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임유민은 학교로 가는 길에 우정숙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휴대폰 맞은편의 우정숙이 다정하게 물었다."학교로 가고 있어?""네, 곧 도착해요."우정숙이 듣더니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부했다."엄마와 아빠는 며칠 더 있어야 집에 갈 수 있을 거 같아.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안 계시니 집에서 둘째 삼촌의 말을 잘 듣고.""알았어요. 제가 뭐 어린애도 아니고, 걱정마요."임유민이 어른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그러자 우정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내일 테스트가 있는 날이지? 긴장하지 말고, 평시대로만 하면 돼.""제가 고작 그런 테스트에 긴장할 사람으로 보여요?"임유민이 신심으로 가득 차서 대답했다."그럼 됐어. 밥 제때에 먹고, 누나와 집 잘 지키고 있어.""네, 엄마와 아빠도 몸 잘 챙기시고요."전화를 끊은 후 임유민은 다시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음 날의 테스트 생각에 갑자기 눈에 교활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오후, 소희가 밖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새로 전근된 조수가 그녀의 휴대폰을 들고 달려왔다."소희 씨, 휴대폰이 두 번이나 울렸어요."이에 소희가 수신 번호를 한 번 확인하더니 바로 받았다."아주머니, 무슨 일이에요?"이씨 아주머니의 조급해하는 소리가 휴대폰 맞은편에서 들려왔다."소희 씨, 요요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열이 나기 시작해요. 청아 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데, 내가 먼저 요요를 데리고 병원이라도 갈까요?"소희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네, 일단 먼저 택시 타고 병원으로 가세요. 저도 곧 갈게요!""알았어요!"이씨 아주머니가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소희는 급히 이 감독과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다.소희와 청아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이씨 아주머니는 요요에게 옷을 갈아입힌 후 바로 택시 타러 나갔고, 동시에 소희도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중도에 소희가 또 청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네."그러다 이씨 아주머니가 떠나고 나서야 장시원이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아무것도 아니에요. 요요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잠시 연락이 안 되어서요."소희의 대답에 장시원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다시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요요 엄마가 바로 네가 지난 2년 동안 새로 알게 된 친구인 거야?"소희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애 아빠는?""헤어졌어요.""그럼 요요 엄마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건데, 힘들겠다."장시원이 눈썹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에 소희가 얼굴이 창백해진 채 그녀의 품속에 기대어 있는 요요를 한 번 보고는 입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 장시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안고 있을게."소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품속의 요요를 장시원에게 건네주었다.요요는 장시원을 전혀 거부하지 않은 채 조용하게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품속의 깜찍한 아기를 보고 있으니 장시원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정서가 용솟음치고 있었다.그렇게 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요요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얼어있던 마음이 점점 녹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처방한 해열제를 들고 들어 온 이씨 아주머니가 의사의 분부대로 요요에게 약을 먹였다.얌전하게 울지도 떠들지도 않고 약을 먹고 난 요요는 다시 조용하게 장시원의 품에 안겼다.그러는 요요의 모습은 더욱 사람을 마음 아프게 했다.이씨 아주머니는 소희의 친구인 장시원에게 너무 폐를 끼친 것 같아 바삐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내가 안을 게요, 힘들겠는데."하지만 장시원은 요요를 이씨 아주머니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아 무의식중에 물러섰다. 그러다 다소 오버한 것 같아 바삐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요요가 가벼워서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이씨 아주머니가 소희를 쳐다보았다.이에 소희가 담담하게
