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있어.”간미연은 얼굴을 찌푸렸다.장명원은 그녀의 말에 따라 얌전히 옆에 앉아 큰 눈을 반짝이며 간미연을 바라보았다.간미연은 그런 그의 눈빛에 심란해져서, 미간을 더 찡그렸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고 물었다. "우리, 진짜 연애할까?”“정말?”장명원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간미연은 고개를 돌려 창밖의 깊은 밤빛을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재미없는 여자야. 나랑 하는 연애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를 거야, 그래도 나랑 연애할래?”간미연은 연애를 해본 적은 없지만, 다른 연인들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로맨틱한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돈 버는 것과 게임이었다.그녀와 함께 있으면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녀는 장명원이 자신을 질려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응. 너랑 연애할래.”장명원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우리 둘이 함께 있는 한, 난 네가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아도 절대 질리지 않을 거야.”“하고 싶은 말 또 있어.”“말해봐.”“진짜 연애를 하면 예전과는 달리 서로에게 충성해야 해. 나랑 사귈 때 다른 사람에게 한눈팔지 않을 자신 있어?”장명원은 웃음을 거두고 정색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못 해?”그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무슨 뜻이야? 넌 나랑 사귀면서 여전히 묵언이랑 잘해볼 생각이야?”“아니.”간미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걔를 좋아하지 않아. 이미 여러 번 너한테 말했어.”그녀의 말에 장명원은 콧방귀를 뀌었다.“언제? 섣달그믐날 밤, 한밤중에 걔가 너를 찾아온 걸 내가 직접 봤다고. 둘이 포옹까지 했잖아.”장명원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그건 그냥 작별 인사야.”간미연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뭐?”“묵언이는 곧 강성을 떠날
그의 아름다운 두 눈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명원은 입술을 오므리고 천천히 간미연에게 다가갔다.“간미연, 키스해 줘.”간미연은 원래 거절하려고 했지만, 장명원의 요염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절로 철렁 내려앉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의 침묵은 장명원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장명원은 그녀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다. 간미연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소파에 그녀를 밀쳤다.“장명원.”간미연이 막 그의 이름을 부르자, 장명원은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간미연은 요새 인터넷에서 “멍뭉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원래 장명원이 멍뭉이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애교를 부릴 땐 언제든지 애교를 부리고, 하지만 험악할 땐 누구보다 험악한 멍뭉이 말이다.특히 그는 쾌락의 맛을 보기만 하면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간미연은 장명원 어깨에 양팔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장명원에게 입술과 혀를 모두 빼앗긴 채 잠시 동안 남성 특유의 숨결과 강한 호르몬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을 느꼈다.예전에 키스를 할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관계가 바뀐 탓인지 오늘 키스는 유난히 달랐다. 숨결이 어우러져 몸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떨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장명원은 키스를 멈추고 간미연의 목덜미에 고개를 푹 묻은 채 숨을 헐떡였다. “미연아, 나 집에 가기 싫어졌어.”단맛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참을 수 있지만, 일단 한 번 맛보고 나면 완전히 넋을 잃고 그 맛을 그리워하게 된다.간미연은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안 돼.”“그날 밤에는 허락했잖아. 이젠 우리 사귀는 사이인데 왜 안 된다는 거야?”장명원이 말했다.간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냥 내 맘이야.”“••••••”장명원은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그럼 언제 허락해 줄 거야?”장명원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해도 된다고 할 때.”그녀의 말에 장명원은
소희와 임구택은 하루 종일 청아 집에서 머물다 다음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곧바로 강성으로 돌아왔다.비행기에서 내리자 날은 이미 어두웠다. 소희가 차에서 졸고 있을 때, 매부리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보스, 푸른 독수리, 저 연애해요. 이번엔 진짜예요. 빨리 축하해 주세요.]하얀 독수리에게서 문자가 왔다.[누구랑?][제 여자친구요.][헤어진 거 아니야?][저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거 같더라고요. 울면서 다시 잘해보자 하는데 마음이 약해서 한 번 용서해 줬어요.][그래?][하하.]푸른 독수리에게서도 문자가 왔다.[푸른 독수리, 지금 절 질투하는 거예요?] [푸른 독수리는 널 축복해 주고 있는 거야.]소희가 말했다.[보스, 갑자기 생각난 게 있는데요. 제가 결혼할 때 보스랑 푸른 독수리도 제 결혼식에 참석해 주세요. 우리 이제 얼굴 좀 봐요. 만약 두 사람이 남자라면 제 쪽 들러리를 서고, 만약 여자라면 제 아내의 들러리가 되어주세요.]그의 문자에 소희는 웃음을 꾹 참았다.[그건 좀 어려울 거야. 왜? 두 사람 진짜 결혼하려고?][그건 불가능해요.]푸른 독수리가 한 마디 끼얹었다.[누가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푸른 독수리 씨, 푸른 독수리 씨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연애도 하세요. 더 이상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요.]하얀 독수리의 눈에, 푸른 독수리는 하루 종일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일 년 내내 해킹만 하는 해커였다.“쳇, 내가 밖에 나가서 여자 친구를 만드는 게 더 이상해.”차 안, 임구택은 소희에게 몸을 기대며 물었다.“누구랑 채팅하는 거예요?”그의 말에 소희는 휴대폰 화면을 껐다.“제 친구요.”“그 이정남이랑 이현이요?”임구택이 웃으며 물었다. 그가 알고 있는 소희의 친구는 청아와 성연희를 제외하고 두 사람밖에 없었다. 소희는 임구택의 어깨에 기댄 채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마침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고, 오색찬란한 빛이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비쳐 그림같이 맑고 아름다웠
