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집에 데려올게요.”임구택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어느 집 자제야?”“그냥 평범한 여자예요.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예요.”“그래.”임구택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묻지 않았다.“차 조심해.”“네.”임구택이 차를 몰고 별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임구택 아버지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침실에 들어서자 고용인은 이미 그의 잠옷과 족욕 물품들을 준비해 놓았다. 그는 소파에 앉아 족욕을 하면서 옆에 있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방금 구택이랑 아래층에서 무슨 말을 했어요?”그때, 그의 아내가 안방에서 나오면서 물었다.임구택 아버지는 신문을 내려놓고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구택이가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했어.”“어쩐지 몇 달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니, 역시 여자친구가 생겼던 거였군요. 어느 집 아가씨래요?”그의 아내는 약간 놀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건 말하지 않았어. 이제 사람을 시켜서 조사해야지.”임구택 아버지가 말했다.임구택은 어릴 때부터 자기주장이 강해 다른 사람이 그의 일에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의 아버지도 항상 그의 결정을 존중해 왔기 때문에 그는 아직도 몰래 조사를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그때, 그의 아내가 그에게로 다가와 맞은편에 앉아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보, 조사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건 구택 본인의 일이니까 알아서 하게 놔둬요. 당신이 이러면 오히려 반감을 품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구택이를 믿어야 해요. 이미 한 번 소씨 가문과의 혼사에서 그를 다치게 했으니 이젠 본인이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할 거라고 전 믿어요.”임구택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아내는 항상 그를 존경했기 때문에 그에게 무슨 일이든 부탁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의 눈빛이 꽤 간절해 보이는 것 같아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누그러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구택이가 먼저 여자친
……이튿날 저녁, 백림이 불러서 많은 사람들이 케이슬에서 모였다.소희와 구택은 일찍 도착하여 백림의 여자친구 등과 함께 카드놀이를 했다.그리고 시원과 진수 등도 도착했고, 구택은 자신의 위치를 양보하고 소희에게 가르쳐 주는데 전념했다.시원은 그들과 놀지 않고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소파에 앉아 문자에 답장을 했는데, 아마 회사의 일인 것 같다.황정아는 유민율이란 여자를 데리고 왔는데, 무척 아름답게 생겼고, 민성 사람인데 가문이 강성에 있는 지사를 인수하러 왔다고 한다.소희는 민율이 줄곧 시원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데, 그녀의 시선은 한시도 시원을 떠나려 하지 않았고 사냥감을 노리는 그런 눈빛이었다.시원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탁자 위의 담뱃갑을 가지러 갈 때, 민율은 걸어가서 그의 옆에 앉아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난 유민율이라고 하는데, 정아의 친구예요. 처음 강성에 왔으니 앞으로 장 대표와 사업상의 합작이 있길 바라네요.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시원은 눈빛이 그녀의 손을 스치며 담담하게 웃었다."사업은 사업, 친구는 친구죠, 놀 때는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죠.""그래요!" 민율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대범하게 손을 거두고 웃으며 말했다."사업은 그렇다쳐도, 나는 장 대표와 친구가 되고 싶은데, 정아 그들은 모두 당 대표를 시원 오빠라고 부르니까 나도 이렇게 부를 수 있나요?"시원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고마워요 시원 오빠!" 민율은 생김새가 밝고 정교한 화장을 하고 있었고 웃을 때 빛이 났다.소희는 수시로 시원의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구택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를 누르고 낮게 웃었다."남자친구가 여기 있는데 자꾸 어디를 보는 거예요?"소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원 오빠 요즘 여자친구 사귀었어요?""내가 알기로는,"구택은 그녀를 대신해서 카드를 하나 내고서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없어요.»소희는 참지 못하고 또 뒤돌아보았다. 시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민율은 몸을 살짝 기
