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말했던 주부인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농담으로한 소리를 신의는 진담으로 받아드리고 있었다.그녀가 망설이는 순간,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원철수는 안전벨트를 매고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럴 용기없으면 관두고요.”이 한마디는 순식간에 그녀의 자존심을 자극했다.“그럴 용기가 없다니요!”원철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시동을 걸었다.그가 화가 난 줄 알고, 주부인은 얼른 말했다.“다들 그 집안을 두려워하는데,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 형부가 진부장인데 제가 무서워할 리가 없잖아요! 두고보세요! 제가 때리기만 하면 우리 조카 치료해주실거죠?”앞을 보고 원철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그때 다시 얘기하죠.”말을 마치자 이미 시동을 걸었고 액셀을 밟자 앞으로 나아갔다.주부인은 바빠서 손을 놓았는데, 차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보고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지켜보세요! 전 약속을 지킬겁니다!”......원철수는 이 실험에 대해서도 극히 심혈을 기울였다.손에 있는 일을 바삐 보내고 곧장 연구소로 달려갔지만 실험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보게 되었다.“당신?! 안 온다고 했잖아요?!”흰 가운을 입은 사람의 그림자를 똑똑히 본 후, 그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감정이 좀 격해져서 말했다.“네? 제가 그랬던가요?”몸을 돌리자 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완전히 잊어버린 모습을 보였다.“당연히 말했었지! 이 실험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된다고 나간다고 했잖아!”원철수는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사실 그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 한편으로 한소은의 손에 있는 그 과거의 수치를 원했고 다른 한편으로 또 그녀가 어떤 성적을 낼수 있다는것을 믿지 않았다.이곳에서 다시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그의 질문에 한소은은 진지하게 잠시 생각했지만 여전히 생각이 나지 않은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랬다면 없는 일로 하시죠.”원철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어떻게 없던 일도 할 수 있어요! 말을 뱉었으면 끝까지
손으로 자신의 목을 만지고 또 입을 벌리고 말하려 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그는 초조한 바람에 땀이 흘러내릴 것 같았지만, 한소은은 오히려 그를 등지고 실험에 전념했다.원철수는 급해져서 그렇게 많은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비록 그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틀림없이 한소은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손을 들어 한소은을 두드렸지만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앞에 있는 물건을 열심히 쳐다보았다.계속 두드리니 한소은은 짜증이 나서 몸을 돌려 그의 몸에 또 두 번 찔렀다.“거참, 귀찮게 하네요!”“...... .”이번에는 소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손도 움직일 수 없다.이런 느낌은 정말 기괴하고 무섭다. 그는 거기에 서서 눈알만 돌릴뿐 이 세상 모든것이 환상적이라고 느꼈다.오래된 인식이 모두 전복될 것 같은데...... .‘설마 이 세상에 정말 어떤 점혈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겠지?’‘하필 가장 마음에 들지 않고 가장 상대하기 싫은 이 여자한테?’그는 마음속으로 이런 것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만약 존재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지금 여기에 서서 말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뺨 양쪽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질곡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고 싶었다. 이런 기괴한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마치 온몸의 힘을 다 써도 조금도 쓸모가 없었다.‘이상해, 너무 이상해!’그를 해결하고 난 한소은은 조용히 실험에 몰두했다.사실 그녀가 실험을 할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게 했었다.전에는 이교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오지 않았고, 더욱이 아무도 옆에서 떠들지 않았다.하지만 원철수는 명예를 낚는 것을 좋아하면 그만이지 쓸데없는 말도 많았다. 항상 그녀의 귓가에서 중얼대며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웠다.만약 정말 짜증나지 않는다면, 그녀는 혈을 찌르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런 일이 전해지면 불필요한 번거로
순간, 이교수의 주의력도 컴퓨터 쪽에 매료되어 원철수의 손을 놓고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어때?”한소은은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이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리자 스크린의 수치가 재빨리 뛰여오르는것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합에 성공했다.“성공했다!”그녀의 환호소리에는 흥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비록 이번에 한 실험은 상대적으로 비교적 간단한 약초융합이지만 하나의 큰 진보라고 할수 있다.성공한 선례만 있다면 그 뒤의 실험은 그리 어렵지 않고 늘 공통성이 있다.“잘 됐어!”이교수도 매우 기뻐하며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 즐겁게 계속 흔들었다.“잘 됐어!너무 잘 됐어!”“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너 진짜 대단해! 결국엔 네 손에 해결될 문제였어! 