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는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칼리가 다른 한 비서인 김슬아와 수다 떠는 것을 들었다."정말 대표님이 데려오신 거라고?""그래!" 칼리는 흥분해서 말했다."너무 예쁘게 생겼어! 여자가 봐도 설레는 정도라니까! 대표님께서는 또 나더러 버블티 한 잔을 보내라고 하셨는데, 너무 달게 만들지 말라까지 했다니까. 넌 우리 대표님의 이렇게 친절한 모습을 본 적 있니?""와, 어느 집안의 아가씨일까? 나는 줄곧 우리 대표님이 구은서 배우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칼리는 흥분해하며 말했다."구 배우님보더 더 예뻐! 게다가 엄청 젊고!""에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 슬아는 좀 믿지 않았다. 필경 은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정하는 미녀였다."그녀가 나오면 알 거야!"설아는 눈빛에 어두운 기색이 스치더니 다가가서 물었다."너희들 누구 말하는 거야?"슬아는 인차 말했다."칼리가 대표님께서 한 여자를 데리고 왔다는 거야. 지금 사무실에 있다잖아!"설아가 물었다."대표님께서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하셨어?"칼리가 대답했다."아니.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그저 잘 챙겨달라고만 하셨어."설아는 정색했다."대표님께서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왜 소문을 함부로 퍼뜨리는 거야. 빨리 일하고 일찍 퇴근해야지.""오!" 칼리는 슬아와 눈을 마주치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설아는 생각을 하다 자료 한 부를 들고 사무실로 걸어갔다.문을 밀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한 소녀가 탁자 뒤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종이 위에 무엇을 그리고 있었다.그녀는 사무실 문을 닫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기요."그녀는 말을 미처 끝내지 못했고, 소녀가 고개를 들자 목소리가 갑자기 가라앉았다."소희? 네가 왜 여기에 있어?"소희도 설아를 만날 줄은 몰랐는데, 그제야 설아가 구택의 개인 비서라는 것을 깨달았다."대표님이랑 같이 왔어?"설아가 경악하며 물었다.소희는 침착하고 여유롭게 말했다."네,
그녀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회의가 곧 끝날 거야. 이따가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우리가 아는 사이라고 말하지 마!"그녀는 소희가 자신에게 빌붙어, 자신을 이용하여 구택과 친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머리도 들지 않았다."안심해요, 나도 임 대표님이 알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설아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는데, 분명 소희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말을 얼버무렸다."응, 그래야지, 자꾸 남에게 의지할 생각하지 말고!"두 사람이 말을 하는 사이 마호가니로 만든 문이 열리더니 구택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그는 비싸고 고급스러우며 몸에 딱 맞는 수제 양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 서류 몇 부를 들고 있었는데, 준수한 얼굴은 엄숙했고, 온몸에 카리스마가 묻어났다.소희는 고개를 들어 보았는데, 구택이 일하는 모습을 처음 본 그녀는 다소 다른 느낌이 들었다.설아는 이미 일어나 소희를 등지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구택은 손을 들어 넥타이를 풀었고 소희를 힐끗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바닥에 앉아 있는 거예요?"소희는 그에게 눈짓을 하더니 일어서서 정중하게 말했다."대표님, 제가 이미 디자인 원고를 몇 장 그렸는데, 한 번 확인해보시죠."구택은 눈빛이 깊어지더니 곧 반응했다."가져와봐요."소희는 걸어가서 원고를 그의 앞에 놓았다."아주 좋내요!" 구택은 진지하게 훑어본 듯 고개를 들어 가볍게 웃었다."시간도 늦었으니 내가 밥 살게요. 먹으면서 이야기하죠."설아는 믿을 수 없단 눈빛으로 구택을 바라보았다.소희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별로 내키지 않았다."지금요? 제가 저녁에 일찍 집에 돌아가야 해서요. 밖에 너무 오래 머물 수 없거든요.""괜찮아요, 밥 먹고 내가 데려다 줄게요." 구택은 인내심 있게 말했다."감사합니다!""천만에요!"구택은 말을 마치고 일어서서 말했다."그럼 지금 가요!""물건 좀 치울게요!"소희는 소파로 돌아와 자신의 물건을 모두 가방에 넣었고, 설아를 지나
