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가 무서워?”우해민은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사실 너랑 함께 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해. 그거 알아? 예전에 난 죽는 게 무서웠어. 죽고 싶지 않았어. 엄마 아빠한테 버림받은 아이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나한텐 네가 있고 너랑 함께 있을 수 있음에 만족해. 너와 함께 죽을 수 있다면, 난 기꺼이 죽어도 좋아.”우해민은 부드러운 눈길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속마음을 이야기했다.하지만 김승엽은 그런 그녀의 말에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해민아, 그런 생각하지 마.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왜 죽을 생각을 해? 죽는 건 끔찍한 일이야. 살면 얼마나 좋아. 산다는 건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고, 좋은 술도 많이 마실 수 있고, 또 아름다운 경치도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좋은 일이야. 또 살아있으면 언젠가 우리가 다시 일어설지도 모르잖아? 풍수는 돌고 돈댔어. 그러니까 항상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해.”우해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마 살지는 못할 거야. 내가 잘 알아. 난 언니를 독살하려고 했어. 그러니까 날 절대 살려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난 후회 안 해. 너랑 하루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하지만 난 죽고 싶지 않다고.”그녀의 부드러운 감언이설에 김승엽은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지금 목마르고 배고프고 두려웠다. 모든 감정이 마음속에 쌓여서 한 번에 폭발했다.“넌 죽고 싶을지 몰라도 난 아니야. 난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고. 우리 그냥 우해영한테 부탁하러 가자. 어쨌든 난 김씨 가문 사람이니까 날 이렇게 죽이진 않을 거야. 본가에 한 번 잘 부탁해봐야겠어.”그의 말에 우해민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그를 바라보았다. “나랑 함께 죽고 싶지 않은 거야?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어?”우해민의 입술이 덜덜 떨려왔다.“너와 함께 있고는 싶지만, 그건 죽는 거랑 다른 문제야. 인생이 얼마나 좋은데 왜 죽으려
“당신도 안 마실 건가요?”“마셔, 마셔, 목말라 죽겠어.”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밥은 없어?”김승엽이 물었다.데일은 냉소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입에 물을 부었다.김승엽은 목이 마른 나머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물이 입에 들어가자 맛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금물이었다. 심지어 매우 짠, 농도가 높은 소금물이었다. 너무 짜서 나중엔 쓴맛이 날 지경이었다.그는 마시지 않고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데일은 그의 턱을 꽉 잡고 억지로 짠 소금물을 입에 들이부었다.“콜록... 콜록콜록...”김승엽은 사레에 들려 기침을 연발했다. 너무 쓴 나머지 속이 울렁거려 토하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여서 되려 조금전에 마셨던 소금물을 전부 토해냈다.“너희들… 어쩜 이렇게 독해?”김승엽은 연신 기침을 하며 말했다.“이정도면 아가씨는 착하신 편이에요.”데일은 그들을 힐끗 쳐다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만약 데일이었으면 그는 그들을 단칼에 해치웠을 텐데 말이다. 감히 제멋대로 우해영에게 손을 대다니… 지금 우해영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고통쯤이야 아무 것도 아닐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말을 마치고, 그는 밖으로 유유히 나갔다.원래 목이 말랐는데, 짠 소금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탓에 목구멍에서 연기가 나고 목이 타는 것 같았다. “해민아, 그 물에 문제가 있는 줄 이미 알았어?”김승엽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난 그저 언니가 우리에게 물을 줄 만큼 착하지 않단 것만 알아.”우해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왜…”그는 우해민에게 왜 진작 알려주지 않았는지 따지려다가 꿀꺽 말을 삼켰다. 두 사람은 각자 걱정거리가 있었다. 김승엽은 어떻게 하면 탈출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원래 본가에서 제명되어 갈 곳이 없는 것만도 이미 충분히 비참할 줄 알았는데, 생사의 고비에 놓이다니… 생사 앞에서 그는 존엄이든 어떤 영욕이든 상관관이 없었다. 그저 살아있
“당신은 지금 내 말을 얼버무리고 있어.”김승엽의 마음이 지금 자기에게 있지 않다는 걸 느낀 우해민은 실망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우리 둘 다 죽게 생겼어! 죽는 게 뭔지 알기나 해? 죽으면 모든 게 다 없어진단 말이야! 네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했는데, 인제 와서 순순히 죽어준다고? 우리 둘 다 죽으면 안 돼!” 김승엽은 짜증 섞인 말투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죽는 게 그렇게 두려워?” 우해민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러자 김승엽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두렵지! 당연한 거 아니야? 난 죽고 싶지 않다고. 난 살고 싶어, 아직 이 세상을 다 누려보지 못했단 말이야! 잘살고 있었는데 내가 왜 죽어야 해?” 그의 말에 우해민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그녀의 말투가 조금 이상했지만, 김승엽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배가 너무 고파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몸도 피곤했고 물을 마시지 못해 목도 아파졌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눈을 꼭 감으며 체력을 조금이나마 아끼려 했다. 괴로움 속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오전 10시, 한소은은 약속대로 제시간에 우씨 가문의 집 앞에 도착했다. 김서진은 그녀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결국 따라나섰다. 다만, 차를 대문 밖에 세워두고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김서진은 한소은의 귀에 미니 이어폰을 끼워 주며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당신이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올 거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리하지 않고 절대로 그 여자와 정면충돌하지 않으며 결정짓지 못할 일이라면 돌아가서 상의해 보고 결정한다고 말해야 하는 거 잘 기억했어요!” 김서진은 어제부터 이 말들을 계속 반복했다. 하도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한소은이 다 외울 지경이였다. 그녀의 말에 김서진은 말문이 막힌
