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구택의 말에 소희가 잠깐 멍해 있더니 순간 귀밑까지 빨개져서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임구택!""화난 모습도 괜찮으니 더 이상 그런 의미 없는 표정은 짓지 마, 보기만 해도 질리니까."임구택이 한 번 웃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빨리 차에 타."하지만 소희는 그의 차를 돌아서 앞으로 걸어갔다.이에 임구택이 한숨을 쉬고는 차에서 내려 몇 걸음 만에 소희의 팔을 잡았다."어디로 가는 건데?"소희가 손을 뿌리치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그러자 임구택이 차갑게 물었다."여기서 싸우고 싶어?"임구택의 말에 소희가 주택단지 앞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쳐다보았다. 그중에는 같은 건물의 이웃도 있었다. 그래서 소희는 더는 반항하지 않고 임구택의 손에 잡힌 채로 그의 차에 올라탔다.임구택이 조수석의 문을 열어 소희를 자리에 앉히고는 안전벨트까지 해주었다.그러나 소희는 내내 냉담한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차에 오른 후 임구택은 바로 시동을 걸고 주택단지를 떠났다. 그러다 소희의 화난 얼굴을 힐끗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차는 천천히 임씨네 집으로 향해 달리고 있었다.한참 후, 소희가 평정심을 되찾고 차창 밖 뒤로 물러나는 경치를 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임구택, 빠른 시일내로 이혼 수속을 밟자."끼익-임구택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길옆에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웃음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눈빛도 얼음장마냥 차가웠다."이혼하고 심명과 함께 있고 싶어서?"소희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직시했다."그래, 나 이미 결정했어. 심명을 받아들일 거야.""다시 말해봐!"임구택이 갑자기 몸을 기울여 소희의 턱을 잡았다. 얇은 입술을 꾹 오므리고 있는 게 곧 폭발할 것 같았다."자기야, 내가 자기를 엄청 오래 참아줬다는 거 알아?"소희의 눈동자는 맑으면서도 차가웠다."아무도 너더러 참으라고 하지 않았어.""네 말이 맞아, 나도 진작에 참고 싶지 않았어!"임구택이 말하고는 소희의
그를 사랑하든지 미워하든지, 그 중간의 감정은 절대 있을 수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대치하고 있는데 소희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수신 번호를 확인한 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조여들었다.임구택도 수신 번호를 보았다. 그러고는 교활한 빛이 스쳐 지나간 눈빛으로 소희에게 말했다."받아."그는 소희가 전화를 받아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물러서기는커녕 거의 소희의 얼굴과 붙어 있을 정도로 가깝게 기대어 있었다.이에 소희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평정심을 찾은 후 고개를 살짝 돌려 전화를 받았다."심명?""소희야, 저녁에 밥 같이 못 먹을 것 같아. 오주 쪽에 또 일이 생겨서 지금 바로 가봐야 해."소희가 듣더니 잠깐 멍해졌다."지금 바로 가야 하는 거야?"소희의 목소리가 약간 쉬어있었고 심명은 즉시 이상함을 알아차렸다."소희야, 너 어디야?"임구택의 검은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숙여 소희의 귓불을 물었다.소희는 순간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소리를 억지로 짓누르고 한 손으로 임구택의 어깨를 밀면서 아무 일도 없는 척 대답했다."나 아래층에 있어."아래층에 있다는 말에 심명은 소희가 요요랑 있는 줄 알고 다시 아쉬워하며 말했다."나 아마 그곳에 며칠은 머물러야 할 거야. 그러니 내가 없어도 네 몸을 잘 챙기고."소희는 남자의 키스에 온몸이 뻣뻣해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몸부림치지도 못하고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어제저녁에 성연희와 통화를 한 후 소희는 심명을 찾아가 제대로 이야기하기로 결정했다. 더는 만나지 않고 현재의 관계를 끝내거나, 아니면 같이 있기로 결정하고 심명을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거나.그러나 일은 항상 계획을 벗어났다.지금 이렇게 임구택과 얽히고 있었으니 심명과 함께 있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심명이 떠난다는 소리에 그녀는 이유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임구택이 자극해 내는 전율을 무시하고 말했다."알았어. 조심해서 갔다 와."심명의 말투가 여전히 다정
