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의 기사가 이미 도착해서 그는 먼저 차에 올랐다.민율은 남자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나름 실망했다.이때 황정아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민율아, 왜 시원 오빠랑 같이 안 갔어?""그걸 왜 나한테 물어!"민율은 한숨을 쉬며 다소 좌절감을 느꼈다."너 장시원이 나한테 쉽게 넘어올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매력이 부족한가?"황정아는 미소를 지었다."네가 매력이 부족하면 우리는 여자라고 부를 자격이 없어!"그녀는 멈칫하다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시원 오빠는 최근에 확실히 좀 잠잠해졌지. 새 여자친구 사귀는 소식도 듣지 못했고. 그러나 네가 이렇게 예쁜 이상, 분명히 기회가 있을 거야."민율은 눈썹을 들며 부인하자 않았다."넌 어떻게 가니?""진수 씨 차로, 너는?"민율은 손에 든 벤츠 차 열쇠를 흔들었다."나 혼자 차 몰고 왔어. 넌 남자친구가 데려다 주는 이상, 나도 방해하지 않을게. 어쨌든 나를 데리고 장시원을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고맙긴!" 황정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나 먼저 갈게, 시간 있으면 연락해.""좋아!"민율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그녀는 강성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으니 강성의 지사에서 업적을 내려면 반드시 장 씨네 집안과 합작해야 했다. 이것은 그녀가 오늘 모임에 온 목적이기도 했다.원래 그녀는 자신의 매력으로 시원을 꼬시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전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러나 그럴수록 그녀의 승부욕이 불타올랐고, 그녀는 자신의 이런 용모와 몸매로 시원을 꼬실 수 없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민율은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시원은 차에 앉아 창밖에서 휙 지나가는 야경을 보고 가슴이 텅 빈 채, 마치 밤바람이 들어간 듯 메아리가 울려 퍼지면서 말할 수 없는 초조함을 자아냈다.이때 기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대표님, 주문하신 물건이 도착했는데 이미 분부하신대로 보내라고 했습니다.""응," 시원은 대답을 한 다음
점심이 되자 소희는 양 조감독까지 불러 함께 서인의 샤브샤브 가게에 가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마침 그녀는 설 후에 아직 서인을 보지 못했다.유림도 가게에 있었는데, 핑크 그레이 운동복을 입고 앞뒤로 바쁘게 뛰어다니며 앙증맞은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청춘의 활력이 넘쳤다.이문 이 사람들은 유림과 친해져서 계속 "림이"라는 호칭으로 그녀를 불렀다.소희가 주방으로 갔을 때, 서인은 뒷문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달려와 그를 에워싸고 "멍멍"하고 소리쳤다.서인은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아보니 소희인 것을 보고 즉시 웃었다."출근했어?""응." 소희는 개를 무서워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서인 뒤에 서서 물었다."웬 개야?"서인은 말했다."영화성 쪽 촬영팀의 소품인 것 같아. 다 쓴 후 이곳에 버려졌고. 임유림이 항상 얘한테 먹을 것을 줬는데, 그 후부터 자주 와서 음식을 달라고 하고 있어."그는 소희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강아지에게 뼈다귀를 던져 멀리 가게 했다.강아지를 쫓아내자 서인은 상의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소희에게 주었다."이것은 샤브샤브 가게가 요 몇 달 번 돈이야. 이문 그들에게 줄 돈은 내가 다 줬고, 나머지는 모두 너에게 줄게.""왜 줘, 싫어!" 소희는 거절했다."난 네가 매 달 백양 그들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는 거 다 알아. 이것은 우리 두 사람의 일이어야 하니까 너 혼자 짊어지게 할 수는 없어. 빨리 받아!"서인은 카드를 소희이 손에 넣어주었다.소희는 다시 그에게 돌려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한 일은 바로 우리 두 사람의 몫이야. 나에게 돈을 주려고 하는 것은 나와 앞으로 만나지 말자는 거야?"서인은 눈썹을 찡그렸다."너는 내가 이런 뜻이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그는 단지 그녀가 돈이 부족할까 봐 걱정했을 뿐, 설령 그녀가 구택과 함께 있다 하더라도, 그는 그녀가 돈 때문에 임가에게 기대게 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옅게 웃었다."내
소희는 앞으로 돌아와 유림이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가게의 단골손님으로서 유림과 농담을 하고 있었다.밥을 먹고 소희는 이현과 양 조감독더러 먼저 가라고 한 다음 스스로 남아서 잠시 도와주었다.가게에 손님이 적을 때 소희는 기회를 찾아 유림에게 물었다."너 가게에서 언제까지 일할 예정이니?»유림은 작은 얼굴로 앙증맞게 웃으며 말했다."계속 할건데!""너 가족들은 네가 여기서 웨이터로 일하는 거 알고 있어?"유림은 고개를 저었다."몰라!""만약 그들이 알았다면?"유림은 신경 쓰지 않았다."아무도 나 상관 안 하는데!"소희가 말했다."그건 그들이 네가 여기서 일하는 거 몰라서 그래."유림은 얼굴의 웃음을 거두었다."소희야, 너 그게 무슨 뜻이야?""내 말은 너 여기에 있지 말고 집에 가서 네 부모님의 안배에 따르거나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유림은 다급하게 말했다."나 여기서 일하는 게 좋단 말이야."그녀는 잠시 멈추다 목소리를 늦추었다."솔직히 말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확실히 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주셨지만, 나는 그들의 안배에 따라 살고 싶지 않아. 