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그녀의 뱃속의 아이가 우리 오빠의 아이라면 나는 양해서를 쓰고 더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그것은 그들 집안에 있어 큰 충격이 될 것이다!그러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차라리 처음부터 똑똑히 하는 것보다 못했다!"음." 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은 명절이니까, 명절 지나면 조사 시작해요."청아는 시원의 관심에 감격하여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시원은 잘생긴 얼굴에 웃음을 머금었다."이따 어디 가요?"청아는 멈칫하다 대답했다."집에요." "세낸 집이요? 소희 씨에게 그 룸메이트가 자주 남자친구를 데리고 돌아간다고 들었어요. 오늘 명절이니까 그 두 사람은 분명 함께 있을 텐데 돌아가서 뭐 하게요?"청아는 눈을 드리운 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확실히 갈 곳이 없었다."우리 엄마가 나보고 이따 집에 가라고 하셨지만, 난 좀 늦게 돌아갈 수 있어요. 청아 씨 어디 가고 싶어요? 내가 같이 가줄게요!"청아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시원 오빠 얼른 집에 가요, 어머니 너무 조급하게 하지 말고!""급하긴요, 돌아가봤자 우리 아빠랑 차 마시며 얘기만 나눌텐데." 시원은 잠시 생각했다. "영화 볼래요?"청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두 사람은 또 잠시 앉아 있다가 시원의 기사가 차를 몰고 왔다. 두 사람이 차에 올라타자 기사는 공손하게 영화관을 이미 예약했다고 말했다!영화관은 바로 부근에 있었고, 두 사람이 도착한 후 한 직원이 그들을 데리고 들어갔는데 검표도 하지 않았다.청아는 마음속으로 의혹이 들었지만 영화가 시작될 때 이렇게 큰 영화관에 그들 두 사람 뿐이란 것을 보고 청아는 그제야 반응했다. 시원이 영화관을 예약했던 것이다.오늘은 명절이라 영화관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어제 저녁부터 영화관의 예매가 이미 다 팔린 상태였다. 그녀는 시원이 어떻게 임시로 이 큰 영화관을 예약했는지 몰랐다
두 편의 영화를 다 보고 나오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시원은 청아에게 물었다."기분은 좀 좋아졌어요?"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 시원 씨 부모님도 지금 틀림없이 조급해하실 테니까 빨리 집에 가요!"비는 이미 그쳤고, 화려한 등불이 밝아지며 축축한 지면에 수많은 등불을 비치고 있었고 공기 중에도 화목한 명절 기운이 풍겼다.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데려다줄게요!"청아가 차에 오르자 시원은 그녀와 나란히 뒤에 앉았고 찬란한 등불이 차 앞에 모이며 마치 불꽃처럼 신속하게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다.청아의 마음은 이미 안정되었다. 마치 시원이 있기만 하면 모든 고민이 해소될 수 있는 것 같았다.자동차가 강성을 가로지나 주택단지의 아래층에 멈추자 청아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시원 씨 부모님은 시원 씨 꾸짖진 않겠죠?”"내가 무슨 어린아이에요? 집에 늦게 들어갔다고 벌을 받게?" 시원은 온화하고 우아하게 웃었다."올라가요, 일 있으면 나에게 전화하고, 다시는 혼자 몰래 울지 마요."청아는 약간 뻘쭘했고, 마음속에는 낯선 감정이 용솟음쳤다. 감동 또는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웃음만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시원 오빠,"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해서 오히려 떼를 쓰는 것 같았다."청아 씨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아요!"시원이 웃으며 말했다."올라가요!""네!" 청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조심히 가요. 그리고 추석 잘 보내고요!""그래요!" 남자는 온화하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청아는 거기에 서 있었고, 차가 시동을 걸자 차창은 천천히 올라가면서 남자의 우아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와 시원은 신분이든 경력이든 모두 현격한 차이가 있어서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지만 두 사람은 또 아주 가
마침 문자가 와서 소희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았고, 더 이상 어르신과 따지지 않았다.오 씨는 웃으며 말렸다."어르신, 지금 젊은이들은 저희 때와 많이 다르죠. 아가씨한테도 자신의 계획이 있을테니 어르신도 그냥 아가씨 믿으세요!"어르신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녀가 아무리 이성적이라도 임가네 그 녀석을 만나면 정신을 못 차리지!"오 씨는 웃으며 그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아가씨는 안 그럴 거예요."소희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았다. 시연이 보낸 문자였는데, 문자만 봐도 그녀가 지금 몹시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늘 모두들 본가에서 명절을 보냈는데, 언니가 오지 않았다고 큰어머니는 또 할머니가 언니한테 불만을 품게 하려고 일부러 시비를 걸었어요. 뭐 언니는 마음이 소가네 없고, 그저 촌구석의 가난한 할아버지만 생각한다고 말이에요. 나는 언니가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그들은 또 내가 철이 없다고 했어요. 