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문득 고개를 돌려 은서를 바라보며 맑은 눈을 천천히 가늘게 떴다.은서는 여전히 부드럽게 웃으며 치파오의 치맛자락을 정리했다."만약 네가 그녀와 사이가 좋다면, 그녀에게 지금 고개를 돌리면 아마도 잃어버린 것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해줘요."말을 마치자 은서는 몸을 비틀며 발을 들고 갔다.소희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알고 보니 이런 일이 있었군!이현은 그녀와 사이가 가깝기 때문에 방금 얻은 광고를 잃은 것이다!은서는 이현을 빌어 그녀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고!그녀는 지지 않을 것이고, 이현도 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저녁 무렵 이현의 매니저는 지엠 홍보부 관계자로부터 수하의 연예인 이현을 지엠의 글로벌 모델로 요청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매니저는 멍하니 있다가 잠시 반응하지 못하고 물었다."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래요, 어느 브랜드라고요?"“지엠요.”매니저는 완전히 멍청해졌다.지엠은 전 세계 3위 안에 드는 사치품 브랜드라 홍보하는 연예인들은 모두 톱 스타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현처럼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을 찾을 수 있겠는가?정말 불가사의하다!전화를 끊자 매니저는 자신이 전화를 잘못 받은 것 같아 사람 찾아 알아보느라 바빴고 그 결과 지엠의 전 모델 계약이 이미 만기됐던 것이다.그러나 만기가 되더라도 이현의 차례는 아니잖아!의혹을 품은 매니저는 또 지엠의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찾는 연예인이 확실히 이현이라는것을 재삼 확인하였다.매니저는 이현이 주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후 지엠은 그녀의 미래의 잠재력이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다음날 아침, 소희가 촬영팀에 오자마자 이현이 달려와 격동된 얼굴로 말했다."소희, 소희야! 너 절대 모를 거야. 지엠이 어제 나를 브랜드 홍보인으로 찾았어! 뜻밖에도 나를 글로벌 대변인으로 말이야!"정남이 들어와서 물었다. "왜 그래?"이현은 직접 달려가 정남을 껴안았다."지엠이 나를 대변인으로 찾았어. 믿을 수 있겠니? 나 정말 미칠 것 같아!""내가
소희는 냉소했다, 구은서는 이렇게 빨리 또 손을 댔다니!이현이 잃어버린 그 광고도 아마 은서가 이런 방법으로 채갔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이번에 그녀가 무료로 대변한다더라도 지엠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하영이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 구은서 지금 보스를 건드리려는 거예요?"소희가 그녀에게 이현이라는 이름 없는 연예인에게 대변을 맡기라고 분부하자 은서의 매니저가 즉시 전화를 걸었으니, 이 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그녀는 대충 알아맞힐 수 있었다.소희가 말했다."언니가 생각한 것과 같아요."하영은 안색이 옅어졌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감히 그녀의 보스를 괴롭히다니, 그들이 모두 만만한 줄 아나봐?수요일 오전, 지엠은 공식 sns 계정에 통고를 보냈다. 통고의 대체적인 내용은 지엠 브랜드가 이현을 대변인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는 것인데 많은 지지를 바란다고 했다.오후, 한 플랫폼은 하영을 인터뷰한 영상을 발표했고, 영상에서 하영은 어느 유명 배우가 지엠의 대변인을 하고 싶지만 그녀가 줄곧 외국에 있어서 이미지가 더욱 서양화해서 지엠의 한국 문화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서 거절했다고 은밀하게 표시했다.기자는 하영에게 왜 이현을 뽑았냐고 물었다.하영은 여섯 글자만 말했다."젊고 예쁘니까!"이 영상은 발송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갔고, 하영의 말을 따라 네티즌들은 재빨리 그녀가 말한 유명 배우가 은서라는 것을 추측해냈다.그리고 하영이 이현을 선택한 이유는 젊고 예쁘기 때문에 그 뜻인 즉 구은서는 나이가 많고 예쁘지 않다는 것을 비추는 것일까?은서의 팬들은 자연히 달가워하지 않으며 지엠의 공식 계정에 가서 댓글을 달았다.그러나 은서의 팬이 아무리 많아도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지엠과 따지면서 크게 더쳤는데, 지엠의 펜덤이 더 많기 때문이다.지엠은 매년 많은 돈을 내서 공익을 했는데 국내에 어느 곳에 재해를 입으면 지엠도 가장 먼저 물품을 기부했고
