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원래 같은 날 태어났기 때문에 잘못 안겼다.또 누군가가 들어와 소희를 앞으로 몇 걸음 더 밀쳤다. 소희도 급하게 가지 않고 구석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소연의 생일은 아주 성대하게 진행되였는데 소연대학의 동창들도 초청하였을뿐만아니라 소정인의 고객과 진원과 평소에 왕래하던 그 부인들도 초청하였다.진원은 소연을 데리고 각 부인앞에서 소개했는데 마치 고의로 소연의 얼굴을 드러내려는 것 같았다.소희의 추측은 맞았다. 진원은 소연의 생일의 기회를 빌어 연회를 크게 열었다. 첫째는 소연의 생일을 축하하고 둘째는 여러 하객부인앞에서 소연을 소개하여 자기집에 이렇게 예쁘고 재능이 있는 딸이 있다는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소연이 만약 사업에서 발전하지 않았다면 좋은 남편을 골라 호족부인이 될 수도 있었다.소연의 재능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하여 진원은 특별히 여정부부도 초청하여 앞에 있는 귀빈석에 안치하였다.연회가 이미 시작되자 소정인은 소연의 손을 잡고 한걸음한걸음 성에 올라 성의 흰색난간앞에 서서 웃음을 머금고 손님들에게 축사를 했다."우선 바쁜 와중에 소녀의 생일잔치에 참석해 동동의 23번째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버지로서 그녀가 앞으로의 인생 전도가 비단처럼 평안하고 즐겁기를 바랍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박수를 치자 소연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나의 생일, 가장 감사한 것은 바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입니다. 그들에게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세심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근심 걱정 없이 자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감사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진원은 매우 감동하여 소연을 껴안았다."너는 내 유일한 딸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고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도 나는 기꺼이 원한다!"그녀는 미리 준비한 선물을 꺼냈는데, 거대한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였다. 그는 직접 소연의 목에 끼워 주었다.목걸이를 끼니 소연은 더욱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모든 손님들은 소씨네
소희와 소연은 생일이 똑같았지만 진원은 소희를 무시했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고 편심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소희를 본 첫 반응은 욓려 화가 났다.소연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언니가 어떻게 왔죠? 생일파티에 사람이 많은 틈을 타서 그녀의 신분을 발표하려는 것은 아니겠죠?그녀는 살짝 울먹이며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엄마, 오늘은 발표하지 말아줄래요? 오늘이 지나면 언니가 소씨네 집안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소씨네 딸의 신분을 양보할 수 있어요. 제발 내가 이 생일만은 엄마 곁에서 보낼 수 있게 해주세요."진원은 급히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아니야, 그녀가 원하더라도 나는 승낙하지 않을 거야. 안심해!"그녀는 소연을 위로하고, 또 손님과 몇 마디 말한 다음, 빠른 걸음으로 소희를 향해 걸어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너, 따라와!"소희는 일어나서 진원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연회장 문을 나서자 진원은 얼굴색이 가라앉고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 누가 오라고 했어?"소희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유민이 그녀에게 어디로 갔냐고, 왜 아직 도착하지 않았냐는 문자였다.[일이 좀 있어서, 바로 갈게.]소희는 문자에 답장한 다음 고개를 들어 진원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뭐가 무서운 거죠?"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너 지금 나한테 말하는 태도가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예의가 없냐고, 내가 네 엄마란 거 몰라?"소희는 비웃었다. "당신이 내 엄마라는 거 기억하고 있었군요!"진원은 표정이 어설펐다."너는 아직 정식으로 돌아오지 않았잖아. 그래서 오늘 이 생일파티에 널 부르지 않은 거야. 그러니 이 기회를 틈타 소란을 피울 생각하지 마. 만약 연이의 생일을 망쳤다면, 나중에 다시 날 엄마라고 부르지 마!"정인은 소희가 왔다는 소연의 말을 듣고 연회장에서 나왔고, 이때 소희를 본 얼굴에는 부끄러운 기색이 번쩍였다."소희야, 내일 우리가 집에서 생일파티 하나 더 차릴게."소희는 안색
