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연은 기쁘게 집에 돌아와 주 부인이 오는 것을 보았다.이번에 그 의사도 있었다. 분명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가연은 갑자기 좀 짜증이 났다.‘필요 없다고 했잖아, 다음부터 오지 말라고 해야 되겠네.’진가연은 기분이 좀 별로지만 그래도 입을 열었다 ‘외숙모, 안녕하세요.’"가연아, 돌아왔구나, 너 요즘 늦게까지 돌아다니고 너희 아버지가 걱정하지도 않니!""저도 성인인데 이상한 곳도 가지 않았는데 뭘 걱정해요. 근데 요즘 외숙모는 아주 심심하시나 봐요. 맨날 우리 집에 오시네요."그녀는 옆에 있는 원철수를 바라보고 계속 말했다."그리고, 곁에 정체불명의 남자가 자꾸 따라다니는데 우리 외삼촌이 알면 질투하지 않아요?"그녀는 일부러 농담처럼 말했고, 주 부인은 멍하니 있다가 좀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애가 또 무슨 헛소리야! 이분은 의사 선생님이시고, 너도 본 적이 있잖아! 그리고, 네 외삼촌도 알고 있거든. 농담 좀 그만해라!"말하다가 한 걸음 물러서서 그녀는 계속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아주 바쁘신데도 와서 너를 치료해 주시는데 감사할 줄 알아야지. 병이 나으면 너도 건강해지고 네 아버지도 기뻐하실 거잖아."그녀는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원철수를 바라보았다. 진가연의 태도가 의사 선생님 기분을 나쁘게 할까 봐 두려웠다.주 부인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의사 선생님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에게 찾아와서 지금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주 부인은 원철수의 말을 듣고 바로 차를 몰고 진씨 가문으로 왔다.진가연이 또 한소은한테 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주 부인은 진가연이 일부러 돌아오지 않을까 봐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계속 기다렸고, 하인에게도 알려주지 못하게 했다.원래 원철수가 귀찮아할까 봐 걱정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이상하게 인내심이 있어서 거기에 앉아 차를 마시고 핸드폰을 가지고 놀았는데, 조금도 초조하고 답답한 모습이 없었다.주 부인은 한숨을 돌리는 동시에 약간 궁금함도 있었다.
"원 선생님……."주 부인은 그가 화낼까 봐 걱정되어 해명하려고 했다.그러나 원철수는 그녀를 무시하고 계속 진가연을 바라보았다.진가연은 몸을 돌려 그를 마주하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선생님의 알 바가 아니잖아요?"원철수는 웃고 계속 말했다."그리고 합리적인 음식만 먹으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살까지 뺄 수 있다고 했었죠?”진가연은 의심스럽게 그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주 부인이 갑자기 말했다."저게 말이야 방구야. 다이어트를 하면 어떻게 배부르게 먹어? 배부르게 먹으면 어떻게 살을 빼? 가연아 너 믿지 마라.""아니요, 그녀의 말이 맞아요." 뜻밖에도 원철수는 이렇게 말했다."???"주 부인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당신도 그녀가 한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어느덧 진가연은 그에 대한 태도가 좋아졌다."어느 정도요." 원철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사실 다이어트를 해보면 이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비타민 석이섬유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천천히 살을 뺄 수가 있다.하지만 진가연의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이렇게 간단하게 살을 뺄 수가 없다."무슨 뜻이죠?"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궁금한 듯 물었다."진맥 한번 해보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원철수는 그녀를 바라보고 말했다.진가연은 망설이다가 자기 손목을 보고, 또 고개를 들어 원철수를 보았다.옆에 있던 주 부인은 얼른 말했다."가연아, 진맥 한 번 해봐!"말하면서 주 부인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러나 진가연은 갑자기 뒷짐을 지고 말했다."싫어요!""아이고, 이 애가 참……."그녀의 손을 잡지 못해서 주 부인은 화가 났다.원철수는 오히려 담담하게 웃었다."싫은 것보다 두려운 것 같은데요?""참나, 제가 무서울 게 뭐 있어요!"웃으면서 진가연이 말했다."약 올리지 마시죠!""한소은과 친구니까 그녀가 한 말이 틀렸나 봐 두려운 거겠죠?""가연아, 말 좀 들어라! 한소은은 그냥 제향