구택은 그녀가 집중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입술을 깨문 다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밥 먹고 싶지 않네요. 지금 바로 집에 가고 싶어요."그는 정오부터 지금까지 줄곧 참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녀가 그의 사무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회의를 할 때 그는 몇 번이나 정신을 딴 데 팔며 집중하지 못했다.그녀가 그에게 가져다주는 영향은 이미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그들은 함께 한 지 이미 반년이 넘었고, 요 몇 달은 더욱 같이 붙어다녔다. 그녀가 생리오는 그 며칠을 제외하고, 그들은 매일 밤 즐겼지만 그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소희는 남자의 숨결이 거칠어진 것을 느꼈고, 엘리베이터가 곧 1층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조급하게 그를 밀어냈다."임구택 씨!"구택은 한 손으로 벽을 받치고 몸을 살짝 일으키며 손을 들어 소녀의 입가를 어루만졌고 눈빛은 욕망을 드러냈다."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소희는 즉시 머리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다행히 오늘은 토요일이어서 임시로 일하러 온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근하지 않아 엘리베이터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한 번 노려보고서야 걸음을 들어 밖으로 나갔다.구택은 낮게 웃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자 소희는 구택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말했다."나 배고파요. 임 대표님께서는 저녁을 뭘로 사주실 거죠?”구택은 눈에 빛을 띠고 낮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누님의 가게로 갈까요?""응!" 소희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남월정에 안 간지 오래돼서 주인아줌마가 만든 버블티가 그리웠다.구택은 한 손으로 차를 몰고, 다른 한 손은 그녀와 깍지를 꼈다."자기가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릴게요!""뭐가여?" 소희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자기가 졸업하기 전에 우리 공개하자고요." 구택은 앞을 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가 줄곧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았으니 그도 그녀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소희는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그녀가 차를 몰고 돌아갔는데, 남성 소가네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오 씨 아주머니는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인차 배웅 나왔다."큰 아가씨, 어르신과 노부인께서 특별히 아가씨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얼른 들어가세요."설아는 베이지 색 외투를 입고 머리에 웨이브 한 채 카리스마 있게 정원으로 걸어갔다.별장 거실에는 등불이 환했고, 세 집안 사람들이 모두 있었는데, 설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해덕과 노부인이 먼저 일어났고, 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그녀를 맞이하녀 인사를 했다. 마치 소씨네 집안의 대공신이라도 돌아온 것 같았다.노부인은 설아의 손을 잡고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주말인데도 출근하느라 피곤하지?"말을 마치고 바로 오 씨 아주머니에게 분부했다."가서 보신탕 한 그릇 담아 오너라."연경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설아는 임 대표의 개인 비서고, 그녀의 손 밑에는 또 두 세명의 조수가 있어서 그렇게 안 힘들어요!”소해덕은 의자에 기대어 두 손을 팔걸이에 걸치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설아는 담담하게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내가 내 손녀 좀 걱정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 노부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설아를 아꼈다.연경은 곁눈질로 다른 두 집안의 안색을 주시하며 담담하게 웃었다."어머님께서 설아를 너무 응석받이로 키우셔서, 앞으로 설아가 시댁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요."노부인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리 설아는 틀림없이 임가네와 같은 호족에게 시집갈 거야. 매일 7~8명의 하인이 시중들면 나보다 더 잘 챙겨주겠지!"순희는 입을 삐죽거리며 진원과 눈을 마주치더니 질투하며 콧방귀를 뀌었다.소씨네 집안은 소설아란 딸 하나만 있었고, 남은 아이들은 모두 비켜야 했다!한바탕 웃고 떠드는 사이 하인이 와서 저녁 식사해도 된다고 말했다.노부인은 줄곧 설아의 손을 잡고 있었다."설아야, 내 곁에 앉거라!"설아는 우아하게 웃었다."네, 할머니!