소연은 시연의 말에 난감했지만 눈을 부릅뜨고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시연은 또 진원을 바라보았다."소희 언니는 큰엄마 같은 엄마 없으니까 큰엄마도 그냥 그 가식적인 소연의 엄마해요. 내가 보기에 당신들이야말로 친모녀 같으니까. 어쩜 그렇게 가식적일까요!"진원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소시연, 나는 네 윗사람인데, 네가 감히 나를 욕하다니, 누가 너를 이렇게 버릇없이 가르쳤니?"시연은 냉소했다."내가 아무리 나빠도 시비를 분명히 가릴 수 있고, 호불호를 분명히 가릴 수 있죠. 오히려 큰엄마는 나이만 헛 드셔서 하루 종일 위선적이고 독한 천인을 보배로 여겼으니!""너," 진원은 화가 나서 거의 기절할 뻔했다.소연은 진원을 부축하며 눈물을 머금고 소희를 바라보았다."언니, 무슨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엄마는 그래도 23년 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언니를 낳았는데, 왜 이런 날에 사람을 찾아 엄마를 화나게 하는 거야!"시연은 소연의 반박에 화가 나서 다가가서 바로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넌 이런 말을 할 낯짝이나 있는 거야? 너도 남이야말로 친 딸이란 것을 알면서 왜 소희 언니의 자리를 차지하는 건데? 당장 너의 그 가난한 시골로 꺼져!"소연은 미처 막지 못하고 따귀를 맞아 멍하더니 얼굴을 가리고 억울하게 울었다."연아!"진원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화가 나서 즉시 달려들어 시연을 때리려 했다."이 버릇 없는 나쁜 년, 네 부모님이 가르치지 않은 이상 내가 그들을 대신해서 가르치마!"소희는 시연을 뒤로 잡아당기더니 손을 들어 진원의 팔을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더 이상 소란을 피우면 당신이 청한 손님들도 모두 나와서 구경할 거예요!"진원은 멈칫하더니 소희를 증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를 갈며 말했다."23년 전에 나는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어!"소희는 동공이 움츠러들더니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럼 나를 낳은 적이 없는 걸로 해요!"그녀는 진원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려 시연의 손목을 잡았다.
시연은 할 말이 없었다.하긴, 만약 그녀의 둘째 큰아버지, 둘째 큰어머니가 소연이 가짜라는 것을 모른다면, 그들은 그들에게 사실을 말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소연을 편애했으니 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시연은 속으로 매우 억울했다."나는 둘째 큰엄마가 왜 다른 사람의 딸을 아끼고 자신의 친자식을 아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아마도 우리가 엄마로 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시연에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니?""어?" 시연은 멍해지더니 곧 반응했다. 그녀는 소희를 찾으러 나온 것이었다!시연은 헤헤 웃으며 소희의 손을 잡았다."나 따라와요!"시연은 소희를 데리고 다른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소희는 문에 들어서기 전에 룸 안의 이름을 힐끗 보고 바로 멍해졌다. 아직 자세히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갑자기 꽃과 리본이 하늘에서 떨어졌다."생일 축하해요!""생일 축하해!"방 안에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러 귀청이 터질 지경이다.꽃잎이 우수수 떨어지자 유민은 끊임없이 폭죽을 터뜨리며 리본을 소희의 머리를 향해 뿌렸고 옆에 있던 유림이는 신선한 꽃잎을 뿌리고 있었다. 남매 두 사람은 가장 즐겁게 놀고 있었다.소희가 얼굴의 리본을 털자 온 방안에 사람들이 그녀에게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소시연 남매, 유림이 남매, 그리고 서인과 이문 등도 모두 왔다.이 연회장은 소연이 있는 연회장보다 좀 작지만 그래도 정교하게 꾸며져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웃으며 소란을 피우며 그녀의 생일을 축하했다.소희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입꼬리를 잡고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은 어떻게 알았니?"오늘이 그녀의 생일인지.그녀가 만약 소연이 생일을 보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자신도 잊었을 것이다.유민은 츤데레하게 말했다."당연히 내가 먼저 알았지. 그리고 찬호와 상의해서 같이 생일 쇠어주려고 했어!"찬호는 즉시 말했다."내가 우리 누나한테 말했고요!"
