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담배를 물고 술병을 들며 음흉하게 소희의 몸을 훑어보았고, 어떤 사람은 경박하게 웃었다."어디서 온 계집애야?"다른 한 사람은 히죽거리며 말했다."내 여자친구, 참 예쁘지?""꺼져, 너는 그냥 인형과 사귀어!"다른 사람들은 한바탕 그를 비웃었다.장미 곁에 앉은 여자가 일어서더니 소희를 힐끗 쳐다보았다."당신 누구야?"그리고 뒤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누가 돈 내고 시켰어? 그런 돈을 왜 써? 날 찾으면 되지!"많은 사람들은 또 한바탕 히죽거렸다.소희는 담담하게 방안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모두 꺼져,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신고?" 여자는 손가락에 낀 담배를 탁자 위에 힘껏 눌러 끄더니 술병을 들고 소희를 향해 내리쳤다.소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술병이 눈앞에 닥쳤을 때, 그녀는 갑자기 손을 뻗어 여자의 손목을 잡고 술병을 그녀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이 깨지더니 여자는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안고 소파에 주저앉았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지며 방안은 조용해졌다. 여자의 남자친구는 한창 카드놀이를 하다가 욕설을 퍼붓고 일어나 흉악한 표정으로 땅바닥의 술병을 들고 소희를 향해 달려들었다.소희는 그의 팔을 잡고 살짝 힘을 주었고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로 무릎을 꿇었다.소희는 깔끔하게 남자를 발로 걷어차더니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맞을래 아니면 스스로 꺼질래, 너희들이 선택해!"이때 장미는 소희의 얼굴을 할퀴려고 달려들었다."감히 내 집에서 행패를 부리다니!""찰싹!"장미는 오히려 소희에게 뺨을 맞으며 소파에 넘어졌다.소희의 아름다운 얼굴은 몹시 차가웠고, 그녀는 탁자를 걷어차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씩 또박또박하게 말했다."방금 한 말 거두지. 오늘 너희들, 한 사람도 도망갈 생각하지 마!"......작은방에 있던 청아는 마음이 답답했고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또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어서 아
"청소할게, 깨끗하게 청소할게!"성강은 아파서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에는 황공함이 가득했고 감히 소희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허리를 짚고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빗자루를 들었다.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일어나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겁에 질렸고, 전의 무지막지한 기세도 사라진 채로 순순히 방을 청소했다.어떤 사람은 화장실에서 무엇을 뒤집었는지 한바탕 소리가 났고, 청아는 얼른 가서 살펴보았다.거실에서 소희는 소파에 기대어 서서 이 사람들이 청소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장미는 손에 대걸레를 들고 천천히 소희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녀는 얼굴 반쪽이 부었고 악독한 눈빛으로 소희의 뒷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소희의 등 뒤로 가서 방금 대걸레를 들어 올리자, 손목은 무언가에 맞았는지 뼈가 뚫린 것처럼 심하게 아팠다.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대걸레는 바닥에 떨어졌다. 장미는 손목을 안고 뒤로 물러나서야 그녀의 손목을 때린 것은 벤틀리의 차 키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는 자신의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소희는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서 있는 구택을 보았다.그녀는 그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장미를 바라보았고 장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뒤로 물러났다.소희는 한 손으로 소파 등을 받치고 다리를 들어 깔끔하게 뛰어와 장미의 멱살을 잡고 마치 닭 한 마리를 든 것처럼 그녀를 베란다로 들어 올렸다.장미는 소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 놀라서 온몸을 떨며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성강, 나 살려줘!"“여기 사람 죽여요!”......그녀의 남자친구인 성강은 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희를 보더니 또 입구에 서 있는 차갑고 존귀한 남자를 보며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전에 장미와 사이가 괜찮았던 여자들까지 포함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소희는 장미를 잡고 그녀를 철 난간에 올려놓았다. 장미는 머리가 아래를 향한 채 몸의 절반이 베란다 밖에 매달려 있었었고 창백해진 얼굴로
