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가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시고는 임구택을 향해 말했다."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임구택이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소희도 신발을 갈아 신고 얼른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그러다 집에서 나오니 임구택의 차가 이미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장면은 소희의 마음속을 심란하게 했다.차에 오른 후,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앞쪽에 와 앉아."이에 소희가 눈썹을 찌푸리고 똑같이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자리가 편합니다.""지금 날 운전기사 취급하는 거야?"임구택이 내던진 말투에서는 아무런 정서도 느껴지지 않았다.소희가 입술을 오므린 채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차 문을 열고 내려 조수석에 앉았다.그리고 그녀가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임구택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소희는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임구택은 열심히 운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할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시간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제일 낯선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차가 길목에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을 때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허니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맞혀봐.]휴대폰을 귓가에 대니 심명의 격동된 목소리가 바로 휴대폰을 뚫고 들려왔다. 비록 스피커폰을 켜지 않았지만 고요한 차 안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뚜렷했다.소희가 앞에 깜박이는 빨간 신호등을 보며 싱긋 웃었다."돌아왔어?"[뭐야, 목소리가 왜 이렇게 평온한 거야? 전혀 흥분하지 않았지? 나 지금 기분이 나빠지려고 그래! 난 밤낮으로 네 생각만 하고, 일이 끝나자마자 널 보려고 달려왔는데.]심명의 투정 부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소희가 웃으며 물었다."일이 다 해결되었어?"[누가 너더러 그런 쓸모없는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했어? 난 네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를 원한다고!]심명이 포악하게 말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차가 앞으로 쏠려 나가는 바람에 소희가 의자 등에 세게 맞혔다. 빨간불이
소희는 순간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밀려와 더 이상 임구택을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두운 얼굴색으로 바로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세게 닫았다.여인이 화난 뒷모습을 보며 임구택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그렇게 줄곧 집 아래까지 걸어가서야 소희가 평정심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난 임구택에게 우리 집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가 경원 주택단지에 거주하고 있다는걸 알게 된 거지?’임구택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지 알 수가 없었다.2년 전에 질렸다며 헤어지자고 한 것도 임구택이었고, 2년 후 새 여자친구가 생겼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태도로 그녀를 접근하면서 관심하는 척하는 것도 임구택이었다.‘내가 바로 서희라는 걸 알고 헤어지자고 한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걸까?’소희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건물로 들어갔다.그리고 30분 후, 심명이 도착했다.흰색 정장 차림인 심명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가 소희를 껴안았다.반항할 겨를도 없이 안긴 소희는 심명의 품에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가만히 있어!"심명이 얼굴을 소희의 어깨에 묻힌 채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잠깐만 안고 있게해 줘, 잠깐만이면 돼.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소희의 눈빛에 순간 황홀함이 스쳤다.어느 추석 늦은 밤에도 누군가가 이렇게 그녀를 품에 꼭 껴안고 보고 싶었다고, 한시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다고 했었는데.소희를 품에 안고 있으니 심명은 그간의 그리움과 비행기에서 느꼈던 초조함이 깨끗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는 팔에 힘을 주고는 자기도 모르게 소녀의 목덜미에 뽀뽀했다.따뜻한 촉감에 소희는 순간 온몸이 팽팽해졌다. 그러다 손을 들어 심명을 밀어내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제대로 닫지 않은 집 문을 힘껏 걷어찼다. 그곳엔 웅장한 남자가 서 있었고, 남자의 차가운 눈빛은 날카로운 칼로 변해 소희의 몸을 긁고 있었다.그리고 그 소리에 심명이 소희를
