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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한소은의 볼록하게 올라온 배를 보았을 때, 노인은 욕이 나올 뻔했다.

김씨 가문이 몰락한 것도 아닌데 아이를 연이어 낳게 하는 김서진이 못내 얄미웠다.

하지만, 그는 결국 스승일 뿐이고 이런 일에 대해 뭐라 말할 권리가 없다. 만약 차 씨 어르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쯤 자기 앞에 와서 증손자가 생겼다고 자랑할 것이다.

‘차 영감…….’

옛 전우를 떠올리니 노인은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인생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진다.

노인은 평생을 의학과 약초에 바쳤다. 마음이 맞는 여자도 없었다.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의학과 약초에 빠져있을 때 좋은 인연들이 다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산장 몇 개와 수도 없이 많은 신기한 약초를 제외하면 그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참, 제자도 있구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지내고 있는 제자 중에서 지금 그의 앞에 있는 한소은만이 그의 옆을 지키며 가끔 돌봐주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노인은 갑자기 슬퍼졌다.

노인이 어린아이 얘기를 꺼내자, 한소은은 문득 생각났다. 지금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집에 온 바닥을 마구 기어다니는 영리한 녀석이 있다. 바로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이다. 만약에...

“그럼, 그 약초, 내게 주세요!”

한소은은 뇌공등을 가리키며 노인이 말하기도 전에 한마디 더 했다.

“대신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여기에 맡겨 둘게요. 필요할 때 와서 볼 수 있게만 해주세요!”

“그럼 나야 좋지!”

노인은 무릎을 '탁' 치며 찬성했다.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했을까?’

이 뇌공등이 있는 한 한소은은 자기에게로 자주 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기의 말동무도 되어주는 것이다.

‘에잇,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이런 좋은 방법도 생각해 내지 못하다니!’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해요. 스승님은 이 천둥 신 등을 잘 보살펴 주세요. 만약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다면 내가…….”

“네가 뭘 어쩌겠다는 거냐? 이 스승에게 손이라도 댈 생각이야?”

노인은 고개를 빳빳이 들며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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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은은 정원의 다른 한쪽으로 돌아서 나갔다. 석가산의 모퉁이에서 산장의 아주머니가 원 철수를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오늘 그는 저번에 봤던 것처럼 긴 셔츠를 입지 않고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고 자태도 많이 낮아졌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소은은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이며 밖으로 나갔다.원철수는 노인의 산장 앞에서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한잠을 자고 또 깨어났는데도 들어오라는 말이 없었고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 앞에 세워진 빨간색의 스포츠카가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말도 안 돼!’노인의 성격을 놓고 보면 손님을 만난다 해도 반 시간을 넘지 않고 사람을 내보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을 내보내지 않는다니, 확실히 이상했다.원철수가 오늘은 포기해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일하는 아주머니가 와서 어르신이 마침내 그를 만나겠다고 전했다.그 말을 들은 원철수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아주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다만 정원을 지날 때 등 뒤가 오싹하더니 마치 찬 바람이 흘기고 지나간 것 같았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그 자리에 서서 몸을 부르르 한번 떨더니 석가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순간, 석가산 쪽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휙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정원 안에 화초가 너무 많아 시야를 가리니 한 귀퉁이만 힐끗 보았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응?’원철수는 익숙한 그림자에 미간을 찌푸렸다.“도련님?”앞으로 걸어가던 아주머니가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멈춰서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 있는 원철수를 불렀다.아주머니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원철수가 대답했다.“가요!”그제야 발걸음을 재촉하여 아주머니를 따라갔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돌아보았다. 하지만 방금 봤던 그곳에는 그림자는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의심이 가득한 그는 아주머니를 따라 거실로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르신이 슬리퍼를 신고 뒷문에서 걸어들어오며 손에는 찻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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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266화