난 네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잘 왔어!””네가 돌아왔으니 앞으로의 실험은 탄탄대로를 걷게 될거야!”“그치? 철수야.”대답이 없자 그는 고개를 돌려 원철수를 보았는데, 거기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도 전에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뭔가 좀 무거워 보였다.“철수야?”이교수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가 화가 나서 그런줄 알았다.한소은은 정신을 차리고서야 뒤에 그가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곧장 일어나 빨리 먼저 원철수의 곁으로 가서 손을 들어 그의 등을 힘껏 두드렸다.“너무 좋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기쁜가봐요.”그녀가 마구 때리는 것 같지만, 원철수는 순간 몸에 무슨 억압적인 것이 갑자기 원활해진 것 같았다.손발도 곧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만 약간 마비되었다.“그래?”이교수는 좀 의심스러웠다. 아무리 기뻐도 저렇게 아무런 표정도 없고 반응이 없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철수야?”정신을 차린 원철수는 한소은을 힐끗 보았는데 눈빛이 복잡하여 이교수가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바삐 대답했다.“네, 교수님!”입을 열자 목이 좀 쉰것 같아서 다시 힘을 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회를 틈타 자신의 난처함을 숨겼
그는 지금 머릿속이 온통 방금 그 상상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실험의 성공을 포함한 다른 어떤 일도 그의 주의력을 돌릴 수 없었다.이교수도 그의 정서가 그다지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에 그가 한소은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한 것을 생각하고, 한소은이 실험을 성공시켜서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너도 고생많았어. 매일 실험에 몰두하느라 다크서클도 생기고 말이야.”“오늘은 먼저 돌아가서 푹 쉬어! 몸이 건강해야 실험도 잘 할 수 있어!”“전 괜찮습니다. 이미 푹 쉬고 왔습니다. 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교수가 끼어들었다.“젊다고 그러지 마. 실험은 원래 오랜 시간을 공들여 하는 거야. 이 실험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니 앞으로도 더 많은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거야!”“너무 타이트하게 그러지 말고 가서 푹 쉬고 와. 여긴 한소은도 있잖아!”이교수는 껄껄 웃으며 한소은을 흐뭇하게 보았다.“얼른 가서 푹 쉬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급하게 올 필요도 없어. 몸이 회복되면 다시 와도 늦지 않아!”“저...... .”원철수는 가슴이 막혀 마치 숨을 막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이교수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알았다.겉으로는 그를 배려하고 그의 몸을 걱정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이미 그가 필요없다는 뜻이다.한소은이 돌아왔고 실험도 성공했으니 자기는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며칠이나 밤을 새워도 아무것도 성공해 내지 못한 자신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속의 화가 점점 더 왕성해졌다.그는 냉소하며 화를 참지 못했다.“제가 이제는 필요없는 거죠? 누가 왔으니 너는 이만 물러가라...... 이거네요? 그럼, 편히 쉬러 가보겠습니다.”말을 끝내고 그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이교수는 그를 달래려고 두 마디 하려고 그랬는데, 미처 하지 못했다.“철수야...... .”상징적으로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는데, 막는 사람 이없자 이교수도 그만두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향해 웃으며 어쩔 수 없이
원철수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실험실을 떠난 후, 그는 바로 원 노인의 정원으로 달려갔다.노인의 기분이 어떻든 간에 그는 반드시 만나서 물어내야만 한다.노인은 한소은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오래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오늘 자신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그는 혈을 찌르는 일을 믿지 않는다.‘유일한 설명은 일시적인 중독인가?’‘신경성 중독으로 잠시 통제력을 잃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독이 있을까?’머릿속은 온통 헛된 생각으로 가득 차서 하마터면 정신을 잃고 사람을 칠 뻔했다.그는 줄곧 액셀을 힘차게 밟으며 마침내 교외의 장원에 왔다.차가 멈추자 지체없이 차에서 뛰어내려 직접 돌진했다.전의 규칙을 돌보지 못하고 그는 안으로 뛰어들려고 했으나 하인에게 가로막혔다.“도련님, 이건 규칙에 맞지 않습니다.”“그럴 시간 없습니다! 벌을 받더라도 반드시 알아내야 합니다!”“미안하지만 안됩니다!”“놓으시죠!”그는 안으로 돌진하려고 했지만 곧 서너 사람에게 가로막혔다.원철수는 벗어날 수 없어 목을 꼿꼿이 세우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가서 당장 전하세요! 급한 일이 있어 꼭 만나야 하는데, 어르신도 흥미겨워하는 일이라고!”“참, 참, 이 일은 한소은과 관계가 있다고 말하세요! 반드시 흥미를 느낄겁니다!”하인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사람이 멀리 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포기하고 그를 막은 하인도 손을 놓았다.제자리에 서서 잠시 기다리다가 전에 들어갔던 하인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만 돌아가시라고 하십니다. 어떤 일이든 관심이없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다른 사람 일로 귀찮게 하지 말라고...... .”“...... .”원철수는 노인이 뜻밖에도 그를 만나려 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비록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한소은 이름까지 말했는데도 만나려하지 않는다.‘사이가 좋으거야......