심명이 소희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저 자식이 방금 말한 혼인 신고 서류가 뭔데?"소희가 긴 숨을 한 번 내쉬고는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나 임구택과 결혼한적이 있어.""언제???"심명이 듣더니 순간 눈을 크게 떴다.그러자 소희가 소씨 가문과 임씨 가문 간의 통혼에 대해 대충 말해 주었다.심명은 소희가 소씨 가문이 나중에야 찾아낸 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을뿐, 임구택과 그런 일까지 있었을 줄은 몰랐다.그래서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래서 임구택이 무슨 뜻인데? 그는 이현과 함께 여러 장소를 드나들면서 넌 그를 위해 지조를 지켜야 한다는 거야?" 소희가 쿠션을 들어 품에 안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덤덤하게 말했다."2년 전에 내가 혼인 신고 서류를 그에게 보내 주면서 이혼하자고 했었어. 난 그가 진작에 이혼 절차를 다 끝냈다고 생각했는데."그러다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너 우리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마, 일이 이미 충분히 꼬일 대로 꼬였으니까.""꼬였으니까 재미있는 거지."그런데 심명이 오히려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난 끝까지 너의 곁에 붙어있을 거야. 임구택 그 나쁜 자식이 화병 나는 걸 지켜보겠다고."소희는 손에 들고 있는 USB를 만지작거릴 뿐 그를 대꾸하지 않았다.이에 심명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임구택이 지금 너와 이현을 다 차지하려고 하는데, 설마 너 계속 그의 비위에 맞춰줄 거야?" "아니. 난 절대 그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대답하고 있는 소희의 말투는 점점 확고해졌다.그러자 심명이 소희의 곁에 앉아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었다. 눈빛은 왼쪽 귀의 검은 귀걸이처럼 그윽한 광택을 띠고 있었다."네가 오늘에 한 말들을 기억해. 그리고 앞으로 그와 함께 있지도 말고, 그를 만나지도 말고, 말도 섞지 마."소희가 듣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참, 너한테 말하고 싶은 일이 있어.""뭔데?""나
"심명."소희가 다시 일어나 앉았다. 맑은 눈동자에는 무력감이 묻어나 있었다."임구택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거리를 유지해야 해. 난......""잠깐!"그런데 이때 심명이 급히 손을 들어 소희의 말허리를 끊었다."네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너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하지도 말고. 나를 친구로 여기고 싶으면 친구로 여겨."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눈빛이 어두워져서는 자조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알아, 방금 내가 너에게 뽀뽀한 것 때문에 화가 나서 또 그런 말들을 꺼낸 거라는 걸."심명의 말에 소희가 잠깐 멍해지더니 이내 두 눈을 아래로 늘어뜨렸다.심명의 예쁜 눈동자에는 맑고 부드러운 빛이 뜻 모를 감정과 섞여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달래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내가 잘못했어. 아까는 나도 너무 반가운 마음에 주체 못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어.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이에 소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너 정말 나한테 이럴 필요 없어."소희는 지금까지도 심명이 왜 그녀를 이토록 좋아하는지 몰랐다.예전에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교점도 없었다. 그러니 그가 밀수에서 목숨을 내바치며 그녀를 구했던 일은 충분히 그녀를 놀라게 했고, 지난 2년 동안 그녀를 따라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행동은 더욱 그녀를 당황케 했다.그래서 그 빚진 신세를 갚기 위해 그를 자신의 곁에서 쫓아내지 않았던 것인데, 왠지 신세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았다.소희는 여태껏 한 번도 심명처럼 온갖 방법을 다 써도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 어쩔 수가 없었다."얼굴 찌푸리지 마, 넌 쿨한 표정이 어울려."심명이 갑자기 웃으며 소희를 끌어당겼다."나 배고파. 우리 요요 데리고 밥 먹으러 가자. 나 요요 너무 보고 싶어.""잠깐!"그런데 이때 소희가 갑자기 소리쳤다."서인이 오늘 나더러 그의 가게로 오라고 했는데.""무슨
