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맛도 별로 없던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김서진이 말했다.“아니면 병원에 가지 마요. 병원에는 고모도 계속 있고 고용인들도 있으니까 충분해요. 이틀 후면 할머니도 퇴원하실 수 있어요.”“할머니 몸으로 퇴원해도 될까요?”“의사가 괜찮다고 했어요. 병이 생긴 게 아니라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예요.”그날 이후, 김서진은 김씨 어르신의 건강을 언급해도 기분이 그렇게 충동적이지 않았다. 그가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감정에 지배당할 수 없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틀 동안은 가지 않을게요. 할머니께서 집에 돌아오시면 그때 보러 가요.”몸이 피곤했는지 한소은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상의하고 싶은 게 있어요.”“뭔데요?”김서진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우리… 결혼식을 좀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왜요? 혹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요?”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한 손으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이미 눈에 띄게 부풀어올라 임신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아니요. 그냥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할머니 건강도 별로 좋지 않잖아요. 게다가 지금... 웨딩드레스가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좀 수정해야 해요.”한소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최근에 오빠랑 통화했는데, 요즘 유럽 쪽이 워낙 바빠서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결혼식을 미루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시다시피, 전 형식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잖아요. 차라리 아이가 태어난 후에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한소은은 결혼식을 올리든 올리지 않든 상관이 없었다. 그저 애초에 김서진의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 동의했을 뿐이다.하지만 요즘, 곧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는데 김씨 어르신의 몸도 안 좋고 가문도 조금 안정되었다고는 해도 사람들 기분이 싱숭생숭한 것 같았다. 하긴, 그렇게 큰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한소은은 데일을 두 번 정도 만난 적이 있었다. 만날 때마다 그는 우해영의 곁을 따라다녔었다. 그는 숨은 고수였다. 데일은 자신의 무술 실력을 애써 숨기려 했지만 그의 비범함을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었다.다만, 데일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서, 그냥 조금 인상이 있을 뿐이었다.“대표님.”데일은 김서진에게 공손하게 절을 했다.“아가씨께서 사모님을 내일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데일은 한소은을 쳐다보며 말했다.“저요?”한소은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김서진에게 볼 일이 있어서 온 줄 알았는데, 자신을 초대한다는 말을 듣고 한소은은 깜짝 놀랐다. 한소은 뿐만 아니라 놀라기는 김서진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만요?”김서진이 물었다.부부를 함께 초대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을 초대한다고 하면 한소은이 아니라 김서진을 초대할 확률이 더 높았다.무술에 대해 토론하는 거 말고는 주로 김서진과 사업 이나 협력에 대한 얘기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해영과 한소은은 직접적인 연계가 없었다.“네.”데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돌아가서 얘기하세요. 안 가겠다고요.”김서진이 말했다.그의 대답에 한소은은 예상이나 했단 듯이 평온했다. 그녀에 대한 김서진의 보호욕구는 때때로 끔찍했다. 이제 그녀는 점차 익숙해졌고 그가 모든 일에서 자신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아가씨께서 악의는 없다고 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데일도 우해영의 당부대로 대답했다.“악의가 없으면 직접 와서 이야기하라고 하세요. 우리 부부도 악의가 없습니다.”김서진은 당당하게 말했다.데일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어서 말했다.“그게… 아가씨께서 좀… 불편해서요.”“아무리 불편해도 아이를 임신한 여자보다 가동이 더 불편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안 봤는데 성의가 없군요. 돌아가세요.”김서진은 차갑게 말했다.“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어서 그래요. 내일 가보면 알아요. 악의는 절대 없어요.”데일은 간곡하게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지만 떠날 기색은 전혀 없어 보였다.