이때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시후와 악수를 하며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백림은 호스티스를 몇 명 불렀고, 시후는 비록 이런 장소에 거의 오지 않았지만 호스티스들이 술을 권할 때,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여유롭게 대응했다. 특히 온몸에 뿜어내는 군인의 기운은 그 호스티스들을 두렵게 하면서도 매혹시켜 갖은 방법을 써서 그에게 접근하려 했다.중간에 소희가 화장실에 갔을 때, 나오자마자 복도에 기대어 서 있는 시후를 보았다.어두컴컴한 등불 아래 시후는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소희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소희 씨,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은가?"소희는 어두움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 난 기억이 안 나는데요.""소희 씨는 남스에 가 본 적이 있나?" 시후가 물었고 눈은 늑대처럼 소희를 쳐다보며 그녀의 표정 하나도 놓치려 하지 않았다.남스는 삼각주 동남쪽에 있는 바다와 인접한 작은 나라로, 지리적인 이유로 그곳에는 일년 내내 각 방면의 세력이 도사리고 있다.소희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가 본 적 없어요.""그런데 난 거기서 당신을 본 것 같은데." 시후는 벽에 등을 기대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자기야!”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소희가 고개를 들어 보니 구택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구택은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었고, 소희의 손을 잡고 그녀를 뒤로 감싸며 시후를 바라보았다."소개하는 것을 잊었군, 소희 씨는 내 여자친구거든."시후는 몸을 곧게 펴고 소희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나는 그냥 소희 씨가 낯이 익어서 어디서 본 것 같아서 물어보고 싶었어.""소희 씨는 아직 학생이고 줄곧 강성에 계속 있었는데." 구택은 목소리가 차갑고 다소 불쾌해했는데, 마치 시후가 소희를 보는 눈빛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 실례했군!"말을 마치고 돌아섰다.구택은 차가운 눈빛으로 시후가
"류 부인, 이제 약속한 거예요, 앞으로 류 부인의 주얼리 디자인은 모두 우리 연이 디자인 작업실에 맡겨요!""그래요, 허 부인, 조심히 가요!"......소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반투명한 나무칸 막이를 통해 진원이 손님을 배웅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녀는 열정적으로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했다.그녀는 갑자기 오늘이 10일, 소연의 작업실이 개업하는 날이라는 것이 생각났다.며칠 전 시연은 진원이 본가에서 소연이 곧 개인 작업실을 열 것이라고 자랑했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전에 소연이 표절한 일을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오늘 정식으로 개업했으니, 소가네는 많은 귀한 손님을 초대했는데, 마침 케이슬에 왔던 것이다.이때 연회가 끝나고 진원은 소정인과 함께 손님을 배웅하고 있었다.어떤 사람은 이미 떠났고 또 어떤 사람은 거기에 서서 진원과 한담을 나누었다.이때 흰색 치마를 입은 한 부인이 칭찬했다."연이는 정말 대단하군요. 졸업하자마자 자신의 작업실을 열었다니!"진원은 겸손하고 싶었지만 또 자랑하고 싶었다."연이는 어릴 때부터 일을 열심히 해서, 그녀가 무엇을 하고 싶다면 우리도 다 지지해야죠!"다른 한 부인이 말했다."앞으로 연이가 자신의 사업을 가지게 되면, 소 부인과 소 대표도 이제 복을 누리겠네요.»진원은 웃음기가 더욱 깊어졌다."사업이 어떻게 되든 중요하지 않죠. 어차피 우리가 그녀를 뒷받침해 주니까. 연이가 즐겁기만 하면 돼요!""참, 연이는요?" 누군가가 물었다.진원은 자애로운 말투로 말했다."연이는 또 몇몇 학우를 초대했는데, 지금 학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몇 사람은 또 몇 마디 나누다 손님들은 모두 속속 떠났다.진원은 말을 해서 갈증이 생겼는지, 옆에 탕비실이 있는 것을 보고 와서 차를 따라 마셨다.