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20화

웨이터가 명세서를 소희에게 건네자 이 감독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시 명세서를 빼앗으려 했다.

"그냥 내가 계산할게!"

"아닙니다."

그런데 소희가 웃으며 명세서를 가지고 가서는 휴대폰을 꺼내 계산할 준비를 했다.

이에 이정남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돈이 충분해?"

"네."

이때 옆에 있던 이현과 여민이 눈길을 마주쳤고, 여민이 바로 콧방귀를 뀌었다.

"속이 깊긴 깊네, 다들 보는 앞에서 난폭하게 화를 내며 추태를 부리지 않다니."

그러다 또 실망한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재밌는 연극은 물 건너갔네. 진짜로 계산할 돈이 있었으니."

이현은 의외로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필경 소희가 임구택과 그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임구택이 소희를 박대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녀는 고개를 돌려 류 조감독에게 눈짓을 했고, 류 조감독이 접수하고 바로 앞으로 나아가 소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대범하고도 자상하게 말했다..

"소희가 갓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술을 쏠 돈이 있겠어? 이 술은 내가 소희를 대신해 지불할게."

말하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진짜 계산하려고 했다. 사실 그는 소희가 말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혀 막을 의사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몸을 돌려 떠보듯이 소희를 향해 말했다.

"소희야, 내가 대신 낸다?"

그러자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류 조감독님."

류 조감독의 미소가 순간 살짝 굳어졌다.

그가 소희를 대신해 지불할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왠지 소희의 태도가 수상했다.

이때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웃으며 말했다.

"류 조감독님, 정말 통이 크시네요."

이미 한 말이 있으니 류 조감독은 번복할 수가 없어 명세서를 들고 꾸물거리며 620만 원을 지불했다.

돈이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그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 감독이 류 조감독의 어깨를 두드리며 농담하듯 말했다.

"류 조감독, 이렇게 대범한 모습은 처음 보네."

류 조감독이 듣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다 소희에게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