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고개를 돌리자 뒤에 두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하나는 그녀와 같은 반 친구인 이문서였고, 다른 하나는 주경이었다.소희는 오랫동안 주경을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이미 졸업해서 자기 아버지의 회사에 취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도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스타일리시하게 차려입었고 온몸에 명품들로 가득했다.주경과 소희는 숙적이어서 그녀를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이문서는 전에 반장 생일 때의 일로 소희가 미웠는데, 오늘 마침 마주쳤으니 일부러 그녀를 가만두려 하지 않고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어머, 지금 화전의 문턱이 이렇게 낮은 거야? 아무나 올 수 있다니!"주경은 냉소했다."아마 쿠폰 같은 거 구매해서 사진만 찍을 수 있고 먹을 순 없을걸!"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뒤에서 또 누군가가 들어오더니 소희를 보고 멍해졌다.바로 전에 소희를 쫓아다니던 고석이었다.고석은 주경과 같이 왔고, 차를 세우러 갔기 때문에 좀 늦게 들어왔다.주경은 고석이 소희를 보고 멍을 때리는 것을 보고 갑자기 화가 나서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옛사랑을 보니까 넋을 잃은 거야? 마침 그녀는 아직 계산을 안 했으니 네가 대신 계산해 주지 그래?"고석은 이미 전의 명랑하고 해맑은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음울한 청년으로 변했다. 그는 주경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너도 쓸데없이 시비 걸지 마!"소희는 담담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계속 계산을 하려 했다.주경은 소희의 이런 담담한 모습이 가장 꼴 보기 싫었다. 도도한 태도는 마치 그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화가 나서 바로 다가가서 소희의 앞을 가로막고 소희가 주문한 것들을 보고 음흉하게 소희를 쳐다보았다."돈은 어디서 났어? 고석의 돈이 왜 자꾸 줄어든다 했더니, 너한테 쓴 거구나?"고석은 가정 형편이 좋았고 또 돈을 흥청망청 써서 주경은 자꾸 그가 돈을 다른 여자에게 썼다고 의심하며 매주 고석의 장부를
주경은 얼굴을 가린 채 경악해하며 심명을 바라보았다!심명은 소희의 손목을 잡고 주경과 교석 그들을 담담하게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우리 소희가 만만하나 보지? 개나 소나 그녀를 건드리다니! 난 여자를 때리고 싶지 않지만, 누가 감히 우리 소희를 괴롭힌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그의 날뛰는 태도에 가게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주경은 눈알을 굴리더니 억지를 부리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소희는 심명 도련님의 여자친구예요? 그럼 왜 우리 고석의 돈을 쓴 거죠?"그녀는 소희가 고석의 돈을 썼다고 단정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소희가 남자의 돈을 좋아하는 된장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심명은 웃으며 그녀를 비웃었다."나 심명의 여자가, 다른 사람의 돈을 쓴다고? 확실해?"주경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심명은 또 고석을 쳐다보았다."당신 스스로 말해봐, 소희 씨는 당신의 돈을 쓴 적 있냐고?"고석도 이때 진정을 되찾고 어색하게 소희를 보더니 멋쩍게 대답했다."아니요, 나는 오랫동안 소희와 연락하지 않았어요."심명은 코웃음을 쳤다.그는 주경이 여전히 내키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려 프론트에 있는 종업원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리 소희가 디저트 좀 먹겠다는데 왜 돈을 받는 거야? 왜, 넌 네 사장님도 못 알아보는 거야?"종업원은 멈칫하더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멍해졌다.그들은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심명을 바라보다.심명은 태연하게 말했다."너 소희 씨를 모르면, 너희 점장 불러와!""예!" 종업원은 심명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더니 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청아는 화장실에서 와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희를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소희는 그녀에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번 주경과 부딪칠 때마다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 했으니 이런 일도 언제 끝인지 모르겠다.얼마 지나지 않아 점장은 2층에서 내려오더니 프론트에 둘러
