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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김승엽은 그녀와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저 그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설득하기에는 더 이상 무리였다.

그도 그럴것이 우해민의 성장환경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뒤틀려진 환경에서 자란 탓에 친구나 동창도 없었고 가족애와 우정마저 얻지 못했기 때문에 결핍이란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랜 시간이 흘러, 김승엽을 만나 그에게서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맛 본 그녀는 김승엽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

김승엽은 요 몇 년 동안 그녀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놓치면 안되는 존재였다. 마치 작은 배 위에 엎드려 떠내려가는 파도에 몸을 맡긴 사람처럼, 가진것도 없어 그저 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다가 누군가 필사적으로 배가 가라앉지 못하게, 파도에 쓸려가지 못하게 배를 꽉 잡았다. 김승엽이 그녀에게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이런 우해민의 집착에 김승엽은 숨이 콱콱 막혀왔다.

——

한편, 김씨 어르신은 병원에 입원했다.

연세가 연세인지라 계속해서 외부에서 오는 이러저러한 자극에 몸이 견디기 힘들어서 그런지 결국 입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녀는 다른 친지들의 방문도 사양한 채 전담 간호사를 제외하고 가문의 몇 몇 고용인들과 김지영의 간호하에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서진은 일이 워낙 바쁜 탓에 병원에 가끔씩 들르기만 할 뿐이었다. 한소은은 임신 중이라 김씨 어르신이 일부러 외출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시간 날때마다 틈틈이 병원에 찾아와 김씨 어르신을 뵙곤 한다.

오후, 따사롭게 내리쬐는 해볕에 김씨 어르신은 잠시 눈을 붙였다. 잠시 후,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어렴풋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김씨 어르신은 겨우 눈을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강한 햇빛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김씨 어르신은 체형만으로 누군지 대략 알 수 있었다.

“승엽아.”

김씨 어르신이 애절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초 동안 문 앞에 서 있다가 천천히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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