“고맙습니다.”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천만에요, 이건 다 소희 씨 능력 덕분이에요. 전 소희 씨가 나중에 A급 디자이너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북극 디자인 작업실 디자이너는 SAB 세 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진석을 제외하고 미국에 있는 강솔만 S등급 디자이너였다. 온옥은 A등급, 예전에 윤미와 임영미, 민아는 모두 B등급 디자이너였지만 이번에 영화 촬영에 참여하면서 윤미는 A등급으로 승진되었다. 아마 이것 때문에 임영미가 요즘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소희가 윤미의 조수로 있지 않았으면 A급 디자이너로 승진한 사람은 윤미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진석의 비서가 다가오더니 진석이 왔으니 그의 사무실로 가보라고 했다.“빨리 가보세요. 아마 대표님께서 따로 보너스를 챙겨주실지도 몰라요.”윤미가 말했다.“네.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윤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희는 복도를 지나 진석의 사무실로 향했다. 마침 휴게실에서 나오던 온옥은 소희의 뒷모습을 보고 그녀의 조수에게 물었다.“소희 씨가 오늘 작업실에 출근했어?”“네. 저도 방금 봤어요.”조수가 말했다.온옥은 소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녀가 진석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어두운 눈빛으로 냉소했다.“정식 디자이너도 아닌 디자이너 보조 주제에 대표님 사무실을 자주 들락날락하는 건 너무 비정상적인 일 아니야?”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조수는 한마디 덧붙였다.“저희 작업실에서뿐만 아니라 소희 씨는 영화 촬영사 쪽 스태프들과도 잘 지낸다고 해요.”“젊고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남자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여자들은 나도 한때 많이 봤지.”온옥이 말했다.“참, 지난번에 나한테 보여줬던 스케치 그림이 진짜 소희 씨가 그린 거야?”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작년, 우연히 작업실로 돌아온 소희에게 윤미는 그녀의 스케치북을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두라고 했었다. 그걸 마침 온옥의 조수가 발견하게 되어 소희의 디자
정월 대보름 전날, 소희는 소정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소정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른 점이 없었지만 자세히 들으니 어딘지 모르게 서먹하게 느껴졌다.“소희야. 오늘 가족 모임이 있으니 너도 와서 참석해. 설날에 네가 없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얼마나 너를 찾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아니면 오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하는 거야?’소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전에 분명히 말한 거 같은데요? 전 다시는 소씨 가문에 가지 않을 거니까 저 대신 본가 쪽에 전해주세요.”소희는 담담하게 거절했다.“소희야. 어찌 됐든 혈연관계는 끊을 수 없어. 아마 네 엄마가 너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던 거 같은데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날 네 엄마도 자신이 한 말이 너무 심하다고 느꼈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후회했어. 넌 집에도 자주 안 오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안 가니까 두 분이 불만이 많으셔.”소정인은 계속 소희에게 한 번만 가보라고 했지만 소희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소정인이 무슨 말을 하든지 소희는 자기 뜻을 굽히려하지 않았다. 결국, 소정인은 소희를 타이르는 것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는 갑자기 소희를 잃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직감이 밀려왔다. 아니, 어쩌면 소희는 진정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곧 정월 대보름이다.아침, 잠에서 깨어난 소희를 임구택은 한참 동안이나 품에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늘 저랑 집에 가서 같이 명절을 보내요.”“네?”소희가 깜짝 놀라하며 물었다.“걱정 마세요, 엄마와 형수님 뜻이에요.”임구택은 그녀의 이마에 살며시 키스했다.“꼭 같이 오라고 했어요.”소희는 서둘러 그의 품에서 나와 얇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침대에 엎드려 임구택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싫어요. 전 안 갈래요. 혼자 가세요. 어머님한테 대신 안부 전해주세요.”반쯤 몸을 숙인 채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 근육을 드러낸 임구택은 손을 들어 소희의 하얗고 작은 얼굴을 어루
“좋아요. 이젠 완전히 그쪽 생활에 적응했어요. 세집 아주머니랑 사이도 각별하다니까요?”소희가 말했다.그녀의 말에 간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는 원래 털털하고 착해서 어디를 가든 운이 좋을 거야.”“네. 맞아요.”간미연은 쟁반을 집어 들고 어딘가로 갔다.“일 있으면 바로 불러.”“네.”그때, 간미연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참, 구은서가 몇 번이나 장명원을 찾아왔는데 그녀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어. 내 생각에 구은서가 너에 대한 불리한 말을 한 것 같아. 나는 장명원을 주시할 테니, 너도 조심해.”“네. 알겠어요.”간미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가버렸다.소희는 디저트 가게에서 10시 30분까지 앉아 있다가 디저트를 좀 사서 차를 타고 별장으로 갔다.그녀가 오씨 아주머니에게 미리 간다고 전화를 했기 때문에 그녀가 도착했을 때,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 그리고 설희까지 모두 별장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설희는 소희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그녀를 둘러싸고 펄쩍펄쩍 뛰었다.