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입만 벙긋벙긋하던 김승엽이 잠시 생각했다.‘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나요? 그래서 생각을 바꾼 건가요?’‘그럴리가 없는데... 이 비적을 몇 년 동안 찾았는데 갑자기 가지고 싶지 않다고?’김승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예요?”“내 말은 더 이상 그 비적을 가지고 싶지 않다고요!”우해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는 것 같았다.“됐어요, 가지고 싶지 않은 척 그만해요! 당신이 이 비적을 포기할 수 없다는 거 내가 잘 알아요. 그저 내가 말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잖아요! 그래요, 그럼 다시 얘기해 보자고요! 사업은 협상해야 하는 거니까! 내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해서 이렇게 단칼에 거절하지 말라고요! 협상의 여지가 있으니 화내지 말고 잘 얘기해 봐요.”김승엽은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자기가 무슨 수를 써도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는 걸 잘 알았지만 지금 그녀의 태도를 좀처럼 종 잡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그럼... 50%말고 45%는 어때요?”김승엽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녀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자기만 뚫어지게 바라보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였다.잠시 침묵이 흐르다 김승엽이 한 발 더 물러서며 말했다.“그럼 40%?”하지만 우해영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김승엽에게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으려는 듯했다.“이거 봐요. 잘 보라고요! 당신이 꿈에서도 가지고 싶어 했던 비적이잖아요!”김승엽은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다시 핸드폰을 꺼내 그녀 앞에서 흔들었다. 한장 한장 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이건 내가 목숨을 걸고 찾아낸 거란 말예요! 지금 당신 눈앞에 있는데 정말 가지지 않겠다고요? 확실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요! 나중에 다시 이 가격을 준다 해도 난 당신에게 주지 않을 거예요!”“그럼 당신이 잘 가지고 있어요!”우해영이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김승엽은 혼란에 빠졌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한
김승엽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마주하며 우해영은 보일 듯 말 듯 한말듯한 조롱의 웃음을 머금고 그를 경멸하듯 바라보았다.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김승엽에게는 그 침묵이 더욱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우해영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충격이 그녀에 대한 공포를 넘어섰다. 김승엽은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힘껏 움켜쥐었다.“어딜 가려는 거야! 말 똑바로 해! 뭐가 가짜라는 거야?!”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우해영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아무도 이렇게 붙잡으며 따져 물은 적이 없어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참이나 멍해져 있다 얼굴빛이 검게 변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똑바로 말해, 뭐가 가짜라는 거야? 넌 비적을 본 적도 없잖아! 근데 왜 내 손에 있는 게 가짜라고 확신해? 그래, 이제 알겠네. 일부러 내 것이 가짜라고 말하고 몰래 뺏어 가려는 거지? 나에게 지분이고 뭐고 주기 싫어서 이러는 거지? 내가 욕심이 많다더니 제일 욕심 많은 사람은 당신이야! 우해영, 우씨 그룹의 지분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세해더니, 나와 협력하겠다고? 모두 다 거짓말 이었어! 넌 처음부터 내게 아무것도 줄 생각이 없었어, 그저 날 이용해 비적을 손에 넣으려는 것뿐이야!”김승엽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우해영이 자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 날 이용하는 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확인하지도 않고 가짜라고 말할 수 있겠어? 비적을 손에 넣었던 적도 없는데, 비적 안에 적힌 게 어떤 무술인지도 모르면서 가짜라고 딱 잘라 말할 리가 없지. 그러니까 분명 이 여자가 날 속이는 거야!’이렇게 생각하니 주체할 수 없던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어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던 손에도 힘이 풀렸다.