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림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는 여전히 말 잘 듣고 부드러운 여자가 좋더라!"명원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어차피 형들 알면 돼요. 이따가 농담하지 마요. 어색할 거 같으니까!""알았어!" 백림은 그더러 안심하라는 손짓을 했다.옆방의 소파에는 몇 명의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모두 진수 그 사람들이 데려온 여자친구로서 하나하나 정교하게 치장했는데 마치 부티크의 인형과도 같았다.진수 여자친구는 그녀들에게 소개를 했고 미연은 담담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구석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그중 진설이라는 여자가 진수 여자친구에게 물었다."정아야, 은서 언니 오늘 온대?”"올걸!" 진수의 여자친구인 황정아가 방금 대답하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한 번 보더니 즉시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은서 언니가 나한테 전화했어!”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으며 달콤하게 입을 열었다."은서 언니!"은서는 웃으며 말했다."정아야, 너희들 다 도착했니?""네, 거의 다 도착했는데, 딱 언니와 임 대표님만 남았어요.""구택은 아직 안 왔어?""곧 오겠죠!"은서는 목소리가 온화하고 우아했다."나 지금 차가 좀 막혀서, 늦을 거 같아."“조급해하지 말고 조심해서 와요!”"응!"전화를 끊자 진설이 물었다."정아야, 너 평소에 은서 언니와 자주 연락하니?"황정아는 약간 득의양양해하며 대답했다."그럭저럭. 가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다른 사람들은 모두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그들은 자주 함께 놀지만, 사이가 그렇게 좋진 않았기에 은서와 사이가 좋은 사람은 당연히 지위가 많이 달랐다.진설은 목소리를 낮추고 황정아에게 물었다."전에 은서 언니가 임 대표님과 커플이라고 들었는데, 진짜야?”황정아는 긍정했다."그럼, 진수와 백림 오빠 그들 모두 알고 있어!""그럼 소희가 끼어든 거야?" 진설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황정아는 냉소를 지었다."그녀는 임 씨네 집안에서 가정교사
그녀는 그저 뒤에서 몰래 소희를 의논할 뿐, 절대 감히 소희를 건드리지 못했다. 소희의 뒤에는 임구택이 있었으니까! 그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들의 남자친구도 감히 소희 앞에서 까불지 못했다!미연은 황정아를 욕하지 않고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밖으로 나갔는데, 뒷모습은 쿨하고 멋있었다!방안은 잠시 조용해지더니 진설이 황정아에게 물었다."너 방금 그녀가 장명원의 여자친구라고 하지 않았니?"명원은 은서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녀들은 그의 여자친구도 은서와 한패라고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근데 미연이 소희의 편을 들어줄 줄 누가 알겠어?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황정아는 당황해지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알아? 그녀는 장 씨네 집안 둘째 도련님하고 함께 왔어. 그의 여자친구라고 말한 것까지 똑똑히 들었다고!"진설도 약간 당황했다."소희한테 가서 고자질하지 않겠지?"황정아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누가 너더러 함부로 말하래? 어쩜 그렇게 함부로 나불대는 거야!"진설을 눈을 부릅떴다. 그녀 혼자가 말한 것도 아니고!......미연은 방에서 나와 바로 명원의 곁에 앉아 폰 게임을 했다.명원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자신이 미연을 데리고 와서 그녀를 돌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왜 나왔어요?"미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생각이 다른 사람하고 말하고 싶지 않네요!"그녀는 솔직하게 말했고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했지만 옆에 있던 진수가 오히려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약간 변했다.명원은 그녀를 비웃었다."그녀들이 뭐라고 했기에 이런 말 하는 거예요?"미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너도 그녀들과 수다 떨고 싶어요?"명원은 멋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룸 문이 열리더니 소희와 청아가 들어왔고, 구택도 틀림없이 그녀들 뒤에 있을 것이다.모두들 분분히 일어섰고, 미연마저 소희를 보는 순간 휴대전화를 접고 일어섰다."택이 형!" 명원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청아는 의아해하며
