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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알았어요. 그럼, 오늘 밤에 봐요"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단호하게 전화를 끊은 그녀의 깔끔한 반응에 김승엽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흥분한 목소리여야 하는데 오늘 밤 만나겠다고 흔쾌히 대답한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자기가 예상했던 반응과 차이가 너무 났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여자는 원래부터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여자였기에 이런 이상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기쁨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하고 면도까지 했다. 저녁에 우해영과의 협상이 잘 되기만 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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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섯 시.

김승엽은 시간에 맞춰 우해영을 만나기 위해 호텔로 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집으로 들어오는 김지영과 딱 마주쳤다. 그녀는 김승엽의 발걸음이 가벼운 모습을 보고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어디 가서 여자라도 꼬시려고?"

"쯧!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지금 중요한 거래를 하기 위해 나가는 거야!"

김승엽은 두 번 쯧쯧거리더니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한껏 들떠서 말했다.

"무슨 거래? 네가 거래에 관해 이야기할 자본이나 있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본 김지영은 김승엽을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김서진을 무너뜨리고 싶은 건 동일했다.

"신경 쓰지마!"

김승엽은 그녀와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무술 비적에 대해 특별히 어머니보고 김지영에게 숨기라고 말했었다. 이런 일은 누이에게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김씨 가문의 가주 자리에 앉을 사람은 누나인 김지영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아참, 유전자 검사 결과가 아직 안 나왔어?"

"아, 그게 알고 싶어?"

그가 궁금해하자 김지영은 그의 말투를 따라 하며 비아냥거렸다.

"궁금하면 네가 직접 병원에 가서 확인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몸을 비틀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김승엽은 그녀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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