은서가 오지 않아 대부분의 신을 찍을 수 없었고, 촬영팀은 기본적으로 휴식 상태였다.이현은 지엠 광고를 찍을 때 정남까지 불러서 그녀의 조수로 일하라고 했다. 그래서 정원에는 소희 혼자만 남았다.소희는 심심할 때 혼자 게임을 했다. 유민과 찬호는 복습하느라 바빴고 그녀는 혼자 게임하다 늘 다른 사람에게 잡혀 죽어서 욱했다.이날 구택이 왔을 때 소희는 방금 "폭사"되여 먼지가 되었다.구택은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누가 우리 자기 건드렸어요?"소희는 입을 삐죽거리며 암담하게 말했다."난 왜 이렇게 멍청할까요? 이렇게 오래 놀았는데도 여전히 이 정도라니?"구택은 그녀의 옆에 앉아서 그녀의 핸드폰을 가져왔다."자, 둘째 삼촌이 화풀이해줄게요!""놀 줄 알아요?" 소희는 의심했다."아니요, 하지만 난 이길 수 있어요!"구택은 자신있게 말했다.소희는 믿지 않았다.구택은 웃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그'란 게임, 너희 회사가 개발한 거지?그럼 기술 좀 찾아서 나에게 장비와 모든 스킬 좀 채워줘.응, 내가 지금 아이디 보내줄게."소희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래도 되는 거예요?"구택은 담담하게 웃었다."지름길이 있는데 왜 가는 거예요?"소희, "..."둘째 삼촌은 역시 강하고 못하는 것이 없었다!구택은 오후 내내 소희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전에 그녀를 괴롭혔던 사람들을 모두 죽인 다음 소희를 도와 제대로 화풀이 했다.......은서는 모든 사업을 잠시 중단하고 집에서 2~3일 동안 박혀 있다가 저녁에 명원에게 전화를 걸어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기로 약속했다.명원은 오늘 야근을 하다가 은서의 전화를 받고 부두쪽에서 시내로 달려갔다.두 사람은 저녁 10시까지 룸에서 술을 마셨다.명원도 인터넷에 일어난 일을 보고 그녀를 위로했다."인터넷에는 모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
명원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원망했다."소희만 없으면 우리 모두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완전히 가식쟁이예요. 택이 형 앞에 있으면 아무 욕심도 없는 척하고, 고개를 돌리면 날뛰다니!"은서는 눈빛이 슬펐다."내가 좀 당해도 별 거 아니지. 그녀가 구택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 돼! 하지만 나는 단지 그녀가 이렇게 거리낌이 나가다가 앞으로 구택에게 문제라도 일으킬까 봐 두려워서 그래!"명원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천박한 여자, 택이 형은 기필코 그녀에게 연루될 거예요!"은서는 즉시 말했다."명원아, 너 뭐하려고? 절대 소희 다치게 하지마!"명원의 준수한 얼굴은 무척 냉혹했다."그녀가 다시 이런 풍파를 일으키면, 설령 택이 형에게 미움을 사더라도, 난 반드시 그녀를 강성에서 내쫓을 거예요!""명원아, 소란 피우지 마!" 은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은서 누나,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녀를 대신해서 말을 하는 거예요?"명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나는 네가 구택에게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이야!"은서가 걱정했다."안심해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명원은 저녁 10시 넘을 때 은서를 집에 바래다주었다. 그는 마음이 답답하여 집에 돌아가지 않고 미연을 찾아갔다.미연은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명원은 미연의 집이 이미 자신의 집처럼 익숙해져서 주방에 가서 맥주 한 캔을 들고 와 소파에 앉아 게임을 했다.갑자기 미연이 탁자 위에 놓은 핸드폰이 밝아지더니 명원은 가져와 스크린을 쳐다보고 놀라움을 느꼈다.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와 게임하는 친구였다."미연아, 내가 마음속에 묻은 지 오래된 말이 있는데 줄곧 너에게 말하지 못했어. 나 너 좋아해. 3년 동안 좋아했어. 우리는 공통된 취미, 공통된 화제가 있으니 나는 우리가 함께 있으면 반드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해. 나도 네가 원하는 행복을 줄 수 있고."[미연아, 문자 보면 답장 줘.]명원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미연과 묵언이란 아이디를 가진