정말 화가 나요!]소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소시연이 한 말은 이미 매우 완곡하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소 씨네 사람들은 아마 더 듣기 싫은 말을 했을 것이다.그녀는 답장했다.[아랑곳할 필요도 없고, 나를 위해서 말할 필요도 없어.]시연은 곧 다시 답장을 보냈다. [소희 언니, 지금 북극 작업실에서 조수로 일하고 있다면서요?][응.][왜요?]시연의 뜻은 그녀가 King이고, 이미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인데 왜 자신의 작업실에 가서 조수가 되려 하는지를 묻고 싶은 거였다.소희는 간단하게 답장했다. [인턴십.]시연은 잠시 후에야 답장을 보냈다.[둘째 큰어머니는 언니가 소연 덕에 북극에 들어갔다고 하셨어요. 와! 정말 욕 나와요!]소희는 담담했다.[침착해!]시연은 계속 욱했다.[어떡하죠? 정말 미치겠어요! 나는 당장 둘째 큰어머니에게 언니가 King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녀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싶다니까요! 소연은 언니와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녀가 놀라고 후회하는 모습 보고 싶어요!]소희,
다음 날.소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아버지와 산에 가서 산책을 갔다.산 위에는 단풍잎이 가득 물들었는데, 가을이 되자 경치가 더욱 좋아졌다.소희는 어르신을 모시고 산중턱까지 걸으면서 청석낙엽을 밟고 신발에 이슬을 묻히며 산속의 습윤한 공기를 마시면서 기분이 상쾌했다.*돌아온 후 아침을 먹고는 손님이 찾아왔고 소희는 혼자 방으로 돌아가 책을 보았다.정오가 다 되어갈 무렵, 진석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부님이 집에 있다고 말했고, 곧 도 씨 어르신이 그녀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계집애야, 너 또 운성으로 돌아갔니?"소희는 엷게 웃었다."네.""어쩐지 강 씨가 어제 싱글벙글 웃으며 떡을 찍어 나한테 보내서 자랑하더라니, 흥!"소희는 웃으며 말했다."돌아가면 사부님 보러 갈게요!""약속한 거지?" 도 씨 어르신은 즉시 말했다."그럼요!"두 사람이 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어르신이 다가와 큰 소리로 외쳤다."너 이 망할 영감탱이, 또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거야?"소희는 어르신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싸우게 했다.옆의 앵무새도 큰 소리로 외쳤다."망할 영감탱이!""아주 못됐어!""못됐어!"도 씨 어르신은 늙은이에 새 한 마리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곧 전화를 끊었다.어르신은 득의양양했다."나한테 욕 먹고 도망갔구먼!"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부님이 말다툼 잘하는 새 한 마리를 키우려고 계획할 거라 생각했다.......오후, 구택과 시원 등은 함께 모여서 카드놀이를 했다.저녁무렵 때에 은서가 오더니, 뒤에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은 저마다 불고기며 랍스터, 버블티 등을 가지고 왔다.그녀는 그들을 불렀다."티타임 하지 그래? 먹고 싶으면 와서 가져가."명원이 다가오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푸아그라도 있어요? 역시 은서 누나!""물론이지,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은서는 웃으며 연어초밥을 들고 구택 곁으로 걸어갔다."자, 이건 네 거야, 내가 잘못 기억하
시원이 다가와 그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엷게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는 집에 갔어?""응." 구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제 갔어.""겨우 하루밖에 안 떠났는데 이렇게 넋을 잃은 거야?" 시원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때 누가 자신은 단지 갖고 논다고 말했지!"구택은 눈빛이 그윽해지더니 자신을 비웃었다."어쩔 수 없었어, 그녀는 너무 귀엽잖아!"그도 자신이 언제부터 진지해졌는지 몰랐다. 언제부터인가 마음과 머릿속은 온통 그녀였다. 그는 반항하기도 했고 달갑지도 않았으나 결국 굴복했다.시원은 웃으며 그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조롱하기가 좀 그랬다. 고개를 돌려보니 은서가 계속 이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그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소희 씨를 좋아하는 이상 은서와 분명하게 말해."구택은 눈썹을 찌푸렸다."넌 내가 소희 씨 좋아하는 거 티 난다고 생각해?"시원은 영문을 몰랐지만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구택의 말투는 무덤덤했다."모두가 다 알아볼 수 있는 이상, 구은서도 당연히 알겠지!”소희는 그가 공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가 소희를 좋아하는 일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태도가 이미 매우 뚜렷하다고 느꼈다.물론 은서도 귀국한 후에 그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만약 그녀가 말한다면 그는 솔직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소희라고 말할 것이다.시원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다행히 난 똑똑해서 여자들한테 빠지지 않거든. 감정에 될수록 너무 집착하지마!"귀찮으니까!구택은 그를 흘겨보았다."너 그럼 맨날 공장에서 일하는 공인들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데?"시원은 나른하게 웃었다."당연히 차이가 있지. 나는 돈을 쓰고, 그들은 돈을 벌고!"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일어나 베란다로 걸어갔다."나 귀찮게 하지 마!"시원은 야유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연애 중인 남자는 건드리면 안 돼!"그는 의자에 앉아 있다 담배를