잠시 생각한 후, 한소은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네. 그럼 내일 갈게요. 아가씨한테 전해주세요. 오전 10시 쯤에 도착할 거라고요.”그녀의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데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맙습니다.”“저기…”김서진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한소은은 다급히 그의 입을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잠시 후, 데일이 떠난 후, 김서진은 그제야 한소은에게 따졌다.“왜 가겠다고 허락한 거야? 그 여자가 또 무슨 함정을 꾸미고 있을지 어떻게 알아? 아무리 생각해도 내일 가지 않는 것이 좋겠어.”“예전의 우해영이라면야 제가 대처하기 어려웠을 텐데, 잊었어요? 지금의 우해영은 예전의 우해영이 아니에요.”한소은이 말했다.김서진도 우해영의 무력이 바닥으로 떨어져 한소은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섰다.“다른 곳도 아니고 자기 집이야. 자기 집에서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하려 할지 어떻게 알아? 만약 당신이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내일 나랑 같이 가.”김서진이 말했다. 이건 김서진이 용납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당신이랑 같이 가도 되면 아까 그렇게 고집을 피우지 않았겠죠.”한소은은 피식 웃었다.“걱정마세요.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게다가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비록 전 천군만마를 상대할 수는 없지만, 무력을 상실한 우해영을 대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한소은은 김서진이 자신을 쉽게 보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행여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바로 신호를 보낼게요. 그러면 서둘러 사람을 불러서 저를 구하러 오세요. 어때요?”한소은은 김서진에게 윙크를 하며 가볍게 말했다.그녀의 모습에 김서진은 마음속에 차오르는 걱정을 꾹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가 마음먹은 일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김서진은 한소은을 빤히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당신을 막을 수 없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죽는 게 뭐가 무서워?”우해민은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사실 너랑 함께 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해. 그거 알아? 예전에 난 죽는 게 무서웠어. 죽고 싶지 않았어. 엄마 아빠한테 버림받은 아이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나한텐 네가 있고 너랑 함께 있을 수 있음에 만족해. 너와 함께 죽을 수 있다면, 난 기꺼이 죽어도 좋아.”우해민은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속마음을 이야기했다.하지만 김승엽은 그런 그녀의 말에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해민아, 그런 생각하지 마.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왜 죽을 생각을 해? 죽는 건 끔찍한 일이야. 살면 얼마나 좋아. 산다는 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고, 좋은 술도 많이 마실 수 있고, 또 아름다운 경치도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좋은 일이야. 또 살아있으면 언젠가 우리가 다시 일어설지도 모르잖아? 풍수는 돌고 돈댔어. 그러니까 항상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해.”우해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마 살지는 못할 거야. 내가 잘 알아. 난 언니를 독살하려고 했어. 그러니까 날 절대 살려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난 후회 안 해. 너랑 하루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하지만 난 죽고 싶지 않다고.”그녀의 부드러운 감언이설에 김승엽은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지금 목마르고 배고프고 두려웠다. 모든 감정이 마음속에 쌓여서 한 번에 폭발했다.“넌 죽고 싶을지 몰라도 난 아니야. 난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우리 그냥 우해영한테 부탁하러 가자. 어쨌든 난 김씨 가문 사람이니까 날 이렇게 죽이진 않을 거야. 본가에 한 번 잘 부탁해봐야겠어.”그의 말에 우해민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그를 바라보았다. “나랑 함께 죽고 싶지 않은 거야?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우해민의 입술이 덜덜 떨려왔다.“너와 함께 있고는 싶지만, 그건 죽는 거랑 다른 문제야. 인생이 얼마나 좋은데 왜 죽으려
“당신도 안 마실 건가요?”“마셔, 마셔, 목말라 죽겠어.”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밥은 없어?”김승엽이 물었다.데일은 냉소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입에 물을 부었다.김승엽은 목이 마른 나머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물이 입에 들어가자 맛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금물이었다. 심지어 매우 짠, 농도가 높은 소금물이었다. 너무 짜서 나중엔 쓴맛이 날 지경이었다.그는 마시지 않고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데일은 그의 턱을 꽉 잡고 억지로 짠 소금물을 입에 들이부었다.“콜록... 콜록콜록...”김승엽은 사레에 들려 기침을 연발했다. 너무 쓴 나머지 속이 울렁거려 토하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여서 되려 조금전에 마셨던 소금물을 전부 토해냈다.“너희들… 어쩜 이렇게 독해?”김승엽은 연신 기침을 하며 말했다.“이정도면 아가씨는 착하신 편이에요.”데일은 그들을 힐끗 쳐다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만약 데일이었으면 그는 그들을 단칼에 해치웠을 텐데 말이다. 감히 제멋대로 우해영에게 손을 대다니… 지금 우해영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고통쯤이야 아무 것도 아닐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말을 마치고, 그는 밖으로 유유히 나갔다.원래 목이 말랐는데, 짠 소금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탓에 목구멍에서 연기가 나고 목이 타는 것 같았다. “해민아, 그 물에 문제가 있는 줄 이미 알았어?”김승엽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난 그저 언니가 우리에게 물을 줄 만큼 착하지 않단 것만 알아.”우해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왜…”그는 우해민에게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는지 따지려다가 꿀꺽 말을 삼켰다. 두 사람은 각자 걱정거리가 있었다. 김승엽은 어떻게 하면 탈출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원래 본가에서 제명되어 갈 곳이 없는 것만도 이미 충분히 비참할 줄 알았는데, 생사의 고비에 놓이다니… 생사 앞에서 그는 존엄이든 어떤 영욕이든 상관관이 없었다. 그저 살아있
