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목욕하고 있던 청아는 누군가가 문을 미는 소리를 듣고 잔뜩 긴장해지더니 얼른 옷을 입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지?"바깥의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힘껏 문을 밀었고, 문이 밀리지 않자 세게 부딪치기 시작했다.문 뒤에 받쳐져 있던 의자는 조금씩 밀려났고 위의 물도 쏟아졌다.청아는 즉시 달려가 문을 밀며 물었다."누구냐고?"밖에 있던 사람은 멈추더니 일부러 놀라는 척했다."안에 청아 씨 있었어? 나는 또 문이 고장 난 줄 알았네! 내 팬티가 옷걸이에 걸려 있는데, 혹시 못 봤어? 좀 가져다줘!"청아는 분노하면서도 두려워하며 차갑게 말했다."먼저 가봐, 나 바로 나갈 거야!""나 지금 입을 건데, 먼저 들어가게 해줘!"성강은 히죽거리며 계속 문을 힘껏 밀었다.청아는 힘껏 버티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더 이상 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성강은 청아가 목욕할 때마저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간다고 믿지 않아 힘껏 문만 밀었다.문은 "쾅쾅" 소리가 났고 청아는 자신을 애써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뒤돌아서서 욕실을 들여다보더니 어떤 물건으로 방비할 수 있는지 찾아보았다!고장미는 분명 나갔기 때문에 성강이 감히 이렇게 대놓고 행동할 수 있었으니 그녀는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핸드폰은 세면대에 놓여 있었고 그녀가 가져가려면 문에서 떠나야 했기에 성강은 틀림없이 문을 밀치고 들어올 것이다. 그녀는 급해지더니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고, 방금 큰 소리로 외치려고 할 때, 세면대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누군가가 그녀에게 전화했다!적막한 화장실 안에서 전화벨 소리는 매우 뚜렷했다.성강은 청아가 정말로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 즉시 멈추고 몸을 돌려 떠났다.청아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성강이 멀어진 것을 듣고서야 그녀는 의자를 다시 문 뒤로 민 후, 재빨리 세면대 앞으로 달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그녀에게 전화한 사람은 백림이었다.그녀는 한없이 감격스러
백림은 낡은 건물을 한 번 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왜 여기에서 지내는 거죠? 만약 시원이네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 내 빈 집에서 지내도 되는데!"청아는 인차 말했다."아니에요, 고마워요!"백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온화하게 웃기만 했다."올라가서 얘기해도 돼요?"청아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나와 함께 살고 있는 여자가 있어서요, 미안해요!”"그럼 됐어요!" 백림은 웃음을 머금고 몸을 돌려 차로 돌아와 트렁크에서 커다란 쇼핑백 두 개를 꺼냈고 안에는 물건으로 가득 찼다.그는 청아에게 건네주었다."불편하면 나도 올라가지 않을 테니까, 이거 들고 올라가요!"청아는 쇼핑백에 여자가 마시는 제비집, 콜라겐, 그리고 진귀한 화장품이 있는 것을 보고 즉시 고개를 저었다."난 필요 없어요. 백림 오빠, 그냥 가져가요!”백림은 웃었다."단지 먹는 것들일 뿐, 얼마 안 해요. 화장품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준 건데, 내가 남자로서 쓸 데도 없고요."청아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정말 받을 수 없어요. 그냥 여자 친구에게 가져다줘요!"백림이 말했다."시원이가 한 말 듣지 마요. 내가 여자친구가 어디 있다고!"멀지 않은 곳에 롤스로이스 한 대가 나무 아래에 세워져 있었고 시원은 운전석에 앉아 건물 앞에서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고 눈을 가늘게 뜨며 청아를 주시하고 있었다.백림이 청아를 좋아한다는 말에 그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백림은 그와 마찬가지로 여자친구를 우표 수집하는 것처럼 사귀었다.그런데 백림이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이건 다소 의외였다.절친으로서 그는 눈치 있게 빠져야 했고 너무 많이 참견할 수 없었다.‘청아 그 멍청한 계집애는 백림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그는 좀 초조해지며 차 창을 반쯤 내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이쪽의 청아는 계속 받으려 하지 않았고 백림은 다소 조급해했다."청아 씨, 다른 생각하지 마요. 나는 단지 당신과 친