월요일, 소희가 제작진으로 출근했다.그리고 그 한 주는 엄청 순탄했다. 일도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었고.그날 임씨 가문으로 가는 길에 이성을 잃을 뻔했던 것만 제외하고 임구택도 다시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하지만 이현을 볼 때마다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임구택을 생각하게 되었다. 소유욕 때문에 그런 포악하고 편집스러운 말을 한 게 아닌지 궁금하기도 해서.이현과 여민의 관계는 여전히 엄청 좋았다. 그리고 여민은 여전히 일부러 소희 앞에서 임구택을 언급했고, 이현도 마치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행복한 모습을 드러냈고.하루하루가 예전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소희를 놀라게 했던 건 류 조감독의 그녀에 대한 태도가 다시 좋아졌다는 것이다.전에 분명 그가 소희를 배우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의를 거절한 것 때문에 소희가 눈치 없다며 고의로 사람을 찾아 그녀를 괴롭혔었는데, 왠지 이번 주부터 태도가 확 바뀌어 다시 그전처럼 소희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립스틱 선물, 꽃 선물, 애프터눈 티. 소희가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류 조감독의 태도는 여전했다.그래서 결국 제작진 전체가 류 조감독이 소희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날도 류 조감독의 조수가 소희에게 장미꽃 한 움큼을 선물했고, 소희는 바로 꽃을 던졌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류 조감독에게 전하세요, 다시 꽃을 보냈다간 바로 성추행죄로 신고하겠다고."이에 조수가 얼른 꽃을 들고 돌아갔다.하지만 30분도 안 되어 류 조감독이 직접 꽃을 들고 와서는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소희 씨 만약 장미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일에는 백합으로 사줄게."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류 조감독님, 대체 뭘 하고 싶은 겁니까? 솔직히 말하세요!"그러자 류 조감독이 바로 대답했다."나 소희 씨를 좋아해, 그래서 구애하고 있는 거고. 설마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어? 소희 씨, 전에 내가 잘못했어. 나의 틀린 방식에 사과할게. 하지만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야. 네가 처음 제작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룸 밖에서 여민과 마주치게 되었다.손에 술 한 병을 들고 있던 여민이 소희를 보더니 술병을 들었다."78년산 강제야. 소희, 함께 한잔해!"하지만 소희는 맑고 고요한 두 눈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에 여민이 웃으며 문을 밀고 그 옆에 서서는 소희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소희가 룸으로 들어서자 여민이 바로 손에 든 술병을 들고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소희 씨가 술을 쏜대요. 다들 어서 소희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해야죠."소희가 순간 고개를 돌려 여민을 바라보았다.여민이 득의양양하게 그녀를 향해 눈썹을 올렸다.다들 놀라서 소희를 쳐다보았다."78년산의 강제라니. 소희 씨, 통이 너무 큰 거 아니야? 설마 갑자기 부자가 됐어?""소희 씨, 몰라봤네. 이렇게 돈이 많은 부자였다니!""소희야 고마워. 내가 한 잔 따라줄게. 이렇게 비싼 술은 나도 처음이야!"소희가 얼굴색 한 번 바꾸지 않고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밥 먹는 거니까요. 다들 재밌게 놀기 바랍니다."이때 이 감독이 일어서서 말렸다."소희 씨, 이 술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다 같은 팀의 식구들인데, 이렇게 허비할 필요 없어.""괜찮습니다. 다들 마음껏 즐기면 됩니다."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이에 여민이 기뻐하며 웨이터를 불러와 술을 따게 하고는 모든 사람의 술잔에 따랐다.이정남이 소희를 노려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너 미쳤어? 수백만 원짜리 술을 그렇게 막 사도 돼? 오늘 네가 쏘는 것도 아닌데 왜 나서는 거야?"그러자 소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진 게 아니에요."이정남이 듣더니 잠깐 멍해졌다. 그러다 곧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여민이 일부러 그런 거야?"마침 이현과 여민이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을 본 소희의 얼굴에 순간 한기가 올랐다.‘주범은 여민이 아니야.’‘멍청이, 전에 그렇게 이용당하고도 정신 못 차리다니.
