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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조백림이 듣더니 고개를 돌려 매혹적인 눈으로 유정을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자기야, 우리 이미 약혼까지 했어. 그런데 자기는 날 뽀뽀도 못하게 하고, 잠자리도 같이 들려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제 손도 못 잡게 하는 거야?"

조백림의 잘생긴 외모에 전혀 넘어가지 않은 유정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조수정의 일이 해결되긴 했나요? 그리고 우리의 혼사가 계속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마요. 난 그쪽과 그렇게 친하지 않거든요."

조백림은 소녀의 눈에 비친 야유를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누구나 다 과거가 있는 법이잖아. 듣자니, 너에게도 죽도록 사랑했던 전 남자친구가 있었다며? 다 같은 사랑에 얽매여 있는 사람으로서 누구도 누구를 비웃지는 말지?"

‘전 남자친구’라는 단어가 소녀의 마음을 건드렸는지 소녀의 얼굴색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입맛이 없네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조백림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왜, 전 남자친구 얘기에 바로 화를 내고,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유정의 뒤에 선 조백림은 앞으로 다가가 유정을 자신의 품과 벽 사이에 가두고 천천히 몸을 숙였다. 매혹적인 두 눈은 여전히 우아하고 다정했다.

"성질을 그만 부려. 나에게도 과거가 있으니까 네가 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고 있는 걸 허락해 줄게. 우리는 누구도 누구를 멸시할 자격이 없어."

유정의 눈빛 깊은 곳에는 침통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바로 시선을 떨구었다. 남자에게 자신의 연약함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저 배고파요."

그러는 유정의 모습에 조백림은 왠지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 유정을 놓아주며 웃었다.

"가자, 밥 먹으러."

유정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백림의 뒤를 따랐다.

조백림이 앞에서 두 걸음 걷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왜 헤어진 거야?"

유정의 눈동자는 그윽해 있었다. 그녀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조소하듯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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