백림과 청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으니, 두 사람 사이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백림은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더 이상 청아 씨에게 전화하지 않을 게요. 그러나 나중에 만나면 계속 날 오빠라고 불러줘요!""그럼요!" 청아는 유쾌하게 웃었다."그럼 빨리 돌아가요, 머리카락도 아직 마르지 않았으니, 밖에서 바람 쐬지 말고. 나도 가볼게요!""잘 가요, 백림 오빠!""안녕!"백림은 물건을 차에 다시 올려놓은 다음 차에 올라타서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청아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거기에 서서 그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시원은 차에 앉아 청아가 "섭섭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색이 더욱 무거워졌다.백림의 차가 멀어지자 청아는 금방 몸을 돌려 돌아가려 했는데 갑자기 경적 소리를 듣고 바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날이 이미 어두워져서 그녀는 차 안의 사람을 똑똑히 보지 못했지만, 익숙한 차를 보고 가슴이 쿵 뛰었다.차가 다시 한번 울리자 청아는 차 안의 사람이 시원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입술을 오므리고 걸어갔다.갑자기 핸드폰이 또 울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멈춰서 한 번 보았는데, 소희가 그녀에게 전화한 것이었다."청아야, 시원 오빠가 그쪽을 지나갔다 해서 너 데리러 갔어. 이따 그의 차 타고 와!"소희가 말했다.청아는 잠시 멈칫하다 웃으며 말했다."응, 나 시원 오빠 차 본 것 같아!""응, 이따 보자!"소희는 곧 전화를 끊었다.청아는 휴대전화를 들고 나무 아래에 세워진 롤스로이스를 향해 걸어가 차 앞 유리를 사이에 두고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그녀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느꼈는데, 사실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시원은 차에서 내리며 잘생긴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가 묻어났다."소희 씨가 데리러 오라고 해서요, 지금 갈래요?"청아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준수하고 존귀했지만 전의 익숙한 느낌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소외감은 그녀로 하여금 병원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게 했
"난 남자친구 사귀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가 남자친구를 사귄다고 해도 그는 절대로 다른 여자가 샤워할 때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청아의 눈빛은 싸늘했다."뭐라고?" 고장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난 이미 분명하게 말한 거 같아!" 청아는 이 한 마디만 하고는 고장미의 흉한 안색을 보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반쯤 마른 머리를 빗고 또 외투를 입었다. 외출할 때 청아는 안방에서 고장미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다투고 있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시원의 차에 오르자 시원은 바로 차에 시동 걸어 청아를 데리고 샹젤 웨스트 레스토랑으로 갔고, 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시원이 말을 하지 않자 청아도 일부러 그와 거리를 두었다.룸에 들어서자 방안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청아는 바로 뒤돌아서 시원에게 소희가 어딨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갑자기 중간 테이블의 촛불이 켜지더니 방안에는 "생일 축하합니다"의 피아노곡이 울렸다.청아는 그곳에 멍하니 있다가 문득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떠올렸다!방안의 불빛이 켜지자, 정교한 식탁에는 케이크와 장미꽃이 놓여 있었고, 방안은 온통 리본과 풍선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소희는 꽃다발을 안고 걸어와서 부드럽게 웃었다."청아야, 생일 축하해!"청아는 감동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마워, 소희야!"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아이디어와 방안의 장식은 모두 시원 오빠가 생각한 거야.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시원은 확실히 청아에게 생일을 잘 쉬어주려 했지만, 그녀와 백림을 보고 마음에 씁쓸함을 느끼며 지금도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방은 레스토랑 직원이 배치한 거라서 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구택은 준비한 선물을 꺼내 청아에게 건네주었다."생일 축하해요!"청아는 그 상자를 보자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바삐 고개를 저었다."나에게 생일을 쉬어주는 것만으로 충분