    원철수의 성격으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진작 소매를 뿌리치고 나갔거나 그 자리에서 욕을 하며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눈앞의 어르신에게 감히 그러지 못했다.원철수는 솟아오르는 분노를 한껏 참으며 노인에게 말했다.“둘째 할아버지는 저희 할아버지와 친형제잖아요…….”“그만! 우리 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지 친형제는 아니야!”원 어르신과 원철수의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같은 배다른 형제다. 부모님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으니 두 사람도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다.두 사람이 어렸을 적에 집안 사정이 원래부터 좋지 않았다. 원 어르신은 동생으로서 가족의 보살핌과 형의 양보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시절 집안을 장악한 사람은 원철수 할아버지의 어머니였다. 그렇기 때문에 원철수의 할아버지를 더 많이 아끼고 원 어르신은 그 집에서 고된 삶을 살수 밖에 없었다.그 후 그들의 아버지가 가문을 물려줄 때 원철수 할아버지의 어머니가 손을 써 모든 가업을 원철수의 할아버지에게 물려주게 했다. 결국 원 어르신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고 가문에서 쫓겨나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나중에 원 어르신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점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세상에는 인과응보가 존재한다. 원래 자기의 것이 아닌 물건을 강제로 가지고 있어봤자 오래 간직하지 못한다. 원철수의 할아버지는 사업을 할 재목이 아니었다.원철수 아버지의 세대에 이르러 가업은 진작에 탕진했고 원 어르신의 명성을 빌려서야 겨우 먹고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철수의 집안 어른들은 원 어르신을 만나 뵐 면목이 없다면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다만, 명절이 되면 손자뻘이 되는 아이들을 보내 원 어르신을 찾아뵙게 했다.그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원 어르신이 혈육인 아이들을 봐서라도 원씨 가문을 조금 보살펴 주길 바라는 것도 있고 이것으로 오래된 원한을 해소하고 다시 화목함을 되찾길 바라는 것도 있다.원 어르신은 철석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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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267화

    원철수는 자기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건 정말 제가 소문낸 게 아니에요! 밖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뭘 어쩔 수 있겠어요!”“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둘째 할아버지의 마지막 제자가 아니라고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그의 말에 노인은 화가 나서 흥 하는 소리를 내었다.“이건 다 변명이야!”변명이긴 했지만 원철수가 완전히 틀리게 말한 것은 아니다.확실히 바깥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원철수가 원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라고 말한다. 물론, 그중에는 그가 고의로 그렇게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다만, 원철수는 명확히 말한 적이 없었다.정말 진지하게 따지자면 그가 간판을 걸고 사기를 쳤다고 말하기 어렵다.“너 이 자식은 네 할아버지와 똑같아. 좋은 일을 할 능력은 없으면서 그릇된 생각만 하고!”원 어르신은 몇 마디 꾸짖기만 했지 더 말하지 않았다.한소은도 그가 지나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원 어르신도 크게 꾸짖을 만한 이유가 없었다.몇 마디 욕을 먹어도 원철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런 일은 그에게 있어서 흔한 일이다.그가 얼굴을 원 어르신에게 내밀면서 헤헤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바깥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저는 할아버지와 혈연관계가 있는 가족이잖아요. 둘째 할아버지도 저에게 가르치신 적이 있으니, 이참에 절 제자로 들이시는 건 어때요?”“할아버지의 명성을 망칠까 걱정하지는 마세요. 저를 제자로 들이신다면 할아버지의 명성을 더욱 빛낼 수 있을 거예요! 벌써 여러 제자를 받았는데 저 누구 하나 큰일을 해낸 제자는 없잖아요. 나머지는 세계 각지에서 돌아다니는 건 말할 것도 없죠. 게다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제자라는 사람도 지금까지 신분을 밝히기는커녕 무엇하나 해낸 게 없잖아요. 할아버지께 그렇게 많은 걸 배웠으면서 낭비만 했지. 차라리 저를 제자로 들이셔서…….”“꿈 깨!”원 어르신은 원철수의 말을 끊었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내 제자가 되는 건 꿈도 꾸지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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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268화

