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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룸 밖에서 여민과 마주치게 되었다.

손에 술 한 병을 들고 있던 여민이 소희를 보더니 술병을 들었다.

"78년산 강제야. 소희, 함께 한잔해!"

하지만 소희는 맑고 고요한 두 눈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여민이 웃으며 문을 밀고 그 옆에 서서는 소희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소희가 룸으로 들어서자 여민이 바로 손에 든 술병을 들고 여러 사람을 향해 말했다.

"소희 씨가 술을 쏜대요. 다들 어서 소희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해야죠."

소희가 순간 고개를 돌려 여민을 바라보았다.

여민이 득의양양하게 그녀를 향해 눈썹을 올렸다.

다들 놀라서 소희를 쳐다보았다.

"78년산의 강제라니. 소희 씨, 통이 너무 큰 거 아니야? 설마 갑자기 부자가 됐어?"

"소희 씨, 몰라봤네. 이렇게 돈이 많은 부자였다니!"

"소희야 고마워. 내가 한 잔 따라줄게. 이렇게 비싼 술은 나도 처음이야!"

소희가 얼굴색 한 번 바꾸지 않고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밥 먹는 거니까요. 다들 재밌게 놀기 바랍니다."

이때 이 감독이 일어서서 말렸다.

"소희 씨, 이 술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다 같은 팀의 식구들인데, 이렇게 허비할 필요 없어."

"괜찮습니다. 다들 마음껏 즐기면 됩니다."

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에 여민이 기뻐하며 웨이터를 불러와 술을 따게 하고는 모든 사람의 술잔에 따랐다.

이정남이 소희를 노려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 미쳤어? 수백만 원짜리 술을 그렇게 막 사도 돼? 오늘 네가 쏘는 것도 아닌데 왜 나서는 거야?"

그러자 소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진 게 아니에요."

이정남이 듣더니 잠깐 멍해졌다. 그러다 곧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여민이 일부러 그런 거야?"

마침 이현과 여민이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을 본 소희의 얼굴에 순간 한기가 올랐다.

‘주범은 여민이 아니야.’

‘멍청이, 전에 그렇게 이용당하고도 정신 못 차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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