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구택은 아침 일찍 외출했는데, 여전히 어제 인수하는 일로 바쁜 것 같았다.소희는 임가네 기사의 차를 타고 유민에게 수업을 하러 갔다.수업을 마치자 유민이 말했다."난 친구와 탁구 치기로 약속했으니까 샘도 나랑 같이 가자.""내가 가서 뭐 하게?" 소희는 물건을 정리하며 말했다."친구가 자신의 누나를 불러 자신을 응원하겠다고 해서. 그리고 또 자신의 누나가 정말 예쁘게 생겼다고 했거든. 나도 절대 지면 안 되지!"유민이 콧방귀를 뀌었다.소희는 피식 웃었다. "근데 난 네 누나가 아니잖아!""오늘만 내 누나 해줘. 우리 누나는 요즘 바빠서 아예 안 보인다니까. 아마 또 연애했을 거야!""아니, 네 누나는 지금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서 일하느라 바쁜 거야."유민은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갈 거야 안 갈 거야?""가!" 소희는 시원하게 말했다."당연히 가야지, 내가 어떻게 너를 지게 할 수 있겠어!"유민은 방긋 웃었다."역시 의리 있어!"소희가 물었다."난 먼저 집에 갈 테니까 주소 알려줘. 택시 타고 갈게.""에이, 그럼 너무 귀찮으니까 남아서 점심 먹고, 우리 같이 가자.""나 점심에 일이 좀 있어서 그래. 안심해, 지각 안 할 테니까!""그래, 장소는 바로 지난번에 우리가 공을 쳤던 그 체육관이야. 도착하면 전화해!""그래!" 소희는 가방을 메고 말했다. "나 먼저 갈게, 오후에 보자!"유민은 시큰둥하게 그녀와 손을 흔들었다.소희는 점심에 확실히 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선배와 함께 사부님의 댁에 가서 점심 먹기로 약속했다.진석은 차를 몰고 강성대 문 앞에서 그녀를 태운 뒤 남성 도 씨 어르신의 댁으로 향했다.정원에 들어가자 그들은 안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 들어간 후에야 여정도 있는 것을 보았다.밥을 먹을 때 여정은 소연을 언급했다."그녀가 작업실에서 해고 당했고 들었는데, 어제 소가네 사모님이 전화로 소연이 많이 의기소침해졌다고 하면서 좀 사정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녀를 다시 작업실
시간이 아직 일러서 소희는 먼저 어정으로 돌아갔고, 그 후 택시를 타고 체육관으로 갔다.도착한 후, 그녀는 유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유민은 그녀더러 3층 VIP 경기장에 가라고 말했고 소희가 들어갔을 때, 유민은 친구와 한창 탁구를 치고 있었다. 그 친구의 누나는 옆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또 두 명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세 사람은 모두 17, 18세로 보였는데, 작은 깃발을 들고 소리를 치고 있었고 그 함성은 마치 국가 대표팀이 올림픽과 같은 중대한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소희는 3초 동안 멍하니 있다 천천히 걸어갔다."누나!" 유민은 일부러 소리치더니 즉시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왔어!""물 좀 마셔!" 소희는 물병을 비틀어 연 다음 그에게 건네며 잠시 머뭇거렸다. "나도 큰소리 치며 응원해줄까? 근데 깃발은 없어."유민은 물 마시다 웃겨서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다."아니야, 너무 멍청해 보여!"소희는 한숨을 돌렸다. 다행히 유민은 비교적 정상이었다."샘은 내 옆에 앉아 있으면 돼. 그들 세 명은 합쳐도 샘보다 못하니까!"유민은 입가를 닦은 뒤 오만하게 말했다.소희는 가볍게 웃었다."나를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해줘서 고마워!""훗!" 유민은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한 다음 물병을 그녀에게 주고 계속 공을 치러 갔다.소희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온 것을 발견한 유민 친구의 누나는 마치 고의로 그녀에게 시위하는 것처럼 더욱 신나게 소리쳤다.소희는 일어나서 두 손을 입가에 놓고 큰 소리로 외쳤다."유민아, 화이팅!"유민은 놀라서 가슴이 뛰더니 점수를 잃었다.소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유민을 향해 멋쩍게 웃으며 다시 천천히 앉았다.유민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그냥 얌전히 앉아 있으면 돼!중간에 유민은 화장실에 갔다가 관내의 화장실 문이 고장난 것을 발견하고 밖에 나가서 공공 화장실을 사용했다.소희는 그가 1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웅이, 너는 그녀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가!"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분부한 다음 소희에게 말했다."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마. 그의 몸에는 몰래 카메라가 있으니까 그 어떤 이상이라도 발견하면 먼저 너의 동생을 죽일 거야!"