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이씨 아주머니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고 요요 보러 방으로 들어갔다.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요요의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도 여전히 빨개 있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더 이상 열은 나지 않았고, 소희도 그제야 시름 놓았다.*그렇게 저녁 무렵까지 자다가 겨우 깨어난 요요는 기운이 회복되었는지 배고프다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고, 야채죽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웠다.급히 집으로 달려온 청아는 요요를 안은 채 미안하다는 말만 끊임없이 반복했고 그 모습에 요요가 청아의 얼굴을 받쳐 들고 깜찍한 목소리로 청아를 위로했다."엄마는 외할머니를 돌봐야 하니까 요요가 말썽 안 피우고 약 먹었어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요."요요의 말에 청아는 더욱 죄책감이 들어 요요를 품에 꼭 안고 소희를 바라보았다."정말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아무 일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청아는 하루 종일 수고한 이씨 아주머니를 일찍 돌려보내고 직접 주방으로 가서 반찬을 준비했다."요요가 병원에 있을 때 삼촌 한 명이 더 있었다고 하던데, 누구야?"밥을 먹으면서 청아가 조용히 물었다.그리고 청아의 뜬금없는 물음에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소희의 손이 순간 멈추었다. 그러다 천천히 입에 있는 음식을 다 삼키고서야 소희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조백림. 병문안을 갔다가 마침 우리랑 마주쳤어. 전에 내가 요요를 데리고 그의 약혼식에 참가한 적이 있어 요요를 기억하고 있더라고.""그래?"청아가 가볍게 한 번 웃고는 다시 물었다."잘 지내 있던?""응."밥을 다 먹고 난 후 소희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청아네 다른 객실에서 묶었다.약을 먹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늦은 밤중이 되니 요요의 열이 또 40도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청아의 소리에 놀라서 일어난 소희는 청아와 함께 요요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밤새 그렇게 요요의 곁을 지켰고, 요요가 다시 열이 내려서야 소희가 시름 놓고 침대로 돌아가 눈을 붙였다.그러다 이른 아침 청아가 일어나 아침을 차리는 소
장시원이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이렇게 막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아 발길을 멈추고 이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요요 엄마가 집에 계신가요?""안 계십니다. 환자 돌보러 갔거든요."장시원이 듣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딸이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상관하지는 않고 무슨 환자를 돌보러 갔다는 거죠?""그런 게 아닙니다. 요요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요."이씨 아주머니가 황급히 설명했다.하지만 장시원은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거실로 들어갔다. 아무런 기운도 없이 소파에 누워 흐느끼고 있는 요요의 모습은 여간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장시원은 얼른 과일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요요를 안았다."요요야, 아저씨 왔어. 어디가 불편한 건데?"희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눈물을 달고 있던 요요가 울먹이며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이마를 만지니 놀라울 정도로 뜨거운 열이 손을 타고 전해왔다."요요가 줄곧 열이 나있었던 상태였습니까?""아니요. 어젯밤에 한 번 또 열이 나서 약을 먹인 후 나아졌다고 했어요. 오전 내내 괜찮았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또 열이 나시 시작하더라고요.""계속 이렇게 놔두면 큰일이 날 겁니다. 어서 병원으로 가야 해요."장시원이 초조해서 일어서려 하자 이씨 아주머니가 급히 말렸다."동네에도 같은 병으로 앓고 있는 아이가 있어 제가 한 번 물어봤는데 다들 이렇게 반복적으로 열이 난대요. 그러니 병원에 가도 소용없다고, 제때에 약만 먹이면 된대요."장시원이 듣더니 눈썹을 찌푸린 채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의사에게 아이의 상태를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의사의 대답은 이씨 아주머니의 대답과 비슷했다.이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4~5일 정도 발열 현상이 지속될 거고 3일을 더 지켜보다 별문제 없으면 괜찮은 거라고.장시원이 전화를 끊고 이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해열제는 먹였습니까?""네!"잘생긴 남자한테서 풍겨 나오는 위엄 때문에 이씨 아주머니는 처음 이곳에 와서 면접 볼 때보다 더
