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이연은 작업실에 도착했는데 문이 이미 열렸고 조명도 켜져 있었으며 실험기구도 일부는 켜져 있는 것을 보고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어제 갈 때 끄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결국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니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그중 한 실험실의 문은 닫혀 있었고,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들이 있는 이곳은 향료 말고는 그저 화초뿐이고, 설령 이 기구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도, 옮기기도 쉽지 않고, 팔기도 쉽지 않은데, 도둑이 들었을 리는 없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문을 밀고 손 고리를 돌려 열었다.안의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이것은 분명히 실험하는 소리였다. 이연은 안을 힐끗 보았다.“이런, 너 왜 왔어!”방 안에 있는 사람이 뜻밖에도 한소은이였다.실험에 전념한 한소은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험관 안의 물건을 바라보았다.이연이도 궁금해서 다가가서 같이 봤다.“신제품?”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실험실로 달려가 신제품을 만들고 있는 건가?이전에도 그녀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다만 그녀가 연구소에 들어간 이후로 오랫동안 다시 이런 적이 없었다.갑자기 그녀가 이전의 업무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보니 좀 익숙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아니.”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눈빛은 여전히 앞에 있는 물건에 집중했다."“어...”이연이 소리를 냈을 때 마침 추출이 끝났고 작은 시험관 안에는 소량이 담겨 있었다.몸을 돌려 한소은은 물건을 조심스럽게 잘 보관하고 저장함에 넣고는 아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서야 뚜껑을 닫고 한숨을 돌렸다.“이건...”“작은 실험을 해서 내 마음속의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 보는 거야.”그녀가 말하고 나서 또 당부했다.“참, 이건 만지지 마. 다른 사람도 만지지 못하게 해. 이틀 후 내가 또 써야 해.”“알았어.”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연이 말했다.“뭘 하는 건데 이렇게 신비로워.”한소은은 웃기만
계속 실험실 쪽 연구로 바빠서 이쪽은 전혀 돌볼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도 별로 마음이 없어서 아예 일을 거절했다.바깥 홀에 가서 손을 깨끗이 씻고 난 후 돌아서서 물 한 잔을 따라 마시고 고개를 돌려서야 이연이 그녀를 따라오며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한 모습을 보았다.“왜?”“황실인데 거절... 거절하면 좀 그렇지 않아?”만약 일반적인 부잣집이라도 상관없지만, 상대방은 Y국 황실이다. 비록 같은 나라는 아니지만, 상대방이 주문서를 보내왔는데 거절한다는 건 그야말로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일이다.“황실이면 어때서, 우리는 정상적인 장사를 하고 있어. 그냥 그들에게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이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하면 돼.”그녀는 황실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Y 나라에 가서 발전하고 싶지도 않고, 벼슬길을 갈 생각도 없다. 오히려 황실이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고 번거롭다고 생각했다.그냥 차라리 거절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이 어려운 일은 생각지도 말자고 했다.“그래.”이연이 대답하며 밖에 있는 CCTV를 힐끗 쳐다보았다.“이 사람은 뭐 하는 거야, 수상하네.”“응?”한소은은 호기심에 걸어가 CCTV에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약간 낯이 익었다.“내가 방금 왔을 때 밖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어. 내가 들어가 차를 세웠는데도 그는 가지 않았어. 이때도 줄곧 너의 차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설마 차를 훔치는 도둑은 아니겠지?”눈썹을 찌푸리고 이연은 잠시 생각하고 또 말했다.“그런데 이렇게 대담해? 대낮에 감히 차를 훔칠 수 있어?”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고 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크린 속의 남자를 살펴보았다.“점잖아 보이는데, 점잖은 척하며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니 그냥 경찰에 신고할까?”스크린 속의 남자는 허리를 굽히고 한 손으로 눈썹을 가리고 운전석 자리에서 엎드려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마치 차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 같았다.“차를 훔치려는 도둑이
“안녕하세요!”갑자기 난 소리에 그는 깜짝 놀랐다.원철수는 본능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고, 이어서 들려오는 말을 들었다.“내 차에서 떨어져요!”원철수는 어이없었다.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찾았지만 사람을 보지 못했다. 결국 앞에 있는 그 정문에 달린 작은 감시카메라가 보였다. 변두리에는 확성기 같은 것이 있었는데 아마도 소리가 그곳에서 들려왔을 것이다.호기심에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서 얼굴을 들고는 그 CCTV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그 빨간 스포츠카를 가리켰다.“이 차가... 당신 거예요?”작업실 안에서 한소은은 화면 앞에 갑자기 확대된 얼굴을 보고 웃어버렸다.옆에 있던 이연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이 사람... 웃기네!”“내 것이 아니면 당신 것이에요? 내 차에서 떨어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한소은은 단호하게 말했다.“...”원철수는 평생 이렇게 어이가 없어 본 적이 없다. 지금 그를 차 도둑으로 여기는 것인가?다만, 이 소리가 귀에 익었다.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화면 앞에 있는 한소은과 이연은 그의 축 처진 머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이연은 커피를 마시며 다가가서 말했다.“이 남자는 머리카락이 꽤 무성하네.”그녀의 말을 듣고 한소은은 무심하게 힐끗 쳐다보았다. 그랬다, 확실히 무성했다. 고대에 머리를 기르면 틀림없이 아주 두꺼운 상투를 틀었을 것이다...생각이 날아가던 중 갑자기 원철수가 고개를 들었다.“한소은이지?!”그의 이 말은 반은 문의이고 반은 긍정이었다.이연은 할 말을 잃었다.“너 저 사람 알아? 그 사람이 너인지 확신 못 하는 것 같지?”오이연은 매우 놀랐다.“그는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몰라.”그의 얼굴을 잠시 쳐보던 그녀는 옷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나 좀 나갈게.”방에 남은 이연은 사실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따라 나가려 했지만, 한소은은 나가서 그를 만나는 것이지 그를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엿들을 내용이
