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아직 일러서 소희는 먼저 어정으로 돌아갔고, 그 후 택시를 타고 체육관으로 갔다.도착한 후, 그녀는 유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유민은 그녀더러 3층 VIP 경기장에 가라고 말했고 소희가 들어갔을 때, 유민은 친구와 한창 탁구를 치고 있었다. 그 친구의 누나는 옆에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또 두 명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세 사람은 모두 17, 18세로 보였는데, 작은 깃발을 들고 소리를 치고 있었고 그 함성은 마치 국가 대표팀이 올림픽과 같은 중대한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소희는 3초 동안 멍하니 있다 천천히 걸어갔다."누나!" 유민은 일부러 소리치더니 즉시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왔어!""물 좀 마셔!" 소희는 물병을 비틀어 연 다음 그에게 건네며 잠시 머뭇거렸다. "나도 큰소리 치며 응원해줄까? 근데 깃발은 없어."유민은 물 마시다 웃겨서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다."아니야, 너무 멍청해 보여!"소희는 한숨을 돌렸다. 다행히 유민은 비교적 정상이었다."샘은 내 옆에 앉아 있으면 돼. 그들 세 명은 합쳐도 샘보다 못하니까!"유민은 입가를 닦은 뒤 오만하게 말했다.소희는 가볍게 웃었다."나를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해줘서 고마워!""훗!" 유민은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한 다음 물병을 그녀에게 주고 계속 공을 치러 갔다.소희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온 것을 발견한 유민 친구의 누나는 마치 고의로 그녀에게 시위하는 것처럼 더욱 신나게 소리쳤다.소희는 일어나서 두 손을 입가에 놓고 큰 소리로 외쳤다."유민아, 화이팅!"유민은 놀라서 가슴이 뛰더니 점수를 잃었다.소희,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있는 유민을 향해 멋쩍게 웃으며 다시 천천히 앉았다.유민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그냥 얌전히 앉아 있으면 돼!중간에 유민은 화장실에 갔다가 관내의 화장실 문이 고장난 것을 발견하고 밖에 나가서 공공 화장실을 사용했다.소희는 그가 1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웅이, 너는 그녀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가!"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분부한 다음 소희에게 말했다."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마. 그의 몸에는 몰래 카메라가 있으니까 그 어떤 이상이라도 발견하면 먼저 너의 동생을 죽일 거야!"웅이라는 남자는 코치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는 다가가서 손을 뻗어 소희의 몸을 만지려고 했고 시선은 소희의 가슴에 떨어졌다.소희는 그의 손을 치더니 핸드폰을 꺼냈다."유민을 다치게 하지 말고, 나를 건드리지 마요. 난 완전히 당신들을 협조할 테니까!"웅이는 손등이 따끈거리며 아팠고, 휴대전화를 가져온 다음 즉시 전원을 끄고 이를 악물고 소희를 쳐다보았다."눈치가 꽤 빠르군. 따라와!"소희는 유민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눈짓을 한 다음 돌아서서 남자와 떠났다.유민이 그들의 손에 있었으니 소희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줄곧 협조하며 남자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도착했다.남자는 그녀를 데리고 검은색 아우디 SUV에 올랐고, 그녀가 들어가자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즉시 밧줄로 그녀의 손발을 묶고 입을 막았다.소희는 발버둥 치지 않고 줄곧 조용했다.10분 뒤,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두 명의 보안 요원이 큰 쓰레기통을 밀고 오는 것을 보았고, 차 뒤로 걸어가 안에서 검은 봉지를 꺼내 안에 던졌다.봉지 안의 사람은 끊임없이 비틀거리며 발버둥 쳤는데 딱 봐도 유민이었다.몇 사람은 재빨리 차에 올라 체육관을 떠났다.차가 도로에 들어가자 한 사람은 검은색 안대로 소희의 눈을 가렸다.그녀는 조용히 앉아서 생각했다. 대체 누가 그녀를 잡으려고 하는 것일까?궁지에 몰린 소연, 얼마전 미움을 산 설정원, 아니면, 구은서?그들 모두 혐의가 있었다!차는 오랫동안 달리고 있었고, 소희는 눈으로 볼 수 없어서 청각만으로 분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차가 이미 시내를 떠나 교외로 향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유민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래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또 얼마나