"헐!" 시연은 갑자기 일어서서 자신의 주스를 들고 소연의 얼굴에 뿌렸다."정말 뻔뻔스럽다!""아!" 소연은 비명을 지르며 피했다.진원은 바삐 휴지를 들고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며 뒤돌아서 훈계했다."소시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순희도 시연을 말렸다."시연아, 너 지금 미쳤어?"어르신은 어두운 얼굴로 꾸짖었다."왜 이렇게 버릇없는 거야? 시연 어미야, 너 시연이 좀 더 잘 가르쳐야겠구나!"시연은 순희의 손을 뿌리치고 무고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연을 차갑게 쳐다보았다."소희 언니는 너를 표절할 리가 없어! 나도 원래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뻔뻔하게 나오는 이상, 내가 널 대신해서 사실을 말할게."시연은 그들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사실은 소연이 소희 언니의 디자인 원고를 표절하여 북극 작업실에서 쫓겨났어요!”모두들 멍해졌고, 식탁 위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소연은 당황하여 시연을 바라보았다."너, 너 허튼소리 하지마!"설아는 눈빛이 번쩍거리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이것은 업계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니, 시연이 너 함부로 말하지 마!"순희는 줄곧 소연을 두둔하고 총애하는 진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나는 왜 이 일이 오히려 사실인 것 같지!"소연은 안색이 변하더니 음울하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시연을 노려보았다."소희가 말해준 거지? 그녀 맞지?"시연이 말했다."소희 언니와는 상관없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알려준 거야!"말하자면 공교롭게도 민슬기의 사촌 여동생도 디자인을 배우고 있는데 마침 시연과 동창생이었다. 시연의 학우들은 먼저 이 일을 안 다음 모임에서 시연을 야유했고 그녀는 그제야 소연이 이미 북극 작업실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시연은 계속해서 말했다."너 지금 거짓말을 하면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거잖아. 그들은 증거까지 찾아냈는데, 넌 아직도 모두들 속이려 하다니.”"입 닥쳐!" 소연은 일어서서 눈물을 흘리며 시연을 비난했다."너 소희에게 매수 당했지?
찬호의 말에 은 소정인은 정말 몸 둘 바를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안색이 멋쩍어 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랜 침묵 뒤, 설아는 어두운 얼굴로 일어섰다."매 번 소희의 일 때문에 모두들 불쾌해지는데, 앞으로 그녀를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난 누가 옳고 그른지 다투는 것을 들을 시간이 없다고요. 아직 일이 있으니까 먼저 가볼게요!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말이 끝나자 설아는 자신의 가방을 가지고 갔다.노부인은 걱정을 하며 쫓아갔다."설아야, 너 아직 배불리 먹지 않았지? 내가 떡 좀 챙겨줄게."어르신의 안색은 더욱 보기 흉해졌고, 어두운 얼굴로 소정인을 꾸짖었다."딸도 하나 잘 가르치지 못하다니, 앞으로 집안의 장사도 걱정할 필요 없겠어! 그리고, 앞으로 소연이나 소희 데리고 돌아오지 마라.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구나!"소정인은 인차 창피하고 뻘쭘해졌다.*소정민네 일가족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오늘 밤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시연은 그들이 의론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아 핸드폰으로 소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언니, 오늘 내가 소연이 표절한 일을 폭로했는데, 그녀는 뜻밖에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억울하다고 우는 거 있죠!"찬호가 다가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또 소희 누나에게 문자 보내는 거예요? 또 공을 가로채다니! 흥!""어린 애는 끼어들지 마!" 소시연은 그를 밀어냈다.찬호도 휴대전화를 꺼내 소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소희 누나, 나도 누나 대신해서 나섰어요!"남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쪽에서, 소희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이 두 번 울리는 것을 듣고 손을 뻗어 침대 옆에 있는 핸드폰을 가져왔다.구택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뒤집더니 다시 몸을 숙였다......샤워하고 나온 후에야 소희는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는데, 소씨네 남매가 그녀에게 보낸 문자인 것을 보고 소씨네 가족은 또 그녀 때문에 한바탕 논쟁이 일어난 게 분명했다.구택은 다가와서 그녀의 등에 반쯤 엎드려 그녀
