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후, 그가 기다리다 지쳐서 거의 잠이 들 때, 기사가 도착했다.기사는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자신의 도련님을 보고 잠시 멈칫하다 그제야 앞으로 다가가서 그를 불렀다."도련님?"명원은 고개를 들어 잠에서 깬 듯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차를 만들어서 왔니? 왜 이렇게 늦게 왔어!"기사는 매우 억울했다."저는 이미 아주 빨리 운전했다고요!"명원도 그와 화를 낼 겨를 없이 기세등등하게 차에 올랐다.집에 돌아오자 명원의 분노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고 자신의 어머니가 거실에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바로 걸어가서 그녀에게 간 씨네 그 여자와 끝났다고 알려주려 했다!그러나 그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장 부인은 먼저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들, 마침 잘 돌아왔네, 이리 와봐!"명원은 멈칫하더니 수상함을 직감했다.장 부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앨범에 7~8장의 여자 사진을 꺼내 하나하나 소개했다."이건 오 씨네 딸인데, 방금 외국에서 돌아와서 내일 만나기로 했어. 그리고 이건 화원 석유 사장네 딸이고, 방금 대학을 졸업했는데 모레 만나기로……"명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엄마, 이게 무슨 뜻이에요?"장 부인은 상냥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맞선 보라고! 너 미연이랑 헤어졌잖아? 괜찮아, 헤어지면 헤어진 거지 뭐.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우리 하루에 하나씩 만나자. 나중에 네가 좋아하는 타입 찾을 수 있을 거야!"명원,"…..."그의 가슴에 가득 찬 분노는 삽시간에 황공으로 변했다. 그는 침을 삼키며 우물쭈물했다."누, 누가 미연 씨랑 헤어졌다고 했어요?""헤어지지 않았는데, 한밤중에 미연이더러 스스로 차를 몰고 돌아가라고 하는 거야!"장 부인은 안색이 돌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상냥한 태도는 곧 노발대발로 바꾸었다. 그녀는 책상 위의 신문을 들고 그의 머리를 때렸다."미연이는 여자인데, 화를 막 내고, 또 스스로 차를 몰고 집에 가라고 하다니. 너 남자 맞아!"명원,"…..."분명히 그녀가 한밤중에 자신을
명원은 믿기 힘든 표정으로 장 부인을 바라보았다."며느리 보고 싶어서 미친 거 아니에요?"장 부인은 그를 노려보았다."너 지금 엄마랑 말하는 버릇이 그게 뭐야? 내일 당장 미연이 찾아가서 영화 보고 쇼핑도 좀 하고 그래.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지 마!"말이 끝나자 장 부인은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명원은 어이가 없었다."엄마, 내일 추석이에요!"장 부인은 계단에 서서 고개를 돌려 그를 꾸짖었다."추석은 무슨, 너 내 며느리를 잘 달래지 않으면 평생 혼자 살 줄 알아!"명원 "…..."선을 보지 않는다면 그는 차라리 홀아비로 살고 싶었다!*구택이 청아를 데려다준 다음 어정으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12시였다.구택이 목욕하러 갔을 때 소희는 내일 서인이 어떻게 추석을 보내는지 몰랐다.이미 한밤중이라 그녀는 전화를 하지 않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자니?"서인은 바로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소희는 베란다로 걸어가서 받았고, 영상 안의 서인은 그의 가게에 있는 것 같았고 이문 그들과 샤부샤부를 먹고 있는 것 같았다.샤부샤부의 열기에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매우 떠들썩했다."이제야 밥 먹는 거야?" 소희가 물었다.서인은 잘생긴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야식 타임!"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추석인데, 무슨 계획 없어?"이때 이문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큰 얼굴은 스크린에 담을 수 없었다. 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털털하게 웃었다."소희 아가씨, 내일 우리와 함께 명절 보내요. 내가 샤부샤부 만들어 줄게요."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나 내일 집에 갈 거예요!""그럼 돌아오면 꼭 내가 만든 샤부샤부 먹어 봐요, 그들은 모두 맛있다고 하거든요!"이문은 크게 웃었다."네!" 소희는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인은 휴대전화를 가져갔다."나 걱정할 필요 없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끼리 함께 명절 보내면 더 좋은걸!"소희는 원