“당신은 지금 내 말을 얼버무리고 있어.”김승엽의 마음이 지금 자기에게 있지 않다는 걸 느낀 우해민은 실망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우리 둘 다 죽게 생겼어! 죽는 게 뭔지 알기나 해? 죽으면 모든 게 다 없어진단 말이야! 네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했는데, 인제 와서 순순히 죽어준다고? 우리 둘 다 죽으면 안 돼!” 김승엽은 짜증 섞인 말투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죽는 게 그렇게 두려워?” 우해민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러자 김승엽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두렵지! 당연한 거 아니야? 난 죽고 싶지 않다고. 난 살고 싶어, 아직 이 세상을 다 누려보지 못했단 말이야! 잘살고 있었는데 내가 왜 죽어야 해?” 그의 말에 우해민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그녀의 말투가 조금 이상했지만, 김승엽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배가 너무 고파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몸도 피곤했고 물을 마시지 못해 목도 아파졌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눈을 꼭 감으며 체력을 조금이나마 아끼려 했다. 괴로움 속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오전 10시, 한소은은 약속대로 제시간에 우씨 가문의 집 앞에 도착했다. 김서진은 그녀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결국 따라나섰다. 다만, 차를 대문 밖에 세워두고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김서진은 한소은의 귀에 미니 이어폰을 끼워 주며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당신이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올 거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리하지 않고 절대로 그 여자와 정면충돌하지 않으며 결정짓지 못할 일이라면 돌아가서 상의해 보고 결정한다고 말해야 하는 거 잘 기억했어요!” 김서진은 어제부터 이 말들을 계속 반복했다. 하도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한소은이 다 외울 지경이였다. 그녀의 말에 김서진은 말문이 막힌
정문에 도착하자 데일이 벌써 한소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차 문을 열어 정중한 모습으로 한소은을 모셨다. “큰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소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제일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데일.” 한소은을 우해영이 줄곧 그를 이렇게 부르는 걸 기억했다. 그녀가 이렇게 부르자, 데일은 눈에 띄게 놀란 모습이었다. 그의 당황한 모습에 한소은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불렀다. “데일, 주인을 항상 큰 아가씨로 부른다는 건 작은 아가씨도 있다는 뜻인가?” “…….” 데인 아무런 말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 스쳐 간 놀람은 한소은에게 모두 붙잡혔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거와 다르지 않아. 우해영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야.’ 거실에 들어섰을 때 한소은은 멈칫했다. 그녀를 우해영이 거실 소파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 뒤따라온 데일이 그녀에게 말했다. “김씨 사모님, 저를 따라오세요.” 한소은은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우해영의 침실이었다. 그녀의 침실에는 한약 냄새가 가득했다. ‘우해영이 한약을 먹고 있는 건가?’ “한소은 씨.” 우해영이 어디 있는지 발견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한소은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침실 소파에 기대며 앉아 있는 우해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편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완전히 한소은을 손님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우해영 씨.” 한소은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는 우해영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한쪽으로 길게 늘여진 다리, 발목……. 한소은은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지, 우씨 가문의 큰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나?” 한소은은 ‘큰’이라는 글자를 일부러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우해영이 흠칫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요.” 한소은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정말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았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발견한 거요?” 우해영은 궁금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기와 우해민을 구분해 낸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소은이 어느 부분에서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한소은은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음…… 사실 당신도 알다시피 무술을 배우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거는 숨길 수 없는 거잖아요. 당신의 그 쌍둥이 동생은 무술을 할 줄 모르죠?” “맞아요.” 우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내 동생은 무술을 할 줄 몰라요. 무술에 대한 재능이 조금도 없죠. 몸도 약해서 오랜 시간 동안 몸조리해서야 겨우 나와 비슷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구분하기 쉬웠어요. 다만,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당신과 당신 동생은 정말 똑같이 생겼으니까. 표정과 말투, 행동, 습관 모두 똑같았어요!” 한소은은 두 사람을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누가 우해영인지, 누가를 우해민이었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한소은과 김서진이 확신했었던 때는 바로 호텔에서 그녀를 만났던 때였다. 그녀가 김승엽과 함께 있을 때면 두 사람을 구분하기 쉬웠다. “사실, 서진 씨의 작은아버지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거죠?” 한소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우해영이 작게 기침하며 대답했다. “감정이 조금도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그 사람은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내게 접근한 남자였거든요.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남자는 그저 우리 우씨 가문의 대를 잇게 해주는 도구일 뿐, 그 이상의 쓸모가 없어요. 내가 무술을 연구하는 데에 걸림돌만 될 뿐이죠.” 우해영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궁금했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왜 김서진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지. 만약 당신이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