"이렇게 인내심이 있는 걸 봐서는 앞으로 틀림없이 좋은 아버지가 될 겁니다."이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칭찬했다.이에 장시원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도 자신이 요요를 이토록 좋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걸까?’하지만 장시원은 순간 자신의 생각이 우습다고 느껴졌다."그럼 요요를 잠깐만 봐주세요. 저 장 보고 올게요. 요요가 깨나서 먹을 이유식을 해야 하거든요.""걱정마세요. 제가 있으니 시름 놓고 갔다 오세요.""네!"이씨 아주머니가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열쇠와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섰다.방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오후의 햇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조용한 방안을 따스하게 비춰주었다.장시원은 고개를 숙인 채 요요를 바라보고 있었다. 곤히 잠든 요요의 속눈썹은 길고 촘촘했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박힌 작은 코는 오똑하면서 깜찍했다......그냥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장시원은 자신도 모르게 요요를 더 꼭 껴안았다. 은은한 젖 향기가 이상하게 그를 안심시키고 있었다.그렇게 한참 고개를 숙이고 요요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장시원은 이내 눈살을 찌푸린 채 무음 모드로 해놓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참 후, 볼 일이 다 끝났는지 장시원은 다시 거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꽃병 속의 작은 데이지는 약간 시들어 있었다. 보아하니 이 집의 여주인이 확실히 꽃들을 관리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것 같았다.벽에 기대어 세워진 찬장 위에는 오르골이 놓여 있었다. 핑크색 성 앞에, 함께 춤을 추고 있던 왕자와 공주가 갈라져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스위치를 켜고 음악이 울리면 그들은 다시 껴안고 나풀나풀 춤을 추겠지.정교하게 만들어진 성을 보면서 장시원은 자기도 모르게 다른 여인이 생각났다.‘잘 지내고 있을까?’‘가끔 내 생각은 할까?’‘남자친구는 사귀었을까?’‘낯선 외국에서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줘야 외롭지 않겠는데.
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말했다."요요야, 아줌마한테로 와. 아저씨가 요요를 몇 시간 동안이나 안고 있었으니 팔이 엄청 시큰거릴 거야.""괜찮습니다. 마저 요요 이유식을 만드세요. 제가 좀 더 안고 있을게요."요요가 다시 기운을 차린 모습에 장시원의 말투도 많이 가벼워졌다."그래요 그럼. 이유식은 다 됐어요. 조금만 식히고 가져올게요."이씨 아주머니가 말하고는 몸을 돌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아저씨, 손 아파요? 요요가 호~ 해줄게요. 엄마가 그랬는데, 이렇게 호~ 해주면 아프지 않대요!"이때 요요가 작은 손으로 장시원의 큰 손을 만지며 다가갔다.장시원이 요요를 안아 다리에 앉히고 웃으며 물었다."요요 너무 똑똑한 거 아니야? 어떻게 엄마가 한 말을 다 기억하고 있어? 요요 올해 몇 살이야?"장시원의 말에 요요가 오른손을 내밀고 왼손으로 오른손의 엄지와 약지, 그리고 새끼손가락을 눌러 두 손가락만 남겼다. 그러다 한참 생각하고는 웃으며 장시원에게 말했다."두 살!"장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장하네! 그럼 요요의 이름은?""요, 요!"요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고 있는 진지한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그럼 성은?""요요의 성은......""야채국수가 나왔습니다!"그런데 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그릇을 들고나와서는 웃으며 말했다."이유식이 다 됐어요. 요요 밥 먹어도 돼요."장시원은 단지 요요랑 놀아주고 싶을 뿐, 무언가를 알아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아주머니의 말에 바로 요요를 안고 식당으로 갔다.별로 크지 않은 집안의 주방은 유난히 작아 키 큰 장시원이 들어서니 왠지 더 작아진 것 같았다.이씨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요요를 건네받고는 요요를 유아용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요요가 가장 좋아하는 국수야. 아줌마가 야채, 두부, 새우를 넣었는데 요요 어느 것부터 먹고 싶어?"그런데 요요가 숟가락을 들고 장시원을 바라보았다."아저씨가 먹여줘요."장시원이 바로