나 자신의 인생은 당연히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겠어?"“이게 네가 원하는 인생이라고?”유림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가게에 오지 마. 너희 부모님의 안배에 따라 일을 하지 않더라도 네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유림은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물었다."사장님이 뭐라고 했니? 날 쫓아내려는 거야?""아니, 내가 그에게 말한 거야. 넌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고." 유림은 잠시 입술을 깨물고 침묵했다."잘 생각해볼게!""응!" 소희는 말을 마친 다음 손목 시계를 한 번 보았고, 시간이 다 된 거 같아 일어나서 말했다."나 먼저 촬영팀으로 돌아갈게.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잘가!" 유림은 고운 눈을 깜박거리며 그녀와 작별 인사를 했다.소희는 간 다음 유림은 스스로 의자에 앉아 생각할수록 이상하고
"사장님,"서인은 변기 앞에 서서 그녀를 등지고 있었는데, 옷을 걷고 있어 햇빛에 탄 건강한 살빛의 튼튼한 허리를 드러냈다.유림은 얼굴을 붉히더니 즉시 몸을 돌렸고 화가 나면서도 또 뻘쭘했다."왜 문을 잠그지 않는 거예요?"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2층에는 손님이 올라오지 않았고, 평소에 그와 이문 몇 사람들만 화장실을 사용했으니, 여자도 아닌 이상 무슨 문을 잠근단 말인가?유림은 난감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밖에서 기다릴게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잽싸게 뛰쳐나갔고 겸사겸사 문을 닫았다.서인은 문 닫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다 당황하지 않고 바지를 올리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문을 열고 나갔다.바깥 거실에는 소파 하나밖에 놓여 있지 않았는데, 소파에는 포커와 술병이 있었다. 남자들이 사는 방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유림은 처음으로 올라왔는데 또 서인이 볼일 보는 이런 난감한 일에 부딪쳐 앉아있지도 서 있지도 못했다.서인은 태연하게 소파에 털썩 앉아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서야 물었다."무슨 일이야?"유림은 그를 보면서 될수록 방금 전의 난감함을 무시하고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지금 나 쫓아내려는 거예요?""응!" 서인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이번 달 월급은 내가 오현빈더러 한 달치 돈으로 결산하라고 할 테니까 내일 부터 올 필요 없어!"유림은 입술을 깨물고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왜 나를 해고하는 거냐고요?""그런 거 아니야. 넌 단지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서 그래." 서인은 담뱃재를 떨고 눈살을 찌푸렸다."아까처럼 말이야. 넌 여자로서 우리 한 무리의 남자들 사이에 끼면 너무 많은 불편함을 느끼잖아."그는 전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가게에서 아주 즐겁게 일하는 것을 보고 입을 열지 않고 줄곧 설후로 미루었다."방금은 사고였어요." 유림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난 월급을 원하지 않고 가고 싶지도 않아요!"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희는 촬영팀으로 돌아갔고, 오후에 일이 없을 때 정남은 간식을 사서 이현까지 불러 함께 앉아 잡담을 하며 쉬었다.이현은 가장 큰 케이크 한 조각을 소희에게 주었고, 자신은 아이스 밀크티를 한 모금 마셨는데, 무척 편안해 보였다."너무 좋아!"정남은 그녀를 비웃었다."네가 돈을 쓰지 않는 한 무엇을 먹어도 다 좋겠지!"이현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에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소희와 정남은 눈을 마주쳤는데, 모두 누군가의 뻔뻔함에 어쩔 수 없었다.이현은 밀크티 빨대를 물고 눈알을 돌려 소희 옆으로 달려가 그녀의 곁에 앉았다."소희야, 내가 일이 좀 있는데, 나 대신해서 생각 좀 해줘.""무슨 일인데?" 소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나 지금 소속사하고 계약이 끝나가잖아. 그들은 나와 새로운 복지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어."이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했다."나의 한 학우는 나더러 L&S 엔터테인먼트에 가서 해보라고 했지만, 나는 자신이 없거든."소희는 연예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원한다면 한번 해 봐!"정남도 말했다."영화를 찍은 후, 네 몸값은 엄청 올라갈 거야. 지금의 회사는 널 도와 더욱 많은 자원을 쟁취할 것이고. 그러나 L&S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다면, 그 안에는 그렇게 많은 톱스타들이 있었으니 왜 널 받들려 하겠어?""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현은 한 손으로 턱을 짚었다."그러나 내 학우는 내가 지금의 회사에 남아 있어도 출세할 날이 없으니 차라리 L&S 엔터테인먼트에 가서 행운을 비는 게 낫다고 말했어."정남은 생각하다 말했다."너 새로운 계약기간을 좀 짧게 체결할 수 있어. 먼저 안정적으로 발전한 다음 일부 명성을 얻은 후, 다시 큰 회사에 가는 거지.»이현은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넌 어떻게 생각해?"소희는 눈썹을 찌푸렸다."정남과 너 친구가 한 말 모두 일리가 있는 거 같아. 너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렸어!"이현은 계속 물었다."만약