원철수는 진맥하면서 매우 엄숙해 보였다.진가연의 마음이 여전히 불안했다.그녀는 예전에 병원 많이 가봤지만 병인을 찾지 못했다.그 후에 한약을 한동안 먹어봤는데, 너무 써서 울고 싶었다. 결국엔 효과도 별로 없었고 천천히 포기했다.헬스장도 가 본 적이 있다. 그녀가 너무 뚱뚱해서 격렬한 운동을 하지 못해서 천천히 걸을 수만 있었다. 하지만 끝나고 더욱 배고파져 오히려 역효과가 생겼다.노력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그녀도 천천히 포기했다.요 며칠 동안 진가연은 한소은의 집에서 아주 즐거웠다. 다이어트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치 방학과 같았다.그러나 지금 또다시 진료를 받아서 진가연은 아주 불안했다.그녀도 치료받고 싶지만 한소은의 말을 더 믿고 싶었다.그녀가 생각하고 있을 때 진맥이 끝났다."어때요?" 주 부인은 긴장해서 바로 물었다.그러나 원철수는 입을 열지 않고 진가연만 쳐다보았다.진가연은 좀 불편해서, 고개를 숙이고, 또 고개를 들었지만, 왜 자기를 쳐다보는지 이해 못 했다."뭘 보세요?""항상 졸음이 오지 않나요? 앉아서도 잠을 잘 수 있죠? 때때로 자신의 식욕을 억제할 수 없다고 느끼지 않나요? 많이 먹어도 전혀 배부르지 않고 심지어 토할 때까지 먹을 때도 있었죠?”그는 한꺼번에 여러 개 질문을 했다.진가연은 멍하니 있다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옆에 있던 주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역시 선생님이 대단하시네요."주 부인은 매우 알랑거렸다.하찮게 비웃자 진가연이 말했다."뭐가 신기해요. 뚱뚱한 사람은 다 이래요. 이전 의사들도 말한 적이 있어요.""가연아, 함부로 말하지 마!"주 부인은 작은 소리로 질책하자 계속 물었다."그럼 어떻게 치료해야 되나요? 한약을 먹어야 되나요?""네, 맞습니다." 원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이 말을 듣고 진가연은 말했다."역시!"그녀는 이전에도 한약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사에 대해 신뢰감도 다 사라졌다."아니요, 필요 없어요."진가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약은
단순한 비만은 아닙니다."원철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진맥한 결과에 따라 아가씨는 중독된 것 같습니다.""중독?!"거의 동시에, 주 부인과 진가연은 소리를 질렀다.정말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다.그녀는 많은 병원에 갔었다. 선천적인 체질이라고 한 사람도 있고 너무 많이 먹었다고 한 사람도 있고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중독되었다고 한 사람은 전혀 없었다."그, 그럴 리가?"주 부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중독이죠?""맞아요."정신을 차리자 진가연도 어이없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저는 의사를 많이 찾아봤는데 중독되었다고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설마 그들은 다 능력이 부족해서 중독되었다는 것도 못 알아봐요?""만성 중독이고 독성이 너무나 복잡해서 일반인들은 절대 알아보지 못합니다."원철수는 잠시 멈추었다가 뒷말을 하지 않았다.‘지금 능력이 있는 한의사가 별로 없다. 게다가 이걸로 사기 치는 사람도 너무나 많았다.’하지만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그래요?" 그러나 진가연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중독되었다고 한 사람은 전혀 없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럼 어떻게 중독되었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맞아요!" 주 부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의사 선생님, 가연이가 도대체 어떻게 중독되었나요? 걔는 항상 집에만 있었어요.""원인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더 자세히 관찰해야 해요."잠시 생각하다가 원철수가 말했다."일단 처방전을 드릴 테니까 10일 동안 처방전에 따라 약을 드세요.”"네, 네!"주 부인이 대답했다."돈은 문제가 아닙니다!""가연이를 치료해 줄 수 있다면 얼마더라도 내겠습니다!"원철수는 고개를 저었다."가격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잘 주의하셔야 합니다."잠시 멈추었다가 그는 계속 말했다."요 며칠 동안 나가서 먹지 마시고 제가 식단을 만들어 드릴 테니까 이에 따라 드