그러나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소희를 보았고, 갑자기 안색이 가라앉았더니 심지어 소희가 소란을 피우러 왔을까 봐 약간 경계하기도 했다.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시원의 기사가 이미 도착해서 그는 먼저 차에 올랐다.민율은 남자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나름 실망했다.이때 황정아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민율아, 왜 시원 오빠랑 같이 안 갔어?""그걸 왜 나한테 물어!"민율은 한숨을 쉬며 다소 좌절감을 느꼈다."너 장시원이 나한테 쉽게 넘어올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매력이 부족한가?"황정아는 미소를 지었다."네가 매력이 부족하면 우리는 여자라고 부를 자격이 없어!"그녀는 멈칫하다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시원 오빠는 최근에 확실히 좀 잠잠해졌지. 새 여자친구 사귀는 소식도 듣지 못했고. 그러나 네가 이렇게 예쁜 이상, 분명히 기회가 있을 거야."민율은 눈썹을 들며 부인하자 않았다."넌 어떻게 가니?""진수 씨 차로, 너는?"민율은 손에 든 벤츠 차 열쇠를 흔들었다."나 혼자 차 몰고 왔어. 넌 남자친구가 데려다 주는 이상, 나도 방해하지 않을게. 어쨌든 나를 데리고 장시원을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고맙긴!" 황정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나 먼저 갈게, 시간 있으면 연락해.""좋아!"민율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그녀는 강성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으니 강성의 지사에서 업적을 내려면 반드시 장 씨네 집안과 합작해야 했다. 이것은 그녀가 오늘 모임에 온 목적이기도 했다.원래 그녀는 자신의 매력으로 시원을 꼬시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전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러나 그럴수록 그녀의 승부욕이 불타올랐고, 그녀는 자신의 이런 용모와 몸매로 시원을 꼬실 수 없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민율은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시원은 차에 앉아 창밖에서 휙 지나가는 야경을 보고 가슴이 텅 빈 채, 마치 밤바람이 들어간 듯 메아리가 울려 퍼지면서 말할 수 없는 초조함을 자아냈다.이때 기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대표님, 주문하신 물건이 도착했는데 이미 분부하신대로 보내라고 했습니다.""응," 시원은 대답을 한 다음
점심이 되자 소희는 양 조감독까지 불러 함께 서인의 샤브샤브 가게에 가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마침 그녀는 설 후에 아직 서인을 보지 못했다.유림도 가게에 있었는데, 핑크 그레이 운동복을 입고 앞뒤로 바쁘게 뛰어다니며 앙증맞은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청춘의 활력이 넘쳤다.이문 이 사람들은 유림과 친해져서 계속 "림이"라는 호칭으로 그녀를 불렀다.소희가 주방으로 갔을 때, 서인은 뒷문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달려와 그를 에워싸고 "멍멍"하고 소리쳤다.서인은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아보니 소희인 것을 보고 즉시 웃었다."출근했어?""응." 소희는 개를 무서워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서인 뒤에 서서 물었다."웬 개야?"서인은 말했다."영화성 쪽 촬영팀의 소품인 것 같아. 다 쓴 후 이곳에 버려졌고. 임유림이 항상 얘한테 먹을 것을 줬는데, 그 후부터 자주 와서 음식을 달라고 하고 있어."그는 소희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강아지에게 뼈다귀를 던져 멀리 가게 했다.강아지를 쫓아내자 서인은 상의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소희에게 주었다."이것은 샤브샤브 가게가 요 몇 달 번 돈이야. 이문 그들에게 줄 돈은 내가 다 줬고, 나머지는 모두 너에게 줄게.""왜 줘, 싫어!" 소희는 거절했다."난 네가 매 달 백양 그들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는 거 다 알아. 이것은 우리 두 사람의 일이어야 하니까 너 혼자 짊어지게 할 수는 없어. 빨리 받아!"서인은 카드를 소희이 손에 넣어주었다.소희는 다시 그에게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한 일은 바로 우리 두 사람의 몫이야. 나에게 돈을 주려고 하는 것은 나와 앞으로 만나지 말자는 거야?"서인은 눈썹을 찡그렸다."너는 내가 이런 뜻이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그는 단지 그녀가 돈이 부족할까 봐 걱정했을 뿐, 설령 그녀가 구택과 함께 있다 하더라도, 그는 그녀가 돈 때문에 임가에게 기대게 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옅게 웃었다."내