장시원이 웃으며 대답했다."원래 오전에 술자리가 있었는데 구택이 갑자기 일이 있어 가지 않은 바람에 나도 일찍 나왔거든. 그러다 이쪽을 지나면서 올라와 본 거고."‘임구택이 오전에 볼일이 있었던 거야? 분명 오전 내내 집에 있었는데?’장시원의 대답에 소희가 잠시 멍을 때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방안을 살펴보았다."이씨 아주머니는요?""마트에.""저와 심명이 요요를 데리고 밥 먹으러 갈 생각인데, 함께 갈래요?"장시원이 시계를 한 번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나 회사에 가야 해.""그래요."소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요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우리 심 아빠랑 놀러 갈까?"요요가 듣더니 기뻐하며 장시원을 바라보았다."아저씨도 가요?"장시원은 순간 마음이 나른해졌다. 왠지 요요와 헤어지기 아쉬웠다.이에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아저씨는 일이 있어서 우리와 함께 갈 수 없어.""그래요."요요가 작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다시 장시원에게 말했다."요요 소희 이모랑 놀러 갔다가 곧 돌아올 테니 요요 기다리고 있어야 해요!"장시원은 당장이라도 말을 바꾸고 소희와 함께 가고 싶었다. 하지만 끝내는 이성을 유지하고 부드럽게 요요를 바라보았다."그래, 오늘은 소희 이모와 놀아. 내일 아저씨가 다시 올게.""네!"소희가 이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린 후 다 같이 집을 나섰다.심명의 차는 바로 아래에 있었다. 장시원은 소희가 요요를 안고 차에 오르는 걸 보고 나서야 자신의 차로 걸어갔다.그러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먼저 시동을 건 게 아니라 임구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믿겨져? 나 지금 네 기분을 체험한 것 같아.]요요가 심명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그는 마치 제일 아끼는 물건이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비록 이런 느낌은 그를 많이 황당하게 했지만.곧 임구택이 답장을 보내왔다.[그 사람 만났어?][응, 심명과 함께 있던데.]이번엔 임구택이 바로 답장을 하지 않았고, 장시원은 탄식 한 번 하고는 차
그는 서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다만 소희와 성연희가 몇 번 언급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뿐. 하지만 서인의 경력에 대해서는 엄청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응."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심명이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구씨 가문의 후계자가 왜 이런 곳에서 샤브샤브 가게를 차려?" "말하자면 길어."소희가 컵을 들어 요요에게 물을 먹이며 말했다.2년 전, 서인은 구은서에게 보복하기 위해 스스로 신분을 폭로하고 구씨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그러다 반년 좌우가 지난 후 구성봉의 건강은 점차 회복되었고 서인은 다시 샤브샤브 가게로 돌아왔다.구성봉이 몇 차례나 찾아와 서인더러 회사를 인수하라고 부탁을 했지만 서인은 그의 형제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문 이들은 학력이 낮고 지식도 없는 데다 전과도 있었으니 서인이 그들을 데리고 구씨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경비원직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오히려 샤브샤브 가게에서 일손을 돕게 하는 게 그들에게도 더 좋은 선택일 것 같아 마지막에 구성봉과 협의를 했다.구성봉이 그룹을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만 그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그러다 이제 구성봉이 정말 늙어서 회사를 관리할 수 없게 된다면 그때 돌아가서 가업을 계승하겠다고.구성봉은 서인의 집요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자칫하면 서인이 다시 소리 없이 사라질 것 같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서인이 나타난 이후로 회사의 원로급 직원들은 전부 시름 놓게 되었고, 외척인 서씨네 쪽 사람들도 전보다 많이 얌전해졌다.특히 구은서 모녀, 예전에는 구성봉이 빨리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래야만 구은서가 구씨 가문의 그룹과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구성봉이 죽으면 서인이 그들 모녀를 가문에서 쫓아낼까 봐 두려워 구성봉이 몇 년이라도 더 살게 하고 싶어 조심스럽게 그를 돌보고 있었다.그러니 아직 구씨 가문의 사람들과 얼굴을 맞댈 일이 없는 서인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 자신의
