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수는 자기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건 정말 제가 소문낸 게 아니에요! 밖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뭘 어쩔 수 있겠어요!”“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둘째 할아버지의 마지막 제자가 아니라고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그의 말에 노인은 화가 나서 흥 하는 소리를 내었다.“이건 다 변명이야!”변명이긴 했지만 원철수가 완전히 틀리게 말한 것은 아니다.확실히 바깥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원철수가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고 말한다. 물론, 그중에는 그가 고의로 그렇게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다만, 원철수는 명확히 말한 적이 없었다.정말 진지하게 따지자면 그가 간판을 걸고 사기를 쳤다고 말하기 어렵다.“너 이 자식은 네 할아버지와 똑같아. 좋은 일을 할 능력은 없으면서 그릇된 생각만 하고!”원 어르신은 몇 마디 꾸짖기만 했지 더 말하지 않았다.한소은도 그가 지나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원 어르신도 크게 꾸짖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몇 마디 욕을 먹어도 원철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런 일은 그에게 있어서 흔한 일이다.그가 얼굴을 원 어르신에게 내밀면서 헤헤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바깥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저는 할아버지와 혈연관계가 있는 가족이잖아요. 둘째 할아버지도 저에게 가르치신 적이 있으니, 이참에 절 제자로 들이시는 건 어때요?”“할아버지의 명성을 망칠까 걱정하지는 마세요. 저를 제자로 들이신다면 할아버지의 명성을 더욱 빛낼 수 있을 거예요! 벌써 여러 제자를 받았는데 저 누구 하나 큰일을 해낸 제자는 없잖아요. 나머지는 세계 각지에서 돌아다니는 건 말할 것도 없죠. 게다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제자라는 사람도 지금까지 신분을 밝히기는커녕 무엇하나 해낸 게 없잖아요. 할아버지께 그렇게 많은 걸 배웠으면서 낭비만 했지. 차라리 저를 제자로 들이셔서…….”“꿈 깨!”원 어르신은 원철수의 말을 끊었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내 제자가 되는 건 꿈도 꾸지마!”원
‘어르신은 이런 사람이 어디를 봐서 만난 거지?’원철수는 시계를 한번 보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이런 사람이 나보다 더 오래 있었다니!’————한소은이 집에 도착해 차를 세웠을 때 정원에 어떤 상자가 하나 놓인 것을 발견했다.크지 않지만, 포장이 정교하게 잘된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선물로 보내는 것 같았다. 한소은이 상자 가까이에 가기도 전에 상자에서 흘러나온 진한 한약 냄새를 맡았다.“이건…….”한소은은 선물 상자를 가리키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사모님, 이건 진씨 아가씨께서 보낸 거예요. 사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했어요!”옆에서 바삐 일하던 아주머니가 그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진씨 아가씨? 어느 진씨 아가씨?”한소은은 진씨 아가씨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상자 앞까지 다가갔지만 쉽게 상자를 열어보지는 않았다.누가 보낸 것인지 알아내기 전에 그녀는 함부로 물건을 열어보는 게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보내온 사람이 말 한마디만 남기고 갔어요.”사실 김서진 지금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집으로 선물을 보내오는 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김서진이 거절했었다. 나중에 그 사람들은 말을 바꾸어 한소은에게 선물을 보내왔다. 물론, 한소은도 그들이 보내온 선물을 일절 거절했다.오랜 시간이 지나니 이런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오늘처럼 말 한마디에 선물만 떡하니 보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하는 아주머니들도 감히 거절하지 못해 상자를 정원에 가져다 두고 한소은이 돌아와서 처리하길 바랐다.“무슨 말을 남겼는데요?”한소은이 잠시 고민하다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그러자 아주머니가 급히 말했다.“진씨 아가씨께서 사모님이 선물해 주신 치마가 고마워 선물을 보내는 것이라며 꼭 받으시길 바란다고 했어요.”이렇게 말하니 한소은은 단번에 누가 선물을 보냈는지 알아차렸다.‘진가연씨가 보낸 거구나!’한소은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선물을 보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보낸 것이 확인되자 한소은은 바로 선물을