소희는 지엠의 사장, 북극 작업실의 파트너로서 그동안 이런 기세를 본 적이 없었다.심명은 소희의 멍한 표정을 보고 재미있어하며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다들 수고했다고 말해야죠!"소희는 그를 노려보았지만 여전히 그가 말한 대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모두들 수고 많아요. 처음 보지만 앞으로 잘 부탁해요!"점장은 얼른 말했다."천만에요, 당연한 일 가지고!"주경 이문서 그들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화전 디저트는 상장된 회사인데다 5성급 디저트 가게인데, 뜻밖에도 소희의 것이라고?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고석은 주경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창피하지도 않니? 빨리 안 가!"주경은 고석의 손을 뿌리치고 콧방귀를 뀌었다."디저트 가게일 뿐,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난 이 가게의 VIP 회원이니 왕이나 다름없어!"점장은 담담하게 주경을 힐끗 보더니 즉시 프론트에게 분부했다."이 아가씨가 우리 가게에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충전했으면 두 배로 돌려주고, 앞으로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경은 눈을 부릅떴다."그러기만 해봐!""우리 소희의 구역에서 당신이 말할 차례는 못 된 거 같은데!"심명은 싸늘하게 웃었다."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돈을 써서 이 가게를 사던가.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 그럼 네 아버지 불러와, 내가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주경은 강성에 있는 심 씨네 집안의 세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 창피하더라도 감히 심명과 맞서지 못했다. 만약 정말 그를 화나게 했다면 그들의 집안은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이문서는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더니 즉시 그녀를 말렸다."주경아, 우리 먼저 나가자!""잠깐만요!" 점장이 다가와서 현금 한 묶음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가게는 두 분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다신 오지 마세요!"주경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소희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재빨리 떠났다.이문서는 그 돈을 한 번 보
소희는 고개를 돌려 그와 쓸데없는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심명 오빠!"뒤에서 간드러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소희는 고개를 돌렸고, 전에 강성 예대의 그 여학생이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소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내 일에 상관하지 마요. 남을 좋아하면 좀 진지하게 대해주고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돌려 청아를 찾아갔다.심명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하인영은 다가와서 부드럽게 말했다."전화하러 간다면서요? 왜 그렇게 오래 걸린 거예요! 그 여자는 누구죠?"하인영은 소희의 뒷모습을 보고 경계해했다.심명은 담담하게 웃었다."친구!"그는 몸을 돌려 2층으로 갔다. "가자!"하인영은 참지 못하고 소희를 몇 번 더 바라보았고 그녀가 절대 심명과 간단한 친구가 아니라고 직감했다.……자리로 돌아오자 청아는 놀라며 입을 열었다."소희야, 너 정말 이 디저트 가게의 사장이야?"소희는 입술을 오므렸다."말하자면 길어!"이 디저트 가게는 심명이 그녀를 도와 진 씨네 집안에서 빼앗아 온 셈이었고 그녀는 인수한 후 디저트 가게의 배당금 이윤을 전부 기부했다. 이것도 나름 심명이 좋은 일을 한 것이라고 칠 수 있었다.청아는 구택이 소희에게 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그럼 내가 앞으로 이곳에 와서 디저트 먹으면 돈 안 내도 되겠지?”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따가 내가 점원더러 무한 먹방 카드 하나 달라고 할게!"청아는 버블티의 빨대를 물며 깔깔 웃었다.소희는 버블티를 다 마시고 구택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미 도착했다.두 사람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 했고, 소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점장이 와서 청아에게 카드 한 장을 건네주며 온화하게 웃었다."아가씨는 우리 사장님의 친구죠? 이 카드 받으세요. 앞으로 아가씨가 저희 가게에 오면 마음껏 소비하시면 됩니다."청아는 눈을 크게 뜨고 소희를 바라보았다."농담일 뿐인데, 너 언제 말
하인영은 심쿵 했다. 심명은 그녀와 몇 번 데이트를 했지만, 줄곧 태도를 표명하지 않아 그들의 관계는 무척 애매했다. 설마 그는 지금 그녀에게 고백하려는 것일까?그녀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말할지 사고하며 진지하면서도 약간 여자만의 자존심과 도도함을 드러냈다."전에 우리 아빠가 나를 데리고 자선 연회에 참가했는데, 멀리서 임구택 씨를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소문과 마찬가지로 멋있고 돈이 많지만……"그녀는 바로 말을 돌리더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내 마음속에는 당연히 심명 오빠가 더 좋죠. 두 사람 모두 나를 좋아한다면 나는 무조건 심명 오빠 선택할 거예요!"심명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아름다운 눈동자를 드리우고 컵 속의 홍차를 휘저으며 혼잣말했다."눈치 빠른 사람은 모두 누굴 선택해야 할지 알고 있는데, 바보 같은 그녀만 몰라!""네?" 하인영이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심명은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창밖을 바라보았고 옆모습은 그림처럼 정교했다.하인영은 참지 못하고 마음이 설렜고 멍하니 바라보다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심명 오빠.""