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엽이 그녀의 손을 잡는 행동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릴 정도로 놀랐다. 우해영의 ‘악명’은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남자보다도 몇백 배 더 강한 여자였다.사실 김승엽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그녀가 화를 내지 않는다는 확신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는 자기의 사람이라고 말했으니, 스킨십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둘째 치고, 다른 사람들도 두 사람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우해민의 눈치를 살피느라 손에 땀이 흥건해진 김승엽은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눈짓했다.‘오늘 중요한 날이니 제발 체면 좀 세워줘!’자기가 보낸 메시지를 알아차린 건지 마음이 바뀌어 정말 그와 손을 잡으려는 건지, 그녀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고, 그를 내팽개치지도 않았다. 그저 그에게 손이 잡힌 채로 웃으며 말했다.“다들 개의치 않을지 모르겠네요.”“무슨 말이에요. 승엽이의 약혼녀라면 김씨 가문의 사람이기도 해요. 이런 자리에 참석했다고 뭐라 말할 사람이 없어요!”다들 의견이 없다고 말하니 김승엽은 더욱 자신만만해졌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순간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우해민이 옆의 자리에 앉히고 그녀를 따라온 두 사람에게 내려가라고 지시했다.“너희 둘은 나가 있어!”그 두 사람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꼼짝하지 않고 서서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 모습에 김승엽은 화가 났다. 욕을 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은 우해영의 수하였기 때문에 감히 뭐라 하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그 둘을 째려보더니 허리를 숙여 우해민에게 말했다.“이건 우리 가문의 가족회의예요.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건 괜찮지만, 이 두사람은...”그의 말에 우해민은 두 사람을 한번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희둘은... 나가서 기다려! 회의가 끝나는 대로 나갈 테니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그녀의 말에 두 수행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익명 투표를 하는 것은 결과 발표 후 김서진이 뒤로 물러날 길을 없애려는 것이다. 그래도 작은아버지인데 한소은은 그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할 줄은 몰랐다.김서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앞에 어떤 위기가 닥쳐오던,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이번에도 준비가 된 걸까?’한소은은 김서진이 김씨 가문의 핏줄이건 아니건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녀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김서진이라는 사람이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그가 김씨 가문의 사람이든 아니든,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를 믿을 것이고, 그에게 의지할 것이다.확고한 눈빛으로 김서진을 바라보면서 한소은은 손으로 배를 쓰다듬었다.익명 투표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투표 종이를 모두 걷어 들이고 김승엽이 말했다.“공평을 위해서 나와 서진이는 투표에 참석하지 않을게요. 이건 여러분의 의견이지 어느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니까요!”“동의해요.”김서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의 말에 김승엽은 고개를 돌려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지시했다.“가서 노부인 모셔 와.”“이번 일이 중요한 만큼, 김씨 가문의 가장 큰 어르신인 내 어머니가 자리를 지키셔야 공평해요. 어머니께서 몸이 좋지 않으셔서 쉬시게 했는데, 지금 모셔 올 타이밍인 거 같네요.”그의 옆에 선 사람이 투표를 집계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노부인이 오길 기다렸다.사실 많은 사람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일부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일어날 무시무시한 폭풍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다.정말 그들의 생각대로 일이 발생하면 하늘이 변할 것이다.김씨 가문의 가주가 김 씨의 핏줄을 이은 사람이 아니고, 친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잡종이라는 추문이 퍼지게 되면, 전국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그것은 김씨 가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런 사달이 나게 되었
투표 결과는 빠르게 집계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매우 팽팽했지만, 찬성하는 사람이 좀 더 많았다.가문 내에서 김서진에 대해 의견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가주라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으로서 모두가 만족하게 할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이 기회를 노리고 그를 무너뜨리려는 작정이었다.결국, 두 표 차이로 김승엽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이것 봐, 어르신들과 장로들은 혈연에 대한 문제는 흐지부지해선 안 된다는 말에 찬성하고 있어. 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이 집에 남아있어서도 안 되고 가문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부귀영화를 누릴 자격도 없다는 거지.”김승엽은 투표 종이를 손에 들고 자기가 승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꿈에 그리던 것을 곧 손에 넣을 수 있고, 잠시 후 김서진이 자기의 발밑에 무릎을 꿇으며 쫓아내지 말라고 울면서 빌 거라는 생각하니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그는 줄곧 높은 곳에서 자기를 내려다보았던 조카가 자기 앞에서 머리를 숙이는 상상을 하니 입가에 삐져나오는 웃음을 거의 참지 못하고 가슴이 벅찼다.이에 대해 김서진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이제 결과가 나왔으니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발표해도 되지 않나?”더 이상 못 참겠는지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김승엽은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김서진을 뚫어지게 노려보더니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그 사람은 바로...”“잠깐!”이때, 노부인이 방에서 걸어 나왔다. 김지영이 옆에서 노부인을 부축해 주고 있었지만, 노부인은 마음이 급했는지 빠른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걸었다.어머니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김승엽은 얼른 앞으로 나가 부축하면서 말했다.“어머니, 천천히 나오세요! 어머니 마음이 아픈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몸 생각하셔야죠!”“......”그의 말에 노부인은 그의 마음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이번 일은 그냥 없던 일로 하자.”노부인은 김승엽의 손을 꼭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서진이가 한 말을