웅이라는 남자는 코치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는 다가가서 손을 뻗어 소희의 몸을 만지려고 했고 시선은 소희의 가슴에 떨어졌다.소희는 그의 손을 치더니 핸드폰을 꺼냈다."유민을 다치게 하지 말고, 나를 건드리지 마요. 난 완전히 당신들을 협조할 테니까!"웅이는 손등이 따끈거리며 아팠고, 휴대전화를 가져온 다음 즉시 전원을 끄고 이를 악물고 소희를 쳐다보았다."눈치가 꽤 빠르군. 따라와!"소희는 유민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눈짓을 한 다음 돌아서서 남자와 떠났다.유민이 그들의 손에 있었으니 소희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줄곧 협조하며 남자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도착했다.남자는 그녀를 데리고 검은색 아우디 SUV에 올랐고, 그녀가 들어가자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즉시 밧줄로 그녀의 손발을 묶고 입을 막았다.소희는 발버둥 치지 않고 줄곧 조용했다.10분 뒤,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두 명의 보안 요원이 큰 쓰레기통을 밀고 오는 것을 보았고, 차 뒤로 걸어가 안에서 검은 봉지를 꺼내 안에 던졌다.봉지 안의 사람은 끊임없이 비틀거리며 발버둥 쳤는데 딱 봐도 유민이었다.몇 사람은 재빨리 차에 올라 체육관을 떠났다.차가 도로에 들어가자 한 사람은 검은색 안대로 소희의 눈을 가렸다.그녀는 조용히 앉아서 생각했다. 대체 누가 그녀를 잡으려고 하는 것일까?궁지에 몰린 소연, 얼마전 미움을 산 설정원, 아니면, 구은서?그들 모두 혐의가 있었다!차는 오랫동안 달리고 있었고, 소희는 눈으로 볼 수 없어서 청각만으로 분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차가 이미 시내를 떠나 교외로 향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유민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래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또 얼마나
그들이 떠난 후 소희는 유민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고, 헛수고 하지 말라고 했다.유민은 눈살을 찌푸리고 눈알을 굴렸다.함께 한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들은 점차 호흡이 맞기 시작했고, 소희는 즉시 유민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의 둘째 삼촌은 반드시 그들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기다렸다.그녀는 구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배후의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도대체 누가 이렇게 애를 써가며 그녀를 여기로 잡아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그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구택은 명우의 전화를 받았을 때 회의 중이었고 명우의 목소리는 무척 엄숙했다."대표님, 유민 도련님은 체육관에서 누군가에게 끌려갔습니다!"구택은 안색이 갑자기 가라앉더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어떤 사람이지?"회의실의 고위층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쩔 줄 몰랐고, 진우행은 즉시 일어서서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지금 다른 일이 있으니 제가 이 회의를 계속 주재하도록 하죠.”......구택은 회의실에서 나왔고, 명우는 명길이 체육관의 감시 카메라에서 본 상황을 보고했다.구택의 눈빛은 차갑고 포악했다."지금, 소희 씨도 끌려갔다는 말이야?""예!" 명우는 나지막이 말했다. "소희 아가씨는 지금 유민 도련님과 함께 있습니다!"전 강성, 심지어 전 C국에서 아무도 감히 임가네 가족을 어찌하지 못했다. 유민은 여태껏 납치되거나 유괴당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평소에 그가 외출할 때 늘 기사에 경호원 한 명이 차 안에서 그를 기다렸다.오늘도 마찬가지로 유민이 우에서 공을 칠 때, 경호원과 기사는 차에서 유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유민의 친구가 먼저 그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체육관의 책임자에게 통지했고, 이를 안 책임자는 또 임가네 기사에게 통지했다.이때 유민과 소희가 체육관을 떠난 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났다.체육관의 관계