소희가 말을 하지 않았고 미연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가벼운 목소리로 분부했다."물 좀 가져와요!"명원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지금 나 부려먹는 거예요? 정말 내 여자친구로 생각하는 거예요!"미연은 핸드폰을 꺼내 그의 사진을 찍으려 했다."좀 더 날뛰어도 돼요. 내가 지금 이 모습을 아주머님께 보내줄까요?"명원은 안색이 변하더니 주먹을 꽉 쥐었고 또 재빨리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간미연, 내가 졌어요!"말하고 그는 뒤돌아서서 물 가지러 갔다!청아는 호기심으로 물었다."미연 언니, 장명원 도련님과는 어떻게 된 일이에요?"미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웃었다."그는 심심해서 놀아줄 사람이 필요했고, 마침 나도 요즘 좀 한가하거든."소희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난간 밖의 번화한 야경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녀는 한 번 보더니 난간 앞으로 가서 받았다."연희야!""소희야, 저녁에 같이 밥 먹자. 보고 싶어!" 연희는 전화로 애교를 부렸다.소희는 눈썹을 찌푸렸다."또 노명성하고 헤어졌니?""아니! 왜?""넌 그와 헤어질 때만 나를 찾으니까!""풉!" 연희는 바로 웃으며 사과했다."소희야, 내가 요즘 너를 좀 무시했지?""네가 좋으면 됐어!"소희는 난간에 엎드리며 천천히 말했다."나 최근에 청아라는 친구를 사귀었는데, 시간이 있으면 소개해 줄게.”"그래!"연희는 기뻐하며 말했다.소희는 눈을 드리우며 가볍게 웃었다."참, 나 주옥 만났어, 너한테 말한다는 거 깜박했네.""주옥?" 연희는 놀란 소리를 내며 흥분했다."너에게 저격을 가르치던 그 고수? 그는 어디에 있는데? 나도 전설의 총신 만나고 싶다!"소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는 샤부샤부 가게 하나 열었는데, 며칠 후에 개업할 거야. 그때 너 데리고 갈게!""총의 신이 샤부샤부 가게를 연다고?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 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고 마치 주옥과 같은 사람은 전설 속에만 살아서
"남자친구가 사준 것을 누나한테 주다니, 진정한 팬이네요!"명원은 팬처럼 은서를 칭찬했다.황정아 진설 그들도 모두 달려와 은서를 에워싸고 열정적이게 인사를 했다.사람들이 모두 도착했으니 먹는 사람은 먹고,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은 카드놀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며 방안은 점점 떠들썩해졌다.은서는 구택의 곁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내일 오전에 어머님 뵈러 갈 건데, 너 집에 있어?"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은서는 눈시울을 반짝였다."명절에도 바쁜 거야? 회사 일 때문에?"구택은 직접 말했다."아니, 소희 씨 집에 가야 해서 데려다주려고!"은서의 미소는 굳어지더니 이상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어 고용주로서 너무 책임감 있는 것 아니야? 과외 샘이 집에 가는데도 직접 데려다주다니. 데려다 주더라도 집에 기사가 있잖아?"구택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내가 그녀를 데려다주고 싶어서 그래!"은서는 멈칫하다 얼굴이 조금씩 하얗게 질리더니 입술을 깨물었다."구택, 너 지금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 맞지?"구택은 눈썹을 찌푸리고 눈빛이 깊어졌다."아니, 너와 상관없어!"은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리고 등을 곧게 펴고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구택은 자신이 이미 태도를 표명했다고 생각했고, 구은서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그녀의 일이었다!백림 등은 명원더러 노래를 부르라고 소란을 피웠고, 미연은 한 번 보더니 소희에게 말했다."나 장명원 씨 노래 부르는 거 들어본 적이 없는데. 같이 가서 그를 비웃을래?”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청아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너희 두 사람이 가, 난 장명원 도련님 부끄러워할까 봐 그래!"미연은 엷게 웃으며 소희와 함께 명원의 노래를 들으러 갔다.청아는 스스로 발코니에 서서 난간에 기대어 저녁 바람을 맞으면서 참지 못하고 가볍게 흥얼거리기 시작했다."잘 부르네요!"익숙한 담담하고 우아한 향기가 풍겨오자 청아는 즉시 몸을 곧게 펴고 고개