김승엽은 자기의 어머니가 중요한 순간에 말을 바꾸는 게 못마땅했다. 그가 이럴 것을 대비해 보험을 해 두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분명 어머니가 일을 그르쳤을 것이다.그러나 노부인은 그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두 눈을 똑바로 뜨며 가문의 어르신과 장로들을 보며 말했다.“여러분, 이 늙은이가 오늘 이 자리에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오늘 일은 더 이상 따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오늘 여기 모인 것은 오랜만에 서로 얼굴을 본다고 생각하고 승엽이가 말한 것은 그저 우스갯소리로 듣고 더 이상 따지지 맙시다!”노부인이 이렇게 말하니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노부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일이 이렇게까지 발전했으니 한 두 마디로 따지지 말자고 해서 모른척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부인이 이렇게 말하니 사람들은 더욱 궁금해졌다.모든 사람은 노부인이 진심으로 김서진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옆에서 잠자코 듣던 한소은도 조금 놀랐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노부인과 김서진의 사이는 지금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돈독하지는 않았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서로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며 싸우던 사이였다. 노부인이 무슨 충격을 받았길래 갑자기 김서진의 편을 들어주는 것인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그럴 순 없어요!”어머니의 말에 김승엽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노부인의 앞을 가로막았다.“어머니! 더 이상 편들지 마세요! 맞아요. 어머니는 서진이를 친손자로 알고 지금까지 예뻐했어요. 하지만 지금 그가 김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편을 들어주시면 안 됐죠! 돌아가신 큰형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어머니가 이 일을 모른 채 덮으시면 조상님들에게 무례를 범하는 거예요!”김승엽은 대놓고 김서진의 이름을 말했다. 이로써 모든 사람에게 김서진이 바로 자기가 말한 김씨 가문의 핏줄이 아닌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었다.대부분 사람이 이미 예상했지만, 직접 들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감히
혹여나 이 사건이 수습할 수 없게 되거나, 김서진이 정말 김씨 가문의 자식이 아니어서 족보에서 이름이 지워진다 해도 두 사람의 실력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그렇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그보다 그녀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은 ‘우해영’의 반응이었다.전에 호텔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발견한 것인데, 이 여자는 정말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때로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내공이 대단하고, 때로는 내공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고분고분한 느낌이었다. 지금의 ‘우해영’도 조용하게 자리에 앉아 있기만 했다.‘우해영’이 이 정원으로 들어온 순간, 한소은은 그녀에게서 느꼈던 무술을 배운 사람의 기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방금 수행원에게 하는 말을 들어봐도 기세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듯 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어쩌면, 우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꼭꼭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을 수도.’분위기가 팽팽하게 굳어지자, 김승엽은 조급해하며 김지영에게 눈짓했다. 회의가 진행되기 전에 자기를 돕겠다고 약속했던 어머니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누나마저도 변덕을 부려서는 안 된다. 반드시 어머니를 밀어붙여 가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말하게 해야 한다!잠자코 있던 김지영이 그를 한번 보고는 입을 열었다.“엄마,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하고 싶지 않아도 말하셔야 해요. 게다가 승엽이가 이렇게 단호한데 오늘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승엽이는 끝장을 볼 거예요. 차라리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밝히는 게 더 좋아요.”그녀는 김서진의 고모로서, 김승엽의 누나로서, 하는 말은 영향력이 없지 않아 있다. 게다가 그녀가 한 말은 틀리지도 않았다.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김서진이 가주의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아도 마음속에 그에 대한 응어리가 남아 있을 것이다.“아이고...”노부인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유난히 밝은 햇빛이