소희는 그녀를 들어 바닥에 던지고 고개를 돌려 방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멍하니 서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즉시 허둥지둥 청소하기 시작했다.30분도 안 되자, 방은 깨끗이 정리되었고 주방의 가스레인지마저 반질반질하게 닦였다.이 사람들은 지금까지 집안일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렇게 강요를 당하지 않았다면 정말 자신이 어떤 방면의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그리고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몰랐다!청소를 마친 뒤, 한 무리의 사람들은 가지런히 줄을 섰고 군사훈련 때보다 더 일사불란했다.구택은 문에 기대고 서서 옷차림이 색다르고 멍이 들고 얼굴이 부은 사람들이 마치 벌을 받는 초등학생처럼 당황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두려워하게 하는 소희는 앳된 얼굴과 정교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 마치 상냥하고 착한 이웃집 여동생과도 같았다.이런 위화감에 그는 왠지 웃고 싶었다소희는 청아더러 방마다 검사하라고 했다.청아는 한 바퀴 돌아보더니 말했다."아주 깨끗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제 가봐!"한 무리의 사람들은 한숨을 돌리며 즉시 도망치듯 뛰쳐나갔고 며칠 정도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방안은 조용해졌고 장미는 구석에 숨어 있었다. 소희가 말을 하지 않자 그녀도 감히 방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소희는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그저 청아에게 일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당부한 뒤 구택과 함께 떠났다.소희가 떠난 후, 청아는 장미에게 말했다."앞으로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내가 청소하고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은 네가 청소해. 일요일은 우리의 휴일이고.”장미는 소희 때문에 놀라 안색이 창백해진 채 천천히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네가 말한 대로 하자!"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이윽고 장미의 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청아는 깜짝 놀랐고 장미가 소희에게 놀라서 울었는지 아니면 그녀가 위험에 빠질 때 자신의 남자친구가 찍소리도 하지 못해서
한참 뒤, 구택은 멈추었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자기야, 방금 아래층에 있을 때부터 그 사람들이 청아 씨를 괴롭히고 있다는 거 알아차렸죠? 다음에 또 이런 상황에 부딪치면 청아 씨를 위해 나선다고 해도 혼자 올라가지 않으면 안 돼요?"소희는 마음이 움직였다."미안해요!"구택은 눈빛이 깊어졌다."나는 소희 씨의 사과를 원하지 않아요. 난 소희 씨가 항상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소희는 입술을 오므렸다."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택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즉시 입을 다물고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다음에 주의할게요!""착해라!" 구택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소희 씨 간단하게 무술만 배운 거 아니죠?"소희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천천히 말했다."방금 내 모습을 보고 놀란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빛이 그윽해졌다."다소 의외라고 느꼈지만, 더욱이는 마음이 아팠고 또 좀 궁금했어요. 오는 길 내내 소희 씨에게 물어볼까 말까 생각했는데, 난 소희 씨의 과거를 매우 알고 싶지만 또 소희 씨가 떠올리고 싫지 않은 기억을 건드릴까 봐 두려웠어요."소희는 그의 셔츠를 잡고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나중에 알려줄게요."구택은 미간을 찌푸렸다."나는 소희 씨 앞에서 투명한 거나 다름없는데, 소희 씨는 오히려 나에게 그렇게 많은 비밀을 숨기다니, 이건 불공평하죠!"소희의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이며 그 안에는 부드럽고 강인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구택 씨 앞에서 나는 비밀이 없어요. 다만 과거가 좀 있을 뿐이에요. 나에게 시간을 줘요. 내가 어떻게 당신에게 알려줄지 생각 좀 하게요."구택은 그윽한 눈동자로 고개를 숙인 채 그녀에게 키스를 하며 그녀를 안고 곧장 방으로 걸어갔다."나는 소희 씨의 과거 따윈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우리의 미래만 관심하고 싶어요!"……