시원은 계속 말했다."그래서 청아 씨가 이유진을 용서하고 추궁하지 않아도 그들은 감옥살이를 피할 수 없어요!"청아의 얼굴은 한기가 가득했다."난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시원은 그녀의 약간 떨리는 몸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고 갑자기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었다."경찰은 더 이상 청아 씨를 찾지 않을 거예요. 이후의 모든 일은 내가 대신해서 처리할 테니 이제 지나간 일을 더 이상 생각하지 마요!"청아는 고개를 들어 시원을 바라보았고 그의 부드럽고 그윽한 눈빛을 바라보며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돌려 눈을 드리웠다."고마워요, 시원 오빠. 나는 자꾸만 오빠에게 신세 지고 있네요!""이 일도 원래 나 때문에 생겼으니 신세는 무슨." 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나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청아는 인차 말했다."그럴 리가요!""그러면 어정으로 이사 와요. 그곳에서 지내고 있으면 소희 씨도 마음이 놓이지 않거든요."시원이 천천히 말했다.청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나 지금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까 이사할 필요 없어요. 너무 번거롭거든요."시원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청아 씨, 지금 나 피하고 있는 거예요?"청아는 멈칫하더니 즉시 말했다."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시원은 가볍게 웃었다."내가 청아 씨의 눈에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 잘 알지만, 나는 정말 청아 씨를 친구로 생각할 뿐이에요! 나는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도 전처럼 함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청아 씨도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고요!"청아는 뻘쭘해하며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정말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그녀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난 시원 오빠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처음 만났을 때 오빠가 분명히 나 같은 타입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으니까요. 나 정말 다른 생각 하지 않았어요!""바보 같은 계집애!"시원이 웃으며 말
미연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놀라운 일이군요! 나는 경성대 사람들이 한국말 엄청 잘한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예외도 있었네요!"명원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금 이 사람들만 없었다면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여자와 즉시 헤어지고 싶었다!그는 분명 미쳤기 때문에 그녀와 연애하는 척하는 것을 동의했을 것이다!은서가 즉시 말했다."됐어, 떠들지 마, 명원아, 너는 미연 씨 좀 양보할 순 없는 거야? 그녀는 네 여자 친구잖아!"명원은 냉소했다.소희는 미연에게 눈짓하며 그만하라고 했다.*곧 11시가 될 때, 모임은 끝났고 모두들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구택은 사람들 앞에서 조금도 숨기지 않고 소희를 차에 태웠고 가는 길에 청아를 집에 데려다주었다.소희는 고개를 돌려 미연 시원 등과 작별 인사를 했고 구은서가 어두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약간 오므린 입가는 선명하지 않은 하찮은 감정을 드러냈다.소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구택은 먼저 갔고, 다른 사람들도 각각 차에 타며 떠났다.올 때 명원은 미연을 데리고 왔고, 지금 명원은 술을 마셔서 미연이 대신 운전했다.명원은 불쾌한 표정으로 미연을 쳐다보았다."너, 소희 씨랑 친해요?""응!" 미연은 앞을 보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허!" 명원은 비웃었다."그럼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어요. 난 소희 씨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것도 엄청!"미연은 돌아서서 멍청이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명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표정이에요?"미연은 핸들을 꽉 잡고 시크한 표정을 지었다."누가 당신과 친구죠?"명원은 멈칫하더니 싸늘하게 웃었다."그래요, 그럼 우리의 협의는 정식으로 해제되고, 앞으로도 위장할 필요 없겠네요!""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 가서 아주머니한테 말해요!" 미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명원은 그녀의 얼굴을 훑어보며 피식 웃었다."설마 나한테 반한 거예요? 왜 자꾸 우리 엄마로