“병신들!”원노인은 손에 책을 들고 있었고 힐끗 쳐다보며 소리쳤다.“풀어줘!”명령을 받자 그 사람들은 손을 놓고 제자리에 서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자유를 얻자마자 원철수는 바로 일어서서 몸을 움직인 후 입을 열었다.“저 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네가? 너한테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고 그래?”원노인은 눈꺼풀을 치켜들고 노려보았다.“저...... .”그는 막 입을 열려고 망설이며 좌우를 둘러보았다.“무슨 면목 없는 짓이라도 저지렀어?”입으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을 흔들며 그 하인들을 모두 물러나게 했다.사람이 모두 흩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철수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지금까지 약초에 대해 연구하셨잖아요...... 혹시 사람 신경을 잠시 마비시키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약초 있을까요?”원노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한 번 보고서야 느릿느릿 말했다.“왜, 배우면 배울수록 초자로 돌아가니? 마취약도 몰라?”“아니아니, 마취약은 아닙니다. 그...... .”그는 조급해할수록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그냥...... 손가락으로 이렇게 툭 치면......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거요.”노인의 기분은 뒤로 한채 그는 말하면서 그의 몸을 툭툭 치는 흉내를 했다.그는 사실 기억이 좀 희미해져서 대략적인 인상에 따라 동작을 흉내냈다.“그리고 이렇게 툭 때리면 정상으로 돌아와요.”그의 말이 조리가 없고 당황한 기색도 있는 걸 보고 노인은 실눈을 뜨고 이번에는 오히려 그를 비웃지 않았다.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혈을 가리키는 거니?”“아니요! 혈을 찌르는 건 아닐겁니다.”연신 고개를 저으며 원철수는 곧 부정했다.“그런 건 무협소설이 날조한 것으로 전혀 존재하지 않죠! 제 추측에 의하면, 분명히 사람의 신경을 잠시 마비시키기는 약물이 있을 겁니다! 침술도 가능하긴한데......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어요.”생각해보니 바늘에 찔린 느낌도
그의 한 마디에 원철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에게 이런 사실은 너무 창피하다.특히...... 그가 줄곧 마음에 들지 않던 한소은에게 당했다는건 더더욱 창피한 일이다.“아니요, 아니에요!”목을 꼿꼿이 세우고 부인하며 말했다.“제 친구가 그랬어요!”“친구?”마침내 한가로운 흔들림을 멈추고 원 노인은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네 친구?”“네!”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죽어도 인정할 수 없었다.회의적으로 웃으며 노인이 물었다.“한소은이랑 관련된 일이라며? 그 친구가 한소은이야?”“그럴 리가요!”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친구라니! 말도 안 돼! 내가 왜 걔랑 친구로 지내.’“그게 실은 한소은이 전번에 이곳까지 찾아온걸 봤는데...... 두 분 사이가 좋으십니까?아무나 만나지 않잖아요?”“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굳은 표정을 짓고 노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또 이래! 한소은과 관련된 일만 꺼내면 이러지! 도대체 적이야 친구야!’“제가 어르신 프라이버시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소은이 혈을 찌를 줄 아는지 궁금해서요.”비록 노임은 그게 사실로 존재할 수도 있다고 긍정했지만, 그래도 황당하고 터무늬가 없었다.만약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설사 노인이 직접 그에게 이에 관해서 말한다 하더라도 그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왜? 한소은이 널 찔...... .”노인은 끝소리를 길게 끌고 그의 표정을 흘겨보고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네 친구를 찔렀어?”“아니요!”무의식적으로 부인하다가 곧 다시 말을 바꾸었다.“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맞지 않고 머리를 잡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깐...... 손으로 막 제 친구를 두어번 찌러더니 제...... 친구가 움직일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어요. 나중에 또 이렇게 툭툭 쳤는데,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어요.”“처음에는 어떤 약물때문이라고 손가락 틈새에 혹은 반지에 끼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
친구라니,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그들보다 똑똑하고 그들보다 학식이 있으며 친구를 사귈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오랜 세월이 흘러, 이름을 듣고 그에게 병을 치료하고 약을 처방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 외에 그도 정말로 친구가 별로 없다.지금 노인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졸열한 거짓말이다.“제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진자로 혈을 찌를 줄 알아요?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 이렇게 대단합니까?”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마음속의 의혹을 직접 물었다.원노인은 담담하게 웃었다.“대단? 넌 늘 여자가 훌륭하지 않다고 여겨왔잖아. 근데, 대단한거 같아?”“그......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좀 신기하잖아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려우니신기하죠.”몇 마디 억지로 논쟁했지만, 실은 마음이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한소은이 대단하지 않아?’‘아니, 그와 반대로 대단한 여성이긴 하지...... 이교수님의 신임을 얻고 혈을 두어번 찌르더니 난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고 게다거 오랫동안 성과도 없었던 실험이 성공했잖아...... .’이런 여러 가지는 그로 하여금 자신이 정말 그 여자를 우습게 보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과학?” 노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과학으로 모두 설명되는 일은 없어. 세상에는 별의별 일들이 다 있는데, 이게 뭐 어때서!”“그 한소은의 외할아버지는 차씨 어르신인데, 차씨 가문은 대대로 고무를 전승했어.넌 고무에 대해서 알아? 중화 무술의 정수를 알아?”원철수는 말문이 막혔고 조용히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노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노인이 이렇게 그에게 몇 마디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에 그를 몇 마디 조롱하거나 쫓아내는 것이 일수였다.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은 것 같다.“다만 지금에 이르러 열무기시대에 고무가 점차 몰락하였을뿐만아니라 그중의 정묘가 얼마나 전승되였는지도 말하기 어려워. 너희들도 그 대단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