아늑하고 예쁘게 꾸며진 집에 들어서자마자 장시원은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하면서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요요를 저에게 주시죠. 제가 재우러 가겠습니다."이씨 아주머니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네."여주인의 침실까지는 들어가기 불편하여 장시원이 요요를 이씨 아주머니에게 넘겼다.이때 소희가 그에게 물 한 병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오늘 정말 고마웠어요.""천만에. 나랑 요요도 이젠 친구인걸."장시원이 소파에 앉아 농담이 섞인 어투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소리 없이 방을 훑어보았다.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집은 온통 옅은 색으로 꾸며져 있었고 꽃병에는 몇 송이의 작은 데이지도 꽂혀 있었다.창밖의 바람이 베란다로부터 불어 들어오자 가볍게 드리운 옅은 남색의 커튼까지 살랑살랑 춤추고 있었다.공기 속에는 아기 특유의 젖 향기와 은은한 맑은 향기가 섞여 있어 매우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요요의 엄마가 이혼한 여자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장시원은 갑자기 그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왠지 그녀는 틀림없이 단아하면서도 강인한 여인이었으니 이혼한 후에도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다.요요의 상태가 많이 괜찮아졌으니 장시원도 더는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일어났다."나 먼저 갈게. 요요에게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전화해도 돼.""네, 고마워요, 시원 오빠.""뭘 자꾸 고맙다는 말만 그렇게 하는 거야. 비록 너와 구택이 이미 헤어졌다지만 네가 나를 시원 오빠라고 부르는 한 우리는 여전히 친구인 거야."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그러다 장시원을 문밖까지 바래다주며 물었다."어떻게 돌아갈 건데요?"병원에서 나오면서 장시원은 소희의 차를 타고 같이 왔으니."운전기사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그럼 조심히 가요.""그래, 어서 들어가. 요요 잘 챙기고.""네, 가요."장시원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보고서야 소희가 돌아갔다.그러자 이
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이씨 아주머니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고 요요 보러 방으로 들어갔다.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요요의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도 여전히 빨개 있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더 이상 열은 나지 않았고, 소희도 그제야 시름 놓았다.*그렇게 저녁 무렵까지 자다가 겨우 깨어난 요요는 기운이 회복되었는지 배고프다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고, 야채죽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웠다.급히 집으로 달려온 청아는 요요를 안은 채 미안하다는 말만 끊임없이 반복했고 그 모습에 요요가 청아의 얼굴을 받쳐 들고 깜찍한 목소리로 청아를 위로했다."엄마는 외할머니를 돌봐야 하니까 요요가 말썽 안 피우고 약 먹었어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요."요요의 말에 청아는 더욱 죄책감이 들어 요요를 품에 꼭 안고 소희를 바라보았다."정말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아무 일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청아는 하루 종일 수고한 이씨 아주머니를 일찍 돌려보내고 직접 주방으로 가서 반찬을 준비했다."요요가 병원에 있을 때 삼촌 한 명이 더 있었다고 하던데, 누구야?"밥을 먹으면서 청아가 조용히 물었다.그리고 청아의 뜬금없는 물음에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소희의 손이 순간 멈추었다. 그러다 천천히 입에 있는 음식을 다 삼키고서야 소희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조백림. 병문안을 갔다가 마침 우리랑 마주쳤어. 전에 내가 요요를 데리고 그의 약혼식에 참가한 적이 있어 요요를 기억하고 있더라고.""그래?"청아가 가볍게 한 번 웃고는 다시 물었다."잘 지내 있던?""응."밥을 다 먹고 난 후 소희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청아네 다른 객실에서 묶었다.약을 먹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늦은 밤중이 되니 요요의 열이 또 40도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청아의 소리에 놀라서 일어난 소희는 청아와 함께 요요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밤새 그렇게 요요의 곁을 지켰고, 요요가 다시 열이 내려서야 소희가 시름 놓고 침대로 돌아가 눈을 붙였다.그러다 이른 아침 청아가 일어나 아침을 차리는 소