"쳇!" 이현은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넌 대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 내가 이런 일로 우리 세 사람 사이의 위대하고 굳은 우정을 버릴 수 있겠니?"정남은 비웃었다."위대하긴, 내가 보기에 넌 입이 위대해서 제일 많이 먹는 거 같은데!""야, 네가 감히 나를 비웃어!" 이현은 다리를 들어 그를 찼다."내가 너 혼쭐 내주마!"정남은 웃으며 멀리 도망쳤다."너의 그 짧은 다리로? 다치지나 마!"이현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는 정남에게 몇 번이나 비웃음을 당했는데, 도무지 내키지 않아, 하루 종일 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봄날씨는 요 며칠 갑자기 또 추워지기 시작했는데, 찬 바람이 휙휙 소리를 내며 찬비가 끊임없이 내렸고, 기온도 단번에 설 전으로 돌아갔다.어르신들은 이런 날씨를 봄철에 닥치는 추위라고 한다.촬영팀은 일을 하면서 패딩으로 자신을 꽁꽁 싸매고 날씨를 원망했다.날씨가 좋지 않아 촬영 진도가 느려졌고, 소희는 일 없으면 정원에 앉아 자신의 게임을 했다.이날 오후 소희는 한창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맑은 소리가 들려왔다."너도 참 한가해, 너 지금 일하고 있는 거냐 아니면 휴가 중이야?"소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자 갑자기 미간이 부드러워지더니 흰색 캐시미어 외투를 입은 연희가 청석판을 밟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손에 검은 우산을 쓰고 있었고, 이목구비가 또렷하여, 뒤에는 새하얀 하늘과 기복이 있는 푸른 벽돌과 녹색 기와가 있어, 민국극에서 나오는 귀부인 같았다!멋있으면서도 어여뻤다!연희는 손에 먹을 것 한을 가득 들고 3미터 밖에 서서 눈살을 찌푸리고 소희를 바라보았다."너 뭐하는 거야? 내가 왔는데 안아주지도 않고!"소희는 의자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이번 판 끝나면!"연희, "......!"됐어, 누가 그녀더러 소희를 이렇게 좋아하래!연희는 사방을 둘러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여긴 비록 한가롭지만 정말 썰렁했다. 그리고 소희가 패딩을 입
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5월 5일, 이날도 마침 우리가 관계를 정한 날이니 기념할 만하지!"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난 엄마랑 말했어, 네가 나 신부 들러리 하기로 한 거."그녀는 말한 다음 또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웃으며 말했다."내가 임구택 씨에게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의 귀염둥이를 고생시켜야 해서!"소희는 약간 부끄러움을 느끼더니 침착하게 고개를 숙이고 케이크를 먹었다."아니야, 그때 가서 내가 그에게 말하면 돼."연희는 웃으며 흥얼거렸다."농담이야, 넌 내가 정말 그의 의견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멀리 데리고 가서 그가 다시는 볼 수 없게 할 거야!"소희는 그녀를 한 번 보았는데, 연희가 오늘 유난히 기뻐하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결혼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참."연희가 갑자기 물었다."임구택 씨는 아직도 네 정체를 모르는 거야?»소희는 눈에 어두운 빛이 번쩍이더니 휴지를 뽑아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졸업하고 우리의 관계를 공개할 때 알려주려고.»아마도 진원과 소정인의 태도 때문에 그녀는 구택에게 자신이 소가네 사람이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매 번 그에게 알려줄 생각을 할 때마다 그녀는 다소 불안했고 심지어 항거하기도 했다.그리고 그녀의 신분은 소가네 딸뿐만 아니라 그녀의 뒤에는 강씨네 집안도 있었다.공개되면 두 사람의 관계도 그 이상으로 복잡해질 것이다.예를 들면 불곰의 일에 있어, 그녀는 그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다!그녀는 두 사람이 지금처럼 간단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복잡함에 빠지는 것을 거부했다.그는 그녀가 졸업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으니, 그녀는 그때 가서 그에게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다.아마도 그때, 그녀는 이미 불곰을 죽이고, 몸에 있는 모든 부담을 끝냈을지도 모른다!연희가 말했다."그때 그가 알게 되면 엄청 놀라지 않을까?"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소희를 바라보았다."사실, 너의 그 계획도 먼저 그와 잔 다음 그가
절반까지 돌린 다음 안에서 갑자기 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확실히 목적을 가지고 있었어."그 후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그래도 내가 대단하지. 선견지명이 있었으니까. 그때 네가 임가네에 들어가 과외할 때부터 나는 너희들 이렇게 될 줄 알았어!!"이현은 눈꺼풀이 튀더니 즉시 녹음펜을 앞으로 돌렸고, 소희와 그 여자의 대화가 시작할 때부터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들었다."임구택 씨는 아직 네 정체를 모르는 거야?" 부터 뒤의 대화까지 그녀는 세 번 반복해서 들었다.이현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녀는 아마도 소희의 비밀을 녹음한 것 같다!녹음펜을 끄자 이현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여자가 한 말은 무슨 뜻일까?소희의 정체는 무엇일까?그녀가 구택에게 접근하는 것은 또 무슨 목적이 있었던 것일까?구택은 이 일을 알까?이현의 머릿속은 모두 문제였다. 그녀는 녹음펜을 꽉 쥐고 손바닥에서 점점 땀이 났고, 그녀는 녹음한 내용을 삭제해야 할까?몇 방울의 비가 내려오더니 그녀의 목에 떨어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녹음을 삭제하고 소희의 비밀을 보호해야 했지만 그녀는 뜻밖에도 망설였다.그녀는 왜 망설이는 것일까?이현은 머리가 매우 어지러웠고, 마치 수천명의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초조하고 불안했다.이때 주머니에 넣은 전화가 갑자기 울리더니 이현은 깜짝 놀라 한참이 지나서야 휴대전화를 꺼냈다."야, 이현, 너 어디 갔어? 다음 신은 너와 은서의 상대역이야. 빨리 와!""네, 곧 갈게요!"이현은 대답하고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고 있는 녹음펜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녹음펜을 끄고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한시간 동안 바삐 돌아치다가 자신의 작은 정원으로 돌아왔는데 퇴근할 때까지 이현을 보지 못했다.그녀는 연희가 가져온 디저트를 정남에게 주었고, 그에게 이현을 보면 그녀에게 주라고 했다.날씨가 좋지 않아 촬영팀도 평소보다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