서인도 그녀에게 선물을 건네주었다."나는 여자 아이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어서, 이건 유림이가 골라준 거야. 샤브샤브 가게의 모든 형제들의 마음이고. 또한 백양 그들의 마음이기도 해. 생일 축하한다!""백양은 누구예요?" 유림이 궁금해서 물었다.서인은 그녀를 흘겨보며 비웃었다."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묻지 마!"유림은 입을 삐죽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소희는 선물을 받고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방금 진원의 냉담한과 그녀를 바라본 혐오감은 다소 그녀의 마음을 서운하게 했지만 지금은 이미 개의치 않았다. 설사 그녀가 진정한 부모님에게 미움을 받으면 뭐가 어때서,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곁에 있는데!그녀는 매우 만족했다!유민은 칼을 들고 그녀에게 케이크를 자르라고 했다. 소희가 막 자르려고 하자 유민은 갑자기 크림을 파서 그녀의 얼굴에 발랐다.소희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비키며 유민의 손을 피했고, 담담하게 웃었다."케이크 한 조각 먹고 소란 피우면 안 될까, 낭비하지 마!"유림은 하하 웃었다."다른 사람의 생일 케이크는 모두 장식이지만, 소희의 생일에는 케이크는 틀림없이 음식이야!"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단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유민은 눈알을 돌리다가 갑자기 입구를 바라보았다."둘째 삼촌, 여기에 어쩐 일로 왔어요?"소희가 고개를 돌리자 유민은 이 기회를 타서 그녀의 얼굴에 크림을 묻히며 헤헤 웃었다."낭비하면 안 된다면서, 샘이 말한 거야!”다행히 소희는 반응이 빨라 비록 한순간 한눈을 팔았지만 대부분을 피했고 얼굴에는 조금 묻혔다. 다른 사람들도 이 기회를 틈타 다가와서 갑자기 소란을 피웠다.이문 등조차도 전투에 가담했다.소희는 천난만난 속에서 아래 층의 케이크를 지켰고, 한쪽으로 숨어 스스로 절반을 남기고 남은 절반은 구경하는 서인에게 주었다.서인은 이런 "바보"같은 게임에 섞이지 않고 유유히 의자에 앉아 케이크를 먹고 구경했다.소희도 케이크 먹는 데 열중했다.서인은 웃으며 말
"이게 무슨 일이래?""호텔이 이름을 잘못 안 거 아닌가요?"많은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의논했는데, 모두 이상하게 소가네 가족을 바라보았다.진원과 정인의 안색은 이미 변하여 서로를 보았고 모두 의외라 느꼈다.진원은 눈에 원한이 가득한 채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틀림없이 소희가 꾸민 짓이에요. 고의로 연이 기 죽이려고!"정인은 다소 의혹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것 좀 봐, 천위 호텔 전체가 소희를 위해 조명을 설치했는데, 이것은 소희가 할 수 있는 것 같지 않잖아!"진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요?"다른 사람들은 창밖의 아름다운 등불에 매료되어 누가 이렇게 큰돈을 들였는지 분분히 의논하고 추측했다. 한순간 소연이 정성껏 준비한 생일파티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소연은 얼굴에 화가 나서 진원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팔을 잡고 억울하게 말했다."엄마!"그녀의 말이 막 떨어지자 천위 호텔의 정원에서 갑자기 불꽃이 사방에서 피어났고, 한순간 호텔은 온통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불꽃놀이는 하늘을 향해 폭발하여 점차 축복의 글자로 되었다."소희야 생일 축하해!"모두들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바라보았는데, 이 소희가 누군지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다른 한쪽의 연회장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창문 앞에 엎드려 불꽃놀이를 보았는데 무수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고 뒤이어 점점이 폭포처럼 쏟아졌다.유림은 유민을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 말했다."유민아, 너 언제 이런 거 준비했어, 대단한걸!"유민의 작은 얼굴은 불꽃놀이에 알록달록하게 비추었다. 그는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고 소희에게 다가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숙모, 이것은 내가 안배한 것이 아닌데. 누구일까?"소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유민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에는 교활함이 드러났다.임구택?그가 안배한 건가?소희는 고개를 살짝 들어 창밖에 끊임없이 만발하는 불꽃놀이를 바라보았고 마음은 따스한 호수가 흐른 듯 또 불꽃놀이가 터
구택은 입술을 구부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호텔을 나서고서야 소희는 길가의 백화점의 거대한 광고 스크린과 등불이 전부 "소희야 생일 축하해"라는 축복어로 변한 것을 발견했고, 많은 사람들이 멈추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소희는 경악하여 고개를 돌렸다."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구택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아름다운 미간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내 여자친구 생일인데, 이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그리고 그는 이것도 이미 너무 소박하다고 느꼈다. 만약 그녀가 원한다면, 그는 더욱 크게 해줄 수 있다!소희는 눈썹을 들었다. 둘째 삼촌이 기뻐하면 됐어!그러나 곧 그녀의 전화가 터졌다. 