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름다운 두 눈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명원은 입술을 오므리고 천천히 간미연에게 다가갔다.“간미연, 키스해 줘.”간미연은 원래 거절하려고 했지만, 장명원의 요염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절로 철렁 내려앉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의 침묵은 장명원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장명원은 그녀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다. 간미연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소파에 그녀를 밀쳤다.“장명원.”간미연이 막 그의 이름을 부르자, 장명원은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간미연은 요새 인터넷에서 “멍뭉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원래 장명원이 멍뭉이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애교를 부릴 땐 언제든지 애교를 부리고, 하지만 험악할 땐 누구보다 험악한 멍뭉이 말이다.특히 그는 쾌락의 맛을 보기만 하면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간미연은 장명원 어깨에 양팔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장명원에게 입술과 혀를 모두 빼앗긴 채 잠시 동안 남성 특유의 숨결과 강한 호르몬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을 느꼈다.예전에 키스를 할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관계가 바뀐 탓인지 오늘 키스는 유난히 달랐다. 숨결이 어우러져 몸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떨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장명원은 키스를 멈추고 간미연의 목덜미에 고개를 푹 묻은 채 숨을 헐떡였다. “미연아, 나 집에 가기 싫어졌어.”단맛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참을 수 있지만, 일단 한 번 맛보고 나면 완전히 넋을 잃고 그 맛을 그리워하게 된다.간미연은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안 돼.”“그날 밤에는 허락했잖아. 이젠 우리 사귀는 사이인데 왜 안 된다는 거야?”장명원이 말했다.간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냥 내 맘이야.”“••••••”장명원은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그럼 언제 허락해 줄 거야?”장명원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해도 된다고 할 때.”그녀의 말에 장명원은
소희와 임구택은 하루 종일 청아 집에서 머물다 다음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곧바로 강성으로 돌아왔다.비행기에서 내리자 날은 이미 어두웠다. 소희가 차에서 졸고 있을 때, 매부리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보스, 푸른 독수리, 저 연애해요. 이번엔 진짜예요. 빨리 축하해 주세요.]하얀 독수리에게서 문자가 왔다.[누구랑?][제 여자친구요.][헤어진 거 아니야?][저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거 같더라고요. 울면서 다시 잘해보자 하는데 마음이 약해서 한 번 용서해 줬어요.][그래?][하하.]푸른 독수리에게서도 문자가 왔다.[푸른 독수리, 지금 절 질투하는 거예요?] [푸른 독수리는 널 축복해 주고 있는 거야.]소희가 말했다.[보스, 갑자기 생각난 게 있는데요. 제가 결혼할 때 보스랑 푸른 독수리도 제 결혼식에 참석해 주세요. 우리 이제 얼굴 좀 봐요. 만약 두 사람이 남자라면 제 쪽 들러리를 서고, 만약 여자라면 제 아내의 들러리가 되어주세요.]그의 문자에 소희는 웃음을 꾹 참았다.[그건 좀 어려울 거야. 왜? 두 사람 진짜 결혼하려고?][그건 불가능해요.]푸른 독수리가 한 마디 끼얹었다.[누가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푸른 독수리 씨, 푸른 독수리 씨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연애도 하세요. 더 이상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요.]하얀 독수리의 눈에, 푸른 독수리는 하루 종일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일 년 내내 해킹만 하는 해커였다.“쳇, 내가 밖에 나가서 여자 친구를 만드는 게 더 이상해.”차 안, 임구택은 소희에게 몸을 기대며 물었다.“누구랑 채팅하는 거예요?”그의 말에 소희는 휴대폰 화면을 껐다.“제 친구요.”“그 이정남이랑 이현이요?”임구택이 웃으며 물었다. 그가 알고 있는 소희의 친구는 청아와 성연희를 제외하고 두 사람밖에 없었다. 소희는 임구택의 어깨에 기댄 채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마침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고, 오색찬란한 빛이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비쳐 그림같이 맑고 아름다웠