그들이 떠난 후 소희는 유민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고, 헛수고 하지 말라고 했다.유민은 눈살을 찌푸리고 눈알을 굴렸다.함께 한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들은 점차 호흡이 맞기 시작했고, 소희는 즉시 유민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의 둘째 삼촌은 반드시 그들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기다렸다.그녀는 구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배후의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도대체 누가 이렇게 애를 써가며 그녀를 여기로 잡아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그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구택은 명우의 전화를 받았을 때 회의 중이었고 명우의 목소리는 무척 엄숙했다."대표님, 유민 도련님은 체육관에서 누군가에게 끌려갔습니다!"구택은 안색이 갑자기 가라앉더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어떤 사람이지?"회의실의 고위층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쩔 줄 몰랐고, 진우행은 즉시 일어서서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지금 다른 일이 있으니 제가 이 회의를 계속 주재하도록 하죠.”......구택은 회의실에서 나왔고, 명우는 명길이 체육관의 감시 카메라에서 본 상황을 보고했다.구택의 눈빛은 차갑고 포악했다."지금, 소희 씨도 끌려갔다는 말이야?""예!" 명우는 나지막이 말했다. "소희 아가씨는 지금 유민 도련님과 함께 있습니다!"전 강성, 심지어 전 C국에서 아무도 감히 임가네 가족을 어찌하지 못했다. 유민은 여태껏 납치되거나 유괴당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평소에 그가 외출할 때 늘 기사에 경호원 한 명이 차 안에서 그를 기다렸다.오늘도 마찬가지로 유민이 우에서 공을 칠 때, 경호원과 기사는 차에서 유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유민의 친구가 먼저 그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체육관의 책임자에게 통지했고, 이를 안 책임자는 또 임가네 기사에게 통지했다.이때 유민과 소희가 체육관을 떠난 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났다.체육관의 관계
같은 시간, 위층의 CCTV에서 두 청소하는 직원은 화장실에서 큰 쓰레기통을 밀어나오더니 줄곧 주차장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안에 숨겼던 유민을 안고 나와 아우디에 버렸다.몇 사람이 모두 차에 탄 후, 아우디는 아주 빠르게 체육관을 떠났다.처음에는 차의 노선을 찾을 수 있었지만, 후에 아우디가 번호판을 바꿨기 때문에 더 이상 쉽게 찾을 수 없었다.구택은 CCTV 화면을 고정시키고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위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은 무슨 상황이지?"명우가 말했다."명길은 아직도 이 차를 조사하고 있습니다!""두 명 더 찾아서 같이 수색해!" 구택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명우는 응답한 뒤 즉시 컴퓨터 방면의 전문 인재를 찾아 명길과 함께 도시 전체에서 검은색 아우디를 수색하게 했다.......오후에 촬영팀에서 작은 문제가 생겨 그들은 소희에게 전화를 했는데, 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은서는 옆에 있다가 제작진이 전화가 안 통한다고 원망하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물렀다."왜 그래?"그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소희 씨는 오늘 오지 않았는데, 전화기도 꺼져 있어서요. 이 결정적인 순간에 연락이 닿지 않다니!"은서는 웃으며 말했다."급해하지 마. 내가 연락해볼게."그녀는 핸드폰을 가지고 옆에 가서 전화를 했다. 그녀는 소희에게 전화하지 않고 직접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구택아, 소희 씨 지금 너와 함께 있니? 촬영팀이 지금 소희 씨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 있거든.""아니, 이따가 전화할게!" 구택은 한마디 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은서는 구택의 목소리가 수상한 것을 발견했는데, 싸늘하고 무거우며 분노, 심지어 약간의 당황함이 배어 있었다.그녀는 눈빛이 번쩍거리더니 또 명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명원아, 너 지금 어디에 있니?"명원은 웃으며 말했다."미연이 집에서 게임하고 있어요. 왜 그래요 누나?""구택한테 무슨 일 생긴 것 같아서. 네가 좀 알아봐 줘. 소