30분 후, 그가 기다리다 지쳐서 거의 잠이 들 때, 기사가 도착했다.기사는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자신의 도련님을 보고 잠시 멈칫하다 그제야 앞으로 다가가서 그를 불렀다."도련님?"명원은 고개를 들어 잠에서 깬 듯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차를 만들어서 왔니? 왜 이렇게 늦게 왔어!"기사는 매우 억울했다."저는 이미 아주 빨리 운전했다고요!"명원도 그와 화를 낼 겨를 없이 기세등등하게 차에 올랐다.집에 돌아오자 명원의 분노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고 자신의 어머니가 거실에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바로 걸어가서 그녀에게 간 씨네 그 여자와 끝났다고 알려주려 했다!그러나 그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장 부인은 먼저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들, 마침 잘 돌아왔네, 이리 와봐!"명원은 멈칫하더니 수상함을 직감했다.장 부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앨범에 7~8장의 여자 사진을 꺼내 하나하나 소개했다."이건 오 씨네 딸인데, 방금 외국에서 돌아와서 내일 만나기로 했어. 그리고 이건 화원 석유 사장네 딸이고, 방금 대학을 졸업했는데 모레 만나기로……"명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엄마, 이게 무슨 뜻이에요?"장 부인은 상냥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맞선 보라고! 너 미연이랑 헤어졌잖아? 괜찮아, 헤어지면 헤어진 거지 뭐.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우리 하루에 하나씩 만나자. 나중에 네가 좋아하는 타입 찾을 수 있을 거야!"명원,"…..."그의 가슴에 가득 찬 분노는 삽시간에 황공으로 변했다. 그는 침을 삼키며 우물쭈물했다."누, 누가 미연 씨랑 헤어졌다고 했어요?""헤어지지 않았는데, 한밤중에 미연이더러 스스로 차를 몰고 돌아가라고 하는 거야!"장 부인은 안색이 돌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상냥한 태도는 곧 노발대발로 바꾸었다. 그녀는 책상 위의 신문을 들고 그의 머리를 때렸다."미연이는 여자인데, 화를 막 내고, 또 스스로 차를 몰고 집에 가라고 하다니. 너 남자 맞아!"명원,"…..."분명히 그녀가 한밤중에 자신을
명원은 믿기 힘든 표정으로 장 부인을 바라보았다."며느리 보고 싶어서 미친 거 아니에요?"장 부인은 그를 노려보았다."너 지금 엄마랑 말하는 버릇이 그게 뭐야? 내일 당장 미연이 찾아가서 영화 보고 쇼핑도 좀 하고 그래.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지 마!"말이 끝나자 장 부인은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명원은 어이가 없었다."엄마, 내일 추석이에요!"장 부인은 계단에 서서 고개를 돌려 그를 꾸짖었다."추석은 무슨, 너 내 며느리를 잘 달래지 않으면 평생 혼자 살 줄 알아!"명원 "…..."선을 보지 않는다면 그는 차라리 홀아비로 살고 싶었다!*구택이 청아를 데려다준 다음 어정으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12시였다.구택이 목욕하러 갔을 때 소희는 내일 서인이 어떻게 추석을 보내는지 몰랐다.이미 한밤중이라 그녀는 전화를 하지 않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자니?"서인은 바로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소희는 베란다로 걸어가서 받았고, 영상 안의 서인은 그의 가게에 있는 것 같았고 이문 그들과 샤부샤부를 먹고 있는 것 같았다.샤부샤부의 열기에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매우 떠들썩했다."이제야 밥 먹는 거야?" 소희가 물었다.서인은 잘생긴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야식 타임!"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추석인데, 무슨 계획 없어?"이때 이문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큰 얼굴은 스크린에 담을 수 없었다. 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털털하게 웃었다."소희 아가씨, 내일 우리와 함께 명절 보내요. 내가 샤부샤부 만들어 줄게요."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나 내일 집에 갈 거예요!""그럼 돌아오면 꼭 내가 만든 샤부샤부 먹어 봐요, 그들은 모두 맛있다고 하거든요!"이문은 크게 웃었다."네!" 소희는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인은 휴대전화를 가져갔다."나 걱정할 필요 없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끼리 함께 명절 보내면 더 좋은걸!"소희는 원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내가 간호까지 해줬어요. 감사 인사는 필요 없고요.”구은정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러다가 그는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은정의 큰 키와 묵직한 분위기만으로도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졌다.이에 유진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씩 물러섰다.“유진아, 대체 언제까지 나 피할 거야?”은정이 묻자, 유진은 당황해서 반문했다.“내가 뭘요?”“너 어젯밤 내가 아픈 틈을 타서, 키스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맘껏 했잖아. 