소희는 눈동자를 돌리며 천천히 말했다."함께 일을 했었어요. 서인과 우리 오빠도 친구인데, 그가 나의 사격을 가르쳐 줬거든요.”구택은 계속 묻고 싶었지만 소희는 갑자기 발을 디디고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하더니 눈을 반쯤 뜨고 애매하게 말했다."늦었으니까 우리 이제 자요."구택은 마음이 흔들리더니 그녀를 안고 키스하면서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그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녀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았고 그와 함께 하는 미래가 더 중요했다.소희는 이불에 눌려 남자의 목을 안고 눈을 반쯤 감고 집중해서 그에게 응답했다.구택은 그녀의 눈가에서 키스를 했고 보물을 아끼는 것처럼 부드러웠으며 호흡이 점점 무거워지고 목소리는 더욱 잠겼다. "자기야, 우리 이틀 밤이나 떨어져 있어야 해요."소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응" 하고 소리를 냈다.구택은 그녀의 쇄골에 힘껏 키스했다."내 생각 하는 거 잊지 마요!"......이튿날 오전, 구택은 차를 몰고 소희를 공항으로 데려다주며 그의 개인 비행기로 운성에 가게 했다.비록 하루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떨어져야 했지만, 소희가 비행기에 올라타서 떠나는 것을 보고 구택은 갑자기 마음이 텅 비더니 그녀와 함께 올라가서 그녀의 집으로 가고 싶었다.그는 그런 자신을 비웃었다. 이렇게 열광적으로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그야말로 그 답지 않았다.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또 알 수 없는 공포가 솟아나며, 이런 사랑이 영원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들 중 한 사람이 먼저 물러날까 봐!*임가네.은서는 아침 일찍 와서 자신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월병과 생화전을 가져왔다.정숙도 오늘 집에 있었고 노부인과 함께 은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화전을 한입 먹으며 부드럽게 물었다."구 부인은 왜 함께 오지 않았어?”은서의 미소는 약간 옅어졌다."오늘 몸이 좀 편찮으셔서요. 그래서 저더러 월병 들고 오라고 했어요!"노부인은 구 씨네 집안의 일에 대해 좀 들은 게 있어서 화제를 돌려 정숙이 묻지 못하게 했다.유림
구택은 천천히 들어왔고, 그는 베이지색 캐주얼한 정장을 입고 있었고, 몸매가 우뚝 솟아 행동거지마다 우아함과 진귀함이 배어있었다.은서는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차를 마셨다."어머니, 형수님!" 구택은 인사를 했다.정숙이 물었다."소희는 비행기에 탔어?""네!" 구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네 아버지가 돌아오면 서재에 가라고 했으니, 얼른 가봐.""네!"남자는 대답을 한 뒤 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갔다.은서는 남자가 이렇게 떠나는 것을 보고 다소 실망을 느꼈다.*구택은 문을 두드리고 서재로 들어가 테이블 뒤에 있는 남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찾으셨어요?"어르신은 고개를 들어 안경을 벗고 옆의 소파를 가리키며 표정은 엄숙했다."앉아!"구택이 앉자 어르신이 물었다."요 며칠 저녁에 왜 돌아오지 않는 거야?”구택은 천천히 말했다."접대가 너무 늦어서 그냥 가까운 빌딩으로 갔어요."어르신도 추궁하지 않았다. 구택은 어릴 때부터 그의 가르침을 별로 받지 않았고, 전에 군대에 가서 그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그도 구택의 뜻을 따랐다."독일인과 합작해서 개발한 새로운 스마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어?"어르신이 물었다.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잘 되고 있어요!""위에서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줄곧 너의 그 새로운 인공지능에 관심 있다고 했는데, 만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합작해서 방산에 활용하고 싶다는군."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이 프로젝트를 전담할 사람을 보낼게요.""음, 위에서 연구개발하는 일부 자금도 지원해 줄 수 있다는구나."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구택은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며 점차 신경이 딴 데에 있었다.어르신도 그것을 알아차렸고, 그도 할 말 다 했으니 구택더러 가보라고 했다.구택은 서재를 떠나 3층으로 가면서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성에서 운성까지 개인 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도착할 수 있었는데 지금