청아는 연속 술을 몇 잔이나 마셔서 얼굴이 빨갰고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당연히 여러분들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 줬기 때문이죠!”시원의 잘생긴 얼굴은 담담해졌다."기뻐해도 오늘 다른 사람도 없는데, 딱 우리가 너에게 술 먹인 것 같잖아요!"분위기가 점점 편해지자 그들은 마치 전에 어정에서 함께 모이는 것처럼 웃고 떠들었다.식사를 반쯤 먹을 때, 청아는 취해서 일어나 화장실에 갔고 소희도 뒤따라갔다.*복도에서 명원은 미연과 함께 걸어왔는데, 두 사람은 모두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들이 서로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다.지난번 맞선을 본 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사귀"었다고 할 수 있었고 주말이 되자마자 장 부인은 명원더러 미연과 데이트하러 가라고 재촉했다. 명원은 이리저리 미루다 결국 오늘 오후까지 미뤘고, 더 이상 두를 핑계가 없어서 그제야 장 부인의 "감시"하에 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자고 약속했다.미연도 나름 그와 호흡이 잘 맞아서 전화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두 사람은 샹젤 웨스트 밖에서 만나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이 데이트를 철저히 얼버무렸다.이때 명원은 앞에 있는 소희를 보고 눈빛에 음울함을 스치며 담담하게 말했다."먼저 들어가요, 난 볼 일이 좀 있어서요!"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미연을 상관하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소희를 따라갔다.청아는 화장실에 갔고, 소희는 청아에게 해장해 주려고 요구르트를 가지러 갔다.그녀가 막 들어가자마자 뒤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소희는 고개를 돌려 명원인 것을 보고 계속 요구르트를 받으며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명원은 무시당해서 화가 나서 일부러 소희를 화나게 하려고 했다."당신 같은 가난한 학생이 어떻게 이곳에 와서 밥 먹을 돈이 있는 거죠? 택이 형 돈 쓴 거예요, 아니면 택이 형 따라온 거예요?"소희는 손에 든 요구르트를 흔들며 물었다."좀 마실래요?"명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죠?""술
어쩐지!미연은 명원을 흘겨보더니 소희에게 말했다."소개해 줄게, 내 남자친구, 장명원이야!"명원은 싸늘하게 웃었다."좀 더 분명하게 소개해야죠. 사귀는 척하는 남자친구라고!"미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내숭 떨긴!""내가 내숭을 떤다고요? 이건 분명히 사실이라고요!"명원은 눈을 크게 떴다."그럼 얼굴에다 적어요, 이마에 '가짜 남자친구'라고!"명원,"…..."소희는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것을 보고 너무 익숙하다고 느끼며 약간 웃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미연은 소희를 쳐다보았다."그럼 우리 먼저 갈게!"말을 마치자 그녀는 바로 명원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명원은 가려고 하지 않았다."나 아직 그녀에게 할 말 있다고요!""무슨 말?" 미연은 다짜고짜 그를 끌고 갔다. "가지 않으면 당신 엄마한테 전화할 거야!""우리 엄마한테 이른다고요?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나는 어린애가 아니라 선생님이에요. 학생이 말을 듣지 않으면 당연히 학부모를 불러야 하죠!""간미연 씨, 이렇게 나올 거예요?"......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다가 점점 멀어져 갔다.소희는 눈썹을 들더니 요구르트를 들고나갔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룸으로 돌아왔을 때, 청아는 이미 돌아왔고 소희는 요구르트를 그녀에게 주며 천천히 마시면 해장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청아의 얼굴은 점점 빨개졌고 마치 화장한 것 같기도 또 나무에서 곧 익을 사과 같기도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웠다.시원은 잠시 나갔다가 바로 국수 한 그릇을 들고 돌아왔다. 그것은 장수면이었는데, 위에는 계란 프라이와 채소 있었고, 간단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청아는 두 손으로 국수를 받아오며 눈가가 촉촉해졌고, 그녀는 이미 취했지만 헤헤 웃으며 시원과 말했다."전에 생일 쇠면 우리 아빠도 이렇게 국수를 끓여 줬거든요. 이것과 똑같아요.”시원은 그녀의 집안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이때 그녀의 촉촉한 눈시울을 보고 가슴이 찡해지더니 담담하게 웃었다."앞으로 우리가 국수 끓여 줄게요."