“고맙습니다.”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천만에요, 이건 다 소희 씨 능력 덕분이에요. 전 소희 씨가 나중에 A급 디자이너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북극 디자인 작업실 디자이너는 SAB 세 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진석을 제외하고 미국에 있는 강솔만 S등급 디자이너였다. 온옥은 A등급, 예전에 윤미와 임영미, 민아는 모두 B등급 디자이너였지만 이번에 영화 촬영에 참여하면서 윤미는 A등급으로 승진되었다. 아마 이것 때문에 임영미가 요즘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소희가 윤미의 조수로 있지 않았으면 A급 디자이너로 승진한 사람은 윤미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진석의 비서가 다가오더니 진석이 왔으니 그의 사무실로 가보라고 했다.“빨리 가보세요. 아마 대표님께서 따로 보너스를 챙겨주실지도 몰라요.”윤미가 말했다.“네.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윤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희는 복도를 지나 진석의 사무실로 향했다. 마침 휴게실에서 나오던 온옥은 소희의 뒷모습을 보고 그녀의 조수에게 물었다.“소희 씨가 오늘 작업실에 출근했어?”“네. 저도 방금 봤어요.”조수가 말했다.온옥은 소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녀가 진석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어두운 눈빛으로 냉소했다.“정식 디자이너도 아닌 디자이너 보조 주제에 대표님 사무실을 자주 들락날락하는 건 너무 비정상적인 일 아니야?”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조수는 한마디 덧붙였다.“저희 작업실에서뿐만 아니라 소희 씨는 영화 촬영사 쪽 스태프들과도 잘 지낸다고 해요.”“젊고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남자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여자들은 나도 한때 많이 봤지.”온옥이 말했다.“참, 지난번에 나한테 보여줬던 스케치 그림이 진짜 소희 씨가 그린 거야?”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작년, 우연히 작업실로 돌아온 소희에게 윤미는 그녀의 스케치북을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두라고 했었다. 그걸 마침 온옥의 조수가 발견하게 되어 소희의 디자
정월 대보름 전날, 소희는 소정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소정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른 점이 없었지만 자세히 들으니 어딘지 모르게 서먹하게 느껴졌다.“소희야. 오늘 가족 모임이 있으니 너도 와서 참석해. 설날에 네가 없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얼마나 너를 찾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아니면 오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하는 거야?’소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전에 분명히 말한 거 같은데요? 전 다시는 소씨 가문에 가지 않을 거니까 저 대신 본가 쪽에 전해주세요.”소희는 담담하게 거절했다.“소희야. 어찌 됐든 혈연관계는 끊을 수 없어. 아마 네 엄마가 너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던 거 같은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날 네 엄마도 자신이 한 말이 너무 심하다고 느꼈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후회했어. 넌 집에도 자주 안 오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안 가니까 두 분이 불만이 많으셔.”소정인은 계속 소희에게 한 번만 가보라고 했지만 소희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소정인이 무슨 말을 하든지 소희는 자기 뜻을 굽히려하지 않았다. 결국, 소정인은 소희를 타이르는 것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는 갑자기 소희를 잃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직감이 밀려왔다. 아니, 어쩌면 소희는 진정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곧 정월 대보름이다.아침, 잠에서 깨어난 소희를 임구택은 한참 동안이나 품에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늘 저랑 집에 가서 같이 명절을 보내요.”“네?”소희가 깜짝 놀라하며 물었다.“걱정 마세요, 엄마와 형수님 뜻이에요.”임구택은 그녀의 이마에 살며시 키스했다.“꼭 같이 오라고 했어요.”소희는 서둘러 그의 품에서 나와 얇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침대에 엎드려 임구택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싫어요. 전 안 갈래요. 혼자 가세요. 어머님한테 대신 안부 전해주세요.”반쯤 몸을 숙인 채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 근육을 드러낸 임구택은 손을 들어 소희의 하얗고 작은 얼굴을 어루