“허, 이런 걸로 날 농락하려 해? 넌 아직 어려! 날 이용해 먹으려면 아직 멀었어!”우해영은 그의 무 도리한 논리에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그가 무슨 말을 더하기도 전에 우해영이 이어서 말했다.“하지만 당신이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것은 아니야. 당신이 생각해 낸 계획은 정말 효과가 있었어. 그 두 사람을 집에서 내보내고 모든 고용인이 다 거실로 오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는 감시 카메라까지 손을 쓰는 건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야. 당신이 큰 도움을 줬어. 이에 대해선 적게나마 보수를 줄게.”“하지만 네 손에 있는 그 비적은 확실히 가짜야. 진짜는 내가 이미 손에 넣었거든. 그러니까 원래 약속대로라면 당신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것이니 내가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되는 거야. 솔직히 말하면 내가 당신을 속인 것도 아니지.”그녀의 원래 계획은 이렇다. 처음부터 김승엽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신분이 확실히 도움이 되긴 했다. 김서진의 작은아버지라는 신분과 김씨 노부인의 도움이 있었기에 김서진 집의 경비를 느슨하게 할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아도 되었고 경비가 기존의 절반가량 느슨하게 되었으니, 그녀에게 있어서 김서진의 집에 잠입하는 건 너무도 쉬웠다, 그런 상황에서 비적을 찾는 것은 거의 식은 죽 먹기였다.김승엽이 그 두 사람의 안방에 가서 여기저기 뒤지기 전에 그녀는 벌써 몇 번이나 김서진 집에 잠입하여 조사했었다. 특히 밤에 잠입했을 때 이미 김서진 집의 내부구조를 모두 파악해 두었다. 그래서 김승엽이 그 두 사람의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녀는 진작에 김서진의 서재에 잠입해 진짜 비적을 훔쳐내었다.밤에 잠입했던 날 이후로 우해영은 오랫동안 고민했다. 김서진은 자부심이 굉장히 강했다. 그는 자기의 집에 뛰어난 보안시스템을 설치했고 침실에 눈속임까지 했으니 무술 비적을 서재에 아무렇지 않게 꽂아두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게다가 저번에 자기의 집에 들렀을 때 불경을 가져온 것을 보고 우해영은 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불경을 읽는다는 건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역시 수상한
우해영이 손에 조금만 힘을 주니 김승엽의 손을 뿌리칠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정신이 멍해진 김승엽은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그녀가 자기의 팔을 뿌리치는 힘에 나자빠졌다. 뒤로 넘어지면서 무의식적으로 팔이 바닥을 짚으며 짜릿한 통증이 전해져왔다.손목에서 전해져오는 통증에 김승엽은 조금 정신을 차린 듯했다. 우해영의 말이 귓가에서 맴돌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믿기지 않았다. '내 것이 가짜라고 말한다고 내가 믿을 줄 알아? 어쩌면 지금 날 속이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마음이 급해서 아무한테나 팔아넘긴다고 하면 당황할 거야!'이렇게 생각한 김승엽은 손이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컴퓨터로 무술 비적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검색하니 관련된 책이나 그림 집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것들이 진짜든 가짜든 김승엽의 눈에는 그저 자기 손에 있는 비적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무술이 다 거기서 거기지. 그렇다고 내 손에 있는 게 가짜라고 증명할 수는 없잖아!'잠시 고민하던 김승엽은 핸드폰을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 세계 범위내에서 다크 웹으로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돈만 아낌없이 쏟아붓는다면 찾을 수 없는 정보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다크 웹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다만, 김승엽이 지금 처한 문제는 해결해 줄 수 있다.고대 무술계에도 이러한 다크 웹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이 다크 웹에서 무술 비적을 팔고 사기도 하고 때로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가문의 보물도 판매에 오를 때가 있다. 고대 무술계의 역사를 따져보면 벌써 천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전에는 장물아비들이 세상 이곳저곳을 돌사다리며 이런 물건들과 소식을 팔았는데 현대사회에 접어들고부터 인터넷이 점차 발전하여 지금은 다크 웹의 형식으로 거래가 진행된다.일부 고대 무술 가문이 몰락하면서 무술을 이을 후계자가 없으니 무술 비적은 자연히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후예들도 무인의 길을 택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물려줘도 쓸모없는 종이