청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예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예요."이에 이씨 아주머니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 친구분이 엄청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점심에도 그분이 요요를 재웠는걸요."요요도 도도하게 말했다."아저씨가 내일에도 요요 보러 온다고 했어요!"청아는 순간 조백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요요에게 말했다."잠은 혼자서 자야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고.""아저씨는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요요가 듣더니 바로 반박했다.그 모습에 청아가 아이의 코를 살짝 쓸어내렸다."언제 이렇게 낯을 가리지 않기 시작한 거야?"요요가 웃으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장시원은 오후에 업무가 바쁘지만 않으면 와서 요요랑 놀아주고, 재우고,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요요도 가끔 열이 나서 울다가도 장시원만 보면 이내 조용해졌다.매번 장시원이 오후에 밥 먹고 와서는 4시경에 떠나다 보니 한 번도 청아와 마주치지 못했다.그러다 나중에 이씨 아주머니한테서 요요 엄마가 병원에서 요요의 외할머니를 돌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씨 아주머니를 청해 요요를 온종일 돌보게 한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원은 요요 엄마가 너무 요요한테 소홀하다고 생각했고, 그것 때문에 요요를 더욱 끔찍이 아꼈다.그렇게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좋아졌다.......제작진의 업무가 점차 손에 잡히기 시작했고 새로 전근된 조수가 비록 가인이보다는 영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부지런하고 눈치도 빨라 소희가 딱히 신경 쓸 일은 없었다.이날 밖에서 야외 씬을 찍고 있는데 이현의 팬들이 몰려와 사인을 요구하는 바람에 촬영은 잠시 중단되었고, 소희도 부득이하게 나무 그늘에서 잠깐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그러다 물을 마시고 있는데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우정숙이었다.화면에 나타난 이름에 소희는 다소 놀랐다. 그러다 벨 소리가 네댓 번 울려서야 천천히 받았다."사모님
그렇게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고, 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비록 그녀가 우정숙과 임유민 때문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임유민의 공부를 돕겠다고는 했지만 임구택을 다시 마주할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다.그날 레스토랑에서 임구택과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는 그와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곧 또 그의 집으로 가야 한다니.소희가 손을 들어 이마의 혈을 짓눌렀다. 왠지 일이 계속 계획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미 승낙한 일이니 번복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임유민의 하교 시간에 맞춰 소희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소희 쌤?"전화를 받은 임유민의 소리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묻어 있었다.이에 소희가 웃으며 물었다."하교했어?""응,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나한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것부터 듣고 싶어?"임유민이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좋은 소식!""좋은 소식은 네 엄마께서 네가 지금의 가정교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너에게 가정교사를 바꿔주려고 한다는 거야.""뭐 그럭저럭 좋은 소식이라고 치지. 나쁜 소식은?""앞으로 주말마다 또 나를 마주해야 한다는 거."소희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러나 한참 기다려도 임유민이 말이 없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야, 왜 말이 없어? 슬퍼서 우는 거 아니지?"같은 시각, 차 안에 앉아 있는 임유민이 고개를 돌려 몰래 웃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가 그를 부르는 소리에 일부러 우울한 척하며 대답했다."확실히 나쁜 소식이네.""어쩔 수 없어. 앞으로 임유민 친구께서 잘 협조해 줘. 성적을 올려야 이런 고통스러운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으니까."소희가 눈썹을 올리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임유민이 진지하게 대답했다."난 괜찮아,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일이니까.""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고.""그럼 조건 하나 제시해도 돼?""일단 먼저 말해봐. 내가 할 수 있으면 들어줄게.""만약 내 성적이