장시원이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이렇게 막 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아 발길을 멈추고 이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요요 엄마가 집에 계신가요?""안 계십니다. 환자 돌보러 갔거든요."장시원이 듣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딸이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상관하지는 않고 무슨 환자를 돌보러 갔다는 거죠?""그런 게 아닙니다. 요요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요."이씨 아주머니가 황급히 설명했다.하지만 장시원은 듣지도 않고 성큼성큼 거실로 들어갔다. 아무런 기운도 없이 소파에 누워 흐느끼고 있는 요요의 모습은 여간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장시원은 얼른 과일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요요를 안았다."요요야, 아저씨 왔어. 어디가 불편한 건데?"희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눈물을 달고 있던 요요가 울먹이며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이마를 만지니 놀라울 정도로 뜨거운 열이 손을 타고 전해왔다."요요가 줄곧 열이 나있었던 상태였습니까?""아니요. 어젯밤에 한 번 또 열이 나서 약을 먹인 후 나아졌다고 했어요. 오전 내내 괜찮았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또 열이 나시 시작하더라고요.""계속 이렇게 놔두면 큰일이 날 겁니다. 어서 병원으로 가야 해요."장시원이 초조해서 일어서려 하자 이씨 아주머니가 급히 말렸다."동네에도 같은 병으로 앓고 있는 아이가 있어 제가 한 번 물어봤는데 다들 이렇게 반복적으로 열이 난대요. 그러니 병원에 가도 소용없다고, 제때에 약만 먹이면 된대요."장시원이 듣더니 눈썹을 찌푸린 채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의사에게 아이의 상태를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의사의 대답은 이씨 아주머니의 대답과 비슷했다.이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4~5일 정도 발열 현상이 지속될 거고 3일을 더 지켜보다 별문제 없으면 괜찮은 거라고.장시원이 전화를 끊고 이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해열제는 먹였습니까?""네!"잘생긴 남자한테서 풍겨 나오는 위엄 때문에 이씨 아주머니는 처음 이곳에 와서 면접 볼 때보다 더
"이렇게 인내심이 있는 걸 봐서는 앞으로 틀림없이 좋은 아버지가 될 겁니다."이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칭찬했다.이에 장시원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도 자신이 요요를 이토록 좋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설마 정말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걸까?’하지만 장시원은 순간 자신의 생각이 우습다고 느껴졌다."그럼 요요를 잠깐만 봐주세요. 저 장 보고 올게요. 요요가 깨나서 먹을 이유식을 해야 하거든요.""걱정마세요. 제가 있으니 시름 놓고 갔다 오세요.""네!"이씨 아주머니가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열쇠와 지갑을 들고 집을 나섰다.방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오후의 햇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조용한 방안을 따스하게 비춰주었다.장시원은 고개를 숙인 채 요요를 바라보고 있었다. 곤히 잠든 요요의 속눈썹은 길고 촘촘했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박힌 작은 코는 오똑하면서 깜찍했다......그냥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장시원은 자신도 모르게 요요를 더 꼭 껴안았다. 은은한 젖 향기가 이상하게 그를 안심시키고 있었다.그렇게 한참 고개를 숙이고 요요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장시원은 이내 눈살을 찌푸린 채 무음 모드로 해놓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참 후, 볼 일이 다 끝났는지 장시원은 다시 거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꽃병 속의 작은 데이지는 약간 시들어 있었다. 보아하니 이 집의 여주인이 확실히 꽃들을 관리할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것 같았다.벽에 기대어 세워진 찬장 위에는 오르골이 놓여 있었다. 핑크색 성 앞에, 함께 춤을 추고 있던 왕자와 공주가 갈라져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스위치를 켜고 음악이 울리면 그들은 다시 껴안고 나풀나풀 춤을 추겠지.정교하게 만들어진 성을 보면서 장시원은 자기도 모르게 다른 여인이 생각났다.‘잘 지내고 있을까?’‘가끔 내 생각은 할까?’‘남자친구는 사귀었을까?’‘낯선 외국에서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줘야 외롭지 않겠는데.
