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운동장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야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집에 돌아오자 오 씨는 이미 등불을 켜기 시작했다.할아버지는 그녀가 밥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방은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차려 놓았는데,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그녀와 오빠는 모두 부모가 없었고 할아버지도 부모님처럼 모든 일을 배려하며 사사건건 챙겨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들의 성장과정에 그리 참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녀와 오빠의 취향을 모두 똑똑히 기억했고 언제나 그들에게 강 씨 집안은 영원히 그들의 강대한 후원자라고 말했다!......밥을 먹고 소희는 또 어르신과 함께 정원에 잠시 앉았다가 곧 9시가 될 때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그녀는 핸드폰을 보았지만 구택이 보낸 문자는 없었다.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돌아온 요 며칠, 구택은 한두 시간마다 그녀와 연락했지만 오후에 두 사람이 영상 통화를 한 뒤, 지금까지 그는 뜻밖에도 다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아마도 시원 그들과 놀고 있겠지. 이렇게 생각한 소희는 샤워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그녀가 눕자마자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소희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구택은 부드럽게 말했다."자요? 소희 씨 집이 어딨죠? 주소 보내줘요."소희는 멍하니 있다가 곧 잠이 깼다."지금 어디에요?""고속도로에 있는데, 곧 운성에 도착할 거예요."소희, "..."그녀는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고 외출했다.정원에서 그녀는 어르신과 부딪쳐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뒷짐을 지고 물었다."한밤중에 어디 가니?"소희는 입술을 오므렸고 맑은 눈동자는 머리 위의 붉은 등불을 비추고 있어 마치 화려한 불꽃 같았다."할아버지, 구택 씨가 왔어요."어르신은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또 인차 깨달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를 데리고 나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소희는 맑은 눈을 뜨고 말했다."할아버지,"어르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손을
소희는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고 손은 그의 옷을 꽉 잡았다. 마음속은 수많은 감정이 벅찼지만 그녀는 그냥 그를 안고 싶었다.한참 지나, 구택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소희 씨 집에 갈까요, 아니면 호텔에 갈까요?"소희는 그의 품에 안겨 잠시 침묵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호텔이요."구택은 낮게 웃으며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바로 그녀를 안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소희는 좀 뻘쭘해서 내려가려고 발버둥 쳤는데, 다행히 한밤중이라 고속도로 이쪽의 차가 모두 아주 빨리 달려서 아무도 이쪽을 주의하지 않았다.차에 오르자 구택은 한손으로 운전하며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나왔는데, 할아버지께선 뭐라고 안 하셨어요?"소희는 눈을 깜박였다."몰래 빠져나왔어요!"구택은 가볍게 웃었다."이따 할아버지께서 찾으면 어떡하려고요?""할아버지는 너무 깊이 주무셔서 발견하지 못할 거예요. 내일 아침에 다시 몰래 돌아가면 돼요."소희는 정색했다.구택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만약 발견되면, 나 데리고 같이 가요."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그럼 할아버지는 구택 씨를 그의 데릴사위로 삼을 거예요."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고요?"소희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기쁨이 들어 있었다.*호텔에 들어서자 구택은 스위트룸을 예약했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남자는 소희를 벽에 누르고 힘껏 키스했다.두 사람은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방으로 향했고 옷은 이리저리 흩어졌다. 소희는 숨쉴 틈을 찾아 그의 손을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렇게 오랫동안 운전했는데, 좀 쉬지 않을래요?"구택의 고운 눈은 욕망으로 차 넘치며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 그녀를 응축했다."나 보고 싶었어요?"눈이 마주치자 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숙여 끊임없이 그녀에게