소희는 떡을 오씨 아주머니에게 건네주며 성희와 함께 밖에서 놀았다.그런 모습에 오씨 아주머니와 임씨 아저씨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둘째 도련님이 정말 아가씨와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임씨 아저씨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아니면 차라리 둘째 도련님에게 전화해서 당장 오라고 할까요? 아가씨를 다시 만난다면 두 사람은 다시 잘해볼 수도 있잖아요.”그의 말에 오씨 아주머니는 약간 마음이 설레서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요. 둘째 도련님은 저희 같은 고용인들이 참견하는 걸 제일 싫어하세요.”그녀는 소희가 어쩌다 오랜만에 왔는데 둘째 도련님을 만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임씨 아저씨도 곧 자신의 생각이 다소 황당하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그렇게 소희는 별장에서 점심을 먹고 설희를 데리고 산을 한 바퀴 돌
진석은 아무 거리낌 없이 소희의 손을 잡고 그녀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모든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두 사람의 사이 또한 가까워 보였다. 보기만 해도 각별한 사이인 것 같았다.커다란 선글라스가 구은서의 경악하는 표정을 가려주었다. 그녀는 진석의 차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무언의 설렘과 기쁨이 솟아올라 그녀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녀는 자신이 소희의 큰 비밀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는 누구지? 소희랑 무슨 사이인 거야? 소희가 임구택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다니? 만약 이 사실을 임구택이 알게 되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대표님.”그때, 구은서의 비서가 백합 한 움큼을 안고 꽃집에서 나와 웃으면서 말했다.“꽃은 다 샀습니다. 이제 가시죠.”구은서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차에 올라타서 방금 찍은 사진을 몇 번 더 확인했다. 그녀의 가슴은 점점 더 벅차올랐다.남자의 차가 마이바흐인 것을 보아하니 돈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있어 보인다.구은서는 감히 소희와 그 남자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하여튼 재주 하나는 좋다니까? 낚은 남자마다 다 하나같이 훌륭해••••••’그녀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바로 임구택에게 보내려고 하다가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그녀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세웠다.비서는 그녀를 데리고 임씨 가문으로 갔다.정월 대보름이라서 그런지 임씨 가문은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 선물을 전해주러 온 것이다.우정숙은 구은서를 발견하고 일부러 그녀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구은서는 사 온 백합을 우정숙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웃었다.“아주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품종인데, 거의 한 달 전에 꽃집에 예약해서 오늘 막 가져왔어요.”“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신선한 것 같네요.”우정숙은 백합을 들고 꽃냄새를 맡으며 웃었다. “고마워요. 은서 씨.”“천만에요.”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구택이 3층에서 내려왔다.
이런 여자가 어떻게 임구택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겠는가? 구은서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꿍꿍이를 세웠다. 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맞아, 소희 씨도 자기 친구가 있어야 해. 언제까지 네 울타리 속에서 매일 네 주위를 맴돌 수는 없어.”구은서는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임구택도 그녀의 말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너, 소희 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 맞아?”구은서가 물었다.그러자 임구택은 언짢은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야?”그의 차가운 눈빛에 구은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서두른 것 같아 다급히 웃으며 말을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예전에 내가 소희 씨에게 약간의 오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여전히 소희 씨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반드시 너희들을 축복할 거야.”임구택은 수상한 눈빛으로 구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따라 구은서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어디가 이상하다고는 딱히 말할 수 없었다.때마침 임구택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구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구택은 전화를 받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구은서는 훤칠한 임구택의 뒷모습을 보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휴대폰을 꽉 쥐고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한편, 소희는 진석과 함께 담씨 노인에게로 향했다.두 사람은 담씨 노인을 모시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네 남자친구는? 명절인데 왜 너랑 같이 안 보내는 거야?”담씨 노인이 웃으며 소희에게 물었다.“제가 제 남자친구랑 같이 명절을 보내면 어떻게 지금 이렇게 사부님이랑 같이 앉아 밥 먹을 수 있겠어요?”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담씨 노인은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다. “이제 기회가 되면 데리고 와.”“네.”소희는 진석을 힐끗 쳐다보았다.“제가 아니라 선배 혼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요? 올해 생일이 지나면 선배는 곧 서른 살이 된다고요.”그러자 진석은 못마땅한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