소희는 운동장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야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집에 돌아오자 오 씨는 이미 등불을 켜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그녀가 밥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방은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차려 놓았는데,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그녀와 오빠는 모두 부모가 없었고 할아버지도 부모님처럼 모든 일을 배려하며 사사건건 챙겨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들의 성장과정에 그리 참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녀와 오빠의 취향을 모두 똑똑히 기억했고 언제나 그들에게 강 씨 집안은 영원히 그들의 강대한 후원자라고 말했다!......밥을 먹고 소희는 또 어르신과 함께 정원에 잠시 앉았다가 곧 9시가 될 때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그녀는 핸드폰을 보았지만 구택이 보낸 문자는 없었다.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돌아온 요 며칠, 구택은 한두 시간마다 그녀와 연락했지만 오후에 두 사람이 영상 통화를 한 뒤, 지금까지 그는 뜻밖에도 다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아마도 시원 그들과 놀고 있겠지. 이렇게 생각한 소희는 샤워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그녀가 눕자마자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소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구택은 부드럽게 말했다."자요? 소희 씨 집이 어딨죠? 주소 보내줘요."소희는 멍하니 있다가 곧 잠이 깼다."지금 어디에요?""고속도로에 있는데, 곧 운성에 도착할 거예요."소희, "..."그녀는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고 외출했다.정원에서 그녀는 어르신과 부딪쳐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뒷짐을 지고 물었다."한밤중에 어디 가니?"소희는 입술을 오므렸고 맑은 눈동자는 머리 위의 붉은 등불을 비추고 있어 마치 화려한 불꽃 같았다."할아버지, 구택 씨가 왔어요."어르신은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또 인차 깨달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를 데리고 나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소희는 맑은 눈을 뜨고 말했다."할아버지,"어르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손을
소희는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고 손은 그의 옷을 꽉 잡았다. 마음속은 수많은 감정이 벅찼지만 그녀는 그냥 그를 안고 싶었다.한참 지나, 구택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소희 씨 집에 갈까요, 아니면 호텔에 갈까요?"소희는 그의 품에 안겨 잠시 침묵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호텔이요."구택은 낮게 웃으며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바로 그녀를 안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소희는 좀 뻘쭘해서 내려가려고 발버둥 쳤는데, 다행히 한밤중이라 고속도로 이쪽의 차가 모두 아주 빨리 달려서 아무도 이쪽을 주의하지 않았다.차에 오르자 구택은 한손으로 운전하며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나왔는데, 할아버지께선 뭐라고 안 하셨어요?"소희는 눈을 깜박였다."몰래 빠져나왔어요!"구택은 가볍게 웃었다."이따 할아버지께서 찾으면 어떡하려고요?""할아버지는 너무 깊이 주무셔서 발견하지 못할 거예요. 내일 아침에 다시 몰래 돌아가면 돼요."소희는 정색했다.구택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만약 발견되면, 나 데리고 같이 가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그럼 할아버지는 구택 씨를 그의 데릴사위로 삼을 거예요."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고요?"소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기쁨이 들어 있었다.*호텔에 들어서자 구택은 스위트룸을 예약했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남자는 소희를 벽에 누르고 힘껏 키스했다.두 사람은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방으로 향했고 옷은 이리저리 흩어졌다. 소희는 숨쉴 틈을 찾아 그의 손을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렇게 오랫동안 운전했는데, 좀 쉬지 않을래요?"구택의 고운 눈은 욕망으로 차 넘치며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 그녀를 응축했다."나 보고 싶었어요?"눈이 마주치자 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숙여 끊임없이 그녀에게