[그건 정원 오빠의 성의를 봐야죠!]이연은 정원에게 답장을 하며 마음속으로는 무척 흥분해했다. 그녀는 이미 정원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대충 짐작이 갔다. 만약 그가 정말 자신을 도와 소희를 망칠 수 있다면 그녀는 자신의 몸을 그에게 줄 수도 있었다!그녀의 소원은 임씨 그룹 사모님이 되는 것이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확실히 너무 아득한 목표였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설가네 사모님이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은서는 차를 몰고 임가네에 갔다.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문에 들어서자마자 소리쳤다."유민이 찾았어요?"노부인과 정숙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모두 멍해졌다."유민이가 왜?"정숙은 웃으며 말했다."유민이 찾는 거야? 그는 친구하고 체육관에 가서 탁구 치러 갔어."은서는 일부러 경악했다."아직 모르시는 거예요?"노부인 멈칫하더니 물었다."뭘 몰라?"정식은 이미 반응하여 벌떡 일어섰다."유민에게 무슨 일 생겼어?"은서는 일부러 괴로움을 드러냈다."나, 나, 나도 잘 모르겠어요.""은서야, 나한테 숨기지 마. 유민이한테 도대체 무슨 일 생긴 거야?" 정숙의 안색은 이미 변했다.은서는 어쩔 수 없이 전부 털어놓았다."명원이한테 들었는데, 소희 씨가 유민을 데리고 체육관에 가서 공을 치다 두 사람 모두 납치됐데요. 난 납치범이 집에 전화해서 다들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모르셨군요.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유민이가, 납치됐다고?"노부인은 몸을 떨며 소파에 주저앉았다."어머님!" 정숙은 급히 노부인을 부축했다."당황하지 마세요. 제가 지언 씨에게 전화할 테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정숙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자 노부인은 고개를 들어 말했다."그에게 전화하지 말고 구택에게 전화해!"은서도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구택에게 전화하지 마요!"정숙은 놀란 채 은서를 바라보았고, 은서는 황급히 설명했다."구택이 집에 알리지 않은 이상, 틀림
명우는 먼저 구택에게 상황을 보고한 다음 노부인에게 영상을 보냈다.구택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누가 말했지?""구은서 양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구은서 양이 이 소식을 듣고 집에 가서 상황을 물어보다 누설한 것 같습니다."구택은 처음에 확실히 집안 식구들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다. 필경 그의 형과 그의 아버지는 지금 모두 강성에 없었으니 그의 어머니와 그의 형수가 알면 그저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다.기왕 그들이 이미 알게 된 이상, 그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먼저 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에서 구택은 노부인을 위로한 다음 반드시 유민과 소희를 무사히 되찾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노부인은 그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약간 안정되었고, 구택에게 어떤 상황 있으면 가장 먼저 그들에게 통지하라고 했다.구택은 대답한 다음 또 몇 마디 위로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명우가 걸어왔다."대표님, 그 아우디의 노선을 찾았습니다!"구택은 눈빛이 차가웠고, 매서운 살기를 드러내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당장 쫓아가!"누가 감히 그녀를 건드리면, 그는 그 사람의 후반생을 앞당겨 끝낼 것이다!......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소희는 머리 위의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자신이 냉정해지도록 했다.유민은 몸부림 치다 피곤해졌고 또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어서 벽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소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이 녀석은 담이 큰 건지 감정이 좀 무딘 건지!’그녀는 자신을 묶은 사람이 왜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이미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왜 아직 인기척이 없는 것일까?그녀는 설정원도 지금 마찬가지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자신의 도심에 있는 별장에 앉아 거대한 TV 스크린 앞에 와인을 차려놓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서이연이 와서 그녀와 함께 소희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보려 했다.소희는 바깥의 동정을 자세히 듣다가 옆방의 사람들이 밥 먹으며 술 마시는 듯 간간이 웃음소리