다 잊은 거야?”유진은 말문이 막혔다. 은정은 다시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날 좋아하면서 왜 인정 안 해?”유진은 등을 문에 기대고 은정을 올려다보았고, 눈빛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며 있었다.“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으면, 어젯밤 동정 따윈 하지 말 걸 그랬네요.”“동정?”은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럼 뭐겠어요, 삼촌?”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은정의 가슴을 밀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걸어 나갔다. 복도에는 유진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만 가볍게 울렸다.“아플 땐 약 꼭 챙겨 드세요. 헛소리는 고열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엘리베이터에 탄 유진은 곧장 떠났고, 은정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마를 찌푸리며, 눈매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오전 10시.강성의 어느 프라이빗 클럽.서선영은 넓은 챙이 달린 프렌치 스타일 모자를 쓰고, 스카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서선영은 한 룸의 문을 열고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확인하자, 모자를 벗으며 차가운 표정을 드러냈다.“요즘 회사 안에 당신을 지켜보는 눈 많아. 그런데 이 타이밍에 날 만나면 어쩌자는 거지?”최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며칠간 이어진 불안과 압박 속에서 예전의 자신감은 사라졌고, 초췌한 인상만 남아 있었다.“내 문제 어떻게 해결할 건데?”서선영은 침착하게 말했다.“변호사 제일 좋은 사람으로 붙여줬잖아.”최이석은 비웃었다.“증거가 빼박인데? 최선이란 게 결국 내가 돈 다
“안 가요, 이불 가지러 가는 거예요.”유진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달래듯 한 말투였다. 그제야 은정은 그녀를 놓아주었다.유진은 방 안에 있던 에어컨을 끄고, 은정의 침실로 향해 이불을 가지러 갔다. 유진은 처음으로 은정의 침실에 들어섰다.외부와 같은 인테리어 분위기, 차분하고 단정하지만 지나치게 냉정한 느낌이었다. 그 방처럼, 그 역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따뜻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유진은 이불을 안고 잠시 방 안을 둘러본 뒤 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불을 은정에게 덮어주고, 소파 앞에 쭈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스탠드 조명을 끄고 조용히 돌아서려 했다.그 순간, 은정의 낮고 흐릿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유진아, 안 간다고 했잖아.”유진은 뒤돌아봤다. 어두운 거실 속에서 은정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그 눈빛엔 서운함과 외로움이 함께 담겨 있는 듯했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 유진은 조용히 돌아와 은정에게 말했다.“조금만 안쪽으로 가요.”은정은 곧바로 소파 안쪽으로 몸을 옮겼다. 유진이 옆에 눕자마자, 은정은 유진을 품에 끌어안았고, 이내 그의 뜨거운 입맞춤이 쏟아지는 듯했다.유진은 눈을 감고, 몇 초 뒤엔 어색하지만 조심스레 반응을 보였다. 그 작은 반응 하나에도 은정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 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더 뜨겁고 격렬하게 키스했다. 제어 불가능한 감정이 담긴 입맞춤이었다.유진은 마치 물속에 잠긴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하려 하자, 은정의 손이 유진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어둠 속, 낮고 거칠게 갈라진 은정의 목소리가 귀에 와닿았다.“우리 침실로 갈까?”유진은 얼굴이 새빨개져 그의 품에 파묻혔다.“적당히 해요.”은정은 알았다. 지금 조금만 더 약하게 굴면, 유진은 진짜 넘어올 수도 있다는걸. 하지만 동시에 은정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침대까지 가면, 진짜 더는 참지 못할 거
