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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마음속에 묻혀든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내 체면을 세워주려 이런 말 하지 않아도 돼. 그건 우연이 아니야. 오늘 내가 여기로 다시 온 것은 그 무술 비적이란 게 아직도 너희들 손에 있는지 물어보려고 온 거야.”

김승엽의 말대로라면 김서진이 가짜 비적으로 함정을 만들어 그가 걸려들게 했다. 정말 함정이라면 그때 김승엽을 잡지 않고 왜 그가 가짜 비적을 가져가게 했을까? 혹시 다른 계획이 있는 걸까? 노부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할머니, 비적에 관해서는 저도 잘 몰라요. 서진 씨가 돌아오면 직접 물어보세요.”

노부인이 직설적으로 물었지만, 한소은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실을 알려주는 건 둘째 치고 노부인이 그녀의 말을 믿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김승엽을 대신해 찔러보려고 온 건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노부인에 대해 한소은은 경계를 쉽게 풀 수 없었다. 노인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믿을 수도 없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노부인이 자기의 아들을 편애하고 손자에 대해서는 각별히 가혹하게 대한 사실을 한소은은 모두 알고 있다.

"그래, 네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이 할미도 묻지 않을게! 이전의 일들은 모두 할미 잘못이야. 너희들의 결혼에 대해선 내가 간섭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간섭하고 싶지도 않아. 너희들이 좋으면 됐어. 나는 이제 늙어서 여기저기 간섭할 힘도 없어!"

순간 노인이 많이 늙어 보였다.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담담히 말했다.

저번에 보았을 때 노부인은 나이가 많았지만,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라 활기가 가득하고 그 연령대 노인들과 비교해도 훨씬 젊어 보였는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아주 피곤해 보였다. 정신으로든 몸으로든 다 피곤해 보였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한소은은 머뭇거리며 물었다. 노부인은 마치 할 말이 있는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거 같아 보였다.

"괜찮아!"

노부인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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