“이건…….”한소은이 항상 김서진에게 약초에 관한 내용을 말하다 보니 어느새 그도 일부 식물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식물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그러자 한소은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이건 백목향이예요!”“백목향?”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말을 반복했다.식물의 이름이 하도 많다 보니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한소은이 이 식물을 얻고 기뻐하는 건 눈에 보인다.“산 거예요?”김서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귓가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세심하게 정리해 주고 귓가에 입을 한번 맞추며 물었다.한소은은 이제 김서진의 자잘한 스킨쉽에 익숙해진 듯 했다. 그의 손과 입맞춤을 피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아니요, 선물 받은 거예요.”이 말을 하면서까지도 손에 든 식물을 보고 있는 한소은의 두 눈은 기쁨에 반짝거렸다.그녀가 정말 많이 기뻐한다는 게 김서진의 눈에 보였다.“선물 받았다고요?”김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어느 눈치 없는 자식이 보낸 거지? 은이가 이렇게 기뻐할 선물을 보낸다고 해!’한소은은 항상 물질적인 욕망이 높지 않았다. 이전에 김서진이 그녀에게 보석이 달린 액세서리들을 많이 선물해 주었지만 실험할 때 걸리적거린다며 모두 액세서리 함에 넣어두고 끼지 않았다.그녀가 자주 입는 옷도 편한 복장이었기에 옷을 선물해 줄 수도 없었고 집이나 차도 그녀에게 있어선 그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다.김서진은 향로에 대해 잘 몰랐기에 함부로 선물해 줄 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녀에게 한도가 없는 카드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그걸로 그녀가 사고 싶은 거 마음껏 사라는 속셈이었다.그녀와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으면서 김서진은 처음으로 그녀가 선물을 받고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진가연씨가 보낸 거예요!”한소은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진가연씨?”김서진은 진가연이 누군지 바로 생각나지
“뭐 하는 거예요!”한소은은 떨어진 잎사귀를 보며 김서진을 원망하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떨어진 잎사귀가 아까워 차마 버리지 못하고 손에 꼭 쥐었다.“그저 백…… 백목향일 뿐이잖아요? 얼마나 기뻤으면 눈에 내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김서진은 이렇게 말하면서 한소은 앞으로 자기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행여나 그녀가 보지 못했을까 봐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그러자 한소은이 “피식”하며 웃었다.‘이 남자도 참! 어린애같이!”전에 김서진은 한소은에게 가까이 다가간 남자를 질투하고 여자를 질투하고 아이까지 질투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심각해져서 한낱 식물에까지 질투하다니!‘정말 질 투쟁이야!’“내가 언제 당신을 안 봤다고 그래요? 당신이 정원으로 들어온 순간 당신을 불렀잖아요!”한소은은 자랑하듯 뜯겨나간 잎사귀를 김서진 앞에 흔들며 말했다.“맡아봐요, 정말 향기롭죠?”김서진은 잎사귀에 대고 킁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날 봤다면 오늘 어디 달라졌는지도 알아봤겠네요?”그가 이렇게 말하자, 한소은은 약간 거리를 두고 그를 위아래 훑어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생각했다.솔직히 말해서 한소은은 김서진이 어디가 달라졌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실망하는 게 싫어서 한소은은 아무 말이 다 막 했다.“당신 머리카락 잘랐어요?”그녀의 답에 김서진은 어이가 없었다.‘머리카락은 무슨!’요즘 김서진은 너무 바빠서 머리카락을 관리하기는커녕 자를 시간조차 없었다. 뒤쪽의 머리카락이 벌써 귀를 덮을 정도의 길이가 되었는데 한소은은 그가 머리카락을 잘랐냐고 물어보았다.‘이 정도면 머리카락이 길어진 게 아닌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아니에요!”김서진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그럼, 넥타이를 바꾸었나요?”한소은이 다시 생각하고 말했다.“그것도 아니에요!”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그녀가 계속 멋대로 추측하게 두지 않았다.“이것 봐요!”그러고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늘씬한 목을 드러냈다.그의 몸매는 매우