서인이 이문에게 분부했다."밖에 두 살 난 아이가 있으니 네가 알아서 먹을 거 만들어 줘.""네, 저한테 맡기시죠."이문은 예전보다 살이 더 쪄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포악한 기운이 줄어들어 상냥하고 친절한 뚱보로 되었다.그러다 서인이 소희를 보며 말했다."저쪽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주방 뒤에 작은 마당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소희가 서인을 따라 뒷마당으로 갔다.뒷마당은 예전의 뒷마당 그대로였지만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주위의 철제 난간에는 장미들이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마침 꽃들이 피는 시기라 벽 전체에 장미꽃이 빼곡히 자라나 있어 꽃향기가 담벽 밖까지 넘쳐흘렀다.왼쪽 벽에 심어진 계수나무 한 그루는 팔뚝만큼 가늘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났다.소희가 좌우를 훑어보고는 웃으며 물었다."전부 유림이 심은 거지?"그러자 서인이 의자에 앉아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임유림 외에 또 누가 이런 짓을 하겠어. 전부 소녀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잖아.""지난 2년 동안 유림이 계속 가게에 와서 일을 도왔어? 임구택이 반대하지 않아?"서인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천천히 뱉고는 대답했다."작년부터 오기 시작한 거야, 그것도 주말에만. 임구택은 대충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딱히 말리지는 않은 거 같은데?""그래?"소희가 덤덤하게 대답하고는 고게를 돌려 계속 마당을 훑었다. 그러다 얼굴색이 급변해서는 본능적으로 물러났다.담 모퉁이에서 사람 키 절반 높이가 되는 개가 나와 경계하는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야옹아! 물러가!"서인이 바로 소리쳤다.그러자 야옹이가 서인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담 모퉁이로 물러났다.이에 소희가 경악하여 고개를 돌렸다."이게 그 2년 전의 강아지야?""응. 이제 큰 개로 자랐어. 밖에 놔두면 손님을 놀라게 할 것 같아서 평소에는 마당에 가둬두고 있어.""얘 이름이 야옹이야?"서인이 담뱃재를 한번 튕기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임유림이 지은 이름이야."야
돌아갈 때는 소희가 운전하고 심명이 뒤에 안자 요요랑 놀아주고 있었다."나 예뻐?"심명의 뜬금없는 물음에 요요가 어리둥절해서 그를 한참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예뻐요!""그럼 소희 예뻐?"요요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예뻐요.""그럼 내가 예뻐, 소희가 예뻐?""......"요요가 심명의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했다."요요가 예뻐요!"요요의 대답에 심명이 큰소리로 웃었다.그러다 갑자기 앞으로 몸을 기울여 소희의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는 취한 눈동자로 소희를 보며 말했다."소희야, 우리 둘 다 이렇게 예쁘게 생겼으니 우리가 낳은 아이도 틀림없이 엄청 예쁠 거야."소희가 듣더니 흰자를 한 번 보이고는 손을 돌려 그의 얼굴을 밀었다."요요나 잘 봐."심명이 의자에 기대어 바깥의 석양을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에 황금색이 뒤덮여 있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그러다 심명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이제 우리 아이가 생기면 나 전업주부가 될 거야. 매일 집에서 우리의 아이를 돌보고 있을 거라고."소희가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너 계속 허튼소리를 했다간 차에서 던져버릴 거야."심명이 듣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콧방귀를 한번 뀌었다."평소에도 말 못 하게 하고, 술에 취해서도 안 되는 거야?"소희가 눈썹을 찌푸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심명이 비록 많이 취하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이성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소희가 화를 낼까 봐 두려워 더는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요요랑 놀아주었다.한참 후 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휴대폰 줘."심명이 두말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소희에게 건네주었다.휴대폰을 건네받은 후 소희가 비밀번호를 물어보려는데 휴대폰 잠금이 자동으로 해제되었다.이에 소희가 잠깐 멍해 있더니 심명이 자신의 휴대폰에 그녀의 얼굴도 인식 설정에 추가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역시 심명은 그녀에 대해 아무런 경각심도 없었다.소희는 씁쓸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심명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리고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