떠날 때 구택은 또 잠시 그녀에게 매달리다 점심에 오라고 거듭 당부하고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소희는 엘리베이터에 타며 숨을 길게 내쉬더니 무심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의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입술이 약간 부어 있는데다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았고, 두 볼은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그녀는 멈칫하더니 쑥스러워하며 귓가가 새빨개졌다.그녀는 주차장에 가서 구택의 차를 몰고 먼저 할아버지한테 만두를 사러 갔다.좀 늦었지만 사야 할 것은 꼭 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혼날 것이다.집에 돌아오자, 할아버지는 그녀의 손에 있는 만두를 보고 일부러 굳은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점심 사왔니?"소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나 아직 아침 안 먹었으니, 할아버지도 나랑 같이 아침 한 번 더 드세요."오 씨는 만두를 받아가서 웃으며 말했다."어르신도 먹지 않고 줄곧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어르신은 코웃음쳤다. "누가 그녀를 기다렸다는 거야? 나는 그녀의 손에 있는 만두를 기다린 거라고!"소희는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팔을 잡으며 설명했다."사는 사람이 많아서 오랫동안 줄 섰단 말이에요."어르신은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래, 돌아왔으면 됐다. 나는 정말 그가 너를 납치해 가서 나에게 돌려보내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소희가 말했다."그럴 리가요?"두 사람은 같이 식탁으로 갔고 어르신이 물었다. "그 녀석은?""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어요!""그럼 너도 밥 먹고 바로 가거라, 괜히 여기 있으면서 정신을 딴데 팔지 말고."소희는 싱겁게 웃었다."아니에요, 그에게 이미 말했어요. 점심 먹고 나서 그를 찾으러 가면 돼요.""너 쓸데없는 데 머리 쓰는 거 좀 봐! 그냥 집에 데려오면 되는 거 가지고. 그 자식이 네 옛날 일을 알까 봐 걱정하면 내가 설명하면 되지." 어르신이 말했다.소희는 맑은 눈빛으로 생각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요!"오전은 매우 빨리 지나갔고 소희는 안심하고 할아버지와 점심을 먹고서야 자신의 물
"소희 씨, 나 소희 씨가 너무 좋아요!""응!" 소희는 가볍게 대답하고는 눈을 감고 키스에 집중했다.……3시에 두 사람은 호텔을 떠나 공항으로 가서 구택의 개인비행기를 타고 강성으로 돌아갔다.한 시간 후, 비행기에서 내리자 명우는 이미 공항 밖에서 대기하며 두 사람을 어정으로 데려다주었다.구택은 저녁에 남월정에 가서 밥 먹자고 제의했지만 소희는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오랫동안 학교에 가서 면을 안 먹었는데, 같이 갈래요?”"면이요?" 구택은 눈썹을 찌푸렸다.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내가 살게요!"구택은 즉시 대답했다."그래요!"방고거리는 바로 강성대 동쪽에 있었는데 어정과도 아주 가까워서 두 사람은 차를 몰지 않고 줄곧 걸어갔다.마트를 지날 때 구택은 소희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는 스스로 들어가 손에 막대사탕 두 개를 들고 나왔다.소희는 받은 뒤 사탕 종이를 까서 입에 넣었는데 눈빛이 밝아졌다.구택은 소희가 사탕을 너무 많이 먹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 사탕을 먹을 때 만족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좋아했다.사탕 하나 때문에 소희는 주동적으로 그의 손을 잡고 그들은 깍지를 끼며 방고거리를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거리를 따라 천천히 걷는 것은 구택에게 있어 매우 특이한 느낌이었다.……사람들은 휴가 마지막 날을 즐기고 있었다. 보행로는 특히 떠들썩했는데 인파가 엄청 많아 구택은 소희를 품에 감싸며 천천히 사람들 사이로 지나갔다.몇 개의 골목을 지나 소희는 구택을 데리고 전에 자주 가던 그 국숫집에 도착했다. 날이 막 어두워져서 국숫집에는 이미 식객들로 가득했고 빈 탁자 하나만 남았다.국수집은 크지 않았지만 환경은 깨끗해서 공기 중에 식욕을 돋우는 향기가 가득했다.소희가 구택을 데리고 앉자 주인아줌마는 열정적으로 소희에게 인사를 했다."오랫동안 아가씨 보지 못했는데."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요즘 수업이 적어서 자주 오지 못했어요."주인아줌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눈빛은 구택에게 떨어지며 놀라움을 금치