처음에 김서진도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그 뜻을 알아차렸다. 원래는 오이연이 질투를 한 것이지만 결국에는 두 사람이 알콩달콩 사랑싸움한 것이었다.서한의 얼굴에 손톱자국이 갈기갈기 났지만, 그는 은근히 즐기는 듯한 표정이었다.입으로는 그가 괜한 짓을 해 고생하는 거라 했지만, 김서진도 은근히 생각했다.그와 한소은이 이렇게 오랜 시간 남냐면서 한소은은 거의 질투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대부분이 아니라 한 번도 질투하지 않은 것 같다.서한이 자기 얼굴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자랑하는 듯한 표정으로 만족하고 있는 걸 보면 괜히 부러웠다,“이연씨의 마음에 내가 있다는 증거예요!”김서진은 그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이렇게 말하면 은이 마음에 내가 없다는 건가? 그럴 리가!’두 사람이 이렇게 많은 비바람과 시련을 함께 겪었다. 그런데 한소은이 자기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건 절대 믿을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조금 모자란 듯한 느낌은 .방금, 김서진은 진짜 모기에 물린 자국으로 한소은에게 장난을 칠 생각이었다. 얼핏 봐서는 서한이 말했던 키스 마크와 비슷한 자국으로 한소은이 민감하게 반응해 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한소은은 단번에 모기에 물린 자국인 것을 알아보고 그가 다른 말을 할 수 없게 했다.‘하루 종일 오이연과 있으면서 왜 비슷한 생각은 못 하는 거지? 키스 마크일 거란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나 보군.’————보물을 얻은 한소은은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정원에서 한참이나 백목향을 가꾸다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다.아이의 방을 지날 때 그녀는 아들과 함께 놀고 있던 김서진을 발견하고 먼저 씻겠다며 방으로 돌아갔다.온몸에 흙을 묻히고 있으니, 아들을 안을 수가 없어 먼저 씻은 후 아들을 안기로 했다.그녀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피로가 쌓인 몸을 물에 잠갔다. 그러고는 자기가 제작한 오일을 바르며 살살 뭉친 근육을 문질렀다. 어느새 오일의 향기가 욕실 가득 퍼져 한소은은 긴장했던 몸을 풀었다.그러다 백
“응? 있어, 아, 아니 없어! 그 사람은 왜 찾는데?”“……”“……”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다면 정말 바보다.“흐흐…….”한소은은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급히 대답했다.“정말 미안해, 두 사람 오붓한 시간 보내고 있었을 텐데 내가 눈치 없게 전화 걸었네? 그럼 두 사람 하던 거 마저 해, 다음에 작업실에서 봐!”한소은은 말을 마치고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 숨을 내쉬었다.직접 본 것도 아니고 그저 나지막한 숨소리와 오이연의 애매모호한 말을 듣고 상상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대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제야 욕조의 물이 차가워진 거 같아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한소은은 급히 욕조에서 일어나 몸을 헹구고 목욕 타올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어?!”방으로 들어가서 김서진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김서진이 벌써 방으로 돌아올 줄 생각지 못했다.“침실에서 남편을 본 게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그녀의 반응을 보고 김서진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말했다.“네, 아직인 준이와 놀고 있는 줄 알았어요. 벌써 지친 거예요?”한소은은 장난치듯 김서진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수건 한 장을 잡아당겨 머리카락의 물을 닦아 내기 시작했다.김서진도 손에 있던 물건을 내팽개치고 한소은에게 덮쳤다. 그는 작은 아내를 자기의 두 팔에 가두며 물었다.“누가 지쳤다는 거예요?!”“당신이 준이의 활력을 견디지 못해 지쳤다고요! 흐흐, 장난치지 마요, 간지러워!”김서진은 자기의 머리를 한소은의 어깨에 파묻으며 따뜻한 콧바람으로 그녀를 간지럽혔다.한소은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김서진은 자기의 몸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꼈다.하지만 이틀 전에 한번 했는데 지금 또 하면 한소은이 힘들까 봐 겨우 솟구치는 느낌을 억눌렀다. 그 대신 그녀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다음 달 조금 덜 바빠지면, 그때 당신 옆에
