!이 말을 듣자 진가연은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충격을 받았다."가연아…… 긴장하지 마. 이 독은 아직 치명적이지 않아."한소은은 그녀가 충격에 빠진 것을 보고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진가연은 중독 때문에 두려워한 게 아니다. 한소은이 신의와 한 말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기가수년 동안 살을 빼지 못한 것과 몸이 계속 피곤하고 정신이 들지 않은 건 중독으로 인해 몸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는 말이다.흥분된 감정을 진정시키며 진가연은 조심스럽게 한소은에게 물었다."그럼 내가 …… 무슨 독에 중독된 거야?""이 독은 내 생각보다 복잡해. 장기간에 걸쳐 만성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 같아. 나도 며칠 동안 연구해 봐야 할 거 같아." 숙고 끝에 한소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 한참을 생각하던 진가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져온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뒤졌다.그것은 원철수가 준 처방전이었다. 진가연은 한소은 앞으로 핸드폰을 건네며 물었다."이 처방전, 내 몸의 독을 치료하는 데 쓸 수 있겠어?"한소은은 처방전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는 진가연에게 되물었다. "이 처방전은 원철수 씨가 준 거지?"그녀의 말에 진가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원철수는 자기가 독에 중독된 것을 단번에 알아쳐렸기에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기꾼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의학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처방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이걸로 안돼!" 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설명했다."이 처방은 일시적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육체적 피로
"너무 고민할 필요 없어. 너희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한 짓이 아닐 수도 있어."한소은은 주제를 바꾸려다 문득 무언가 떠올라 갑자기 진가연에게 물었다."너는 화초 같은 걸 좋아하지도 않고 약초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왜 집에 화분이 그렇게 많은 거야?”진가연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기계적으로 대답했다."모두 외숙모가 보내준 거야. 내가 몸이 좋지 않고 외출하기 싫어하니 집에 초록색의 화분들을 많이 두어야 한다고 말했어. 초록색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공기를 맑게 할 수 있어서 몸에 좋다고.""하지만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진가연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한소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꽃과 식물들 때문일까? 우리 외숙모가 날 해치려는 거야?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외숙모는 잔소리를 자주 하고 가끔은 자존심 상하는 말도 하지만 날 걱정하는 건 진짜야. 어릴 때 내 사촌 언니가 이걸로 질투한 적도 있었는걸! 외숙모가 나만 이뻐한다고.”"너의 외숙모가 그런 거라고 말한 적 없어. 꼭 그 꽃과 식물들에 관련이 있지는 않아."한소은은 진가연이 이렇게 생각할수록 더 혼란스럽고 많은 사람이 연루되어 그녀의 심리가 무너질지 걱정이었다."쓸데없는 생각 그만해. 나도 아직은 너의 중독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아,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이제라도 발견해서 음식으로 몸조리하고 있잖아. 내 말을 들어, 꼭 치료할 수 있어!"한소은이 앞서 말한 것에 대해 진가연은 거의 듣지 않았다. "중독"이라는 단어에서부터 그녀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마지막에 "치료"라는 단어가 마치 망치인 듯 그녀의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을 모두 깨부쉈다."정말 치료할 수 있을까?"진가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치료할 수 있어!"한소은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순간, 진가연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자신감이었다.한소은은 진가연에게 한마디 더 했다."하지만 내 말을 잘 듣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해…….그리
"아직 중독의 원인이 불분명해. 이 꽃과 식물 때문인지 아닌지, 너의...... 가까운 사람이 그런 것인지 다 확실하지 않아. 그러니까 일단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물어 보면 내 쪽에서 연구하는 데 사용해야 해서 네게 빌렸다고 해."진가연은 한소은의 말에 곧장 대답했다."알았어! 언니 말이 맞아!"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을 보고 한소은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진가연은 치마를 찾아가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 도도하고 조금은 막무가내인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에는 그녀도 어린 여자아이일 뿐이다. 도도하고 막무가내인 그런 모습은 자기를 지키려다 센척하는 것뿐이다.진가연은 수년 동안 뚱뚱했고 외출을 많이 하지 많이 친구가 많지 않았다. 그런 그녀는 사실 내심 외로워했다.진가연은 부잣집 딸인 데다가 높은 자리에 오른 공무원 인 아버지가 있다. 모두가 아첨하고 싶은 대상이니 그녀의 마음은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다른 한편으로는 몸매의 원인으로 자존감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자기의 몸매에 대해 말할까 봐, 자기를 비웃을 까봐 두려워했다. 자기의 이런 몸매를 싫어하지만 조금도 방법이 없었다.이 두 가지 감정이 뒤섞여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고 그녀는 매우 비참했다."진정해."한소은은 부드럽게 말했다.다만 그녀를 위로하는 것인지 자신을 위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연구실에서 이 교수는 지저분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원철수는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물론 그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학 재학 시절 해킹 기술을 조금 배웠던 적이 있었다. 