정문에 도착하자 데일이 벌써 한소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차 문을 열어 정중한 모습으로 한소은을 모셨다. “큰 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소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제일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데일.” 한소은을 우해영이 줄곧 그를 이렇게 부르는 걸 기억했다. 그녀가 이렇게 부르자, 데일은 눈에 띄게 놀란 모습이었다. 그의 당황한 모습에 한소은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불렀다. “데일, 주인을 항상 큰 아가씨로 부른다는 건 작은 아가씨도 있다는 뜻인가?” “…….” 데인 아무런 말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 스쳐 간 놀람은 한소은에게 모두 붙잡혔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거와 다르지 않아. 우해영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야.’ 거실에 들어섰을 때 한소은은 멈칫했다. 그녀를 우해영이 거실 소파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 뒤따라온 데일이 그녀에게 말했다. “김씨 사모님, 저를 따라오세요.” 한소은은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우해영의 침실이었다. 그녀의 침실에는 한약 냄새가 가득했다. ‘우해영이 한약을 먹고 있는 건가?’ “한소은 씨.” 우해영이 어디 있는지 발견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한소은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침실 소파에 기대며 앉아 있는 우해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편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완전히 한소은을 손님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우해영 씨.” 한소은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는 우해영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한쪽으로 길게 늘여진 다리, 발목……. 한소은은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지, 우씨 가문의 큰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나?” 한소은은 ‘큰’이라는 글자를 일부러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우해영이 흠칫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요.” 한소은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정말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았거든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발견한 거요?” 우해영은 궁금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기와 우해민을 구분해 낸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소은이 어느 부분에서 발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물음에 한소은은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음…… 사실 당신도 알다시피 무술을 배우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거는 숨길 수 없는 거잖아요. 당신의 그 쌍둥이 동생은 무술을 할 줄 모르죠?” “맞아요.” 우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내 동생은 무술을 할 줄 몰라요. 무술에 대한 재능이 조금도 없죠. 몸도 약해서 오랜 시간 동안 몸조리해서야 겨우 나와 비슷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구분하기 쉬웠어요. 다만,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당신과 당신 동생은 정말 똑같이 생겼으니까. 표정과 말투, 행동, 습관 모두 똑같았어요!” 한소은은 두 사람을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누가 우해영인지, 누가를 우해민이었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한소은과 김서진이 확신했었던 때는 바로 호텔에서 그녀를 만났던 때였다. 그녀가 김승엽과 함께 있을 때면 두 사람을 구분하기 쉬웠다. “사실, 서진 씨의 작은아버지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거죠?” 한소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우해영이 작게 기침하며 대답했다. “감정이 조금도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그 사람은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내게 접근한 남자였거든요.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남자는 그저 우리 우씨 가문의 대를 잇게 해주는 도구일 뿐, 그 이상의 쓸모가 없어요. 내가 무술을 연구하는 데에 걸림돌만 될 뿐이죠.” 우해영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눈을 가늘게 뜨고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궁금했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왜 김서진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지. 만약 당신이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무