”그래,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줘, 그럼 끊는다!”전화를 끊고 나서야 김승엽은 뒤늦게 손목이 아픈 걸 느꼈다. 아까 우해영에게 밀쳐 넘어지면서 엎질렀나 보다.손목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자, 그는 조심스럽게 손목을 주물렀다. 탈골된 게 아닌지 조금 부어오르기까지 했다.‘정말 재수 없어!’사실 오늘 우해영이 약속했던 것을 당장 받을 수는 없어도 이번 비즈니스는 잘 성사될 줄 알았다. 이제 느긋하게 우씨 가문의 지분이 손에 들어오는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해영 그 여자는 사나운 것도 모자라 매우 간사했다. 비적을 얻기 위해 그를 이용하여 주의력을 분산시킨 후 몰래 잠입할 생각을 한다니!다시 생각해 봐도 김승엽은 우해영이 했던 말이 모두 그녀가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한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알겠는가!그는 다시 핸드폰에 찍힌 비적의 사진을 다시 찬찬히 보았다. 원래는 자기에게 무한의 재부를 가져다줄 보물이었는데, 지금은 골치 아픈 일이 돼버렸다. 손에 넣었지만, 그걸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건 둘째 치고 김서진 쪽도 경계해야 했다. 이번에는 정말 우해영 그 여자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한편, 김서진의 집에서.집으로 돌아온 김서진이 안방 문 앞에서 방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엔 이상한 부분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벽에 박혀있는 작은 화살과 바닥에 깔려있던 카펫이 조금 이동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김서진은 손을 뻗어 침대 아래에 있는 버튼을 살짝 눌렀다. 곧이어 방안에 덜컹하는 소리가 나더니 팽팽했던 긴장감이 느슨해졌다.한소은은 구석에 있는 금고로 성큼성큼 걸어가 몇 번 돌리더니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금고가 열렸다.금고 안은 역시 텅 비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재밌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김서진을 바라보았다.“역시!”김서진은 조금 쭈그러진 카펫을 발로 걷어차더니 이내 침대 옆으로 가 앉았다. 그러고는 자기의 옆자리를 탁탁 치며 한소은에게 와서 앉으라고 눈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두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그 ‘비적’은 어디서 구해온 거예요?”그 ‘비적’은 김서진이 직접 금고에 넣어둔 것이다. 한소은도 ‘비적’의 내용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비적’은 가짜다.“그런 건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많아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책을 찾아서 낡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김서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확실히 가짜 비적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물론 김승엽이 걱정하는 것처럼 책에 독을 바르거나 하진 않았다. 그 가짜 비적은 김승엽에게 그냥 줄 생각이었기에 함정을 복잡하게 준비하지 않았다.“그럼 이런 건 왜 설치한 거예요?”한소은이 입을 삐죽이며 벽에 박힌 화살을 가리켰다.“김승엽이 실수해서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면 지금 여기에 누워있을 거라는 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한소은은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만약 김승엽이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면 그들이 방문을 열었을 때 아마 피범벅이 된 채로 바닥에 누워있는 김승엽을 보았을 것이다.김서진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일어나서 벽 쪽으로 걸어갔다. 두 손가락으로 살짝 화살을 집고 쉽게 화살을 빼내었다.그가 화살을 손에 쥐어 주어서야 한소은은 화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화살은 화살촉이 없는 화살이었다.김승엽이 겁에 질리게 했던 화살은 사실 자석이 달린 가짜 화살이었다. 그가 금고를 건드리자, 설치되었던 화살이 벽에 붙은 자석으로 ‘날아’간 것이다.“하, 만약 정말 그 사람이 화살을 맞았다면 우리 계획이 들키게 되는 거잖아요.”한소은은 자석 화살이 재미있는지 한참이나 가지고 놀았다. 생각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화살은 가까이에서 보지 않은 이상 가짜라는 걸 발견할 수 없었다.그녀의 말에 김서진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 작은아버지는 의심이 많고 자기가 정말로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함정을 너무 쉽게 만들면 그가 의심할 것이고, 만약 너무 어렵게 만들면 풀지도 못했을 거예요.”“전에 내가 사무실