더 고급 기술 문제라면 그가 해결할 수 없을 지 모르겠지만 대규모 데이터는 베이스에 저장되어 있었다. 당시 한소은은 컴퓨터의 실험 데이터 만 파괴했다.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고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이 교수의 방해로 인해 데이터의 일부만 파괴되었다.컴퓨터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네트워크 연결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때때로 어려운 병을 보러 가라는 간청을 받았었다. 이미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는 데 익숙해졌지만 때때로 그는 자신이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 말했었다. 그것은 모두 그 사람들의 생각이며 그들이 자기를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고 착각한 것이지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자기가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들킬까 조마조마했다.한소은과 경쟁하는 건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언젠가 그녀가 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이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힐까 봐 두려워서였다.. 원철수는 자기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는 직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한소은 앞에서는 항상 한발 느렸다.하지만 이번에 한소은이 파괴한 실험 데이터를 원철수가 다시 복구했다. 이것은 전적으로 자기 능력으로 이루어 낸 것이다. 그는 큰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꼈고, 이런 느낌은 얼마나 많은 칭찬과 돈으로 살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원철수는 기지개를 켜며 만족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이 교수님, 실험 데이터가 다시 복구되었으니 이제 걱정할 필요 없이 실험을 계속할 수 있어요.""철수야, 정말 대단해!"이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이 연구실은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한소은이 떠났으니, 이제부터 네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프로젝트를 책임져!""예!"원철수은 단번에 받아들였다. 그는 이제 모든 실험 데이터를 손에 넣었고 이전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곧 모든 실험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주 부인은 집에서 하루를 쉬었다. 요즘 너무 바빠서 모임이나 미용을 받을 시간조차 없었다.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진가연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지난번에 신의 원 선생님이 진
물 한 컵을 마시고 자리에 앉은 진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공기를 정화한다는 건 느끼지 못했어요…… 외숙모, 이렇게 오랫동안 집안에 식물들을 가득 채우고 산 내가 정말 편안해 보였나요?"그녀의 말에 주 부인은 할 말을 잃었다."…….""매일 잠이 쏟아지고 자고 싶은 게 아니면 자러 가는 길이예요, 깨어 있으면 온갖 욕구를 주체할 수 없고요.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편한 할 수 있겠어요? 하루도 편안한 적이 없어요."진가연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고 물 한 모금을 마셨다."가연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그건 네 건강이 좋지 않아서야. 이제 널 치료할 수 있는 신의도 찾았고 처방전도 있잖아. 참, 오늘 약은 제시간에 먹었어?"주 부인은 걱정스럽게 물었다.진가연은 그녀를 쳐다보며 대답을 피했다."외숙모, 정말 제 병, 제 몸이 치료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그 질문에 깜짝 놀란 주 부인은 재빨리 대답했다."그럼, 당연하지! 신의가 그렇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약 잘 챙겨 먹어!"그러고는 진가연의 뒤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뭔가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예전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식물이 있었고, 주 부인도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바꾸니 기분이 이상해졌다.주 부인은 자연스럽게 쿠션을 잡고 품에 안았다. 방안이 서늘하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자기를 바라보는 진가연의 눈빛도 서늘한 것 같았다."가연아, 오늘 약 먹었어?" 주 부인은 다시 물었다.대답을 듣지 못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려 했다.이때 진가연이 입을 열었다."외숙모, 내가 약을 마시고 안 마시고가 중요한가요? 어차피 이렇게 됐는데, 신의가 난 독에 중독된 거라 했잖아요. 약을 마시면 낫는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독에 걸렸는지, 누가 독을 먹였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또 독에 걸리지 않을까요?""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 사람은 내가 모르게 내게 독을 탔어요. 이 사람을 찾지 못하면 약을 마시든 안 마시든 무슨 차이가 있을