어정에서 북극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하는데, 소희는 7시 40분에 출발하여 8시 30분 전에 제시간에 북극에 도착하여 출석 체크했다.면접 날 민슬기는 진석에게 한바탕 욕을 먹어서 소희는 도도한 그녀가 출근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이 마침 회사 문어귀에서 마주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슬기는 소희를 얕잡아 보며 콧방귀를 뀌고는 하이힐을 신은 채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프론트는 소희에게 회의실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고 잠시 후, 부 총감 온옥이 그녀들에게 일을 안배해 줄 것이며 또 소희에게 현재 작업실 직원의 명단을 건네주었다.소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먼저 회의실로 갔다.슬기도 회의실에 있었고 소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부러 몸을 돌려 마치 소희와 같은 아마추어와 철저히 선을 그으려는 것 같았다.소희는 작업실 직원 명단을 한 번 보았는데, 사장님은 진석과 King이었고 디자인 총 감독은 King과 강솔이었다.그리고 부 총감: 온옥디자이너: 윤미, 민아, 임영미 등.그날 그녀가 면접 보러 왔을 때, 온옥은 출장을 가서 회사에 없었고 어제 금방 돌아왔다.강솔은 현재 M국에서 연수하고 있어서 지금 역시 작업실에 없었다.소연은 회의실을 지나갈 때 소희를 보았는데,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그녀는 서류를 안고 총 감독실에 들어가 문을 두드리고는 바로 달콤한 표정으로 바꾸었다."온 감독님, 민아 언니가 이 디자인 원고 가져다드리라고 해서요!”"거기에 놔둬요!" 온옥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소연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민아는 소연 씨가 일을 아주 잘한다고 했는데, 다음 달에 소연 씨가 독립적으로 디자인 원고 설계해 봐. 자신 있어?”"그럼요!" 소연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감사합니다, 온 감독님!"그녀는 지금 단지 작은 조수일 뿐, 진석과는 아직 거리가 좀 있었다. 그에게 접근하려면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온옥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정기 회의가 시작되자 온옥은 이번 주에 각 디자이너의 임무를 배치하고는 소연을 칭찬하면서 그녀의 디자인 원고가 아주 우수해서 고객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다.소연은 민아의 곁에 앉아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민아 언니가 잘 가르쳐 줘서 그래요.”민아는 웃는 듯 안 웃는 듯 입가를 살짝 구부렸다.회의가 끝날 때, 온옥은 소희와 슬기의 일을 안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회의실 안의 사람들을 한 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소희 씨는 임영미의 조수로 일하도록."임영미라는 디자이너는 안색이 변하더니 인차 말했다."싫어요!"온옥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임영미는 소희를 힐끗 쳐다보더니 내키지 않은 듯 말했다."나는 대성 주얼리의 주문을 받았는데 요즘 너무 바빠서 신인을 가르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그녀도 나를 도와 무엇을 해줄 수 없으니까 다른 사람의 조수로 안배해요!"소연은 시선을 반쯤 떨구더니 내색하지 않고 살짝 웃었다.슬기는 더욱 고소함을 숨기지 않았다.윤미는 소희를 바라보며 그녀가 임영미의 말에 부끄러워하거나 난감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소희가 무식한 건지 아니면 정말 태연한 건지 속으로 은근히 추측했다.그녀는 눈을 돌려 온옥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내 조수는 요즘 집에 일이 있다고 자꾸 휴가를 내는데, 소희 씨더러 내 조수하면 되겠네요."온옥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민슬기 씨가 임영미를 따르고."이번에 임영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슬기를 한 번 보더니 통쾌하게 승낙했다.회의가 끝나자 모두들 각자 일하러 갔다.디자이너마다 단독의 사무실이 있었고, 조수의 작업대는 바깥에 있는 업무 구역에 있었으며, 아래층은 인사팀과 재무팀이었다.소희는 오늘 금방 출근했고, 윤미는 또 그녀가 전문적으로 설계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간단하고 쉬운 일을 안배했다.아무리 쉬워도 소희는 열심히 완성해서 제때에 윤미에게 바쳤다.윤비는 그녀가 설계 도안을 분명하고 질서 있게
