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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하지만 그녀도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류 조감독은 꺼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화가 나서 누군가를 욕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연속 이틀 동안 촬영할 때 여민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지 못했고, 마음이 불쾌한 여민은 이현을 찾아가 하소연했다.

"그 620만 때문에 류 조감독이 지금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현이야,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이현은 자신이 소희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아이디어를 낸 거였는데, 소희의 반응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류 조감독이 다시 너를 찾게 되면 말해 줘, 그 620만을 절대 헛되이 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현의 말에 여민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가 보기엔 소희는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닌 것 같아. 계속 물어뜯었다간 우리도 다칠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리 강한 상대도, 무서운 게 있는 법이야."

......

류 조감독은 소희 앞에서 감히 불쾌한 내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여전히 매일 꽃을 보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제작진 중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일부 소녀들이 소희를 엄청 부러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류 조감독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제작진에서 또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희에게 ‘일편단심’이기도 했으니.

이정남이 소희의 사무실 문밖에 놓인 한움큼의 분홍색 장미를 보더는 웃었다.

"정말 껌딱지가 따로 없잖아. 아무리 쫓아내도 들러붙는 게,"

소희는 전혀 보지 못한 듯 일에만 전념했다.

"보지 않으면 돼요."

이에 이정남이 차가운 목소리로 또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역겹잖아!"

*

이틀 후, 여민이 저녁에 고명계를 따라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마침 임구택도 있었다.

여민은 고명계의 곁에 앉아 끊임없이 가장자리에 앉은 남자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고명계를 한번 보고는 또 시종 단아하고 고귀한 모습으로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임구택을 쳐다보았다. 순간 이현이 왜 임구택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술을 몇 잔 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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