연희, 시원, 백림, 황정아 등은 잇달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 후 정남, 이현, 양 조감독 등도 전화를 걸어 축복을 보냈다. 심지어 성하나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광고판의 이름이 그녀인지 물었다.전화를 끊었는데도 핸드폰에서 끊임없이 소리가 났다. 시원 백림 등은 그녀에게 입금해줬고, 임시로 선물을 살 겨를이 없었기에 모두 그녀에게 돈으로 보충했다.시원은 그녀에게 3000만 원을 입금해줬고, 백림은 2000천 만 원, 다른 사람들도 엄청 많이 입금해줬다.소희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처음으로 생일을 맞았는데 이렇게 떠들썩할 줄이야.구택은 고개를 돌려 한 번 보고는 담담하게 웃었다."모두 받아요. 그들의 마음이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요."소희는 돈을 받고 일일이 고맙다는 답장을 보냈다.구택은 그녀가 줄곧 핸드폰을 보며 자신과 이야기할 겨를이 없는 것을 보고 아예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꺼버렸다."?" 소희는 불만을 품고 남자를 쳐다보았다.구택은 눈빛이 그윽해지더니 얇은 입술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지금부터 자기의 모든 시간은 내 거예요. 더 이상 누구에게도 나누어 주어서는 안 된다고요!"소희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의자에 기대어 창밖에서 끊임없이 반짝이는 축복을 바라보며 눈빛은 부드럽고
그러나 일은 그녀의 예상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진원도 놀라서 고개를 돌려 정인에게 물었다."이건 누가 그랬죠?"천위 호텔에서 생일을 쇠는 것은 소희 자신이 돈을 써서 한 것이라고 해도 그럴 듯 했지만 온 도시의 광고판, 등불에 모두 그녀에 대한 축복을 쓰다니, 이것은 돈만 써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정인은 누군가를 생각했지만 감히 말하지 못하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어떻게 알아?"소연은 눈밑의 어두운 빛이 반짝이며 낮게 입을 열었다."엄마, 언니 설마 부자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니겠죠?"그녀는 은밀하게 말했지만 그 뜻은 매우 분명했다. 바로 소희가 재벌 집 부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닌가는 말이었다정인은 소연을 한 번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어느 부자가 이렇게 거드름을 피우며 애인의 생일을 보낼까?진원은 원망했다."소희는 요 몇 년 동안 도대체 밖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을 알게 됐는데요? 당신은 줄곧 그녀와 연락했잖아요, 어떻게 그것도 잘 몰라요?"정인은 짜증이 났다."설마 소희는 나 혼자만 책임져야 하는 거야. 당신은 엄마라는 사람이 상관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내가 잘 알기를 바라는 거야?"진원은 안색이 차갑게 변했다."당신 그 말은 무슨 뜻이에요? 당신이 그녀하고 연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은 거라고요. 게다가 연이만 신경 쓰는 것도 나는 엄청 힘든데, 당신은 왜 나를 대신해서 좀 분담해주지 않는 거예요?"정인은 냉소했다."됐어. 당신 마음속에 언제 소희가 있었다고. 오늘 이렇게 된 것도 당신 마음에 들거 아니야. 앞으로 소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진원도 매우 화가 났다."나는 그녀가 돌아오든 안 돌아오든 상관 없어요. 소씨 집안의 허울을 쓰고 밖에서 날 창피하게 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둬요!"소연은 눈앞의 두 사람이 끊임없이 말다툼하는 것을 듣고 마음속으로 잠시 짜증이 극에 달해 애써 눈의 혐오감을 숨겼다.오늘은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
“여진구 제대로야. 임씨 집안 딸이랑 결혼하면 우리 집안의 공신 되는 거지. 할아버지도 계속 웃고만 계시잖아. 아이, 우린 왜 그런 복이 없을까.”“네가 저 아가씨랑 결혼했으면, 진구 대신 네가 후계자 됐겠지.”누군가 농담을 건네자. 여인후는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 말했다.“너희는 저 여자가 뭐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내 눈엔 그냥 싸구려야. 한쪽으론 우리 집안 며느리 노릇하려 들고, 한쪽으론 구씨그룹 사장한테 붙어먹고 있다니까?”순간 주변이 조용해졌고, 다른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그거 어떻게 알아?”“내가 봤다니까, 거짓말일 것 같아? 할아버지 생신 잔치 때, 임유진이 구은정이랑 서로 잡고 끌고 하는 장면 내가 직접 목격했어.”인후는 비웃듯 말했다.“진구는 그걸 모르고 좋아 죽고 있겠지. 이미 유진한테 다른 남자가 생긴 줄도 모르고.”이에 사람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저 아가씨는 겉으론 참 청순해 보였는데, 의외네.”인후는 유진이 자신을 무시했던 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고, 진구에 대한 질투도 더해져 그의 말은 점점 도를 넘었다.“겉으로 고상하고 순해 보이는 애들이, 뒤로는 더 음란한 거 몰라? 저런 여자가 제일 문란하게 노는 법이지.”“쾅!”갑작스레 문이 거칠게 열렸고, 인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강한 주먹이 얼굴을 가격했다.그 한 방에 코뼈가 부러지고, 머릿속은 울려댔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아찔했다.문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살기 서린 기운을 뿜어내며, 냉혹한 기세로 여인후를 주먹질하고 발길질했다.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여씨 집안 사촌 형제들도 함께 맞았다. 