하루는 인차 지나갔고 소희는 퇴근하는 길에 어정 맞은편의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산 다음 돌아가서 스스로 저녁밥을 해먹으려 했다.그녀가 문에 들어서자 주방의 불은 켜져 있었고 다가가서야 구택이 국을 끓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짙은 향기는 열기와 함께 뿜어져 나왔고 남자의 우뚝 솟은 그림자는 자욱이는 수증기 속에 유난히 멋있었다.그는 갈비탕에 옥수수를 넣은 뒤, 고개를 돌려 소희를 보았고, 다가와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돌아왔어요? 내가 우리 귀염둥이의 첫 출근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저녁 만들었어요."소희는 손을 뻗어 그를 안았고 감탄했다."구택 씨는 어쩜 이렇게 좋은 거예요?""내가 좋다고 생각하면 꼭 안아요, 절대 손 놓지 말고!" 구택은 얇은 입술을 구부리며 웃었다.소희는 웃으며 고개를 들어 그의 턱에 키스했다."샤워하고 옷 갈아입으러 갈게요.""그래요!"소희는 그를 놓아주고는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후 간단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구택은 이미 두 가지 요리를 완성했고 소희는 식탁 앞에 가서 새우튀김 하나를 들어 입에 넣었다. 새우는 무척 신선했고 향긋한 가운데 약간 매워서 입에 딱 맞았다.그녀는 점점 더 구택에 대해 탄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을 배우든지 다 잘 할 수 있었다!주방에 들어가자 그녀는 싱크대에 피망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소매를 걷어 씻기 시작했다.구택은 갈비탕 한 숟가락을 떠서 그녀의 입가에 댔다."맛 좀 봐요!"소희는 다가와서 바로 입을 벌리고 마시려고 했다."뜨거워요!" 남자가 웃었다.소희는 흑백이 분명한 큰 눈으로 그를 흘겨보더니, 조심스럽게 불고는 한 모금 마셨고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맛있어요!"구택은 불을 줄인 뒤 부드럽게 말했다."찹쌀 오리탕은 아직 끓일 줄 모르지만, 나중에 배워서 만들어 줄게요."소희는 빙그레 웃으며 "응" 하고 대답했다.구택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손을 씻은 후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차가운 입술은 그녀의 눈꼬리와 콧날에 입 맞추며 낮은 소리로 물었
물론 메뉴에도 식재료의 출처가 명시됐다. 예를 들면 치즈 케이크의 치즈는 프랑스 로크포르에서 왔고 레몬 홍차의 홍차는 소수 홍차를 사용하여 단독으로 끓였으면 그 레몬조차도 화전 자신의 농장에서 심은 천연 레몬이었다.아무튼 화전의 재료는 고급스럽고 천연적이기 때문에 비쌌다.소희는 버블티 두 잔,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두 개, 두리안 케이크 하나, 치즈 케이크 두 개를 주문했다.청아는 소희에게 눈을 깜빡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됐어, 이미 충분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지막에 또 매실 아이스크림 두 개 더 달라고 했다.웨이터가 간 후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다 소희가 물었다."성강 그 사람들은 최근에 또 왔어?"청아는 가볍게 웃었다."아니. 심지어 고장미조차도 일찍 나갔다 늦게 돌아와서 요 며칠 만난 적이 없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어떤 사람은 폭력으로 억지로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청아가 말했다."우리 엄마가 내일 우리 오빠네 가서 같이 명절 보내자고 하는데, 너는?""운성으로 돌아가서 우리 할아버지와 같이 명절 보내려고!" 소희가 말했다."내일 오전 비행기야!""할아버지께 안부 전해 줘." 청아의 미소는 깨끗하고 명랑했다."응!"웨이터가 버블티를 들고나오자 청아는 버블티를 마시며 입술을 깨물었다."우리 엄마는 오늘 나에게 고소를 취하했냐고 물었는데 난 안 했다고 했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일 일찍 돌아가라고만 했고."소희는 담담했다."네 새언니는 아마 계속 너보고 이유진 용서하라고 강요할 거야!"청아의 눈빛은 강인했다."난 타협하지 않을 거야. 내가 말했어, 이 씨네 돈을 받는 것은 그녀지 나와 무관하다고!"그녀는 눈을 드리우고 침착하게 말했다."난 우리 엄마를 탓할 수 없어. 우리 아빠가 도박에 미치면서부터 가장 고생한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거든. 그녀는 혼자 이 집을 지탱하고 나와 오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으며 우리가 추위에 굶주리지 않게 했어. 나는 엄마가 오빠 편드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