소희가 거의 도착했을 때, 소정인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온후하고, 마치 자상한 아버지 같았다."소희야, 오늘 명절이니까 집에 돌아오렴. 오후에 같이 본가에 가자!"소희가 말했다."저 운성에 돌아왔어요!""운성에?" 소정인은 약간 놀랐다."할아버지 보러 간 거야?""네!"소정인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 대신해서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너 돈은 충분하니? 내가 지금 돈을 입금해 줄 테니까 어르신께 명절 선물 좀 사줘.""아니에요, 다 샀어요!" 소정인은 소희의 목소리가 차가운 것을 보고 한동안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조심히 다녀와!""아빠!" 소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정인은 멈칫하다 인차 말했다."그래!""앞으로 더 이상 임구택 씨 찾아가지 마세요!"소정인은 난감한 듯 뻘쭘한 듯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구택을 찾아간 것도 부득이한 일이었다. 사업은 갈수록 잘되지 않아 그는 임가네라는 세력에 의지하여 실력을 좀 쌓으려 했다. 게다가 전에 임가네에서 과외한다는 말을 듣고 그는 소희와 구택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며 찾아간 것이었다. 물론 구택의 태도는 여전히 싸늘해서, 그는 거절당한 후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알았어." 소정인은 겸연쩍게 말했다."네!"소정인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뒤,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소희는 그의 딸이었으니 이런 질문을 받자 그는 아버지로서의 체면이 없어졌다.진원은 들어오자마자 소정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했어요?"소정인은 담담하게 말했다."소희."진원은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그녀에게 왜 전화를 하는 거예요?"소정인은 힘없이 말했다."명절이니 집에 와서 추석 쇠라고.”진원은 무심코 물었다."그녀는 뭐래요?""운성에 돌아갔데.""운성에요?" 진원은 더 큰 반응을 보이며 냉소했다."그녀는 아직도 그 산속의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있군요? 내가 그랬죠. 그녀는 아예 우리를 부모로 생각하지 않았다니까요.
소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진원은 한숨을 내쉬었다."절대로 말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너도 함께 창피를 당할 거야!"소연은 다소 난처해했다."나는 언니가 날 창피하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그녀를 도울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좀 불편해서 말하지 않았어요.""말하지 않는 게 맞아!"진원이 눈빛을 반짝이며 추측했다."그녀가 북극에 간 것도 너 때문일 거야. 많이 주의하고!"소정인이 말했다."당신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소희는 아직 어린아이인데, 무슨 나쁜 생각을 품겠어?""그녀는 줄곧 우리 연이 질투했잖아요. 지난번에 소시연하고 소찬호를 이간질해서 우리 연이 상대한 거 봐요. 나는 그녀처럼 악독한 여자애를 본 적이 없다니까요!"진원은 분개했다.소정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 그 말은 좀 지나친 거 아니야, 어쨌든 소희도 우리 딸이야!"진원은 두 손을 가슴에 안고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내 딸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가르치고 싶지도 않았어요!"말이 끝나자 진원은 몸을 돌려 나갔다.소연은 난감하게 말했다."아빠 화내지 마요, 내가 엄마 좀 말릴게요!"소정인은 흐뭇해하며 소연을 바라보았다."그래도 네가 철이 들었구나."소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조신하게 웃었다."엄마 아빠가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셨으니 나도 당연히 엄마랑 아빠가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소정인은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또 소희가 그를 도와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자신이 구택을 찾아갔다고 탓하는 것을 생각하며 순간 소희가 확실히 소연보다 못하다고 느꼈다!......오늘 청아는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려고 이른 아침 백화점에 가서 엄마에게 니트를 샀고 또 오빠에게 선물을 산 다음 그들이 지금 세낸 집에 갔다.그녀의 어머니는 식당의 주방에서 일했는데 거긴 숙소를 제공해 줘서 세낸 집은 그녀의 오빠와 장설 두 사람만 같이 지내고 있었다.그들이 세낸 집은 방 하나에 거실 하나였고, 그녀가 들어갔을