“당신 모기에 물린 자국이 왜 이렇게 부었어요?”한소은은 말하면서 그의 목에 손을 갖다 대 자국을 꾹 눌러보았다.“모기가 문 자국이라고 왜 그렇게 확신해요? 혹시라도 …….”김서진은 쓴 하는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말을 멈추었다.“혹시라도 뭐요?”한소은은 김서진의 자국에 대었던 손을 떼며 되물었다.“뭐 이상한 자국 같지 않아요? 혹은 이상한 데로 생각하지 않았어요?”그의 물음에 한소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오늘 자기의 남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지?’“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그녀는 조금의 인내심도 없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자 김서진도 더 둘러 말하지 않고 그녀에게 바로 말했다.“자국이…… 키스 마크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키스 마크?”한소은은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 그쪽으로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눈치였다.“그게 뭔데요?”김서진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자, 한소은은 그의 말의 뜻을 조금 알아차린 거 같기도 했다.“아, 키스 마크가 뭔지 알겠어요!”“그래요.”이 순간 김서진은 자기가 한 짓이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방금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렇게 말했는데도 한소은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지금도 그쪽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이런 아내를 두고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서한처럼 그렇게 할퀴어야 만족할 건가?’한소은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녀는 자기의 남편이 이런 장난을 하려던 것에 대해 웃기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됐어요, 그냥 해본 말이에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된 거죠.”김서진은 손을 저으며 어색한 기류를 날려 보내려 했다. 그러고는 침대로 가 누우려 했는데 한소은이 그를 잡아당겼다.그녀는 옆에 있던 거울을 가져와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봐요!”“뭘요?”“자국을 보란 말이에요!”한소은은 거울을 그에게 더욱 가져다 대며 그가 자국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이게 키스 마크로 보여요?
한소은은 겨우 웃음을 참으며 눈가의 눈물을 닦고 말했다.“당신도 참, 생각해 봐요. 나와 이연이 모두 향료와 약초를 연구하는 사람이에요. 평소에 약초를 많이 접촉하다 보면 모기에게 물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그런데 모기에게 물린 자국 하나 못 알아보겠어요? 키스 마크라니!”“그럼 오이연은 왜…….”“일부러 그랬단 말이에요?”김서진의 말에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난달 즘이었나? 이연이가 내게 서한 씨 옆에 어떤 여자가 자꾸 들러붙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연이가 예민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여자가 정말 선 넘는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연이가 화가 많이 났었어요! 아마 그 모기 자국은 이연이가 일부러 서한 씨 놀라게 하려고 그렇게 말한 거 일 거예요!”그제야 김서진은 모든 게 다 납득이 갔다.결국은 두 남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오해하고 비교하며 모기 자국으로 여자의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김서진은 바로 다른 문제는 발견했다.그는 화장대 앞에 앉아 마스크팩을 열심히 얼굴에 붙이는 한소은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그럼, 당신은 왜 질투하지 않는 거예요?”“내가 왜 질투해야 해요?”한소은은 고개를 들어 마스크팩을 더욱 밀착시키며 담담하게 되물었다.그녀의 말에 김서진은 자세히 생각해 보았다.자기의 주변에는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가 적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허우연은 정말 그를 가지고 싶은 생각에 어떤 미친 짓도 서슴지 않은 여자였다. 하지만 한소은은 이런 일로 질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그럼 내가 다른 여자에게…….”김서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이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두렵지 않아요!”그녀는 몸을 돌려 김서진을 바라보며 여전히 바쁘게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었다. 두 눈과 입을 내놓은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확고했다.“우리가 진짜로 서로에게 마음이 생긴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처럼 오랜 시간을 만난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