응?" 심명은 고개를 돌렸다.하인영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어제 우리 아빠가 또 나에게 우리 두 사람 지금 무슨 관계냐고 물었는데요."그녀는 먼저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확정하려고 했다. 심명이 주동적으로 그녀와 만나자고 했고, 또 그녀와 함께 이런 여자들이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 왔으니, 그도 틀림없이 그녀를 좋아할 것이다!심명은 입가를 구부리며 한가롭게 웃었다."넌 어떻게 대답했는데?"하인영의 수려한 얼굴에 홍조가 나타났다."친, 친구 사이라고 했어요."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는 친구지!"하인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심명은 가볍게 웃으며 말투가 부드러웠다."네 엄마가 지금 연애하는 거 반대한다며. 게다가 너는 앞으로 연예인 될 거라서, 너무 일찍 연애하면 안 돼."하인영은 좀 서운했지만 또 심명이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림은 그 여자를 돌려보냈고 시원의 맞은편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왜? 무슨 일 있어?"시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너 만약 청아 씨를 좋아한다면 다른 여자와 연락 좀 끊어. 썸 타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청아 씨 쫓아다니지 말든가!"백림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뭐야, 청아 씨가 말 안 했어?"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뭘 말해?"백림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말했다."청아 씨는 이미 나한테 분명히 말했어.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나와 친구도 되지 않을 거라고. 나도 앞으로 다시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고!"시원은 좀 의외였다."어떻게 된 일이야? 너 고백했어?""고백하기도 전에 거절당했어!"백림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날 청아가 그에게 한 말 그대로 시원에게 알려주었다.시원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저번 주 일요일?"백림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어떻게 알았어?"시원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약간 기뻐했다. 그는 자신에게 청아는 그런대로 똑똑해서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알려주었다!백림은 다소 아쉬워했다."솔직히 말해서, 난 정말 청아 씨와 진지하게 만나고 싶었어. 심지어 이대로 결혼할 생각까지 했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인연이 없었어!"시원은 안색이 풀리더니 그를 비웃었다."네가 결혼을 한다고?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절대로 그럴 수 없어. 한 사람을 바라본다 해도 기껏해야 한동안일 뿐이라고!"백림은 씁쓸하게 웃었다."그래도 네가 나를 잘 아는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진지한 연애를 할 자격이 없고, 다른 불쌍한 소녀를 해치지 말아야 하지!"시원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이런 각오가 있으면 돼!"이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진수의 여자친구가 문을 열러 갔고, 밖에 낯선 여자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그 여자는 룸 번호를 한번 보더니 담담하게 물었다."장시원 씨 여기에 있나요?”진수의 여자친구는 고개를 끄
백림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는 여전히 말 잘 듣고 부드러운 여자가 좋더라!"명원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어차피 형들 알면 돼요. 이따가 농담하지 마요. 어색할 거 같으니까!""알았어!" 백림은 그더러 안심하라는 손짓을 했다.옆방의 소파에는 몇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모두 진수 그 사람들이 데려온 여자친구로서 하나하나 정교하게 치장했는데 마치 부티크의 인형과도 같았다.진수 여자친구는 그녀들에게 소개를 했고 미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구석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그중 진설이라는 여자가 진수 여자친구에게 물었다."정아야, 은서 언니 오늘 온대?”"올걸!" 진수의 여자친구인 황정아가 방금 대답하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한 번 보더니 즉시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은서 언니가 나한테 전화했어!”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으며 달콤하게 입을 열었다."은서 언니!"은서는 웃으며 말했다."정아야, 너희들 다 도착했니?""네, 거의 다 도착했는데, 딱 언니와 임 대표님만 남았어요.""구택은 아직 안 왔어?""곧 오겠죠!"은서는 목소리가 온화하고 우아했다."나 지금 차가 좀 막혀서, 늦을 거 같아."“조급해하지 말고 조심해서 와요!”"응!"전화를 끊자 진설이 물었다."정아야, 너 평소에 은서 언니와 자주 연락하니?"황정아는 약간 득의양양해하며 대답했다."그럭저럭. 가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다른 사람들은 모두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들은 자주 함께 놀지만, 사이가 그렇게 좋진 않았기에 은서와 사이가 좋은 사람은 당연히 지위가 많이 달랐다.진설은 목소리를 낮추고 황정아에게 물었다."전에 은서 언니가 임 대표님과 커플이라고 들었는데, 진짜야?”황정아는 긍정했다."그럼, 진수와 백림 오빠 그들 모두 알고 있어!""그럼 소희가 끼어든 거야?" 진설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황정아는 냉소를 지었다."그녀는 임 씨네 집안에서 가정교사