허홍연은 인차 말했다."설아, 조급해하지 마. 모두 한 가족이니까 일 있으면 잘 상의해 보자!""상의할 게 뭐 있어요?" 장설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방금 이미 강남 씨한테 말했어요. 청아가 양해서 쓰지 않으면 난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울 거예요!"청아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무슨 아이요?"허홍연이 말했다."청아야, 네 새언니 임신했단다."청아는 멍하니 장설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날뛰더라니, 알고 보니 임신했구나!장설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두 손은 가슴을 안았다."내 아이는 세낸 집에서 태어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5천만 원은 새 집을 장식하는데 써야 해서 나는 절대 이가네 돌려주지 않을 거야. 네가 만약 이 조카를 원한다면 얼른 가서 양해서를 써!"강남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청아야, 이 오빠를 위해서 그러면 안 되겠니?"청아는 목이 멨고 나지막이 말했다."내가 말했죠, 내가 양해서를 써도 소용없다고요. 이유진은 법을 어겼고, 해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어서 법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요!”"그건 나도 상관 안 해!" 장설은 당당하게 청아를 바라보았다."이가네는 양해서를 원하니까 너도 그냥 양해서를 써서 장시원 그 사람들이 더는 추궁하지 않도록 하기만 하면 이 일은 그만이라고!”청아는 차갑게 장설을 바라보았다."당신 정말 임신했어요?"장설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실눈을 뜨고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나 정말 임신했다고. 네 오빠가 나랑 같이 병원에 갔으니까 믿지 못하겠으면 그에게 물어봐!"강남은 청아를 쳐다보았다."정말이야, 너 곧 고모가 될 거야!"허홍연도 말했다."청아야, 넌 양해서를 쓰면 돼, 다른 것은 됐어!"세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자, 청아는 갑자기 자신에게 조금의 퇴로도 없다고 생각했다!장설, 장설 뱃속의 아이와 그녀의 어머니, 오빠야말로 한 가족이고 그녀는 이 집에서 이미 남이기 때문에 그녀의 일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는 그날 자신이 정
한참 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됐고 남자의 온화하고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아 씨!"청아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시원 오빠, 미안해요. 이유진의 그 일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래요. 오빠도 변호사더러 고소 취하하라고 해요!"시원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물었다."무슨 일 생겼어요?"청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시원이 물었다."누가 또 청아 씨 괴롭혔어요?"청아는 참지 못하고 목이 메어 눈물을 흘렸다.시원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청아 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우리 만나서 얘기해요.""난 괜찮으니까 올 필요 없어요!" 청아가 말했다.시원은 다급해졌다."지금 어디에 있죠?"청아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끊을게요!"그녀가 전화를 끊자 시원은 인차 다시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다시 끊었다.그녀는 벤치에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났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아침에 집에서 나왔을 때 성강은 마침 고장미를 찾으러 가서 그녀는 돌아가서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소희는 또 강성에 없었으니 그녀는 정말 자신이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몰랐다.그녀는 일어나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거리에는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추석은 단란한 명절이었고, 설날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중시하는 명절이었다. 거리는 북적거리고 차들은 쉴 새 없이 달리며 사람들은 왔다갔다 했다.청아는 군중을 뚫고 얼마나 걸었는지 결국 레고 가게 밖에 멈춰 서서 안에 있는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큰 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누군가가 지나가더니 그녀와 부딪쳤고, 청아는 비틀거리다가 고개를 돌려서야 하늘이 흐리고 먹구름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는데, 마치 언제든지 비가 올 것 같았다.행인들도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명절에 날씨가 변한다고 불평했고, 저녁에는 달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불평했다.청아는 행인을 따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우청아 씨!"갑자기 누가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멈칫하다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