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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소희가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시고는 임구택을 향해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임구택이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소희도 신발을 갈아 신고 얼른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러다 집에서 나오니 임구택의 차가 이미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장면은 소희의 마음속을 심란하게 했다.

차에 오른 후,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앞쪽에 와 앉아."

이에 소희가 눈썹을 찌푸리고 똑같이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자리가 편합니다."

"지금 날 운전기사 취급하는 거야?"

임구택이 내던진 말투에서는 아무런 정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희가 입술을 오므린 채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차 문을 열고 내려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야 임구택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소희는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임구택은 열심히 운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할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제일 낯선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

차가 길목에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을 때 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

[허니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맞혀봐.]

휴대폰을 귓가에 대니 심명의 격동된 목소리가 바로 휴대폰을 뚫고 들려왔다. 비록 스피커폰을 켜지 않았지만 고요한 차 안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뚜렷했다.

소희가 앞에 깜박이는 빨간 신호등을 보며 싱긋 웃었다.

"돌아왔어?"

[뭐야, 목소리가 왜 이렇게 평온한 거야? 전혀 흥분하지 않았지? 나 지금 기분이 나빠지려고 그래! 난 밤낮으로 네 생각만 하고, 일이 끝나자마자 널 보려고 달려왔는데.]

심명의 투정 부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소희가 웃으며 물었다.

"일이 다 해결되었어?"

[누가 너더러 그런 쓸모없는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했어? 난 네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를 원한다고!]

심명이 포악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차가 앞으로 쏠려 나가는 바람에 소희가 의자 등에 세게 맞혔다. 빨간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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