차례차례 쓰러져 바닥을 뒹굴었다.유진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옆방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과 고통스러운 신음을 듣고 깜짝 놀라 즉시 방향을 틀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멍하니 굳어버렸다.바닥엔 네댓 명이 쓰러져 있었고, 은정은 여인후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날 밤, 여씨 집안의 한 어르신이 귀국해, 강성의 모 유명 5성급 호텔에서 가족 만찬이 열렸다.임유진은 여진구와 함께 도착했다. 메인 테이블은 여씨 직계 가족들로만 채워져 있었고, 무려 30명 가까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원탁이었다.진구의 할아버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발의 노인은 그의 큰할아버지였다. 회장님의 친형으로, Y국에서 거주하다 이번에 가족을 데리고 일시 귀국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가족 모임은 여씨 집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다.유진은 처음에는 단순히 가족들끼리 조용히 저녁식사를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초대한 것도 분위기만 맞춰주면 될 줄 알았다.하지만 파티장에 들어서자, 진구는 유진을 이끌고 바로 메인 테이블로 향해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렸다.한혜란 여사와 여순호도 유진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고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다.여순호는 직접 자신의 큰형에게 유진을 소개하며 자애로운 웃음을 지었다.“우리 진구가 신뢰하는 아가씨야.”그러고는 자기 옆자리에 의자를 추가해 유진이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에 앉게 했다.물론 유진은 임씨 집안의 딸이라는 명확한 신분이 있긴 하지만, 이토록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을 보며, 진구와 유진의 관계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 머릿속에서 확정된 분위기가 되었다.순식간에 파티장 안은 칭찬과 축하, 아첨의 말들로 가득 찼고, 진구와 동년배의 친척 중 몇몇은 눈에 띄게 부러움과 질투를 숨기지 못하며 억지로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유진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자리는 단순한 가족 식사가 아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핸드백을 챙겨 나갈 구실을 찾고 파티장을 빠져나왔다.호텔 복도 쪽으로 나와서야 숨을 돌린 유진은 진구에게 따졌다.“선배 왜 말 안 했어요? 오늘 선배 큰할아버지 귀국한 날이고, 집안 전체가 다 모이는 행사였다는 걸요. 처음부터 알았으면 나 안 왔을 거예요.”“할아버지가 꼭 널 데려오라고 했어. 부탁이라기보단 명령이었지.”진구는 웃으며 말했으나, 유진은 고개
정현준은 업무 능력은 있었지만, 결국 남녀 문제로 스스로 무너졌다. 임유진과 관련된 일이 정리되자 여진구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가족 모임 있어. 같이 가자.”그러자 유진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가족 모임에 내가 왜 가요?”이에 진구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가 널 보고 싶대. 지난번 생신 때는 제대로 인사도 못 했다면서, 꼭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그리고 나도 할 말이 있어.”사실 진구는 오늘 저녁, 유진에게 고백할 계획이었다. 유진은 진구의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한다는 말에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몇 시에 가면 돼요?”“저녁 7시쯤. 내가 호텔로 데려다줄게.”“그래요.”진구는 미리 소혜와 시양의 해고를 결정해 두었기에, 두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인력을 미리 배치해 두었고,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유진이 사무실로 돌아오자,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하나둘 들어와 그녀에게 사과를 전했다.“팀장님, 저희가 소혜 씨한테 휘둘려서 그랬어요. 정말 죄송해요.”“앞으론 함부로 휩쓸리지 않을게요. 이번 일로 크게 깨달았어요.”“눈으로 본 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그깟 사진 몇 장으로 괜한 오해 했네요.”...유진은 담담하게 모두의 사과를 받아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미 지난 일이고, 전 이 일로 누구 미워하지 않아요. 앞으로 일에만 집중하죠.”유진의 대인배적인 반응에 부서 내에서의 평판은 확 올라갔다. 유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뢰와 존재감을 동시에 확보했다.더 이상 누구도 진구 라인이라는 말로 그녀의 실력을 깎아내리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현준이 사직과 업무 인수인계를 하러 다시 회사에 오게 된다면, 자신이 예전에 소혜에게 했던 말을 떠올릴지도 모른다.타협이 안 되면, 뿌리째 잘라낸다는 그 말, 소혜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그리고 현준도 이와 얽히고설켜 끝내 유진이 베어내야 할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업무를 마치기 전, 진구는 방연하에게 메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