청아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그녀가 왜 나를 대신해서 결정하냐고요!"소희 몇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허홍연은 제 발 저린 듯 말했다."이 일은 네 새언니가 잘못했어. 네 오빠도 이 일 때문에 그녀와 한바탕 싸우며 돈을 이 씨네 집안에 돌려주라고 했거든. 그러나 그녀는 돈을 다 썼다며 돌려줄 돈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또 네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다면, 네 오빠와 헤어질 거라고 말했어! 엄마도 어쩔 수없이 너에게 전화하는 거야!"허홍연은 목이 메었다."청아야, 이 일은 그만두면 안 되겠니? 엄마가 이렇게 빌게! 내가 네 새언니보고 4백만 원 내놓으라고 할게, 널 보상하는 셈으로 말이야. 그러니까 장시원 도련님더러 변호사 철수하라고 해, 우리 더 이상 추궁하지 말자!"청아는 멍해지며 머리가 윙윙거렸고 마음도 무척 아팠다. 그녀는 이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지만 그녀의 엄마와 오빠는 모두 잊어버린데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단지 그녀로 하여금 그 5천만 원을 위해, 장설을 위해, 그녀를 다치게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었다!언제부터일까? 낡은 집을 팔 때부터 그녀는 더 이상 집이 없었고 그녀의 엄마와 오빠도 모두 변했다."청아야, 엄마도 네가 억울한 거 다 안다. 엄마한테 2백만 원 있으니까 네가 만약 장시원 도련님더러 변호사 철수하게 한다면, 이 돈도 너에게 줄게."허홍연은 아직도 전화로 계속 청아를 설득하고 있었다.청아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목이 멘 채로 말했다."엄마, 시원 오빠는 나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알아요?""나도 알아, 그래서 나도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엄마도 들었는데, 이 일도 사실 다 장시원 도련님 때문에 일어났다며? 그는 너를 위해서일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야." 허홍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차피 우리도 보상을 받았으니 이 일은 그냥 그만두자!"청아는 싸늘하게 말했다.“보상이요? 피해는 내가 입었는데, 보상한 장설이 받
청아는 그제야 받았다."고마워요!"구택은 그녀를 도와 상자를 자신의 차에 놓은 뒤 그녀를 데리고 소희와 함께 떠났다.청아가 사는 곳은 너무 외딴곳이라 또 길이 막혀서 그들은 한 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너무 늦은 시간이라 청아는 소희더러 위층으로 올라오라고 하지 않았다."일찍 돌아가라!"소희는 그녀가 괴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냥 부드럽게 말했다."오늘부터 모든 일이 잘될 거야!"청아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녀는 시원이 준 선물을 안고 소희와 구택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려 들어갔다.구택은 소희의 어깨를 안았다."우리도 이만 돌아가요!"이곳은 엄청 낡은 주택단지라 사람들은 차를 마구 세웠고, 이때 아래층에는 스쿠터와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는데 소희는 아래층의 차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구택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잠깐만요!"......청아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문에 들어서자, 집안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거실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어떤 남자와 여자는 베란다에서 키스를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으며, 탁자 위에는 먹다 남은 도시락, 바비큐, 술병이 놓여 있었고, 온 집안에는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가득했다.청아는 상자를 안고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장미와 성강은 소파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고 있었고 장미는 눈을 들어 청아를 바라보더니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어떤 사람은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봐. 남자를 꼬신 다음 또 다른 사람에게 덮어 씌우다니. 그것도 대학생이 말이야. 참 어이가 없어서!”청아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장미를 바라보았다!옆에 탱크톱을 입은 한 여자가 웃으며 물었다."장미야, 그게 누군데?"장미는 차가운 눈으로 청아를 쳐다보았다."그건 그 사람이 더 잘 알겠지, 미친년!"성강은 고개를 들어 경망스럽게 청아를 향해 윙크를 했고 무척 득의양양했다!청아의 안색은 하얗게 질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