그때가 되면 우해영은 더 이상 그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없게 된다.“우해영이 알아차리고 무술을 배우는 걸 멈추었으면 좋겠네요.”한소은이 한숨을 푹 내쉬며 침대로 벌렁 드러누우려 했다.“잠깐!”그러자 김서진이 급하게 그녀를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침대를 가리키더니 그녀에게 말했다.“이 침실은 사람을 시켜 청소해야 해요. 오늘은 여기서 자지 말고 다른 방으로 가요.”한소은이 방안을 둘러보더니 확실히 방이 조금 어지럽다고 생각했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서진을 따라 다른 방으로 갔다.——아침일찍 눈을 뜬 우해영은 향기로운 냄새에 침을 꼴깍 삼켰다. 여태 맡아보지 못한 향기로움에 자기도 모르게 배가 고팠다.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1층으로 내려가니 식탁에 수프 한 그릇과 반찬 몇 가지, 그리고 주식이 놓여 있는 걸 보았다.“오늘 아침 괜찮네.”우해영은 난데없이 칭찬을 한번 하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일하는 아주머니가 옆에서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에 우해영이 아주머니를 흘겨보았다.“왜 그래?”“그게... 아가씨, 집에 도둑이 든 거 같아요.”아주머니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집에 도둑이 든 일은 절대 작지 않은 일이었기에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우해영은 그릇을 손에 든 채 멈칫하다 고개를 돌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뭐?”“잃어버린 거라도 있어?”그녀는 계속 아침을 먹으며 무심코 물었다.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간듯했다.“잃어버린 건 없지만 가끔 주방에 만들어 놓은 음식이 나타나요. 요리사는 자기가 만든 게 아니라고 하고요. 처음에는 요리사가 만들어 놓고 잊어버린 것인 줄 알았는데, 요 며칠 생각해 보니 그런 게 아닌 거 같아요”“아가씨, 조사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참, 만들어 놓은 음식은 제가 다 검사해 봤어요. 독을 타거나 하진 않았어요.”우해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머니의 말에 대답했다.“요리사보고 앞으로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해.”“네?”아주머니가 놀
“하지만...”아주머니가 무슨 말을 더하려 하자 우해영이 말을 끊었다.“왜, 내가 경호원이 필요한 거 같아?”이 말 한마디에 아주머니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래, 아가씨의 무술이 그렇게 뛰어난데 경호원이 필요할 리가 없지.’말을 마치고 우해영은 2층으로 올라가려다 고개를 돌려 한마디 덧붙였다.“아참, 섬에서 나와 함께 온 사람들한테 짐 정리하고 대기하라고 알려줘.”“아가씨, 돌아가시려고요?”이 말을 묻고 난 뒤 아주머니는 후회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자, 자기가 쓸데없는 말을 했다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아가씨가 돌아가든 말든 내가 물어볼 게 아니지.’“나가!”우해영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주머니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우해영이 작은 목소리로 데일을 불렀다.“데일!”어디선가 데일이 소리도 없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네, 아가씨.”“이틀간 무술을 연습할 예정이니까 네가 내 옆에서 지키고 있어. 한 발짝도 내게서 떨어져선 안 돼.”우해영이 낮은 목소리로 데일이게 지시를 내렸다.자신이 무술 연습을 할 때는 항상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오직 데일만이 그녀가 마음을 놓고 무술 연습을 할 수 있게 만든다.“네!”데일이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우해영은 이런 데일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그녀가 내린 결정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저 충성심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이틀 동안 우해영은 김서진에게서 훔쳐 온 비적을 잘 연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비적에 적힌 무술을 배우는 건 급하지 않았다. 비적이 자기의 손에 들어온 이상 하루빨리 여기서 떠나야 했다. 만약 김서진이 비적을 되찾으러 온다면 그때는 일이 복잡하게 된다.그리고 이 비적에 적힌 무술인 정말 그렇게 대단한지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김승엽은 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손목에서 전해오는 아픔이 참기 힘들었지만, 그는 병원에 가지 않고 다크 웹에 걸어놓은 비적에 대한 소식만 오매불망 기다렸다.아무리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