떠날 때 구택은 또 잠시 그녀에게 매달리다 점심에 오라고 거듭 당부하고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소희는 엘리베이터에 타며 숨을 길게 내쉬더니 무심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의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입술이 약간 부어 있는데다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았고, 두 볼은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그녀는 멈칫하더니 쑥스러워하며 귓가가 새빨개졌다.그녀는 주차장에 가서 구택의 차를 몰고 먼저 할아버지한테 만두를 사러 갔다.좀 늦었지만 사야 할 것은 꼭 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혼날 것이다.집에 돌아오자, 할아버지는 그녀의 손에 있는 만두를 보고 일부러 굳은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점심 사왔니?"소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나 아직 아침 안 먹었으니, 할아버지도 나랑 같이 아침 한 번 더 드세요."오 씨는 만두를 받아가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도 먹지 않고 줄곧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어르신은 코웃음쳤다. "누가 그녀를 기다렸다는 거야? 나는 그녀의 손에 있는 만두를 기다린 거라고!"소희는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팔을 잡으며 설명했다."사는 사람이 많아서 오랫동안 줄 섰단 말이에요."어르신은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래, 돌아왔으면 됐다. 나는 정말 그가 너를 납치해 가서 나에게 돌려보내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소희가 말했다."그럴 리가요?"두 사람은 같이 식탁으로 갔고 어르신이 물었다. "그 녀석은?""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어요!""그럼 너도 밥 먹고 바로 가거라, 괜히 여기 있으면서 정신을 딴데 팔지 말고."소희는 싱겁게 웃었다."아니에요, 그에게 이미 말했어요. 점심 먹고 나서 그를 찾으러 가면 돼요.""너 쓸데없는 데 머리 쓰는 거 좀 봐! 그냥 집에 데려오면 되는 거 가지고. 그 자식이 네 옛날 일을 알까 봐 걱정하면 내가 설명하면 되지." 어르신이 말했다.소희는 맑은 눈빛으로 생각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요!"오전은 매우 빨리 지나갔고 소희는 안심하고 할아버지와 점심을 먹고서야 자신의 물
도우미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도경수에게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양재아 아가씨가 방금 전화해서, 오늘 점심은 집에서 먹지 않겠다고 하셨어요.”재아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며, 회사에서 야근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네.”그 순간, 이반스가 옆문으로 들어와 밝은 목소리로 강시언과 강아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연한 파란색 폴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갈색 머리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아심이 물었다.“이반스 씨, 강성에서 생활은 어떠세요? 잘 적응하고 계시죠?”이반스는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음식도 잘 맞고, 생활도 편해요. 그리고 도경수 선생님께서 소장하고 계신 골동품과 서화들은 정말 감탄스러웠어요.”“제가 C국에 대해 얼마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을 정도죠.”도경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하하,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기회 되면 강씨 저택에 가봐. 거긴 정말 더 대단해. 그 집에 가야 진짜 놀랄 거야.”이반스는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정말요?”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강재석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 오게나.”“꼭 한번 방문할게요.”다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으며, 분위기는 편안하고 유쾌했다.식사 중에 도도희가 아심에게 물었다.“오후에 일정 있니?”“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이예요.”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앞으로는 계속 집에서 지낼게요.”도도희와 도경수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눈빛이 반짝였고, 도경수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그래야지! 우리 가족인데 당연히 함께 살아야지.”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눈빛이 더 깊어졌다. 그녀가 자기 말을 듣고 순순히 집으로 돌아온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그러나 시언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이 집에 머물기로 결심했을까?시언은 입가