웨이터가 명세서를 소희에게 건네자 이 감독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명세서를 빼앗으려 했다."그냥 내가 계산할게!""아닙니다."그런데 소희가 웃으며 명세서를 가지고 가서는 휴대폰을 꺼내 계산할 준비를 했다.이에 이정남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돈이 충분해?""네."이때 옆에 있던 이현과 여민이 눈길을 마주쳤고, 여민이 바로 콧방귀를 뀌었다."속이 깊긴 깊네, 다들 보는 앞에서 난폭하게 화를 내며 추태를 부리지 않다니."그러다 또 실망한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재밌는 연극은 물 건너갔네. 진짜로 계산할 돈이 있었으니."이현은 의외로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필경 소희가 임구택과 그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임구택이 소희를 박대할 리가 없었으니까.그녀는 고개를 돌려 류 조감독에게 눈짓을 했고, 류 조감독이 접수하고 바로 앞으로 나아가 소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대범하고도 자상하게 말했다.."소희가 갓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술을 쏠 돈이 있겠어? 이 술은 내가 소희를 대신해 지불할게."말하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진짜 계산하려고 했다. 사실 그는 소희가 말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혀 막을 의사가 없는 것 같았다.그래서 몸을 돌려 떠보듯이 소희를 향해 말했다."소희야, 내가 대신 낸다?"그러자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감사합니다, 류 조감독님."류 조감독의 미소가 순간 살짝 굳어졌다.그가 소희를 대신해 지불할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왠지 소희의 태도가 수상했다.이때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웃으며 말했다."류 조감독님, 정말 통이 크시네요."이미 한 말이 있으니 류 조감독은 번복할 수가 없어 명세서를 들고 꾸물거리며 620만 원을 지불했다.돈이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그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이 감독이 류 조감독의 어깨를 두드리며 농담하듯 말했다."류 조감독, 이렇게 대범한 모습은 처음 보네."류 조감독이 듣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다 소희에게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하지만 그녀도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류 조감독은 꺼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화가 나서 누군가를 욕하고 싶을 지경이었다.그래서 연속 이틀 동안 촬영할 때 여민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지 못했고, 마음이 불쾌한 여민은 이현을 찾아가 하소연했다."그 620만 때문에 류 조감독이 지금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현이야,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이현은 자신이 소희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아이디어를 낸 거였는데, 소희의 반응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날 줄은 몰랐다.그래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류 조감독이 다시 너를 찾게 되면 말해 줘, 그 620만을 절대 헛되이 쓰지 않도록 하겠다고."이현의 말에 여민의 눈빛이 반짝였다."내가 보기엔 소희는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닌 것 같아. 계속 물어뜯었다간 우리도 다칠 수 있을 것 같아.""아무리 강한 상대도, 무서운 게 있는 법이야."......류 조감독은 소희 앞에서 감히 불쾌한 내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여전히 매일 꽃을 보냈다.그리고 그 모습에 제작진 중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일부 소녀들이 소희를 엄청 부러워하고 있었다.아무래도 류 조감독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제작진에서 또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희에게 ‘일편단심’이기도 했으니.이정남이 소희의 사무실 문밖에 놓인 한움큼의 분홍색 장미를 보더는 웃었다."정말 껌딱지가 따로 없잖아. 아무리 쫓아내도 들러붙는 게,"소희는 전혀 보지 못한 듯 일에만 전념했다."보지 않으면 돼요."이에 이정남이 차가운 목소리로 또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역겹잖아!"*이틀 후, 여민이 저녁에 고명계를 따라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마침 임구택도 있었다.여민은 고명계의 곁에 앉아 끊임없이 가장자리에 앉은 남자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고명계를 한번 보고는 또 시종 단아하고 고귀한 모습으로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임구택을 쳐다보았다. 순간 이현이 왜 임구택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술을 몇 잔 마신