"필요 없어요."진가연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희미하게 말했다."아빠한테 말 안 했어요, 외숙모도 말하지 마요.""왜?!"주 부인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네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아버지도 최근 많이 피곤해하셔서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가 알게 되면 큰일 날 것 같아요. 제가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이 사람은 저와 가까운 사람일 거예요. 그러니 먼저 그녀가 누구인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그렇게 말한 후 진가연은 고개를 들어 주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외숙모, 저를 도와주실 거죠?"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은 주 부인은 멈칫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말했다."그럼, 당연하지! 당연히 도와야지! 하지만…….""지금은 말하지 말고 우리 둘 사이의 작은 비밀로 해요. 일이 명확 해지면 아빠에게 나를 치료할 신의를 찾아 준 것이 외숙모라고 말할게요."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그리고 내게 독을 탄 사람이 알게 되어 도망가면 치료하기 어려워질 거라고 신의가 말했어요.”그녀의 말을 들으니 조금 합리적인 것 같긴 했다. 게다가 진가연이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은 주 부인의 기분을 좋게 했다.주 부인은 진가연이 결국에는 자기를 믿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끔 말대꾸하지만 중요한 일에서는 자기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진가연의 모습이 주 부인은 만족스러웠다.큰 위로와 만족을 얻은 주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 말이 맞아. 그럼, 네 아버지에게 먼저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너도 조심해야 해, 집에서의 식단은 내가 …….""생각해 보았는데 집에서 독을 먹었으니, 앞으로는 집에서 먹지 않아야겠어요, 어차피 지금 소은 언니 집에 가서 먹으니까 내게 독을 탄 사람이 기회를 찾지 못할 거예요."진가연은 한소은의 자연스럽게 한소은의 집에 가서 밥을 먹겠다는 핑계를 대었다."하지만 ……."깜짝
"그래, 넌 멍청하지 않아!"입으로는 이렇게 대답했지만, 주 부인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누가 그렇게 오랫동안 독을 탄 것도 몰랐는데 멍청한 게 아니면 뭐라고!”"외숙모 뭐라고 했어요?"진가연은 분명 주 부인의 말을 들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아무것도 아니야."주 부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하지만 이 약은 ……""이 약을 매일 소은 언니 집에 가져가서 끓여서 마시면 돼요. 내일부터는 집을 자주 비울 테니 외숙모도 자주 오지 마세요. 괜히 왔다가 집에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해요."진가연은 주 부인에게 미리 알려주었다."하지만 신의는 무분별하게 밖에서 먹지 말고 집에서 먹으라고 했는데…….""신의가 난 독에 중독된 것이고 누군가 내게 독을 탔다고도 말했어요."진가연이 주 부인의 말을 끊으며 반박했다."어쩌면 그날 신의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요. 밖에서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만 하고 집에 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 같아요.”“가연아…….""외숙모, 저를 위해서 이러시는 거 알아요, 의사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어요, 제가 폭식할까 봐 걱정하시는 것뿐이잖아요. 내가 안 먹으면 괜찮은 거죠? 벌써 소은 언니에게 식단 조절할 거라고 말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진가연은 외숙모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밀어붙일수록 잔소리가 더 많을 것이고, 그녀의 말을 따라 한다면 그녀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주 부인은 한동안 침묵하다 물었다."한소은에게 네가 독에 중독되었다고 말했어?""아직 말하지 않았어요."진가연은 고개를 저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한소은은 자기가 알기 전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식단 조절에 관해서는…… 진가연은 최근부터 음식 칼로리를 계산해 섭취했다. 그것도 식단 조절이라면 조절이다.한소은은 그녀가 지루할까 봐 걱정되어 칼로리 섭취량과 인체 구조에 관한 많은 책을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심심할 때마다 뒤져 보았었다. 그게 많은
"김씨 가문이 망한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 말을 듣자마자 진가연은 긴장했다.그녀는 한소은을 가장 친한 친구로 여겼다. 그러니 당연히 김씨 가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주 부인이 어디서 주워들은 거짓 소문일지 모르지만, 조금의 가능성이 있어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됐어, 묻지 마!"주 부인은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며 말을 흐렸다."외숙모, 빨리 말해요! 궁금해 죽겠어요!"진가연이 안달이 나서 물었다.이미 말을 꺼냈으니 주 부인은 그냥 말하기로 했다."사실 이건 비밀도 아니야. 김씨 가문의 사업에 문제가 조금 생겼어. 남아시아의 공장에서 집단 중독 사건이 발생했다고 그래. 원래 이 문제는 크지 않지만, 김서진이 그곳으로 갔고 그곳의 상황은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야. 전쟁에 전염병까지 돌고 있대. 어쩌면 살아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잘 생각해 봐, 만약 김서진에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김씨 가문은…… 혼란에 빠질 거야. 김씨 가문은 그대로 망할지도 몰라.""외숙모가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한소은이 네게 접근하는 것이 걱정되어서 그래, 그 여자가 다른 생각이 있을까 봐 걱정되어서. 잘 생각해 봐,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지 말고! 응?"진가연은 주 부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그녀는 주 부인이 앞서 말한 내용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생각해 보니 최근 한소은의 집에 갔을 때 김서진을 본 적 없었고 한소은도 그를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김준도 아빠를 찾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김서진이 정말 해외로 갔다는 것이다.요즘 한소은이 항상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진가연은 한소은이 이렇게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걸 생각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을 다해 자기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는 이런 한소은을 의심하기까지 했다.그렇게 생각하니 진가연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 찼다.진가연은 갑자기 일어서면서 말했다."차 좀 준비해 줘요, 잠시 어디 다녀와야겠어요!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