유진은 은정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 놀라 잠시 멍해졌다. 그러고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잘못한 거 알면 고치면 되죠. 전 일단, 예전 일은 용서할게요.”유진은 해열제를 찾아내고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할머니가 미리 약들을 챙겨두셨거든요.”노정순이 각 약의 효능과 복용량을 따로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놓았고, 유진은 방금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 정도면 문제없을 것이었다.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 따뜻한 물을 받아왔고, 해열제를 구은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아까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했어요. 감기몸살일 가능성이 크대요. 우선 이거 먹어요. 열이 안 내리면 병원 갈 거예요.”은정은 눈앞에 놓인 약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체온 안 재봐도 돼?”“체온? 만져보면 알죠!”유진은 다시 은정의 이마를 만지고, 곧바로 자기 이마와 비교해 봤다, 그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안 재도 돼요. 확실히 열나요.”하지만 은정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약 안 먹어도 돼. 뜨거운 물 좀 마시면 곧 나을 거야.”“안 돼요. 꼭 먹어야 해요.”유진은 단호하게 약을 내밀었으나, 은정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혹시 약 먹는 거 무서워요?”은정은 유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약을 받아 입에 털어 넣더니, 물을 크게 한 모금 마시고 꿀꺽 삼켰다.그 급한 모습이 너무 긴장돼 보여서, 유진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진짜 약 먹는 거 무서운 거였네.’아프기도 하니까, 그냥 웃지 않기로 했다.유진은 다시 몸을 돌려 거실 테이블 위의 약상자를 정리하려고 했다. 약을 넣으려다 상자 뒷면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유진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관장약? 관장이 무슨 뜻이에요?”은정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확 굳어졌다. 그러고는 몸을 숙여 목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했다.유진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배를 쥐고 웃기 시작했다. 소파에
유진은 몇 걸음 더 다가가 남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술 마신 거예요?”은정은 눈을 천천히 떴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유진아.”유진은 얼굴을 굳히며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았다.“대체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은정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가 곧장 유진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유진의 마음이 한없이 흔들렸다.유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여전히 거칠고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너 볼 수 있다면, 죽어도 괜찮아.”그 말에 유진의 눈가에 눈물이 갑자기 맺혔으나, 눈이 붉게 물든 채로 말했다.“그럼 안심해요. 죽어도 나는 쳐다도 안 볼 거니까요.”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돌아서려 했지만 유진의 손목이 갑자기 꽉 붙잡혔다. 힘이 세서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었다.유진은 차갑게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놓으세요.”그러자 은정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나 열 나는 거 같지 않아? 만져봐.”유진은 순간 당황했다. 은정은 머리를 쿠션에 기댄 채, 유진의 손을 잡아 자기 이마 위에 올렸다.뜨겁게 달아오른 열기에 유진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손바닥 전체를 이마에 붙이며 다시 확인했다. 정말 점점 더 뜨거웠다.“아픈 거예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은정은 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런 것 같아.”“어디가 더 아파요?”유진이 걱정스레 물었다.“머리가 아파. 그리고...”은정은 유진의 손을 내려 가슴팍 위에 얹었다.“여기도 많이 아파.”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과 거친 심장 박동. 쿵, 쿵, 쿵, 그 격한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유진의 손바닥에 전해졌다.유진은 놀라 손을 황급히 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구은정.”은정은 깊게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이름 그렇게 불러주는 거, 제일 좋아.”속으로는 바랐다. 언젠가 유진이 다시 자신을 사장님이라 부르는 날이 오기를.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일어서서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