지난번에 연구소 입구에서 그는 여자가 이런 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떠들며 실험에서 물러나라고 소란을 피웠다. 이번에는 그녀의 작업실 문 앞까지 달려가 우연이라고 말하니, 그녀는 정말 믿을 수 없다.“지나갔던 길이였다면 믿을래요?”한소은은 허허 웃었다.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입가에 지은 미소가 그를 좀 당황하게 했다.이상하다! 그는 분명 지나가던 길인데, 왜 그녀는 뚫어지게 쳐다보고, 자신은 핑계를 대고 있지 알 수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자신이 당당하다고 느껴져 곧 가슴을 펴고 손가락으로 차를 가리켰다.“그 차, 당신 거예요?”그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힐끗 바라보던 한소은이 대답했다.“그래요, 그러면 뭐요?”“...”원철수는 잠시 주춤하다가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럼 그날 우리 둘째 할아버지 댁에 간 사람도 당신이군요?”눈썹을 치켜세우며 한소은은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당신 둘째 할아버지라니요?”“원 어르신 말이에요.”그는 아예 다 말해버렸다. 원철수는 그녀가 둘째 할아버지와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매우 궁금했다.“아, 원 어르신께서 그쪽 둘째 할아버지였군요.”문득 크게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한소은은 그의 말에 따라 대답했다.원철수는 다소 자랑스러워했다.“당연하죠! 이젠 알았죠? 그러니 제가 당신에게 이 실험에서 물러나라고 충고했던 것이 빈말이 아니었어요. 나는 한의학 가문의 사람이에요. 조상 대대로 약초를 연구해 왔는데 당신 같은 문외한은 또 어떻게 약초의 넓고 심오함을 알 수 있겠어요. 이것은 당신들의 그 향료와 전혀 비교할 수 없어요. 너희들의 그것들은 어린아이의 장난감에 불과해요.”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조향에 대해 매우 무시한다고 말하고 있다.그의 견해에 의하면 그 물건들은 모두 여자를 기쁘게 하고 정을 과시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데 사람의 정신력을 흐트러지게 할 뿐이다. 그들의 이런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며 죽음과 부상과 싸우는 일과 어떻게 비할 수
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알죠.”그녀의 말을 들은 원철수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그게 누군데요? 나도 아는 사람입니까?”“아마 아시겠죠?”한소은은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팔짱을 끼며 원철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느릿느릿하게 말했다.“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는 바로…….”“당신이잖아요!”“난…….”한소은이 그렇게 말하자 원철수는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멍해졌다.“왜요, 원 선생님. 자기가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라도 하셨나요? 제성에서 아니, 전국에서 당신이 바로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오늘 갑자기 내게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가 누군지 물어보다니! 설마 자기의 신분을 잊어버린 건 아니죠?”“…….”그녀의 말에 원철수는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말솜씨는 어디로 가고 한소은에게 한마디 대꾸도 할 수 없었다.“난…….”원철수는 말을 하다 잠시 머뭇거렸다. 한소은과 자기의 둘째 할아버지가 서로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자기가 둘째 할아버지의 마지막 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 앞에서 더욱 숨길 필요가 없다.원철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난 밖에서 단 한 번도 내가 그의 마지막 제자라 말한 적 없어요. 모두 그 사람들이 제멋대로 그렇게 생각한 거죠. 난 단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원철수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오해를 하고 있을 때 그는 나서서 해명하지도 않았다.그의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에 한소은은 가볍게 웃었다. 그녀는 원철수의 속셈을 진작에 꿰뚫고 있었다. 다만, 그의 그런 속셈들을 폭로하기 귀찮기도 했고 더 이상 그와 말싸움하는 게 시간 낭비라 생각했다.“그래요, 원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 하지만 제 차에서 좀 멀리 떨어져 주세요. 긁히면 배상해야 하니까요.”“…….”그녀의 말에 원철수는 다시 할 말을 잃었다
한소은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원철수의 몸이 중심을 잃고 팔을 따라 몸이 돌아갔다. 등 뒤로 팔이 붙잡힌 원철수는 아프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힘을 조금 더 주면 팔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한소은은 지금 임신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손으로 손쉽게 그를 제압해 팔을 뒤로 꺾었다.원철수는 놀라움에 두 눈을 부릅떴다. 제압당한 팔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자, 한소은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한소은 씨! 지금 내게 손댄 거예요?”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포박을 풀려고 바둥거렸다.하지만 한소은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녀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원철수의 손을 피하고 이어서 한발 물러서며 그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그러자 원철수는 순간 허리 쪽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려 했다.