명원은 미연이 묵언의 고백 문자를 보고 외출했다는 것을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그녀는 동의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왜 묵언을 만나러 가는 거지?두 사람이 게임에서의 아이디는 묵언과 수행인 것을 보니 두 사람은 벌써 감정이 있는 것 같다.명원은 갑자기 화가 났다. 미연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나? 설마 남자도 좋아하는 것일까? 그럼 왜 묵언을 좋아하면서 그와 연인인 척하는 것일까?그를 방패로 삼는 것일까?명원은 휴대전화를 던지고 쿠션을 안고 소파에 누워 헛된 생각을 참지 못했는데,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생각할수록 억울해졌다!어쨌든, 그는 지금 그녀의 남자친구인데, 그녀가 나가서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데 뜻밖에도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니!그리고 한밤중에 나가면 호텔에서 데이트하는 거 아니야?그러다가 두 사람!명원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왠지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는 불안해하며 아예 주방에 가서 술 몇 캔을 들고 나와 텔레비전을 켜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술을 마시며 때때로 핸드폰을 한 번 보았다.11시, 11시 15분, 11시 30분...곧 12시가 될 때, 명원은 참지 못하고 미연에게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갑자기 문소리가 들리더니 즉시 고개를 돌려 보았다.미연은 외투를 벗고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은 다음 고개를 들어 명원을 쳐다보았는데 말투는 평소와 같았다."왜 아직도 자지 않는 거야?"‘너 기다리고 있었으니까!’명원은 하마터면 이 말을 밖으로 내뱉을 뻔했고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잠이 안 와서!"미연은 다가와 소파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명원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지금 묵언이랑 데이트하러 갔니?"미연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냉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내 핸드폰 봤어?"명원은 갑자기 입을 삐죽거리며 억울해했다."한밤중에 남자와 밀회하면서 나를 집에 버리다니."미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장명원, 너 취했어?"명원은 갑자기 달려들어 미연을 소파에 누르고 두 손으로 그녀의 팔
명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억울하게 말했다."네가 만약 그와 데이트 한다면 나의 여자친구가 될 수 없잖아. 우리 엄마는 또 나에게 맞선을 보러 가라고 강요할 거고."미연은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좀 웃고 싶었다."웃지 마!" 명원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숙이고 계속 키스했다.그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했고, 그녀의 입술 속의 달콤함을 좋아하며, 게임보다 더 그를 중독하게 했다. 그는 술기운을 틈타 자신의 느낌을 따라 끝없이 그녀에게 키스했다.미연은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았고, 남자의 호흡이 무거워지고 몸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아차릴 때 눈빛이 번쩍 뜨이더니 살짝 옆으로 그를 피하고 나지막이 말했다."장명원, 그만해!"명원은 어렴풋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싫어!""너 술을 많이 마셨으니 더 이상 이러지 말고 방으로 돌아가서 자!" 미연의 목소리는 냉담하고 평온했다."싫다고!" 명원은 애교를 부렸다.미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앞으로 다신 나한테 오지 마!""미연아!" 명원은 그녀의 목 사이에 머리를 묻고 목소리가 더욱 억울해졌다."그럼 말 들어, 일어나서 자."명원은 또 몇 초 동안 머물다가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나 말 들을 테니까 나 오지 못하게 하지마.""응, 먼저 일어나." 미연은 그를 밀었다.명원은 일어나서 두 눈으로 미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자러 가!"미연이 말했다."오!" 명원은 이번에 말을 들으며 일어나 순순히 작은방으로 갔다.문 앞에 다가갔을 때 그는 뒤돌아보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묵언하고 데이트 안 하면 안 돼?"미연은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명원은 그녀를 잠시 유유히 보고 나서야 정말 문을 열고 들어갔다.미연은 굳게 닫힌 방문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려 텔레비전을 끄고 거실을 깨끗이 정리하고 스스로 소파에 앉아 게임을 했다.놀고 나니 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짜증이 나서 아예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잠자