“좋아요. 이젠 완전히 그쪽 생활에 적응했어요. 세집 아주머니랑 사이도 각별하다니까요?”소희가 말했다.그녀의 말에 간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는 원래 털털하고 착해서 어디를 가든 운이 좋을 거야.”“네. 맞아요.”간미연은 쟁반을 집어 들고 어딘가로 갔다.“일 있으면 바로 불러.”“네.”그때, 간미연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참, 구은서가 몇 번이나 장명원을 찾아왔는데 그녀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어. 내 생각에 구은서가 너에 대한 불리한 말을 한 것 같아. 나는 장명원을 주시할 테니, 너도 조심해.”“네. 알겠어요.”간미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가버렸다.소희는 디저트 가게에서 10시 30분까지 앉아 있다가 디저트를 좀 사서 차를 타고 별장으로 갔다.그녀가 오씨 아주머니에게 미리 간다고 전화를 했기 때문에 그녀가 도착했을 때,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 그리고 설희까지 모두 별장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설희는 소희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그녀를 둘러싸고 펄쩍펄쩍 뛰었다.소희는 떡을 오씨 아주머니에게 건네주며 성희와 함께 밖에서 놀았다.그런 모습에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둘째 도련님이 정말 아가씨와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임씨 아저씨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아니면 차라리 둘째 도련님에게 전화해서 당장 오라고 할까요? 아가씨를 다시 만난다면 두 사람은 다시 잘해볼 수도 있잖아요.”그의 말에 오씨 아주머니는 약간 마음이 설레서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요. 둘째 도련님은 저희 같은 고용인들이 참견하는 걸 제일 싫어하세요.”그녀는 소희가 어쩌다 오랜만에 왔는데 둘째 도련님을 만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임씨 아저씨도 곧 자신의 생각이 다소 황당하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그렇게 소희는 별장에서 점심을 먹고 설희를 데리고 산을 한 바퀴 돌
진석은 아무 거리낌 없이 소희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모든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두 사람의 사이 또한 가까워 보였다. 보기만 해도 각별한 사이인 것 같았다.커다란 선글라스가 구은서의 경악하는 표정을 가려주었다. 그녀는 진석의 차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무언의 설렘과 기쁨이 솟아올라 그녀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녀는 자신이 소희의 큰 비밀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는 누구지? 소희랑 무슨 사이인 거야? 소희가 임구택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다니? 만약 이 사실을 임구택이 알게 되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대표님.”그때, 구은서의 비서가 백합 한 움큼을 안고 꽃집에서 나와 웃으면서 말했다.“꽃은 다 샀습니다. 이제 가시죠.”구은서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차에 올라타서 방금 찍은 사진을 몇 번 더 확인했다. 그녀의 가슴은 점점 더 벅차올랐다.남자의 차가 마이바흐인 것을 보아하니 돈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있어 보인다.구은서는 감히 소희와 그 남자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하여튼 재주 하나는 좋다니까? 낚은 남자마다 다 하나같이 훌륭해••••••’그녀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바로 임구택에게 보내려고 하다가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그녀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세웠다.비서는 그녀를 데리고 임씨 가문으로 갔다.정월 대보름이라서 그런지 임씨 가문은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 선물을 전해주러 온 것이다.우정숙은 구은서를 발견하고 일부러 그녀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구은서는 사 온 백합을 우정숙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웃었다.“아주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품종인데, 거의 한 달 전에 꽃집에 예약해서 오늘 막 가져왔어요.”“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신선한 것 같네요.”우정숙은 백합을 들고 꽃냄새를 맡으며 웃었다. “고마워요. 은서 씨.”“천만에요.”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구택이 3층에서 내려왔다.
