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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허허…….”

노인은 헛웃음을 두 번 삼켰다.

그는 자기의 이 제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넌 이런 헛된 명성에 관심 없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뭐야? 철수 그 자식이 네 성질을 긁은 거야?”

한소은에게 묻던 노인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했다. 마치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는 거 같았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흥미 가득한 노인에게 찬물을 끼얹듯이 한소은은 극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연구소에 들어갔어요.”

“뭐?”

노인은 한소은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입을 떡 벌렸다.

“그놈이 거길 왜 갔대? 그 어중이떠중이 실력으로 연구하겠다고? 내가 다 창피스러워서 못 봐주겠네.”

매정한 스승님의 말에 한소은은 침묵했다.

“그럼, 너희 둘 만난 거야? 네가 내 제자라는 사실은…….”

“아직 몰라요.”

한소은이 빠르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몸을 반쯤 일으키며 경고하듯 한마디 덧붙였다.

“알릴 생각하지도 마요!”

“알았어, 알았어!”

노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의 제자가 누구인지 해명하는 일에 대해 노인은 항상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노인이 제자를 받을 때는 항상 제자가 마음에 들고 자기의 기분이 좋을 때 제자를 받는다. 가르쳐 줘야 하는 것을 모두 가르쳐 주고 나서 제자가 계속 의학의 길을 걸을지, 자기의 신분을 밝힐지는 모두 제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노인은 언제나 담담했다.

한평생 동안 그가 살린 사람은 부지기수였고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나쁜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의 생사에 익숙해져서 기괴한 병증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

어떤 사람은 성심성의껏 치려고 해 줘서 고맙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살려줘도 자기의 예상만큼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뒤통수를 쳤다.

젊은 시절, 패기가 넘쳤을 때 불의를 당하면 화나갔었는데 나이가 들고나서 점점 그런 것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매 사람의 생과 사는 다 정해져 있다. 의술로 몇 년 더 살게 해주는 게 좋은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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