강재석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둘이 서로를 안 지가 몇 년인데. 서로 성격도 잘 알고 있으니 진짜로 화낼 일은 없어.”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사실, 이 몇 년 사이에 도경수의 성격이 아주 좋아졌어. 예전처럼 고집만 부리는 건 아니야. 특히 과거에 너랑 재희의 아버지를 갈라놓은 일을 후회하고 있어.”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요 며칠 보니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어요.”강재석은 깊은 뜻을 담아 말했다.“너희 부녀가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 사람 인생에서 20년이 몇 번이나 있겠어. 지금은 시간을 많이 함께 보내야 해.”그 말에 도도희는 감동하며 말했다.“그럴게요. 아저씨, 그동안 우리 아버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강재석은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몇십 년 된 친구 사이인데, 고맙다는 말은 너무 멀게 들려.”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우리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강재석은 약간 화난 듯이 말했다.“그 양반, 아심이 시언을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내가 그 속을 모를 줄 알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릴 뻔하며 고개를 돌렸다.한편.도경수는 아심과 시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활짝 웃으며 환영했다. 그는 연신 그녀를 걱정하며 물었다.“길 더웠지? 괜찮아?”“왜 그렇게 자주 야근해? 아직 젊으니까 건강도 챙겨야지!”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건강 잘 챙길게요.”그녀가 처음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도경수는 순간 멈칫하며 표정이 굳었다. 이내 눈물이 차오르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그래!”20년 전, 어린 아심이 도경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할아버지라고 부르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는 이 장면을 그리워하며 꿈속에서 수없이 그려왔다. 그리고 양재아가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는 단지 친근한 느낌이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아심이 그렇게
두 사람이 집을 나설 때는 이미 거의 점심시간이었다. 길을 지나던 중, 아심은 꽃집을 발견하고 시언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도도희에게 줄 꽃다발을 샀다.차로 돌아온 아심은 시언에게 물었다.“외할아버지는 어떤 걸 좋아하세요? 뭐 하나 선물 드리고 싶은데요.”시언은 태연히 대답했다.“이번에는 괜찮아. 다음에 하면 돼.”아심은 그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 안은 꽃향기로 가득 찼고, 그 은은한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더 차분하게 만들었다.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이제는 약간의 기대가 생겼다. 적어도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은 아니었다.도씨 저택.도경수는 아침부터 마음이 초조해진 듯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계속 마당 쪽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이를 본 강재석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많이 왔다 갔다 하지 마. 그러다 어지러워 쓰러지겠어. 앉아서 좀 쉬어. 도도희가 그러지 않았나? 아심이가 조금 있다가 점심 먹으러 온다고.”도경수는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네 생각엔 아심이가 정말 오긴 할까?”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 말을 그제부터 벌써 몇 번이나 물었는지 알아?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히겠어. 아심이는 바빠. 걔에게도 시간을 좀 줘.”도경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내게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강재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슨 일로?”“내가 예전에 오해했던 일, 그리고 네 앞에서 아심에 대해 별로 좋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들 말이야.”그러나 강재석은 단호히 말했다.“아심이는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마.”도경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그래도 아직 우리랑 조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강재석은 그를 달래며 말했다.“아심이는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까워질 거고. 아심은 착한 아이라고 믿어.”
