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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한소은은 조금 전 그말이 조금도 힘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좋은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김서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할머니가 많이 늙으셨네요.”

그의 말에 한소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저한테 할머니는 항상 의기양양하고 당당하고 씩씩하고 저랑 맞서는 분이셨어요. 삼촌을 편애하고, 잔꾀를 부리고… 근데 이런 건 다 참을 수 있어요.”

김서진은 마치 지난 일을 떠올리는 듯 추억에 잠긴 듯한 눈빛으로 천천히 말했다.

한소은은 그의 말을 그저 묵묵히 들어주었다. 모처럼 김서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할아버지는 항상 할머니에겐 이런저런 결점이 많다고 하셨죠. 하지만, 할아버지에 대한 할머니의 마음과, 가문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라고 하셨어요. 이 말은 제가 확실히 기억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가 아무리 잔꾀를 부려도 전 우리 가문이 절대 흩어지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아요.”

김서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김서진과 그의 할아버지는 평소 사이가 각별했다. 때문에 그의 할아버지가 김서진을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김서진도 그런 할아버지의 뜻대로 항상 그의 말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김씨 어르신에게 포용을 베풀었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그는 새삼스럽게 그가 그동안 왜 그렇게 김씨 어르신의 잔꾀를 너그럽게 포용했는지 이해가 갔다.

김서진의 권력으로 그는 분명히 여러 일들을 복잡하게 할 필요 없이 바로 깔끔하게 처리하면 되었었다. 예를 들어 김승엽의 일도 원래 김씨 어르신이 가족 회의를 열지 못하게 하면 될 일인데 그는 김씨 어르신을 염려하여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의 발전 방향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께서 이번에 많이 속상해하셨겠네요.”

김승엽에 대한 편애가 워낙 깊었던 김씨 어르신이었던지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김승엽의 출신을 발설했으니 가장 마음이 아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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