“인생은 한 번뿐인 여행이에요. 이전에 나도 사업에 빠져들어 모든 일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어요. 나중에 발견한 건데 인생에는 사업만큼 중요하고 심지어는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아요.” “난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리면서 주위의 풍경을 보는 걸 완전히 잊고 살았어요. 때로는 적당히 발걸음을 느리면서 인생을 느끼고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으면 내 사업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죠.” 금방 임신했을 때,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한가해지니 자기도 모르게 초조해졌다. 배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모든 신경이 아기에게 쏠리고 나서 그런 초조함이 점차 사라졌다. 또한 태교하기 시작한 후부터, 다른 임산부도 만나보고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아기 분유 냄새를 맡게 되었다. 바쁜 일상에 땀에 흠뻑 젖어 시큼한 땀 냄새를 풍기는 임산부도 있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한소은은 임산부도 사용할 수 있는 향수를 만들어 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임신하기 전에 향수를 즐겨 뿌리던 사람이 임신했다고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게 하고 싶었다. 물론, 새로운 향수 개발은 아기를 낳고 나서 해야 하겠지만 임신 중에 느낀 모든 것은 그녀에게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가져다주었다. 우해영은 한소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소은의 행복한 웃음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그녀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보며 우해영은 자기가 이렇게 행복하게 웃어본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심지어 오랜 시간 동안 거울 속 자기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우해민을 마주하고 있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기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이 얼굴은 정말 지겹도록 봐왔다. 우해영은 멍하니 손을 들의 자기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해영 씨, 오늘날 여기로 부른 건 임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 건 아니겠죠?” 그녀의 멍한 모습을 보며 한소은이 입을 열었다. 정신을
사실 그녀가 이 비적이 가짜라는 확신을 들게 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비적을 훔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김서진이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비적을 우해영이 힘들게 훔쳐 온 비적이다. 이렇게 중요한 물건이라면 잃어버린 순간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찾아내야 정상이다. 김서진이 자기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만약 자기가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제 성을 뒤집어서라도 꼭 찾아내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적을 훔쳐 오고부터 김서진 쪽은 조용하다 못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전에 김승엽도 김서진이 그에게 따지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렇다는 건 비적이 잃어버리건 말건 김 서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결론은 하나다. 바로, 이 비적은 처음부터 가짜였다는 것이다. 김서진이 김승엽에게 두 개, 세 개의 함정을 준비했다면, 분명 자기에게도 함정을 준비했을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이 다 납득이 갔다. “그렇다는 건 진짜 비적은 아직 당신들 손에 있다는 말이군요.” 우해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가다듬고 계속 물었다. 반면, 한소은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한소은의 반응은 우해영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녀는 멈칫하더니 믿지 못한다는 듯이 따져 물었다. “당신들 손에 없다고? 이건 말도 안 돼요! 그럼,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비적을 태워 없앴다거나 누군가 보관하도록 맡겨두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 “아니요.” 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비적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우해영의 말은 한소은의 말과 동시에 입에서 튀어 나갔다. 그녀는 조금도 한소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해가면서 날 속이는 이유가 뭐예요? 오늘 난 성의를 가지고 당신과 얘기하려고 부른 거예요. 내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것도 다 밝혔는데 지금 비적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
“몇 년 동안 무술을 배우고 나서 스승님께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날 데리고 하산했어요. 절을 떠나면서 스승님께서 내게 불경을 한 박스나 전해주면서 시간 날 때 자주 보라고 당부했고요.” 이렇게 말하면서 김서진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이어서 말했다. “나중에 스승님이 주신 불경을 여러 번 보고 나서야 모든 무술은 다 심법을 먼저 잘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심법은 모든 무술의 근본이에요. 사실 아무리 대단한 수법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에요. 게다가 무술뿐만 아니라 사업에서 닥친 어려움도 불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어요.” 그의 말을 듣고 한소은은 반쯤 농담으로 말했다. “그 말은 당신이 자칫하면 스님이 될 뻔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하마터면 그녀의 남편은 불자가 되어 그녀와 만나지 못할 뻔 했다. 그녀의 말에 김서진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대답했다. “맞아요.” 김서진의 진지한 대답에 한소은은 웃으며 그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지금 이 말들을 우해영에게 알려주자, 처음에는 흠칫 놀라더니 이윽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소은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우해영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항상 믿으며 쫓아왔던 것이 결국에는 거짓이었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수 있다. “당신이 이 말들을 믿기 힘들다는 거 알지만…….” 한소은이 잠시 멈칫하다 느릿하게 이어서 말했다. “서진 씨가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당신의 무술이 이미 충분히 대단하다는 거예요. 사업에서든 무술에서든 자기보다 대단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렇게 발전한 사회에서 살면서 왜 이토록 최고의 자리를 집착하는 거죠?” “사실, 이 세상에서 사는 사람에 비해 당신은 이미 성공적인 사람이에요. 우씨 가문을 더욱 빛내어 가문의 사람들이 편하게 살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천하제일의 자리를 쫓는 거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