그녀는 그저 뒤에서 몰래 소희를 의논할 뿐, 절대 감히 소희를 건드리지 못했다. 소희의 뒤에는 임구택이 있었으니까! 그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들의 남자친구도 감히 소희 앞에서 까불지 못했다!미연은 황정아를 욕하지 않고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밖으로 나갔는데, 뒷모습은 쿨하고 멋있었다!방안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진설이 황정아에게 물었다."너 방금 그녀가 장명원의 여자친구라고 하지 않았니?"명원은 은서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녀들은 그의 여자친구도 은서와 한패라고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근데 미연이 소희의 편을 들어줄 줄 누가 알겠어?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황정아는 당황해지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알아? 그녀는 장 씨네 집안 둘째 도련님하고 함께 왔어. 그의 여자친구라고 말한 것까지 똑똑히 들었다고!"진설도 약간 당황했다."소희한테 가서 고자질하지 않겠지?"황정아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누가 너더러 함부로 말하래? 어쩜 그렇게 함부로 나불대는 거야!"진설을 눈을 부릅떴다. 그녀 혼자가 말한 것도 아니고!......미연은 방에서 나와 바로 명원의 곁에 앉아 폰 게임을 했다.명원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자신이 미연을 데리고 와서 그녀를 돌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왜 나왔어요?"미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생각이 다른 사람하고 말하고 싶지 않네요!"그녀는 솔직하게 말했고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했지만 옆에 있던 진수가 오히려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명원은 그녀를 비웃었다."그녀들이 뭐라고 했기에 이런 말 하는 거예요?"미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너도 그녀들과 수다 떨고 싶어요?"명원은 멋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룸 문이 열리더니 소희와 청아가 들어왔고, 구택도 틀림없이 그녀들 뒤에 있을 것이다.모두들 분분히 일어섰고, 미연마저 소희를 보는 순간 휴대전화를 접고 일어섰다."택이 형!" 명원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청아는 의아해하며
도우미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도경수에게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양재아 아가씨가 방금 전화해서, 오늘 점심은 집에서 먹지 않겠다고 하셨어요.”재아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며, 회사에서 야근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네.”그 순간, 이반스가 옆문으로 들어와 밝은 목소리로 강시언과 강아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연한 파란색 폴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갈색 머리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아심이 물었다.“이반스 씨, 강성에서 생활은 어떠세요? 잘 적응하고 계시죠?”이반스는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음식도 잘 맞고, 생활도 편해요. 그리고 도경수 선생님께서 소장하고 계신 골동품과 서화들은 정말 감탄스러웠어요.”“제가 C국에 대해 얼마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을 정도죠.”도경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하하,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기회 되면 강씨 저택에 가봐. 거긴 정말 더 대단해. 그 집에 가야 진짜 놀랄 거야.”이반스는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정말요?”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강재석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 오게나.”“꼭 한번 방문할게요.”다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으며, 분위기는 편안하고 유쾌했다.식사 중에 도도희가 아심에게 물었다.“오후에 일정 있니?”“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이예요.”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앞으로는 계속 집에서 지낼게요.”도도희와 도경수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눈빛이 반짝였고, 도경수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그래야지! 우리 가족인데 당연히 함께 살아야지.”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눈빛이 더 깊어졌다. 그녀가 자기 말을 듣고 순순히 집으로 돌아온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그러나 시언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이 집에 머물기로 결심했을까?시언은 입가