두 사람이 말할 때, 주인아줌마는 삼선면을 들고 와서 구택 앞에 놓았는데 아주 열정적이었다."고추와 식초는 셀프!”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주인아줌마는 소희에게 살며시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더니 주방으로 갔다.소희가 말했다."여기 젓가락이 있어요. 나 숟가락 가지러 갈게요."숟가락은 소독 찬장에 있어서 소희는 일어나서 가지러 갔다.그녀가 막 가자마자 입구에서 두 여자가 들어왔는데, 보아하니 강성대 학생인 것 같았다. 그녀들은 들어오자마자 구택을 보더니 다가와서 수줍게 물었다."저기요, 가게에 빈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우리 같이 앉으면 안 될까요?"구택은 잘생기고 온화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두 여학생은 즉시 앉아서 몰래 남자를 주시하며 서로 눈빛 교환했고, 그 중 짧은 머리의 한 여학생이 조신하게 웃으며 말했다."저기 혹시, 전화번호 좀 알려줄 수 있었요?"구택은 안색이 싸늘했지만 고개를 들 때 마침 소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바로 부드러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여자친구가 질투할 거 같아서요!"여자친구?두 여학생은 그의 시선을 따라 보더니 문득 깨달으며 또 약간 난처하고 뻘쭘해했다.소희는 돌아와서 테이블에 두 사람이 더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모두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살짝 의아해했다. 그녀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구택에게 숟가락을 건네주었다.이때 마침 떠나는 손님이 있어서 두 여학생은 바로 빈 테이블로 옯겼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면을 먹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소희는 영문 몰라하며 물었다."왜 웃어요?"구택은 천천히 말했다."그냥 여자친구가 있는 것은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요!""네?"소희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주인아줌마는 소희가 주문한 오리면을 들고 왔다. 구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소희의 머리를 만지더니 눈빛은 사랑으로 차넘쳤다."얼른 먹어요!”밥을 먹고 소희는 계산하러 갔고 구택도 그녀와 다투지 않았다
앞서 남은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은 소희는 그동안 구택에게 공포영화로 불면증을 치료했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돌려 물었다."요즘 잠은 잘 와요?"구택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잠을 잘 자는지 아닌지, 소희 씨 몰라요?"소희는 뻘쭘해지더니 아무렇게 물었다."왜 갑자기 좋아진 거죠?"구택은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낮고 천천히 말했다."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봤는데, 내가 전에 불면증을 앓았던 원인이 정력이 너무 왕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소희는 멍하니 있다가 반응하며 작은 얼굴은 약간 빨개졌다. 그녀는 구택이 정말 의사에게 물어보았는지를 의심했다.이 화제는 계속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소희는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 불을 껐다.방안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오직 텔레비전의 빛만 남았는데, 구택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즉시 소희를 바라보았다."왜 불을 끄는 거죠?"소희는 설명했다."그래야 분위기가 있으니까요."‘그래!’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했다.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공포영화였는데 줄거리는 매우 간단했다. 탐험을 하는 제작진이 인적이 드문 곳을 탐험했는데, 예를 들면 흉가, 묘지, 황량한 야외 등 이런 곳을 탐험하면서 시청률을 위해 인위적으로 일부 미스터리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이번에 탐험한 곳은 버려진 정신병원으로서, 병원은 이미 페기된지 오래됐고 도처에 잡초가 널려 있었지만 부근에는 늘 이 병원에 귀신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었다.제작진은 또 일부러 이런 소문을 과장해 긴장감도 극에 달했다.영화가 시작되자 제작진 몇 명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병원에 들어가 카메라를 배치한 뒤 병원의 보안더러 밖에서 문을 모두 잠그고 날이 밝기 전까지 문을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문이 잠긴 후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몇 사람은 로비에서 잠시 웃고 떠들다 본론에 들어갔다.4~5명이 전등과 카메라를 들고 2층과 3층을 한바퀴 돌았고 페기된 수술실에는 또 일부 의료용 도구가 놓여 있었으며 병실의 벽에는 알 수 없는