이튿날, 구택은 아침 일찍 외출했는데, 여전히 어제 인수하는 일로 바쁜 것 같았다.소희는 임가네 기사의 차를 타고 유민에게 수업을 하러 갔다.수업을 마치자 유민이 말했다."난 친구와 탁구 치기로 약속했으니까 샘도 나랑 같이 가자.""내가 가서 뭐 하게?" 소희는 물건을 정리하며 말했다."친구가 자신의 누나를 불러 자신을 응원하겠다고 해서. 그리고 또 자신의 누나가 정말 예쁘게 생겼다고 했거든. 나도 절대 지면 안 되지!"유민이 콧방귀를 뀌었다.소희는 피식 웃었다. "근데 난 네 누나가 아니잖아!""오늘만 내 누나 해줘. 우리 누나는 요즘 바빠서 아예 안 보인다니까. 아마 또 연애했을 거야!""아니, 네 누나는 지금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서 일하느라 바쁜 거야."유민은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갈 거야 안 갈 거야?""가!" 소희는 시원하게 말했다."당연히 가야지, 내가 어떻게 너를 지게 할 수 있겠어!"유민은 방긋 웃었다."역시 의리 있어!"소희가 물었다."난 먼저 집에 갈 테니까 주소 알려줘. 택시 타고 갈게.""에이, 그럼 너무 귀찮으니까 남아서 점심 먹고, 우리 같이 가자.""나 점심에 일이 좀 있어서 그래. 안심해, 지각 안 할 테니까!""그래, 장소는 바로 지난번에 우리가 공을 쳤던 그 체육관이야. 도착하면 전화해!""그래!" 소희는 가방을 메고 말했다. "나 먼저 갈게, 오후에 보자!"유민은 시큰둥하게 그녀와 손을 흔들었다.소희는 점심에 확실히 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선배와 함께 사부님의 댁에 가서 점심 먹기로 약속했다.진석은 차를 몰고 강성대 문 앞에서 그녀를 태운 뒤 남성 도 씨 어르신의 댁으로 향했다.정원에 들어가자 그들은 안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 들어간 후에야 여정도 있는 것을 보았다.밥을 먹을 때 여정은 소연을 언급했다."그녀가 작업실에서 해고 당했고 들었는데, 어제 소가네 사모님이 전화로 소연이 많이 의기소침해졌다고 하면서 좀 사정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녀를 다시 작업실
시간이 아직 일러서 소희는 먼저 어정으로 돌아갔고, 그 후 택시를 타고 체육관으로 갔다.도착한 후, 그녀는 유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유민은 그녀더러 3층 VIP 경기장에 가라고 말했고 소희가 들어갔을 때, 유민은 친구와 한창 탁구를 치고 있었다. 그 친구의 누나는 옆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또 두 명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세 사람은 모두 17, 18세로 보였는데, 작은 깃발을 들고 소리를 치고 있었고 그 함성은 마치 국가 대표팀이 올림픽과 같은 중대한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소희는 3초 동안 멍하니 있다 천천히 걸어갔다."누나!" 유민은 일부러 소리치더니 즉시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왔어!""물 좀 마셔!" 소희는 물병을 비틀어 연 다음 그에게 건네며 잠시 머뭇거렸다. "나도 큰소리 치며 응원해줄까? 근데 깃발은 없어."유민은 물 마시다 웃겨서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다."아니야, 너무 멍청해 보여!"소희는 한숨을 돌렸다. 다행히 유민은 비교적 정상이었다."샘은 내 옆에 앉아 있으면 돼. 그들 세 명은 합쳐도 샘보다 못하니까!"유민은 입가를 닦은 뒤 오만하게 말했다.소희는 가볍게 웃었다."나를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해줘서 고마워!""훗!" 유민은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한 다음 물병을 그녀에게 주고 계속 공을 치러 갔다.소희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온 것을 발견한 유민 친구의 누나는 마치 고의로 그녀에게 시위하는 것처럼 더욱 신나게 소리쳤다.소희는 일어나서 두 손을 입가에 놓고 큰 소리로 외쳤다."유민아, 화이팅!"유민은 놀라서 가슴이 뛰더니 점수를 잃었다.소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유민을 향해 멋쩍게 웃으며 다시 천천히 앉았다.유민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그냥 얌전히 앉아 있으면 돼!중간에 유민은 화장실에 갔다가 관내의 화장실 문이 고장난 것을 발견하고 밖에 나가서 공공 화장실을 사용했다.소희는 그가 1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