소희는 앞으로 돌아와 유림이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가게의 단골손님으로서 유림과 농담을 하고 있었다.밥을 먹고 소희는 이현과 양 조감독더러 먼저 가라고 한 다음 스스로 남아서 잠시 도와주었다.가게에 손님이 적을 때 소희는 기회를 찾아 유림에게 물었다."너 가게에서 언제까지 일할 예정이니?»유림은 작은 얼굴로 앙증맞게 웃으며 말했다."계속 할건데!""너 가족들은 네가 여기서 웨이터로 일하는 거 알고 있어?"유림은 고개를 저었다."몰라!""만약 그들이 알았다면?"유림은 신경 쓰지 않았다."아무도 나 상관 안 하는데!"소희가 말했다."그건 그들이 네가 여기서 일하는 거 몰라서 그래."유림은 얼굴의 웃음을 거두었다."소희야, 너 그게 무슨 뜻이야?""내 말은 너 여기에 있지 말고 집에 가서 네 부모님의 안배에 따르거나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유림은 다급하게 말했다."나 여기서 일하는 게 좋단 말이야."그녀는 잠시 멈추다 목소리를 늦추었다."솔직히 말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확실히 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주셨지만, 나는 그들의 안배에 따라 살고 싶지 않아. 나 자신의 인생은 당연히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겠어?"“이게 네가 원하는 인생이라고?”유림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가게에 오지 마. 너희 부모님의 안배에 따라 일을 하지 않더라도 네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유림은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물었다."사장님이 뭐라고 했니? 날 쫓아내려는 거야?""아니, 내가 그에게 말한 거야. 넌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고." 유림은 잠시 입술을 깨물고 침묵했다."잘 생각해볼게!""응!" 소희는 말을 마친 다음 손목 시계를 한 번 보았고, 시간이 다 된 거 같아 일어나서 말했다."나 먼저 촬영팀으로 돌아갈게.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잘가!" 유림은 고운 눈을 깜박거리며 그녀와 작별 인사를 했다.소희는 간 다음 유림은 스스로 의자에 앉아 생각할수록 이상하고
"사장님,"서인은 변기 앞에 서서 그녀를 등지고 있었는데, 옷을 걷고 있어 햇빛에 탄 건강한 살빛의 튼튼한 허리를 드러냈다.유림은 얼굴을 붉히더니 즉시 몸을 돌렸고 화가 나면서도 또 뻘쭘했다."왜 문을 잠그지 않는 거예요?"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2층에는 손님이 올라오지 않았고, 평소에 그와 이문 몇 사람들만 화장실을 사용했으니, 여자도 아닌 이상 무슨 문을 잠근단 말인가?유림은 난감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밖에서 기다릴게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잽싸게 뛰쳐나갔고 겸사겸사 문을 닫았다.서인은 문 닫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다 당황하지 않고 바지를 올리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문을 열고 나갔다.바깥 거실에는 소파 하나밖에 놓여 있지 않았는데, 소파에는 포커와 술병이 있었다. 남자들이 사는 방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유림은 처음으로 올라왔는데 또 서인이 볼일 보는 이런 난감한 일에 부딪쳐 앉아있지도 서 있지도 못했다.서인은 태연하게 소파에 털썩 앉아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서야 물었다."무슨 일이야?"유림은 그를 보면서 될수록 방금 전의 난감함을 무시하고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지금 나 쫓아내려는 거예요?""응!" 서인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이번 달 월급은 내가 오현빈더러 한 달치 돈으로 결산하라고 할 테니까 내일 부터 올 필요 없어!"유림은 입술을 깨물고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왜 나를 해고하는 거냐고요?""그런 거 아니야. 넌 단지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서 그래." 서인은 담뱃재를 떨고 눈살을 찌푸렸다."아까처럼 말이야. 넌 여자로서 우리 한 무리의 남자들 사이에 끼면 너무 많은 불편함을 느끼잖아."그는 전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가게에서 아주 즐겁게 일하는 것을 보고 입을 열지 않고 줄곧 설후로 미루었다."방금은 사고였어요." 유림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난 월급을 원하지 않고 가고 싶지도 않아요!"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