강재석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둘이 서로를 안 지가 몇 년인데. 서로 성격도 잘 알고 있으니 진짜로 화낼 일은 없어.”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사실, 이 몇 년 사이에 도경수의 성격이 아주 좋아졌어. 예전처럼 고집만 부리는 건 아니야. 특히 과거에 너랑 재희의 아버지를 갈라놓은 일을 후회하고 있어.”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요 며칠 보니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어요.”강재석은 깊은 뜻을 담아 말했다.“너희 부녀가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 사람 인생에서 20년이 몇 번이나 있겠어. 지금은 시간을 많이 함께 보내야 해.”그 말에 도도희는 감동하며 말했다.“그럴게요. 아저씨, 그동안 우리 아버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강재석은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몇십 년 된 친구 사이인데, 고맙다는 말은 너무 멀게 들려.”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우리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강재석은 약간 화난 듯이 말했다.“그 양반, 아심이 시언을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내가 그 속을 모를 줄 알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릴 뻔하며 고개를 돌렸다.한편.도경수는 아심과 시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활짝 웃으며 환영했다. 그는 연신 그녀를 걱정하며 물었다.“길 더웠지? 괜찮아?”“왜 그렇게 자주 야근해? 아직 젊으니까 건강도 챙겨야지!”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건강 잘 챙길게요.”그녀가 처음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도경수는 순간 멈칫하며 표정이 굳었다. 이내 눈물이 차오르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그래!”20년 전, 어린 아심이 도경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할아버지라고 부르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는 이 장면을 그리워하며 꿈속에서 수없이 그려왔다. 그리고 양재아가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는 단지 친근한 느낌이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아심이 그렇게
두 사람이 집을 나설 때는 이미 거의 점심시간이었다. 길을 지나던 중, 아심은 꽃집을 발견하고 시언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도도희에게 줄 꽃다발을 샀다.차로 돌아온 아심은 시언에게 물었다.“외할아버지는 어떤 걸 좋아하세요? 뭐 하나 선물 드리고 싶은데요.”시언은 태연히 대답했다.“이번에는 괜찮아. 다음에 하면 돼.”아심은 그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 안은 꽃향기로 가득 찼고, 그 은은한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더 차분하게 만들었다.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이제는 약간의 기대가 생겼다. 적어도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은 아니었다.도씨 저택.도경수는 아침부터 마음이 초조해진 듯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계속 마당 쪽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이를 본 강재석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많이 왔다 갔다 하지 마. 그러다 어지러워 쓰러지겠어. 앉아서 좀 쉬어. 도도희가 그러지 않았나? 아심이가 조금 있다가 점심 먹으러 온다고.”도경수는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네 생각엔 아심이가 정말 오긴 할까?”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 말을 그제부터 벌써 몇 번이나 물었는지 알아?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히겠어. 아심이는 바빠. 걔에게도 시간을 좀 줘.”도경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내게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강재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슨 일로?”“내가 예전에 오해했던 일, 그리고 네 앞에서 아심에 대해 별로 좋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들 말이야.”그러나 강재석은 단호히 말했다.“아심이는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마.”도경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그래도 아직 우리랑 조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강재석은 그를 달래며 말했다.“아심이는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까워질 거고. 아심은 착한 아이라고 믿어.”