강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의 손을 임구택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듯 그는 말했다.“행복하길 바랄게.”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요.”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소희는 시언을 깊이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어린 시절 그가 자신을 가르쳐 주고 곁에서 함께해 주었던 시간, 그리고 두터운 남매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시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희를 응원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희의 손을 잡고, 약하고 외롭던 소녀를 강하고 단단한 소희로 성장시켜 주었던 순간처럼.앞으로도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관계는 공기와 햇빛처럼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의 삶 속 깊이 자리할 것이었다.소희는 구택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시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망설임도 없게 했다.레드카펫은 길었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도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걷는다면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구택은 옆에서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예식장의 한구석, 커다란 부조 기둥에 기대어 서 있던 심명이 소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명의 시선은 소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말 아름답네.’소희의 모습, 그녀의 미소,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 정말 예쁘네요!”심명은 눈초리를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남궁민이 걸어오며 그의 옆에 섰다.햇빛이 남궁민의 짙은 갈색 눈에 반사되어 깊고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왜 강성에 있는 구은서를 놔두고 여기까지 왔어요?”남궁민은 이미 자신이 심명의
음악 소리에 맞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신랑인 임구택이 중앙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그 순간, 거대한 아치형 정문이 열리며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수천 갈래의 황금빛이 예식장 안을 가득 채운 듯했다.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붉은 카펫은 그 빛에 의해 생명을 얻은 듯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해졌다.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하며 무지갯빛 광채를 만들어냈고, 이 환상적이고 웅장한 장면에 하객들은 숨을 멈추고 정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소희는 시언의 팔을 잡고 붉은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예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찼지만, 고요한 정적 속에 우아한 현악 연주만이 홀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가슴 위를 덮는 깔끔한 디자인에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얇은 꽃잎 모양의 레이스가 어깨를 감싸며 은은하게 살결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쇄골과 길고 고운 목선이 돋보였다.허리선 아래부터는 화려한 자수 문양이 드레스 끝자락까지 펼쳐졌고, 풍성한 치마는 소희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소희의 머리에는 구택이 준비한 티아라가 얹혀 있었고, 티아라에 박힌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고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긴 베일이 드레스 끝까지 내려와 천천히 레드 카펫 위를 스치며 움직였다. 소희는 그림 같은 미모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기품을 자아내며 성스러워 보였다.시언은 깔끔한 흰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있었고, 훤칠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소희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걸어왔다.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순간, 예식장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강렬했다.구택은 레드 카펫 끝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가 멀어진 듯, 구택의 눈에는 소희만