이런 여자가 어떻게 임구택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겠는가? 구은서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꿍꿍이를 세웠다. 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맞아, 소희 씨도 자기 친구가 있어야 해. 언제까지 네 울타리 속에서 매일 네 주위를 맴돌 수는 없어.”구은서는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임구택도 그녀의 말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너, 소희 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 맞아?”구은서가 물었다.그러자 임구택은 언짢은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야?”그의 차가운 눈빛에 구은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서두른 것 같아 다급히 웃으며 말을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예전에 내가 소희 씨에게 약간의 오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여전히 소희 씨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반드시 너희들을 축복할 거야.”임구택은 수상한 눈빛으로 구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따라 구은서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디가 이상하다고는 딱히 말할 수 없었다.때마침 임구택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구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구택은 전화를 받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구은서는 훤칠한 임구택의 뒷모습을 보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휴대폰을 꽉 쥐고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한편, 소희는 진석과 함께 담씨 노인에게로 향했다.두 사람은 담씨 노인을 모시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네 남자친구는? 명절인데 왜 너랑 같이 안 보내는 거야?”담씨 노인이 웃으며 소희에게 물었다.“제가 제 남자친구랑 같이 명절을 보내면 어떻게 지금 이렇게 사부님이랑 같이 앉아 밥 먹을 수 있겠어요?”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담씨 노인은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다. “이제 기회가 되면 데리고 와.”“네.”소희는 진석을 힐끗 쳐다보았다.“제가 아니라 선배 혼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요? 올해 생일이 지나면 선배는 곧 서른 살이 된다고요.”그러자 진석은 못마땅한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네.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집에 데려올게요.”임구택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어느 집 자제야?”“그냥 평범한 여자예요.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예요.”“그래.”임구택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묻지 않았다.“차 조심해.”“네.”임구택이 차를 몰고 별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임구택 아버지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에 들어서자 고용인은 이미 그의 잠옷과 족욕 물품들을 준비해 놓았다. 그는 소파에 앉아 족욕을 하면서 옆에 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방금 구택이랑 아래층에서 무슨 말을 했어요?”그때, 그의 아내가 안방에서 나오면서 물었다.임구택 아버지는 신문을 내려놓고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구택이가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했어.”“어쩐지 몇 달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니, 역시 여자친구가 생겼던 거였군요. 어느 집 아가씨래요?”그의 아내는 약간 놀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건 말하지 않았어. 이제 사람을 시켜서 조사해야지.”임구택 아버지가 말했다.임구택은 어릴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해 다른 사람이 그의 일에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의 아버지도 항상 그의 결정을 존중해 왔기 때문에 그는 아직도 몰래 조사를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그때, 그의 아내가 그에게로 다가와 맞은편에 앉아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보, 조사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건 구택 본인의 일이니까 알아서 하게 놔둬요. 당신이 이러면 오히려 반감을 품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구택이를 믿어야 해요. 이미 한 번 소씨 가문과의 혼사에서 그를 다치게 했으니 이젠 본인이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할 거라고 전 믿어요.”임구택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아내는 항상 그를 존경했기 때문에 그에게 무슨 일이든 부탁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의 눈빛이 꽤 간절해 보이는 것 같아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누그러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구택이가 먼저 여자친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
강아심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권수영은 아심이 떠나자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지승현에게 말했다.“너는 재아 씨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봐. 젊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이야기가 더 많을 테니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저는 재아 양과 잘 모르는 사이예요. 특별히 나눌 얘기도 없고요. 엄마 친구분이시니까 엄마가 알아서 모시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재아를 향해 간단히 묵례하고 자리를 떴다.재아는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손을 꼭 움켜쥐었다. 재아가 승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재아의 마음일 뿐이었지만, 승현이 재아를 무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권수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속으로는 승현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생각했다.