"한소은도 가연 씨를 대상으로 실험할 수 있잖아요?"원철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볼펜과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처방전을 쓰면서 말했다."저는 그녀와 같이 한 실험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녀는 제향사라서 약초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잠시 멈추고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그러나 아무래도 그녀는 의사가 아니라서 경험이 부족할 겁니다. 이번 기회를 잡아서 실험하려고 한 것 같아요."그가 이렇게 말하자 주 부인은 문득 깨닫고 진가연을 보고 말했다."가연아, 그녀가 너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잖아!""……."진가연은 침묵했다.그녀는 윈철수의 말을 듣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이 말을 믿고 싶지 않지만 한소은은 항상 자기를 치료해 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만약 그녀가 정말 한의학을 배웠다면, 잘하지 못해도 지기한테 알려야 하지 않나.’"가연 씨가 한소은과 친구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를 안 믿어 주셔도 되고 가서 직접 한번 물어보세요." 원철수는 웃으면서 말했다. "처방전이 여기에 있으니까 참고하셔도 좋아요. 저를 믿은지 상관 없어요.""자기 몸이니까 남의 실험 대상이 되지 마세요."말이 끝나자 그는 문밖으로 나갔다.주 부인도 얼른 쫓아갔다.“선생님, 저희는 믿어요! 당연히 선생님을 믿죠!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처방전을 따러 약을 드시고 10일 뒤에 제가 다시 오겠습니다.”원철수는 고개를 돌려 진가연이 충격을 받고 아직 멍때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주 부인은 얼른 대답하며 정성스럽게 원철수를 데려다주었다.진가연은 소파에 앉아 원철수의 말을 회상했다.‘그녀는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이번 기회를 잡고 실험하려고 한다.’——한소은은 레시피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요리에 대해 사실 그리 잘하지 못하지만, 최근에는 진연아를 위해서 배우고 있다.사실 다이어트 식품을 찾는 게 매우 간단하다. 집안의 요리사보고 메뉴를 따라 하라고
한소은은 처음 진가연의 집에 갔을 때도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진가연은 식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많은 식물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약초도 많이 있었다.만약 약초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상하지 않는데 진가연은 약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예전에 아주 진귀한 토침향을 한소은에게 주었다.진가연의 집에도 많은 진귀한 약초들이 있었다. 약초들은 같은 곳에 모아 서로 간의 냄새가 섞여서 독이 생길 수도 있다.물론 이것도 한소은의 추측일 뿐이다. 그녀는 그다지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그녀는 어르신에게 물어봤다. 어르신은 박식하고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아마도 이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어르신도 이런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는데, 그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한 것은 진가연이 올바르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면 성공이다.그다음에는 바로 진가연의 집에 가서 그 약초들을 제거하는 것이다.체내의 독에 대해 아직 모르니까 먼저 검사해 봐야 치료할 수 있다.한소은은 이런 것들에 대해 모두 진가연에게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소은은 아직 증거가 없고 말하면 진가연이 또 긴장할까 봐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천천히 하자.’한소은은 식단을 작성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김서진한테 전화가 왔다.한소은은 얼른 펜을 내려놓고 전화를 들어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여보세요?""여보, 잤어요?" 원래 그녀는 자신이 매우 강인한 여자라고 여겼지만 요 몇일동안 김서진과 연락을 안해서 매우 걱정했다.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억제하자,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아직 안 잤어요.""미안해요. 많이 걱정했었죠?"김서진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더 이상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매우 억울하게 말했다"내가 많이 걱정했잖아요!"그녀는 지금까지 계속 걱정했었다. 그러나 김서진의 목소리를 듣자 오래동안 쌓은 긴장