이에 강시언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깜빡했어.”강아심은 시언의 품에서 몸을 돌리며 눈가를 살짝 치켜올렸다. 그녀의 요염한 미소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렇다면 앞으로는 매번 내가 이체할게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거든요.”시언은 반쯤 감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자기기만이 그렇게 재밌어?”아심은 시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재밌죠! 그런데 당신이 그걸 들춰내면 안 재밌어지잖아요!”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시언은 아심의 손목을 잡아 침대에 눌러두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요금을 받는 상황이라면, 내가 강아심 씨가 기꺼이 낼 수 있도록 만들어 드려야겠네.”아심은 고개를 들고 시언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몸을 뒤집어 위치를 바꾸었다.아심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어 시언의 입술에 깊은 키스를 남겼다.시언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누가 아심이 스폰서인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갑자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심은 무시하고 싶었지만, 벨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아심은 남자를 달래듯 가볍게 입술에 키스한 뒤, 몸을 기울여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누가 주말 아침부터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봤을 때, 그녀의 눈이 약간 커지고 긴장으로 휴대전화를 놓칠 뻔했다.발신자는 도도희, 아심의 엄마였다. 울리는 벨 소리는 그녀를 재촉하는 듯했고, 아심은 숨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들킨 듯한 느낌이었다.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주말이라 늦잠 잤니? 아침은 먹었어?]“아니요, 좀 있다가 먹으려고요.”아심은 얌전하게 대답했다.[오늘도 혹시 야근하는 건 아니지?]도도희의 웃음 속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 있
강시언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최근에 내가 너의 양부모와 관련된 단서를 따라갔고, 너를 납치했던 사람을 찾아냈어.”“대략 1년 전에 체포되어 지금 감옥에 있어. 내가 사람을 보내 잘 돌봐주게 했지.”아심은 눈빛이 살짝 차가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언은 말을 이었다.“그리고 널 샀던 양부모도 지금 형편이 좋지 않아. 아들은 방탕한 삶을 살고,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여자 친구랑 함께 부모를 착취하고 있지.”“돈을 요구하며 부모를 때리고 욕하는 게 다반사야. 그래서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따로 손을 쓸 필요도 없었어.”아심은 담담히 말했다.“나는 그들에게 이미 마음을 비웠어요. 어차피 친부모도 아니었으니까요. 나를 사들였다가 다시 팔아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죠.”“감정도 없으니 당연히 원망도 없어요.”“원망은 내가 해!”시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그 사람들이 너를 때리고 욕했던 걸 떠올리면, 지금 받는 벌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아심의 마음은 순간 간질거렸다. 마치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따뜻하면서도 저릿한 감각이 가슴 끝까지 퍼졌다. 그녀는 눈가가 살짝 물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이 나를 팔았기에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아요.”시언은 팔을 들어 아심의 어깨를 감싸며 눈을 마주쳤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동자는 점점 더 차갑고도 또렷해졌다.“그날 도경수 할아버지가 네 몸에 있는 태어나는 반점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대답하지 않았잖아. 네 생각엔 뭐라고 답해야 할까?”시언은 끝음을 살짝 끌며, 자기 목소리에 특유의 저음과 자극적인 울림을 더했다. 빗소리에 묻힌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강렬히 두드렸다.이에 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있는 그대로 대답하세요. 근데, 그럴 용기 있어요?”“내가 무서워서 못 한다고 생각해?”시언은 낮고 짧게 대꾸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아심의 정교한 턱을 잡아들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오븐 속 닭 날개는 이미 다 구워졌고, 끓던 국도 식어버렸다. 밖에서는 다시 비가 내리는지, 부슬부슬한 빗소리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고 있었다.강시언은 몸을 약간 일으켜 그녀의 옷을 입혀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뒷정리할 테니, 너는 가서 샤워해. 씻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거야.”강아심은 나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움직이지 않고 대꾸했다.“내가 샤워 끝낼 때쯤 당신이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딱 두 가지 요리랑 국 하나야. 충분하겠어?”시언이 묻자, 아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점심에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음식이 많이 남아서, 그거 데워서 먹으면 돼요. 음식은 낭비하면 안 되니까.”“그래.”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아심을 조리대에서 내려주었지만, 아심은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고 움직이지 않았다.붉게 물든 눈가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못 걸을 것 같아요.”이에 시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을 다시 들어 올려 주방에서 주방의 욕실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시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심은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얇은 잠옷 차림의 그녀는 헝클어진 긴 머리를 어깨에 흘러내린 채 앉아 있었다. 밖에서 스며드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흩날렸고, 하얗고 가녀린 어깨가 머리카락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났다.아심은 비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두운 조명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냘픈 라인을 더 강조했고,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다.시언은 그녀에게 다가가 같은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야근은 좋은 핑계겠지만, 도도희 아주머니랑 도경수 할아버지가 모를 리 없지. 너, 집에 가기 싫은 거잖아.”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 말이 맞아요.