유민은 숨을 크게 헐떡였다. 비록 그는 겁을 좀 먹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도망가지?”만약 소희 자신이라면, 그녀는 직접 밖의 사람들을 쓰러뜨려서 나갈 수 있지만, 지금 유민을 데리고 있는 이상 그녀는 자신이 없었고 또 감히 위험을 무릅쓰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상대방의 손에 어떤 무기가 있는지 잘 몰랐으니까.그녀는 유민에게 일말의 위험도 가져다 주어서는 안 된다.그녀는 먼저 문을 잠근 다음 머리 위의 천창을 가리키며 말했다."올라가자, 너부터 올라가!"유민도 서슴지 않고 곧바로 오를 곳을 찾기 시작했다.방안의 술장은 매우 높았지만 천창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서 소희는 유민더러 먼저 술장에 오르게 한 후 자신도 올라갔다.그녀는 술장에 서서 힘껏 뛰어오르더니 한 손으로 천창의 가장자리를 잡은 다음 팔꿈치를 힘껏 위로 들어올려 유리를 깼다. 그녀는 신속하게 창틀을 잡고 다른 손으로 옷을 풀어 유민에게 던졌다."이거 잡아, 내가 너 이쪽으로 당길게!"유민은 창틀이 두 사람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할까 봐 고개를 저었다."샘 먼저 가, 나간 후에 우리 둘째 삼촌 찾아서 다시 나 구하러 오면 돼!"소희는 정색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잡아!"유민은 이를 악물고 손을 뻗어 소희의 옷을 잡고 힘껏 위로 뛰어올랐다.두 사람의 몸무게에 유민이 뛰어오를 때의 중력까지 더해져 창틀은 삐걱 소리가 났다.소희는 팔을 안정시키고 힘껏 유민을 끌어올린 다음 그를 받쳐 깨진 유리 창문에서 나가게 만들었다.소희도 재빨리 창문에서 나왔고, 두 사람이 별장 2층도 채 안되는 높이에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계속 방금 전의 방법으로 먼저 옷으로 유민을 내려보낸 다음 스스로 훌쩍 뛰어내렸다.그녀는 가볍고 민첩하여 소리 없이 땅에 떨어졌다.유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고,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소희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돌아가서 네 심정을 고백하고, 우리 일단 이곳을 떠나자!
그들은 점점 가까워졌고,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이 켜지자 유민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문득 입을 열었다."차 세워, 우리 둘째 삼촌이야!"소희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놀란 모습으로 맞은 편을 바라보았다.맨 앞의 차는 이미 멈추었고, 차 문이 열리더니 남자는 내려와서 성큼성큼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뒤에 있던 차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더니 별장 전체를 겹겹이 에워쌌다."정말 우리 둘째 삼촌이야!" 유민은 흥분에 겨워 소리를 지르며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달리기 시작했다.소희도 한숨을 돌리며 안전벨트를 천천히 풀고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입가가 올라갔다.구택은 달려오는 유민을 껴안고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소희는 입술을 약간 구부렸고 남자의 눈동자는 어두운 밤처럼 깊었다.십 몇 대의 차가 별장 밖에서 멈추었는데, 전조등은 이 정원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었다.구택은 위로하며 유민의 어깨를 두드렸고, 그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그를 놓아준 후 천천히 소희를 향해 걸어왔다.소희는 이미 차에서 내렸고, 마찬가지로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구택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소녀를 바라보았고,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더니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그는 몸이 가볍게 떨렸고 두피도 저려와서 자기도 모르게 팔에 힘을 주더니 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에 박으려는 것만 같았다.소희는 그의 두려움과 긴장을 느끼고 남자를 꼭 껴안으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나와 유민은 다치지 않았어요."구택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이미 그의 품에 있더라도.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에 끊임없이 키스했고, 차가운 입술은 그녀의 눈썹, 볼, 코를 따라 내려가며, 급히 그녀의 입술을 찾아 짙게 키스했다.그는 열렬하게 그녀를 키스하면서 뒤에서 보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유민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