    ‘어르신은 이런 사람이 어디를 봐서 만난 거지?’원철수는 시계를 한번 보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이런 사람이 나보다 더 오래 있었다니!’————한소은이 집에 도착해 차를 세웠을 때 정원에 어떤 상자가 하나 놓인 것을 발견했다.크지 않지만, 포장이 정교하게 잘된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선물로 보내는 것 같았다. 한소은이 상자 가까이에 가기도 전에 상자에서 흘러나온 진한 한약 냄새를 맡았다.“이건…….”한소은은 선물 상자를 가리키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사모님, 이건 진씨 아가씨께서 보낸 거예요. 사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했어요!”옆에서 바삐 일하던 아주머니가 그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진씨 아가씨? 어느 진씨 아가씨?”한소은은 진씨 아가씨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상자 앞까지 다가갔지만 쉽게 상자를 열어보지는 않았다.누가 보낸 것인지 알아내기 전에 그녀는 함부로 물건을 열어보는 게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보내온 사람이 말 한마디만 남기고 갔어요.”사실 김서진 지금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집으로 선물을 보내오는 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김서진이 거절했었다. 나중에 그 사람들은 말을 바꾸어 한소은에게 선물을 보내왔다. 물론, 한소은도 그들이 보내온 선물을 일절 거절했다.오랜 시간이 지나니 이런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오늘처럼 말 한마디에 선물만 떡하니 보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하는 아주머니들도 감히 거절하지 못해 상자를 정원에 가져다 두고 한소은이 돌아와서 처리하길 바랐다.“무슨 말을 남겼는데요?”한소은이 잠시 고민하다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그러자 아주머니가 급히 말했다.“진씨 아가씨께서 사모님이 선물해 주신 치마가 고마워 선물을 보내는 것이라며 꼭 받으시길 바란다고 했어요.”이렇게 말하니 한소은은 단번에 누가 선물을 보냈는지 알아차렸다.‘진가연씨가 보낸 거구나!’한소은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선물을 보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보낸 것이 확인되자 한소은은 바로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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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269화

    “이건…….”한소은이 항상 김서진에게 약초에 관한 내용을 말하다 보니 어느새 그도 일부 식물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식물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그러자 한소은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이건 백목향이예요!”“백목향?”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말을 반복했다.식물의 이름이 하도 많다 보니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한소은이 이 식물을 얻고 기뻐하는 건 눈에 보인다.“산 거예요?”김서진은 손을 들어 그녀의 귓가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세심하게 정리해 주고 귓가에 입을 한번 맞추며 물었다.한소은은 이제 김서진의 자잘한 스킨쉽에 익숙해진 듯 했다. 그의 손과 입맞춤을 피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아니요, 선물 받은 거예요.”이 말을 하면서까지도 손에 든 식물을 보고 있는 한소은의 두 눈은 기쁨에 반짝거렸다.그녀가 정말 많이 기뻐한다는 게 김서진의 눈에 보였다.“선물 받았다고요?”김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어느 눈치 없는 자식이 보낸 거지? 은이가 이렇게 기뻐할 선물을 보낸다고 해!’한소은은 항상 물질적인 욕망이 높지 않았다. 이전에 김서진이 그녀에게 보석이 달린 액세서리들을 많이 선물해 주었지만 실험할 때 걸리적거린다며 모두 액세서리 함에 넣어두고 끼지 않았다.그녀가 자주 입는 옷도 편한 복장이었기에 옷을 선물해 줄 수도 없었고 집이나 차도 그녀에게 있어선 그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다.김서진은 향로에 대해 잘 몰랐기에 함부로 선물해 줄 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녀에게 한도가 없는 카드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그걸로 그녀가 사고 싶은 거 마음껏 사라는 속셈이었다.그녀와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으면서 김서진은 처음으로 그녀가 선물을 받고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진가연씨가 보낸 거예요!”한소은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진가연씨?”김서진은 진가연이 누군지 바로 생각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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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1270화