“악…….”원철수는 본능적으로 악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넘어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먼지가 날렸다.“원 선생님, 당신의 기억력에 정말 문제가 생긴 것 같네요.”몸을 돌린 한소은이 두 손을 차 옆으로 기대며 엎어져 있는 원철수에게 말했다.“먼저 손을 댄 건 그쪽 아닌가요? 병원에 가서 머리 검사 한번 해보는 게 좋겠어요. 아무리 뛰어난 의사도 자기의 병은 모르니까요.”이렇게 말하고 나서 한소은은 차에 올라타 차 문을 쾅 하고 닫았다.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원철수는 굳게 닫힌 차 문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부끄러움과 분노에 당장이라도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었다.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는 이렇게 쪽팔린 적이 없었다. 한낱 여자에게 그것도 임신한 여자에게 밀쳐 바닥에 엎어지다니!“한소은 씨!”원철수는 이를 악물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당장이라도 쫓아가 주먹으로 그녀의 차 문을 부수고 싶었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더 이상 쪽팔린 일을 저지를 수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허둥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과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그러고는 고
저녁 무렵, 김서진은 어제와 다름없이 한소은을 데리러 왔다.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던 한소은은 뒷좌석에 큰 상자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정교하게 잘 포장된 것도 모자라 그 위에는 리본도 달려 있었다.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한소은이 입꼬리를 올리며 김서진에게 물었다.“어떤 여자에게 선물하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거예요?”“당신 말고 내가 누구에게 선물하겠어요?”김서진은 그녀의 장난을 받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한번 바라보았다.“무슨 기념일도 아닌데 웬 선물이에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선물을 받은 한소은은 내심 기뻤다. 큰 상자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서 김서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마디 더 물었다.“뭔데요?”“오늘이 기념일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어요?”김서진이 대답 대신 이렇게 묻자, 한소은이 당황해하며 생각했다.‘결혼기념일은 아니고, 서진 씨나 내 생일도 아니고, 준이 생일도 아닌데…….”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날인지 생각나지 않자, 한소은은 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했다.‘무슨 특별한 날도 아닌데…….”“아직도 생각해 내지 못했어요?”“…….”한소은은 눈을 깜빡이며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김서진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김서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오늘은 우리가 혼인 신고를 한 지 800일 되는 날이예요.”‘800일…….”오래된 것 같지만 계산해 보면 고작해야 2년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뭘 이런 것까지 계산해서 기념일 취급하는 거야!’“800일도 기념일인가요? 그럼 900일은? 1,000일은? 다 기념일로 정할 거예요?”한소은 손가락을 꼽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이러니 내가 기억하지 못할 수밖에! 이렇게 계산하면 일 년 내내 기념일인데 이걸 어떻게 다 기억해!’“음…….”김서진은 잠시 고민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안될 것도 없죠.”그의 말에 한소은은 눈을 부라렸다.‘되긴 뭐가 되! 그렇게
사실 최근 들어 한소은은 발목이 신발에 쓸려 조금 불편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마 임신하고부터 살이 조금 쪘거나 발이 부어서 신발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쓸려서 빨개진 정도여서 한소은은 신경 쓰지 않았었다.피부가 쓸려서 상처가 난 것도 아니고 그저 빨갛게 변한 거뿐인데 김서진은 그걸 발견했다. 사람을 가장 감동하게 하는 것은 선물 자체가 아니라 선물을 준비한 사람의 정성이다.한소은은 자기의 신발을 벗어 새 신발을 신어보았다. 신발 밑창은 알맞게 부드러웠고 사이즈도 딱 맞았다. 그녀는 새 신발이 마음에 무척 들었다.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김서진이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물었다.“정말 마음에 들어요?”“정말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그의 물음에 한소은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고는 잊지 않고 그를 칭찬했다.“당신은 정말 선물을 잘 고르는 거 같아요!”“그래요?”김서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럼…… 전에 다른 사람이 선물해 준 백목향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들어요?”“…….”이 말을 들은 한소은은 어이가 없었다.‘언제 적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던 거야?’“다 마음에 들어요!”한소은이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다…… 마음에 든다고요?”그녀의 대답에 김서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 대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그가 운전하고 있지 않았다면 한소은은 분명 손으로 그의 미간을 펼쳐주었을 것이다.“알았어요, 당신이 준 선물이 최고예요! 제일 마음에 들어요. 이제 됐죠?”그러자 김서진은 입꼬리를 높이 치켜올리며 고개를 살짝 돌려 한소은에게 말했다.“왜 억지로 대답하는 거 같죠?”“장난 그만 해요!”한소은이 눈으로 김서진을 한번 경고하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뒷좌석에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는 걸 발견했다.상자가 크지 않았고, 자기의 선물상자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제야 발견했다.“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네요?”김서진이 뒤로 한번 힐긋 보더니 말했다.“그건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