"계란 타겠다!"미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의를 주었다."오!" 명원은 정신을 차리고 즉시 몸을 돌려 주방으로 달려갔다.......인터넷시대는 정보교체가 아주 발라서 홍보인 풍파의 열기가 점차 지나갔으며 은서도 촬영팀으로 돌아가 계속 촬영을 진행했다.이현도 광고를 거의 다 찍어서 촬영팀으로 돌아갔다.돌아온 첫날 오후, 이현은 대범하게 소희와 정남에게 디저트를 쏘았고, 비용이 내려오면 다시 소희와 정남에게 제대로 대접하겠다고 말했다.정남은 웃으며 물었다."뭐 살 건데?""냉면에 소고기 얹어줄게!"이현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정남, "..."이 구두쇠가 이럴줄 알았어!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지엠 대변 이후 이현의 인기는 적지 않게 올랐는데 이미 작은 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 오전에도 여길 방문한 군중들이 그녀의 사인을 받으려고 했다.그러나 이현은 여전히 이전 그대로였고 그와 소희와 멀어지지 않아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세 사람은 디저트를 먹고 잠시 웃고 떠들다 각자 일하러 갔다.소희가 배우의 옷을 고르는 것을 도울 때 은서가 와서 자신의 조수를 내보내고 의자에 앉아 담소하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씨, 이현은 소희 씨한테 감사 인사 안 했어요?"소희는 자신의 일에 바빠서 안색이 옅었다."친구 사이에 이런 겉치레가 필요 없죠!"은서는 입술을 구부리며 옅게 웃었다."지금 분명 매우 의기양양하겠죠? 또 한 번 나를 이겼으니까! 그러나 자신의 남자친구의 권세를 이용하여 자신의 친구를 돕는다면, 이긴다고 해도 자랑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소희는 눈썹을 찌푸렸다. 은서는 구택이 자신을 도와 지엠을 찾았다고 생각했다.은서는 웃으며 계속 말했다."소희 씨, 나를 이긴 것은 네가 아니라 구택이에요! 그리고 나도 네가 부럽지 않고요. 한 여자가 남자에게만 매달린다면 조만간 자아를 잃게 될 거예요. 그럼 생존 능력이 없고 남들이 신경조차 쓰지 않는 풀로 변할 거예요!"소희는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웃었다."
"네?" 이현은 멍하니 은서를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구택의 카톡을 원할까?그녀가 원해도 될까?임 대표는 소희의 남자친구이고, 그녀와 소희는 또 그렇게 좋은 친구이다.그러나 그녀는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래요, 고마워요!"은서는 곧 구택의 카톡을 이현에게 보냈다.어떤 사람이 와서 은서를 청하자 은서는 일어났고, 떠날 때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너와 소희는 좀 닮은 거 같은데. 어쩐지 너희들 사이가 그렇게 좋더라니.""그래요?" 이현은 경악하며 고개를 들었다."그래, 자매 같아."은서는 웃으며 돌아섰다.이현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가 소희와 닮았다고?은서가 떠나자 이현은 스스로 의자에 앉아 스크린에 있는 남자의 번호를 보면서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남자의 프로필 사진은 한 소녀가 창문 앞에 서 있는 뒷모습이었는데, 사진은 특수효과에 의해 만화처럼 만들어져 보기에는 애니메이션 화면인 것 같지만 이현은 그 소녀가 바로 소희라고 생각했다.임구택을 추가할까 말까?이현은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다른 번호로 구택의 친구를 추가했다.그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구택과 소희 사이의 감정에 끼어들려하지 않았다. 단지 부자들의 생활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이현은 이렇게 생각하고 마음이 좀 가벼워 친구 요청을 보냈다.일을 마치기 전에 정남은 밀크티 몇 잔을 사서 카톡으로 이현에게 밀크티 마시러 오라고 했다.이현은 오늘 촬영이 끝나서, 세 사람은 작은 정원에 앉아서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정남은 이현이 자꾸 핸드폰 보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보더니 웃었다."자꾸 핸드폰을 안고 무엇을 볼까? 연애했니?"이현은 깜짝 놀라 즉시 핸드폰을 끄고 돌려놓더니 멋쩍게 말했다."연애는 무슨? 연애하는 데 돈을 써야 하잖아. 돈 쓰는 일만 있으면 나를 속일 생각하지 마!"소희는 고개를 들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의 이런 성격은 도대체 어떻게 길러졌을까.정남은 비웃었다. "너 연애 해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