    “뭐 하는 거예요!”한소은은 떨어진 잎사귀를 보며 김서진을 원망하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떨어진 잎사귀가 아까워 차마 버리지 못하고 손에 꼭 쥐었다.“그저 백…… 백목향일 뿐이잖아요? 얼마나 기뻤으면 눈에 내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김서진은 이렇게 말하면서 한소은 앞으로 자기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행여나 그녀가 보지 못했을까 봐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그러자 한소은이 “피식”하며 웃었다.‘이 남자도 참! 어린애같이!”전에 김서진은 한소은에게 가까이 다가간 남자를 질투하고 여자를 질투하고 아이까지 질투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심각해져서 한낱 식물에까지 질투하다니!‘정말 질 투쟁이야!’“내가 언제 당신을 안 봤다고 그래요? 당신이 정원으로 들어온 순간 당신을 불렀잖아요!”한소은은 자랑하듯 뜯겨나간 잎사귀를 김서진 앞에 흔들며 말했다.“맡아봐요, 정말 향기롭죠?”김서진은 잎사귀에 대고 킁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날 봤다면 오늘 어디 달라졌는지도 알아봤겠네요?”그가 이렇게 말하자, 한소은은 약간 거리를 두고 그를 위아래 훑어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생각했다.솔직히 말해서 한소은은 김서진이 어디가 달라졌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실망하는 게 싫어서 한소은은 아무 말이 다 막 했다.“당신 머리카락 잘랐어요?”그녀의 답에 김서진은 어이가 없었다.‘머리카락은 무슨!’요즘 김서진은 너무 바빠서 머리카락을 관리하기는커녕 자를 시간조차 없었다. 뒤쪽의 머리카락이 벌써 귀를 덮을 정도의 길이가 되었는데 한소은은 그가 머리카락을 잘랐냐고 물어보았다.‘이 정도면 머리카락이 길어진 게 아닌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아니에요!”김서진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그럼, 넥타이를 바꾸었나요?”한소은이 다시 생각하고 말했다.“그것도 아니에요!”김서진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그녀가 계속 멋대로 추측하게 두지 않았다.“이것 봐요!”그러고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늘씬한 목을 드러냈다.그의 몸매는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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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있어, 아, 아니 없어! 그 사람은 왜 찾는데?”“……”“……”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다면 정말 바보다.“흐흐…….”한소은은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급히 대답했다.“정말 미안해, 두 사람 오붓한 시간 보내고 있었을 텐데 내가 눈치 없게 전화 걸었네? 그럼 두 사람 하던 거 마저 해, 다음에 작업실에서 봐!”한소은은 말을 마치고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 숨을 내쉬었다.직접 본 것도 아니고 그저 나지막한 숨소리와 오이연의 애매모호한 말을 듣고 상상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대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제야 욕조의 물이 차가워진 거 같아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한소은은 급히 욕조에서 일어나 몸을 헹구고 목욕 타올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어?!”방으로 들어가서 김서진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김서진이 벌써 방으로 돌아올 줄 생각지 못했다.“침실에서 남편을 본 게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그녀의 반응을 보고 김서진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말했다.“네, 아직인 준이와 놀고 있는 줄 알았어요. 벌써 지친 거예요?”한소은은 장난치듯 김서진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수건 한 장을 잡아당겨 머리카락의 물을 닦아 내기 시작했다.김서진도 손에 있던 물건을 내팽개치고 한소은에게 덮쳤다. 그는 작은 아내를 자기의 두 팔에 가두며 물었다.“누가 지쳤다는 거예요?!”“당신이 준이의 활력을 견디지 못해 지쳤다고요! 흐흐, 장난치지 마요, 간지러워!”김서진은 자기의 머리를 한소은의 어깨에 파묻으며 따뜻한 콧바람으로 그녀를 간지럽혔다.한소은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김서진은 자기의 몸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꼈다.하지만 이틀 전에 한번 했는데 지금 또 하면 한소은이 힘들까 봐 겨우 솟구치는 느낌을 억눌렀다. 그 대신 그녀를 조금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다음 달 조금 덜 바빠지면, 그때 당신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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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1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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