한 무리의 여인들이 의견이 분분하여 누군가를 우회적으로 욕하기 시작했고, 남성분들이 몇 마디 듣더니 눈치를 챈 듯 하찮다는 웃음을 지으며 이전의 화제를 계속했다.임구택이 차가운 눈빛으로 여민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배를 꺼냈다. 그러자 옆에서 누군가가 눈치 빠르게 그의 담배에 불을 붙였고, 그가 한 모금 빨고 내뱉은 연기는 허공으로 흩날리며 그의 차가운 눈빛마저 가렸다.다음 날 아침여민이 막 외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택배인 줄 알고 마스크팩을 붙인 채 문을 열었다.그런데 문이 금방 열리자마자 누군가가 힘껏 밀었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 여민은 놀라서 문밖의 네다섯 정도 되는 남자들을 쳐다보았다.맨 앞에 선 여인은 마흔이 넘어 보였고, 얼굴에 살이 너무 쪄있어 두 눈이 실눈처럼 살 사이에 끼워진 게 왠지 사납고 독해 보였다.여인은 음흉하게 여민을 쳐다보더니 바로 다가가 여민의 잠옷 앞깃을 잡고 뺨을 날렸다."염치없는 년, 감히 내 남자를 꼬셔? 꼬시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았나?"여민은 여인이 날린 뺨에 순간 멍해져 얼굴을 가린 채 화를 내며 물었다."당신들 누구야! 어떻게 올라온 거야?"여민이 사는 곳은 고급 주택단지로 낯선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올 수 없었다.‘경비실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주택단지로 들일 수가 있는 거지?’그러자 여인이 이를 악물고 여민을 노려보며 대답했다."우리 남편이 산 집에 내가 왜 못 올라와? 고명계 그 나쁜 놈, 대체 몇 명이나 꼬시고 다닌 거야!"여민이 듣더니 안색이 급변해서는 당황하고 두려워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러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당신들이 사람 잘못 찾았어. 이 집은 내가 직접 산 거야. 난 네 남편을 몰라.""죽음이 임박했는데도 인정하지 않아?"고 부인이 뒤돌아보며 소리쳤다."장자야, 사진을 보여줘!"그러자 뒤에 있던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와 사진 한 무더기를 탁자 위에 던졌다.그리고 사진을 확인한 여민은 순간 겁에 질렸다. 그 사진들
고 부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나 아니야."사실 오늘 아침 누군가가 그녀에게 택배를 보내왔었다. 그 속엔 고명계와 여민이 찍혀있는 사진 그리고 여민의 집주소가 들어 있었고, 그녀가 그 사진들을 보고 나서야 몇 사람을 데리고 여민이 사는 곳으로 쳐들어갔던 것이다.심지어 그중에는 고명계와 여민이 호텔을 드나드는 사진뿐만 아니라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도 들어있었다.‘대체 누가 그런 은밀한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온 거지?’장자가 듣더니 갑자기 고 부인의 굵은 허리를 껴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뽀뽀를 했다."누가 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누님이 제대로 화풀이를 했으면 된 거죠!"고 부인은 그대로 남자의 품에 기대었고 통통한 손은 남자의 셔츠 속으로 파고들었다.그 후 여민은 3일간의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다가 다시 제작팀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촬영하는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전부터 여민한테 악감정이 있었던 류 조감독이 기회를 빌려 늘 촬영장에서 여민에게 화를 냈다.예전 같았으면 여민은 무조건 류 조감독에게 대들었겠지만 지금은 조용하게 듣기만 할 뿐 한 마디도하지 않았다.게다가 이현과는 점점 가까워지고, 이전보다 더 이현의 비위를 맞추려 하면서도 조수나 스태프들한테는 엄청 포악했다.이에 많은 사람들이 여민이 자극을 받은 게 아닌가고 의심하고 있었다.......토요일8시 반 정각에 맞춰 소희가 집에서 나오니 임구택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맞은 수제양복을 차려 입은 채 몸을 차문에 기대고 낮은 소리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임구택이 소희를 보더니 차에 타라는 손짓을 하면서 곧바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거절할 기회도 없이.소희는 치밀어 오른 화를 억누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그러자 임구택이 전화를 끊고 차에 시동을 걸어 주택단지를 떠났다.몇 십 메터를 사이에 둔 주택단지의 녹화 풀숲에서 갑자기 손에 카메라를 든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은 멀어져 가고 있는 차를 주시하고 있었다.차 안에서, 소희가 조용하게 차창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