같은 시간, 위층의 CCTV에서 두 청소하는 직원은 화장실에서 큰 쓰레기통을 밀어나오더니 줄곧 주차장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안에 숨겼던 유민을 안고 나와 아우디에 버렸다.몇 사람이 모두 차에 탄 후, 아우디는 아주 빠르게 체육관을 떠났다.처음에는 차의 노선을 찾을 수 있었지만, 후에 아우디가 번호판을 바꿨기 때문에 더 이상 쉽게 찾을 수 없었다.구택은 CCTV 화면을 고정시키고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위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은 무슨 상황이지?"명우가 말했다."명길은 아직도 이 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두 명 더 찾아서 같이 수색해!" 구택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명우는 응답한 뒤 즉시 컴퓨터 방면의 전문 인재를 찾아 명길과 함께 도시 전체에서 검은색 아우디를 수색하게 했다.......오후에 촬영팀에서 작은 문제가 생겨 그들은 소희에게 전화를 했는데, 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은서는 옆에 있다가 제작진이 전화가 안 통한다고 원망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물렀다."왜 그래?"그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소희 씨는 오늘 오지 않았는데, 전화기도 꺼져 있어서요. 이 결정적인 순간에 연락이 닿지 않다니!"은서는 웃으며 말했다."급해하지 마. 내가 연락해볼게."그녀는 핸드폰을 가지고 옆에 가서 전화를 했다. 그녀는 소희에게 전화하지 않고 직접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구택아, 소희 씨 지금 너와 함께 있니? 촬영팀이 지금 소희 씨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 있거든.""아니, 이따가 전화할게!" 구택은 한마디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은서는 구택의 목소리가 수상한 것을 발견했는데, 싸늘하고 무거우며 분노, 심지어 약간의 당황함이 배어 있었다.그녀는 눈빛이 번쩍거리더니 또 명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명원아, 너 지금 어디에 있니?"명원은 웃으며 말했다."미연이 집에서 게임하고 있어요. 왜 그래요 누나?""구택한테 무슨 일 생긴 것 같아서. 네가 좀 알아봐 줘. 소
[그건 정원 오빠의 성의를 봐야죠!]이연은 정원에게 답장을 하며 마음속으로는 무척 흥분해했다. 그녀는 이미 정원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대충 짐작이 갔다. 만약 그가 정말 자신을 도와 소희를 망칠 수 있다면 그녀는 자신의 몸을 그에게 줄 수도 있었다!그녀의 소원은 임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것이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확실히 너무 아득한 목표였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설가네 사모님이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은서는 차를 몰고 임가네에 갔다.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문에 들어서자마자 소리쳤다."유민이 찾았어요?"노부인과 정숙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모두 멍해졌다."유민이가 왜?"정숙은 웃으며 말했다."유민이 찾는 거야? 그는 친구하고 체육관에 가서 탁구 치러 갔어."은서는 일부러 경악했다."아직 모르시는 거예요?"노부인 멈칫하더니 물었다."뭘 몰라?"정식은 이미 반응하여 벌떡 일어섰다."유민에게 무슨 일 생겼어?"은서는 일부러 괴로움을 드러냈다."나, 나, 나도 잘 모르겠어요.""은서야, 나한테 숨기지 마. 유민이한테 도대체 무슨 일 생긴 거야?" 정숙의 안색은 이미 변했다.은서는 어쩔 수 없이 전부 털어놓았다."명원이한테 들었는데, 소희 씨가 유민을 데리고 체육관에 가서 공을 치다 두 사람 모두 납치됐데요. 난 납치범이 집에 전화해서 다들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모르셨군요.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유민이가, 납치됐다고?"노부인은 몸을 떨며 소파에 주저앉았다."어머님!" 정숙은 급히 노부인을 부축했다."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지언 씨에게 전화할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정숙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자 노부인은 고개를 들어 말했다."그에게 전화하지 말고 구택에게 전화해!"은서도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구택에게 전화하지 마요!"정숙은 놀란 채 은서를 바라보았고, 은서는 황급히 설명했다."구택이 집에 알리지 않은 이상, 틀림
