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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서인이 이문에게 분부했다.

"밖에 두 살 난 아이가 있으니 네가 알아서 먹을 거 만들어 줘."

"네, 저한테 맡기시죠."

이문은 예전보다 살이 더 쪄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포악한 기운이 줄어들어 상냥하고 친절한 뚱보로 되었다.

그러다 서인이 소희를 보며 말했다.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 하자."

주방 뒤에 작은 마당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소희가 서인을 따라 뒷마당으로 갔다.

뒷마당은 예전의 뒷마당 그대로였지만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주위의 철제 난간에는 장미들이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마침 꽃들이 피는 시기라 벽 전체에 장미꽃이 빼곡히 자라나 있어 꽃향기가 담벽 밖까지 넘쳐흘렀다.

왼쪽 벽에 심어진 계수나무 한 그루는 팔뚝만큼 가늘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났다.

소희가 좌우를 훑어보고는 웃으며 물었다.

"전부 유림이 심은 거지?"

그러자 서인이 의자에 앉아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임유림 외에 또 누가 이런 짓을 하겠어. 전부 소녀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잖아."

"지난 2년 동안 유림이 계속 가게에 와서 일을 도왔어? 임구택이 반대하지 않아?"

서인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천천히 뱉고는 대답했다.

"작년부터 오기 시작한 거야, 그것도 주말에만. 임구택은 대충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딱히 말리지는 않은 거 같은데?"

"그래?"

소희가 덤덤하게 대답하고는 고게를 돌려 계속 마당을 훑었다. 그러다 얼굴색이 급변해서는 본능적으로 물러났다.

담 모퉁이에서 사람 키 절반 높이가 되는 개가 나와 경계하는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야옹아! 물러가!"

서인이 바로 소리쳤다.

그러자 야옹이가 서인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담 모퉁이로 물러났다.

이에 소희가 경악하여 고개를 돌렸다.

"이게 그 2년 전의 강아지야?"

"응. 이제 큰 개로 자랐어. 밖에 놔두면 손님을 놀라게 할 것 같아서 평소에는 마당에 가둬두고 있어."

"얘 이름이 야옹이야?"

서인이 담뱃재를 한번 튕기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임유림이 지은 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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