이에 강시언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깜빡했어.”강아심은 시언의 품에서 몸을 돌리며 눈가를 살짝 치켜올렸다. 그녀의 요염한 미소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렇다면 앞으로는 매번 내가 이체할게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거든요.”시언은 반쯤 감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자기기만이 그렇게 재밌어?”아심은 시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재밌죠! 그런데 당신이 그걸 들춰내면 안 재밌어지잖아요!”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시언은 아심의 손목을 잡아 침대에 눌러두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요금을 받는 상황이라면, 내가 강아심 씨가 기꺼이 낼 수 있도록 만들어 드려야겠네.”아심은 고개를 들고 시언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몸을 뒤집어 위치를 바꾸었다.아심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어 시언의 입술에 깊은 키스를 남겼다.시언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누가 아심이 스폰서인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갑자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심은 무시하고 싶었지만, 벨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아심은 남자를 달래듯 가볍게 입술에 키스한 뒤, 몸을 기울여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누가 주말 아침부터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봤을 때, 그녀의 눈이 약간 커지고 긴장으로 휴대전화를 놓칠 뻔했다.발신자는 도도희, 아심의 엄마였다. 울리는 벨 소리는 그녀를 재촉하는 듯했고, 아심은 숨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들킨 듯한 느낌이었다.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주말이라 늦잠 잤니? 아침은 먹었어?]“아니요, 좀 있다가 먹으려고요.”아심은 얌전하게 대답했다.[오늘도 혹시 야근하는 건 아니지?]도도희의 웃음 속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 있
강시언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최근에 내가 너의 양부모와 관련된 단서를 따라갔고, 너를 납치했던 사람을 찾아냈어.”“대략 1년 전에 체포되어 지금 감옥에 있어. 내가 사람을 보내 잘 돌봐주게 했지.”아심은 눈빛이 살짝 차가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언은 말을 이었다.“그리고 널 샀던 양부모도 지금 형편이 좋지 않아. 아들은 방탕한 삶을 살고,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여자 친구랑 함께 부모를 착취하고 있지.”“돈을 요구하며 부모를 때리고 욕하는 게 다반사야. 그래서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따로 손을 쓸 필요도 없었어.”아심은 담담히 말했다.“나는 그들에게 이미 마음을 비웠어요. 어차피 친부모도 아니었으니까요. 나를 사들였다가 다시 팔아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죠.”“감정도 없으니 당연히 원망도 없어요.”“원망은 내가 해!”시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그 사람들이 너를 때리고 욕했던 걸 떠올리면, 지금 받는 벌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아심의 마음은 순간 간질거렸다. 마치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따뜻하면서도 저릿한 감각이 가슴 끝까지 퍼졌다. 그녀는 눈가가 살짝 물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이 나를 팔았기에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아요.”시언은 팔을 들어 아심의 어깨를 감싸며 눈을 마주쳤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동자는 점점 더 차갑고도 또렷해졌다.“그날 도경수 할아버지가 네 몸에 있는 태어나는 반점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대답하지 않았잖아. 네 생각엔 뭐라고 답해야 할까?”시언은 끝음을 살짝 끌며, 자기 목소리에 특유의 저음과 자극적인 울림을 더했다. 빗소리에 묻힌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강렬히 두드렸다.이에 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있는 그대로 대답하세요. 근데, 그럴 용기 있어요?”“내가 무서워서 못 한다고 생각해?”시언은 낮고 짧게 대꾸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아심의 정교한 턱을 잡아들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오븐 속 닭 날개는 이미 다 구워졌고, 끓던 국도 식어버렸다. 밖에서는 다시 비가 내리는지, 부슬부슬한 빗소리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고 있었다.강시언은 몸을 약간 일으켜 그녀의 옷을 입혀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뒷정리할 테니, 너는 가서 샤워해. 씻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거야.”강아심은 나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움직이지 않고 대꾸했다.“내가 샤워 끝낼 때쯤 당신이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딱 두 가지 요리랑 국 하나야. 충분하겠어?”시언이 묻자, 아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점심에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음식이 많이 남아서, 그거 데워서 먹으면 돼요. 음식은 낭비하면 안 되니까.”“그래.”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아심을 조리대에서 내려주었지만, 아심은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고 움직이지 않았다.붉게 물든 눈가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못 걸을 것 같아요.”이에 시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을 다시 들어 올려 주방에서 주방의 욕실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시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심은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얇은 잠옷 차림의 그녀는 헝클어진 긴 머리를 어깨에 흘러내린 채 앉아 있었다. 밖에서 스며드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흩날렸고, 하얗고 가녀린 어깨가 머리카락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났다.아심은 비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두운 조명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냘픈 라인을 더 강조했고,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다.시언은 그녀에게 다가가 같은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야근은 좋은 핑계겠지만, 도도희 아주머니랑 도경수 할아버지가 모를 리 없지. 너, 집에 가기 싫은 거잖아.”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 말이 맞아요.