“김승엽은 제 아들이 아닙니다!”김승엽은 웃는 얼굴로 어머니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김승엽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웃음은 그대로 얼굴에 굳어져 괴상한 표정을 지어냈고 두 눈은 크게 뜨고 그의 어머니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자기가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조용해졌다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원래 그 사람들이 추측한 사람은 김서진이었다. 노부인이 김서진이 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라고 발표하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김승엽의 이름이 노부인의 입에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김승엽?! 그가 노부인의 아들이 아니라고?!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정원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김승엽이 노부인이 가장 아끼는 아들이라는 건 김씨 가문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전 회장님이 살아계실 때 노부인은 김승엽의 일로 전 회장님과 많이 다투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노부인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김승엽이 자기의 아들이 아니라고 발표했다.이건... 하늘을 뒤집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어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잘못 말씀하셨어요. 지금 김서진이 김씨 가문의 자식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었잖아요!”혼란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김승엽이 급히 노부인을 향해 말했다.“어머니, 내가 아니라 김서진이라고요! 김승엽은 나고, 어머니 아들이잖아요! 어머니의 아들!”그는 자기의 코를 가리키며 입을 크게 벌리고 어머니가 잘 들을 수 있게 소리높이 말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노부인에게 자기의 이름을 말해주었다.열심히 손짓하는 그를 보며, 오랫동안 가장 아꼈던 막내아들을 보며 마음이 괴로웠다.“승업아, 난 이걸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기필코 말하라고 등을 떠밀었잖아. 네 말이 맞아. 김씨 가문에 다른 사람이 핏줄이 섞여서는 안 돼. 만약 내가 오늘 네 말대로 서진이를 모함해 그를 무너뜨렸으
"아니, 아니야, 그 감정보고서는 가짜야, 가짜야!"옆으로 끌려간 김승엽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라 가문의 어르신들과 장로들이 돌려보고 있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노려보며 미친 듯이 말했다.“그 유전자 검사에는 너 하나의 결과만 적혀 있는 게 아니야. 나와 엄마, 엄마와 서진이, 나와 서진이, 그리고 너와 서진이까지...”노부인을 부축하고 있던 김지영이 입을 열었다.“우리 모두 혈연관계가 있다고 뜨는데 오직 너만 우리와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이라고 결과에 적혀있어.”만약 노부인의 말이 그에게 있어서 벼락이 머리 위에 떨어진 느낌이라면, 김지영의 말은 그를 나락으로 밀어버린 느낌이었다.그는 김지영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만 보였고 많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당신들, 당신들 모두 한통속이야. 모두 날 속이려 하는 거야! 난 안 믿어! 단 한 글자도 안 믿어!”그러고는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갑자기 그를 붙잡고 있던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고 노부인에게 덮쳤다. 그는 노부인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팔로 노부인의 다리를 꼭 감싸 안으며 애원하듯 말했다.“어머니,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어머니는 날 제일 예뻐했잖아요! 왜 이 사람들과 짜고 쳐서 날 속이려 하는 거예요? 혹시 위협당하셨어요? 혹시 김서진이 그렇게 말하라고 위협했어요? 어머니, 두려워하지 마시고 말해요! 여기 장로들도 계시고 어르신들도 계시니 서진이가 어머니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예요!”그러고는 손가락으로 김서진을 가리키며 버럭 소리 질렀다.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든 게 다 자기를 해치려는 음모라고 생각했다. 오래전에 계획을 했고, 오늘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를 심연으로 떨어뜨리려 했다고 확신했다.“나도 이게 가짜였으면 좋겠어! 나도 내가 위협을 받아 거짓말을 하는 거였으면 좋겠어!”노부인은 천천히 허리를 숙으려 두 손으로 김승엽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하지만 승엽아, 넌 정말 내 아들이 아니야.
노부인은 김승엽이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자기가 평생 아끼며 예뻐했던 아들이 이렇게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니 지금 눈앞의 사람이 낯설어 보였다.“난 못 믿겠어! 아니 안 믿어!”김승엽은 그 감정 보고를 다른 사람의 손에서 뺏어와 한번 훑어보고는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더없이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이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는 가짜야. 나는 진작에 진짜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를 보았어. 이것은 분명히 가짜야.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최근에 치매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그녀의 말은 믿으면 안 돼. 그녀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야. 그녀 자신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란 말이야!"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를 보며 말했다.“아주머니, 어서 어머니 모시고 방에 들어가 쉬게 하세요!”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도 그의 말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마치 광대처럼 모든 사람의 비웃음을 받고 있다. 다들 그가 어떻게 자기를 속이는지 냉정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았다.“아주머니!”아무도 움직이지 않자, 김승엽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그만해!”다른 사람이 입을 열기 전에 김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직도 다른 사람이 네 말을 믿어줄 거로 생각해?”“너, 너랑 김서진이랑 짜고 쳐서 날 무너뜨리려는 거지? 넌 진작이 이렇게 될 거라는걸 알았지? 너희들은 다 한통속이야! 지금 날 함정으로 밀어 넣은 거라고!”김승엽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김지영을 노려보았다.아침에 찾아갔을 때만 해도 그가 그녀에게 연신 자기의 편을 들어 달로 부탁했을 때 그러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금 와서 모두 그의 뒤통수를 쳤다.‘날 돕겠다고 약속했잖아! 왜 다들 김서진 편을 드는 건데? 왜!’이렇게 생각하자 그의 시선이 김서진에게 향했다. 김승엽은 노발대발하며 울부짖었다.“너지? 네가 그들에게 원하는 걸 주겠다고 약속해서 다들 너와 연기하게 만든 거지?! 말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