2년 전 소희가 마지막으로 임유민에게 수업을 해주고 떠났을 땐 나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2년 만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다니.소희가 택시비를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검은색으로 된 대문 밖에는 이미 하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가 다가가자 공손하게 소희를 맞이했다."소희 선생님, 오셨습니까!"소희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하인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2년 동안 정원의 나무가 더 굵고 커진 거 제외하고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이때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겨 빗고 몸에 알맞은 양복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한 집사가 다가와 친절하게 인사했다."소희 선생님, 오셨습니까!""집사님."소희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집사의 태도가 이전보다 더 친절해진 것 같았다."큰 사모님께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작은 도련님이 지금 위층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제가 위층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고마워요!"소희가 대답하면서 신발을 갈아신고 집사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막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임구택이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흰색 셔츠와 검은색 양복바지 차림에 팔에는 양복 외투를 걸친 채 계단 위에 서 있는 그는 여전히 고귀하고 차가운 기풍을 내뿜고 있었다. 특히 계단 위에 서서 사람을 내려다보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위압감을 주는 게 높은 곳에 앉아있는 군주와도 같았다.임구택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계단 위에 멍하니 선 채 조용히 소희를 내려다보았다."안녕하세요, 임구택 씨."이에 소희가 담담하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임구택이 먼저 내려가기를 기다렸다.임구택의 희노가 보이지 않는 눈동자는 그녀를 지나 집사에게로 향했다.그러자 집사가 즉시 말했다."소희 아가씨는 큰 사모님께서 작은 도련님을 위해 새로 청한 가정교사로 오늘 첫 수업하러 왔습니다."임구택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말 없이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와 소희를 스쳐 지나갔다.소희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곧장 위층으
2년 사이에 임유민의 키가 엄청 많이 자랐다. 소희보다 좀 더 큰 걸로 봐서는 170센치미터는 쉽게 초과한 것 같았다. 게다가 임씨 가문의 우수한 유전자까지 합쳐져 금방 12살 밖에 안 되는 임유민은 이미 눈부신 소년으로 변해 있었다.임유민이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이래도 나를 때릴 거야?""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도련님!"소희가 말하면서 두 손을 내밀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그 모습에 임유민이 눈부신 웃음을 드러내며 소희를 한 번 훑어보았다."소희 쌤은 여전히 그대로네,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고마워,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소희가 눈썹을 올린 채 웃으며 대답했다."쳇! 내가 경솔했어. 분명 뻔뻔스러워졌는데 변하지 않았다고 했으니."소희가 듣더니 옆에 있는 테니스 라켓을 들고 그의 머리를 때렸다."선생님을 그렇게 말해도 돼?""네네. 선생님이든, 둘째 숙모든 어른인건 마찬가지인데 내가 잘못했네요. 됐지?"임유민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소희의 미소가 순간 입가에 굳어졌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희가 다시 말했다."그만 장난 치고, 수업해야 지. 테스트한 걸 꺼내 봐, 어떻게 풀었기에 합격하지 못했는지 한 번 구경하게.""그럼 놀라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임유민이 말하면서 답안지를 찾아냈다.소희가 답안지를 대충 훑어보고 난 후 임유민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인재네."임유민이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과찬입니다.""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으로 여겨?"소희가 눈썹을 올리고 말했다. 그러고는 임유민이 말하기도 전에 손에 든 답안지로 그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너 일부러 그런 거지? 이 시구만해도 2년 전에 이미 외울 수 있었잖아."그러자 임유민이 머리를 만지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누가 기억력이 그렇게 좋아서 2년 전에 외웠던 걸 기억해? 소희 쌤은 이틀 전의 일이 기억나?"소희가 그를 보며 냉소했다.그 모습에 임유민은 그녀를 잡아당겨 의자에 앉혔다."내가 멍청할수록 소희 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