결혼식장이 웃음과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주례가 결혼식 무대로 올라서자 점차 차분해졌다.결혼식장 가장 앞줄 귀빈석에는 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각각 자리했다. 시언이 입장하며 뒤쪽 하객석을 한번 훑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번에 맨 뒷자리 가까이 앉아 있는 강아심을 찾아냈다.아심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모습이 아심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옆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시언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강재석이 나타나자, 결혼식장은 잠시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이내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저분이 강씨 집안의 어르신인가 봐.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네!”“옆에 있는 젊은 사람은 강재석 어르신의 손자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왜? 마음에 들어? 꿈 깨. 강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으려면 임씨 가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현실은 안 되더라도 꿈꾸는 건 내 자유잖아? 결혼식 끝나고 가서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좋아, 한번 해봐.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 보자고. 근데 얻으면 나랑 공유하는 거 알지?”“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얻은 연락처를 왜 너랑 공유해? 너도 도전해 보든가!”...아심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도희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봤니? 강시언이 얼마나 인기 많은지.”아심은 나른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는 거죠.”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소희를 못 봤네요.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쁠 것 같아요!”도도희가 물었다.“소희랑 친한 사이인가?”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도도희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이 왔어.”시언의 눈빛이 깊어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재석은 그보다 훨씬 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양도 왔어?”도도희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아저씨도 아심을 아세요?”“당연히 알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인 줄 아니?”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시언을 한 번 쓱 보고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지금 어디 있나?”“아마 이미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거예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리 알았다면 데리고 여기로 왔을 텐데.”강재석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 어차피 곧 볼 테니까.”도경수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아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엄마가 강아심을 알다니... 그리고 강재석과 강시언은 아심에게 훨씬 더 호의적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강아심과 더 가깝다니...’자시느이 엄마가 아심과 이렇게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아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도도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저씨, 예식장에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날게요. 아심을 찾아보려고요.”도경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재석이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도도희에게 말했다.“결혼식 끝난 후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와 시간을 좀 더 보내.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대로 얘기 나눠야지.”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뵐게요.”“좋아!”강재석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수도 말했다.“내 전화번호 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렴.”도도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도경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재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도 드디어 도도희를 만났잖아. 그리고 직접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 아닌가?”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우리 부녀가 어쩌다 이렇게 서먹서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