‘승현이가 저 모양이라니! 만약 수철이 결혼할 나이가 됐으면 그에게 재아를 소개했을 텐데!’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권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승현이는 원래 좀 부끄럼이 많아서 그래요. 여자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잘 못해요.”“게다가 평소엔 일에 치여서 여자들을 만날 시간도 없거든요.”재아는 냉소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보니까 승현 씨는 아심 씨와 대화는 잘하던데요.”권수영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웃으며 말을 돌렸다.“강아심 씨는 공공 관계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와 친한 거죠.”“하지만 재아 씨는 진짜 명문가의 아가씨에다가 품위 있고 아름다우니 비교가 되겠어요?”권수영의 말에 재아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람들은 강아심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권수영은 속셈이 담긴 태도로 재아의 심리를 읽으며 대답했다.“그건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예요.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재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지아윤은 안 왔나요?”“왔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내가 전화해서 불러볼게요.”권수영은 곧장 대답하며
권수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강아심을 일부러 무시한 채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양재아 씨, 여기는 내 아들 지승현이예요. 경성대 졸업생이고, 졸업 후 집안 사업을 도와주고 있죠. 지금 우리 집안은 승현이 혼자 다 책임지고 있어요!”권수영은 아들을 한껏 칭찬한 뒤, 다시 승현에게 말했다.“여기는 도재아 양, 국화 대가인 도경수 선생님의 손녀야. 외모도 빼어나지만 재능도 대단하단다!”승현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재아 씨, 반가워요.”재아도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지승현 씨, 반가워요.”사실 재아는 권수영에게서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세 번이나 전화로 만남을 요청하길래, 받은 선물도 많았고 관계를 틀고 싶지는 않아 마지못해 만나기로 했다.그녀는 권수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꽃밭으로 안내받았고, 승현을 보자마자 권수영의 의도를 눈치챘다.승현은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이었고, 예전 남자친구인 임예현과 닮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상당히 컸다.그래서 재아는 자신의 태도를 차분하고 품위 있게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두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아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현에게 말했다.“승현아,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자. 나는 먼저 가볼게.”“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승현은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으나 강아심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계를 흘낏 보았다. 이미 2분이 지나 있었다.권수영은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아니, 이게 누구야? 강아심 씨 아니신가. 이제 공공 관계 사업까지 린 씨 결혼식장에 진출한 건가?”“어머니, 그런 말씀은 삼가세요.”승현이 얼굴을 굳히며 강하게 말렸다.“아심 씨는 연희 씨의 친구이자, 신부 소희 씨와도 친한 사이예요.”이때 재아가 입을 열었다.“아심 씨, 저를 못 알아보겠어요?”재아는 승현이 아심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회사 개업식에서 아심이 어려움을 겪던 중, 승현이 그녀
“승현아.”강아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먼저 뭐라도 먹어봐.”승현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점심은 아직 못 먹었을 것 같은데.”아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에 뭔가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아.”지승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늘 만난 이유는 할머니의 유산 문제 때문이야. 할머니 유언장에 따르면, 돌아가신 지 한 달 뒤에 유산을 상속해야 한다고 했어.”“할머니의 뜻에 따라 네가 상속받을 부분을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진심이야.”아심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법정 상속에 따라 유산은 승현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승현은 그들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유산을 받게 되면 즉시 팔아치우고, 자금을 회수할 게 뻔했다.승현은 그런 방식으로 할머니의 유품이 처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우려를 솔직히 전했다.“할머니의 유품이 엉뚱한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꼭 네가 받아줬으면 해.”아심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유품을 주신 이유는 우리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야.”“하지만 지금은 이미 헤어진 상태에서 제가 그걸 받는 건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몰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승현은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봤다.“할머니는 널 진심으로 좋아하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말씀하셨어.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날 수도 있으니 절대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그렇게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도 유품을 당신에게 남기셨잖아. 그러니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어.”...파티장 2층.강시언은 프랑스풍의 큰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정원에서 대화 중인 두 사람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었다.얇은 입술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그의 표정은 연기로 흐릿해졌지만, 눈빛만큼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