"아니요.”김서진이 말했다."CCTV를 다 봤는데 누가 독을 넣었는지 발견하지 못했고, 음식 찌꺼기도 검사해 봤는데 독극물을 발견하지 못했어요.""……음식이 아니라면 물인가요?"한소은은 잠시 생각하고 물었다.“그것도 검사했어요.”‘음식도 아니고 물도 아니라고요? 너무 이상하네…….”"그냥 사고 아니에요? 중독된 사람들은 어디에 갔었어요? 아니면 이상한 사람을 만났었어요?"한소은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사상자가 생겨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다 조사해 봤는데, 이 사람들은 모두 공장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에요. 최근 며칠 동안 바깥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없어요."김서진이 말했다."아직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결과가 나올 거에요. 안심하세요!"신호가 안 좋아서 그의 목소리는 가끔 끊겼다."알았어요, 당신도 조심해요."요즘 거기에 반란이 일어나서 한소은은 많이 걱정했다."알아요, 난 괜찮아요!" 김서진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뭐라고요?" 그녀는 한쪽 귀를 막고 물었다."아니에요, 이쪽은 신호가 좋지 않아서 먼저 전화를 끊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김서진이 말했다."응응, 알아……."그녀는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전화가 이미 끊겼다.신호가 확실히 너무 안 좋았다.한소은은 긴장이 조금 풀렸다.그녀는 도와주고 싶지만 여기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장거리 연애는 참 많이 힘든구나!’——주 부인은 집에 돌아와서 매우 흐뭇했다.‘역시 선생님은 남 다르시네.’‘선생님의 말씀이 맞네! 그 한소은은 가연이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네. 인성이 참…… 가연이도 너무 멍청하군.’주현철이 또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주 부인은 기분이 나빠졌다."당신이 왜 또 술 먹어요! 그 무슨 프로젝트를 해야 하잖아요. 오히려 내가 바빠 죽겠네, 에휴!"말하면서 털썩 주저앉아 하인에게 차를 끓여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했다."뭐가 그리 급해?"주현철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는 무조건 이 프로젝트를 얻어낼 거야.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주현철의 말을 듣고 주 부인도 매우 기뻐했다. 마침 하인이 차를 들고 컵을 가져왔다.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차 말고 나도 술 마실래!"말하면서 술병을 들고 자신에게 한 잔을 따라주었다."이제 우리 집도 운이 좋아졌네.""좋은 일도 계속 생기네.""뭐가?"주현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술을 한 모금 크게 마시고 주 부인은 사레가 들렸다. 그녀는 여러 번 기침을 한 후 말했다."가연이가 오늘 의사 선생님에게 치료받았어요!""치료받았다고요?"이 말을 한 사람은 주현철이 아니라 주효영이었다.그녀는 방금 전에 샤워해서 머리가 아직 젖어 있다"효영아?!" 주 부인은 깜짝 놀랐다."너는 언제 돌아왔니, 왜 안 알려줬어! 당신도 왜 딸이 돌아왔는데도 나에게 한마디도 안 해요! 아이고, 진짜 좋은 날이네. 한 잔 더 해야지!"주현철은 중얼거렸다."나도 못 봤어. 효영아, 너 언제 돌아왔니, 왜 인사도 안 하냐.""술 마시고 있잖아요."주효영은 담담하게 말했다.“……저게 말이냐.""에휴, 술만 먹고 딸이 돌아온 것도 몰라요!" 주 부인은 남편을 두 대 치고 말했다."효영아, 뭐 먹고 싶어? 지금 바로 하인을 시킬게.""아니다, 오랜만에 돌아오니까 나가서 외식하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딸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그러나 주효영은 피했다."뭐가 그렇게 신나요?""……."주 부인은 그제야 딸이 다른 사람에게 건드리는 게 싫어한다는 것을 생각났다."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아주 기뻐서 그렇지.”"오, 네 아버지의 장사도 잘되고 있어. 우리 집은 이제 대박 날 거야!"주효영이 반응 별로 없는 것을 보고 그녀는 계속 말했다."그리고 내가 진가연에게 의사 선생님을 찾아줬어. 역시 의사선생님이 아주 대단하셔. 진가연을 보자마자 중독됐다는 것을 알아냈어!""중독?!" 주현철은 놀라서 사레가 들릴 뻔했다."무슨 독에 걸렸어, 무슨 중독이야? 가연이가 중독됐다고?!"그는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