명우는 먼저 구택에게 상황을 보고한 다음 노부인에게 영상을 보냈다.구택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누가 말했지?""구은서 양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구은서 양이 이 소식을 듣고 집에 가서 상황을 물어보다 누설한 것 같습니다."구택은 처음에 확실히 집안 식구들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다. 필경 그의 형과 그의 아버지는 지금 모두 강성에 없었으니 그의 어머니와 그의 형수가 알면 그저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다.기왕 그들이 이미 알게 된 이상, 그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먼저 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에서 구택은 노부인을 위로한 다음 반드시 유민과 소희를 무사히 되찾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노부인은 그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약간 안정되었고, 구택에게 어떤 상황 있으면 가장 먼저 그들에게 통지하라고 했다.구택은 대답한 다음 또 몇 마디 위로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명우가 걸어왔다."대표님, 그 아우디의 노선을 찾았습니다!"구택은 눈빛이 차가웠고, 매서운 살기를 드러내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당장 쫓아가!"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면, 그는 그 사람의 후반생을 앞당겨 끝낼 것이다!......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소희는 머리 위의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자신이 냉정해지도록 했다.유민은 몸부림 치다 피곤해졌고 또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어서 벽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소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이 녀석은 담이 큰 건지 감정이 좀 무딘 건지!’그녀는 자신을 묶은 사람이 왜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이미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왜 아직 인기척이 없는 것일까?그녀는 설정원도 지금 마찬가지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자신의 도심에 있는 별장에 앉아 거대한 TV 스크린 앞에 와인을 차려놓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서이연이 와서 그녀와 함께 소희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보려 했다.소희는 바깥의 동정을 자세히 듣다가 옆방의 사람들이 밥 먹으며 술 마시는 듯 간간이 웃음소리
유민은 숨을 크게 헐떡였다. 비록 그는 겁을 좀 먹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도망가지?”만약 소희 자신이라면, 그녀는 직접 밖의 사람들을 쓰러뜨려서 나갈 수 있지만, 지금 유민을 데리고 있는 이상 그녀는 자신이 없었고 또 감히 위험을 무릅쓰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상대방의 손에 어떤 무기가 있는지 잘 몰랐으니까.그녀는 유민에게 일말의 위험도 가져다 주어서는 안 된다.그녀는 먼저 문을 잠근 다음 머리 위의 천창을 가리키며 말했다."올라가자, 너부터 올라가!"유민도 서슴지 않고 곧바로 오를 곳을 찾기 시작했다.방안의 술장은 매우 높았지만 천창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서 소희는 유민더러 먼저 술장에 오르게 한 후 자신도 올라갔다.그녀는 술장에 서서 힘껏 뛰어오르더니 한 손으로 천창의 가장자리를 잡은 다음 팔꿈치를 힘껏 위로 들어올려 유리를 깼다. 그녀는 신속하게 창틀을 잡고 다른 손으로 옷을 풀어 유민에게 던졌다."이거 잡아, 내가 너 이쪽으로 당길게!"유민은 창틀이 두 사람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할까 봐 고개를 저었다."샘 먼저 가, 나간 후에 우리 둘째 삼촌 찾아서 다시 나 구하러 오면 돼!"소희는 정색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잡아!"유민은 이를 악물고 손을 뻗어 소희의 옷을 잡고 힘껏 위로 뛰어올랐다.두 사람의 몸무게에 유민이 뛰어오를 때의 중력까지 더해져 창틀은 삐걱 소리가 났다.소희는 팔을 안정시키고 힘껏 유민을 끌어올린 다음 그를 받쳐 깨진 유리 창문에서 나가게 만들었다.소희도 재빨리 창문에서 나왔고, 두 사람이 별장 2층도 채 안되는 높이에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계속 방금 전의 방법으로 먼저 옷으로 유민을 내려보낸 다음 스스로 훌쩍 뛰어내렸다.그녀는 가볍고 민첩하여 소리 없이 땅에 떨어졌다.유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소희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돌아가서 네 심정을 고백하고, 우리 일단 이곳을 떠나자!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