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말했다."요요야, 아줌마한테로 와. 아저씨가 요요를 몇 시간 동안이나 안고 있었으니 팔이 엄청 시큰거릴 거야.""괜찮습니다. 마저 요요 이유식을 만드세요. 제가 좀 더 안고 있을게요."요요가 다시 기운을 차린 모습에 장시원의 말투도 많이 가벼워졌다."그래요 그럼. 이유식은 다 됐어요. 조금만 식히고 가져올게요."이씨 아주머니가 말하고는 몸을 돌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아저씨, 손 아파요? 요요가 호~ 해줄게요. 엄마가 그랬는데, 이렇게 호~ 해주면 아프지 않대요!"이때 요요가 작은 손으로 장시원의 큰 손을 만지며 다가갔다.장시원이 요요를 안아 다리에 앉히고 웃으며 물었다."요요 너무 똑똑한 거 아니야? 어떻게 엄마가 한 말을 다 기억하고 있어? 요요 올해 몇 살이야?"장시원의 말에 요요가 오른손을 내밀고 왼손으로 오른손의 엄지와 약지, 그리고 새끼손가락을 눌러 두 손가락만 남겼다. 그러다 한참 생각하고는 웃으며 장시원에게 말했다."두 살!"장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장하네! 그럼 요요의 이름은?""요, 요!"요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고 있는 진지한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그럼 성은?""요요의 성은......""야채국수가 나왔습니다!"그런데 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그릇을 들고나와서는 웃으며 말했다."이유식이 다 됐어요. 요요 밥 먹어도 돼요."장시원은 단지 요요랑 놀아주고 싶을 뿐, 무언가를 알아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아주머니의 말에 바로 요요를 안고 식당으로 갔다.별로 크지 않은 집안의 주방은 유난히 작아 키 큰 장시원이 들어서니 왠지 더 작아진 것 같았다.이씨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요요를 건네받고는 요요를 유아용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요요가 가장 좋아하는 국수야. 아줌마가 야채, 두부, 새우를 넣었는데 요요 어느 것부터 먹고 싶어?"그런데 요요가 숟가락을 들고 장시원을 바라보았다."아저씨가 먹여줘요."장시원이 바로
청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예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예요."이에 이씨 아주머니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 친구분이 엄청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점심에도 그분이 요요를 재웠는걸요."요요도 도도하게 말했다."아저씨가 내일에도 요요 보러 온다고 했어요!"청아는 순간 조백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요요에게 말했다."잠은 혼자서 자야지,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고.""아저씨는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요요가 듣더니 바로 반박했다.그 모습에 청아가 아이의 코를 살짝 쓸어내렸다."언제 이렇게 낯을 가리지 않기 시작한 거야?"요요가 웃으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장시원은 오후에 업무가 바쁘지만 않으면 와서 요요랑 놀아주고, 재우고,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곤 했다. 요요도 가끔 열이 나서 울다가도 장시원만 보면 이내 조용해졌다.매번 장시원이 오후에 밥 먹고 와서는 4시경에 떠나다 보니 한 번도 청아와 마주치지 못했다.그러다 나중에 이씨 아주머니한테서 요요 엄마가 병원에서 요요의 외할머니를 돌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씨 아주머니를 청해 요요를 온종일 돌보게 한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원은 요요 엄마가 너무 요요한테 소홀하다고 생각했고, 그것 때문에 요요를 더욱 끔찍이 아꼈다.그렇게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좋아졌다.......제작진의 업무가 점차 손에 잡히기 시작했고 새로 전근된 조수가 비록 가인이보다는 영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부지런하고 눈치도 빨라 소희가 딱히 신경 쓸 일은 없었다.이날 밖에서 야외 씬을 찍고 있는데 이현의 팬들이 몰려와 사인을 요구하는 바람에 촬영은 잠시 중단되었고, 소희도 부득이하게 나무 그늘에서 잠깐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그러다 물을 마시고 있는데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우정숙이었다.화면에 나타난 이름에 소희는 다소 놀랐다. 그러다 벨 소리가 네댓 번 울려서야 천천히 받았다."사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