영상 속의 셰프는 유창하게 자국어를 구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신은 미스터 강의 여자 친구인가요? 참고로 지금 종료해도 보수는 환불되지 않아요.]아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알고 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좋아요. 그러면 이만!]셰프의 말을 끝으로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종료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강시언에게 물었다.“닭 날개를 굽고 싶으신 거예요?”“너 할 줄 알아?”“이미 양념까지 다 해두셨으니, 오븐에 넣고 온도와 시간을 맞추면 끝이예요.”시언은 접시에 담아둔 닭 날개를 그녀에게 건네자, 아심은 돌아서서 접시를 오븐에 넣으며 물었다.“어떻게 갑자기 요리를 배우고 싶으셨던 거예요?”시언은 다른 재료를 고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상을 느껴보라고.”그 말에 아심은 순간 멈칫하며 오븐을 멍하니 바라봤다.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타이머를 설정했다. 아심은 돌아서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뭐 도와줄까요?”시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가 내가 부른 셰프를 쫓아냈잖아. 네가 안 도우면 생닭을 먹겠다는 뜻인가?”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웃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으며 도마 위에 놓인 토마토를 보며 물었다.“이건 뭐 만들려고요?”“약간의 토마토를 곁들인 소고기볶음.”아심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아직 걷는 법도 배우지 않았는데 벌써 달리려는 거예요?”시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아심은 대답 대신 말했다.“그 요리는 오래 걸려요. 배가 고프니까 그냥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요.”시언은 물었다.“생으로? 그냥 먹으라고?”“상쾌하고 맛있어요.”아심은 토마토를 반으로 자른 뒤 한 조각을 손으로 집어 시언의 입가에 내밀며 말했다.“한번 먹어보고 생토마토 맛이 어떤지 확인해 보세요.”아심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눈가가 붉어진 채 가늘게 올라간 눈꼬리와 흐르는 듯한 시선으로 무의식적인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시언은
아심은 연희가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기절하지 마, 그러다 네 남편이 걱정하실라.”[아심아, 내가 도경수 할아버지를 몇 년 동안 알아 왔는지 너 알아?]연희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리가 친구였는데, 이제 넌 도경수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됐잖아!]아심은 연희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사실 나도 정말 많이 놀랐어.”[그렇지만 정말 축하할 일이야!]연희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정말 깜짝 놀랄 만 하면서도 기쁜 소식이야!]연희는 평소 양재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재아가 도경수의 손녀가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뻤다. 그런데, 아심이 도경수의 손녀라는 사실을 들었을 땐 말 그대로 두 배의 기쁨이었다.어젯밤, 연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명성을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명성은 그녀가 임신이라도 한 줄 알고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고마워.”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연희야, 나도 네가 내 친구라는 게 너무 행복해.”[이제는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이기도 하잖아!]연희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주말에 도경수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갈게. 축하도 드릴 겸.]“언제든지 환영해.”두 사람은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오후에 정아현이 다시 업무 보고를 하러 왔을 때는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저,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그저 사장님이 걱정돼서 그랬던 건데, 앞으로는 다시는 미스터 강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을게요!”아심은 담담히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남자 친구 생겼다면서요? 데이트하러 가요.”이에 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드려요, 사장님.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게요!”...아심이 퇴근할 때쯤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회사를 나설 땐 직원들마저 모두 퇴근해 그녀 혼자 남아 있었다.점심으로 받은 음
식사 중에 강시언이 물었다.“저녁에 또 약속 있어?”아심은 반쯤 내려간 눈길로 잠시 깜빡이며,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정말 바빠요.”“응.” 시언은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지만 각자 차를 타고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아심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정말 바빴다.정아현이 업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아현은 무심코 아심에게 말했다.“내일 토요일인데, 권수영 여사님께서 댁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 성대한 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꽤 많은 사람을 초대한 것 같아요.”“지승현 사장님도 아마 어머니 생일을 위해 집에 남아 있을 거고요. 어쩌면 권 여사님께서 그 자리에서 며느리를 정하려고 할지도 몰라요.”아현은 슬쩍 아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일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하는지 제가 알아볼까요?”아심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약간 피곤한 듯 말했다.“아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지승현은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도 절대 다시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지씨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마요.”“그리고 지승현 앞에서 내 얘기를 일부러 꺼내지도 마세요.”아현은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그런데 미스터 강이 돌아와서 사장님을 찾으신 건 맞죠?”아심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아현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그날 저녁, 그분이 회사로 오시는 걸 봤거든요.”아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사장님, 그분과 다시 만나신 건가요?”아현의 질문에 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야.”이에 아현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안 만나는 게 맞아요. 사장님,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와선 찾아오고, 또 떠나서는 연락도 없는 게 말이 돼요?”“사장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아심의 얼굴은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