영상 속의 셰프는 유창하게 자국어를 구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신은 미스터 강의 여자 친구인가요? 참고로 지금 종료해도 보수는 환불되지 않아요.]아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알고 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좋아요. 그러면 이만!]셰프의 말을 끝으로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종료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강시언에게 물었다.“닭 날개를 굽고 싶으신 거예요?”“너 할 줄 알아?”“이미 양념까지 다 해두셨으니, 오븐에 넣고 온도와 시간을 맞추면 끝이예요.”시언은 접시에 담아둔 닭 날개를 그녀에게 건네자, 아심은 돌아서서 접시를 오븐에 넣으며 물었다.“어떻게 갑자기 요리를 배우고 싶으셨던 거예요?”시언은 다른 재료를 고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상을 느껴보라고.”그 말에 아심은 순간 멈칫하며 오븐을 멍하니 바라봤다.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타이머를 설정했다. 아심은 돌아서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뭐 도와줄까요?”시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가 내가 부른 셰프를 쫓아냈잖아. 네가 안 도우면 생닭을 먹겠다는 뜻인가?”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웃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으며 도마 위에 놓인 토마토를 보며 물었다.“이건 뭐 만들려고요?”“약간의 토마토를 곁들인 소고기볶음.”아심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아직 걷는 법도 배우지 않았는데 벌써 달리려는 거예요?”시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아심은 대답 대신 말했다.“그 요리는 오래 걸려요. 배가 고프니까 그냥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요.”시언은 물었다.“생으로? 그냥 먹으라고?”“상쾌하고 맛있어요.”아심은 토마토를 반으로 자른 뒤 한 조각을 손으로 집어 시언의 입가에 내밀며 말했다.“한번 먹어보고 생토마토 맛이 어떤지 확인해 보세요.”아심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눈가가 붉어진 채 가늘게 올라간 눈꼬리와 흐르는 듯한 시선으로 무의식적인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시언은
아심은 연희가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기절하지 마, 그러다 네 남편이 걱정하실라.”[아심아, 내가 도경수 할아버지를 몇 년 동안 알아 왔는지 너 알아?]연희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리가 친구였는데, 이제 넌 도경수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됐잖아!]아심은 연희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사실 나도 정말 많이 놀랐어.”[그렇지만 정말 축하할 일이야!]연희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정말 깜짝 놀랄 만 하면서도 기쁜 소식이야!]연희는 평소 양재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재아가 도경수의 손녀가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뻤다. 그런데, 아심이 도경수의 손녀라는 사실을 들었을 땐 말 그대로 두 배의 기쁨이었다.어젯밤, 연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명성을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명성은 그녀가 임신이라도 한 줄 알고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고마워.”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연희야, 나도 네가 내 친구라는 게 너무 행복해.”[이제는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이기도 하잖아!]연희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주말에 도경수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갈게. 축하도 드릴 겸.]“언제든지 환영해.”두 사람은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오후에 정아현이 다시 업무 보고를 하러 왔을 때는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저,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그저 사장님이 걱정돼서 그랬던 건데, 앞으로는 다시는 미스터 강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을게요!”아심은 담담히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남자 친구 생겼다면서요? 데이트하러 가요.”이에 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드려요, 사장님.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게요!”...아심이 퇴근할 때쯤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회사를 나설 땐 직원들마저 모두 퇴근해 그녀 혼자 남아 있었다.점심으로 받은 음
식사 중에 강시언이 물었다.“저녁에 또 약속 있어?”아심은 반쯤 내려간 눈길로 잠시 깜빡이며,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정말 바빠요.”“응.” 시언은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지만 각자 차를 타고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아심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정말 바빴다.정아현이 업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아현은 무심코 아심에게 말했다.“내일 토요일인데, 권수영 여사님께서 댁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 성대한 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꽤 많은 사람을 초대한 것 같아요.”“지승현 사장님도 아마 어머니 생일을 위해 집에 남아 있을 거고요. 어쩌면 권 여사님께서 그 자리에서 며느리를 정하려고 할지도 몰라요.”아현은 슬쩍 아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일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하는지 제가 알아볼까요?”아심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약간 피곤한 듯 말했다.“아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지승현은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도 절대 다시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지씨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마요.”“그리고 지승현 앞에서 내 얘기를 일부러 꺼내지도 마세요.”아현은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그런데 미스터 강이 돌아와서 사장님을 찾으신 건 맞죠?”아심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아현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그날 저녁, 그분이 회사로 오시는 걸 봤거든요.”아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사장님, 그분과 다시 만나신 건가요?”아현의 질문에 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야.”이에 아현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안 만나는 게 맞아요. 사장님,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와선 찾아오고, 또 떠나서는 연락도 없는 게 말이 돼요?”“사장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아심의 얼굴은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