소희는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영화 속 귀신에게 놀라지 않고 도리어 구택에게 깜짝 놀랐다.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들고 집중하며 다급하게 그녀에게 키스했다.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나자 소희는 눈알을 돌려 한번 보려고 했지만 구택은 즉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을 막은 후 아예 그녀를 소파에 눌러 키스했다.구택은 손을 뻗어 리모컨을 잡으며 텔레비전을 껐고 비명소리도 뚝 그쳤다.거실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오직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만이 반짝였다.구택은 소희를 안고 안방으로 걸어가면서 그녀의 입과 턱을 따라 키스했다.소희는 그를 껴안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웃음을 참지 못했다."구택 씨, 혹시 무서운 거예요?"남자의 입술은 소희의 목에 멈추며 호흡이 무거워졌다."앞으로 다신 이런 거 보지 마요!""당신도 무서운 게 있어요?"소희는 유난히 웃긴 일이라도 알게 된 듯 크게 웃으며 어깨까지 떨다가 마지막에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렸다.남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검은 눈동자에 억울함을 드러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웃겨요?"소희는 입술을 깨물고 자신이 너무 크게 웃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들고 자신의 이마를 그의 이마에 대며 낮게 말했다."아니요, 귀여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남자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며 그의 입술을 막았다.구택은 심쿵하더니 곧 말로 할수 없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안방의 방문을 꼭 닫았다.......미연은 명원에게 추석날 차를 찾으러 가라고 했지만 명원은 마음속으로 원망을 품고 이튿날에 가지 않았고 오늘에야 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어디에 두었냐고 물었다.미연은 간단하게 말했다. "내가 주소 보내줄게요."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명원은 울분을 참으며 옷을 갈아입고 미연이 보낸 주소로 가서 차를 찾았다.그가 외출했을 때 이미 저녁이 다 되어 가서 장 부인이 물었다."지금 이 시간에 또 어딜 싸돌아 다
성질 부리고 있는 게 틀림 없어!그는 하찮다는 듯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에 들어섰다. 명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거실이 아주 크고 거실의 3면이 모두 긴 창문이라 시야가 넓은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집의 인테리어는 모두 회백색의 냉랭한 스타일로, 아무런 불필요한 장식도 없어서, 좀처럼 여자가 사는 집 같지가 않았다.명원은 싸늘하게 웃으며 속으로 은근히 미연이 전혀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욕했다!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명원은 미연을 보지 못해서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불렀다."야, 어딨는 거예요, 나 들어간다!"내려갈 시간도 없고 문 열어줄 시간도 없다니, 설마 샤워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그녀의 그 남자 같은 모습을 보면 샤워할 때 남자와 다를 바 없을 것 같아서 그에게 거저 보여주어도 그는 보고 싶지 않았다.그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거실 모퉁이에서 소리가 전해왔다."차 키는 탁자 위에 있으니까 챙기고 빨리 돌아가요!"명원은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누군 오고 싶어서 온 줄 아나! 돈 줘도 안 와!’그는 빠른 걸음으로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갔고 그제야 북쪽의 창문 앞은 개방적인 작은 서재로서 책꽂이와 책상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고 이때 미연은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그는 힐끗 보더니 미연이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고, 컴퓨터의 게임 화면도 무척 날렵하게 바뀌고 있었다.그는 단지 한 번 보고 미연이 하는 게임은 그가 평소에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서 하찮게 말했다."너도 이 게임 하는군요. 내가 당신 캐리 할까요? 난 랭킹이 이미 다이아 거든요!"미연은 팀을 데리고 마지막 공격을 하고 있었고 한창 긴장한 시기라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명원은 미연의 뒤에 서서 바라보다가 곧 표정이 굳어져 놀라움과 불가사의로 변했다.미연은 이겼다, 의심할 여지가 없이! 그리고 펜타킬로!명원은 그녀를 노려보며 목소리가 쉬었다."네, 네가 바로 일감죽우예요?"미연은 "응"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